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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83화 (284/295)

# 283화 #

283화

반화의 등 뒤에 펼쳐진 검은 바다의 힘이 허차원을 먹어 치우고 싶다는 듯 칭얼거렸다. 그동안은 볼 수 없던 모습이었다. 어떤 것을 봐도 탐내지 않던 기운이 처음으로 입맛을 다시며 아빠한테 저거 사달라는 듯 칭얼거리는 모습이라니...

“으으... 소름끼치지 해골아?”

“...”

“응? 설마 쫄아서 얼었어?”

순이는 그나마 오한이 오는 걸로 끝이었지만 해골씨는 달랐다. 반화의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순간 자신의 혼도 일렁였다. 지금은 반화도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이대로 두면 그대로 혼이 빨려 갈지도 몰랐다.

“어?? 야, 야! 정신 차려!!”

심각성을 깨달은 순이가 재빨리 해골씨의 혼을 일깨우지 않았다면 아마 정말 그대로 허차원을 삼키는 반화의 기운에 같이 빨려 들어갔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의 해골씨의 머리통을 퍽!하고 내려친 순이.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어...어....??? 방금 무슨 일이..?”

“일은 무슨 일이야, 죽을 뻔 한 거지. 정신 똑바로 차려.”

“아, 그게 죽는다는 느낌이군요.” 이 와중에 자신이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해골씨를 보며 순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골방에 너무 오래 두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머리뼈가 썩은 모양이라며 머리통을 후려쳤던 손을 해골씨의 옷에 슥슥 닦은 순이.

그리고 그 사이 둘에게 잊어진 애벌레는 이미 허차원의 힘을 느껴봤기 때문에 해골씨만큼은 아니었기에 둘이 자신에게 다시 관심을 가지기 전에 약삭빠르게 차원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 으로 촉수하나를 떼어 던져두고 바로 닫아 봉합을 했다. 이미 본체가 도망치는 건 무리였다.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걸릴 테니.

그러나 아주 작은 촉수를 넣을 차원을 여는 건 가능했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흔적도 빠르게 지울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둘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비록 본체의 힘은 잃겠지만 자신은 죽지 않는다. 그거면 되었다. 언젠가 다시 힘을 모아 꼭 놈에게 복수할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져간 반화와 자신을 두들겨 팬 순이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다 끝났어?”

“어.”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한 반화의 검은 기운이 만족스런 모습으로 반화에게 다시 흡수되는 걸 본 순이가 물었다. 반화의 표정도 굉장히 좋아 보였다.

“쟤는 어쩔 거야?”

“쟤? 이제 볼일 다 봤는데... 해골, 쓸 만한 거 있어?”

“아, 좀 찾아봐도 될 까요?”

“마음대로 해.”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탐나는 몸이었다. 감염을 시켜버리는 능력이라든지 그걸 조종하는 능력이라든지...

제일 먼저 뇌 쪽을 도려낸 해골씨는 더 쓸 만한 것이 없을 까 뒤적거리다가 촉수 몇 개를 잘라내고 나서 반화에게 되었다는 신호를 주었다.

“끝났습니다.”“그래? 순, 처리해.”

“오케이!”

파치지지직!...

화르르륵!!!!!!

....콰아아앙!!!!

화려하게 이 세계와 함께 놈의 사체를 처리한 순이가 반화를 쳐다봤다. 이거 맞지 하는 눈으로.

“잘했어. 가자.”“아~ 오랜 만에 힘 좀 썼더니 상쾌하네.”

순이도 만족스럽고 해골씨도 만족, 반화까지 만족스러운 일이 끝나고 가벼운 몸으로 돌아가는 그들.

꿈틀! 꿈틀!....

.

.

.

-아빠아아~

“응? 왜 또?”

-배고파.

“고기 안 먹었어? 맹이가 구워줬잖아.”

-이모가 다 먹었어!!

-아니야! 반반씩 먹었잖아!

“...더 줄게 싸우지 마.”

먹는 거는 절대 양보 없는 맹이였기에 아마 진짜 반반씩 먹었을 것이다. 삼이 녀석이 욕심을 낸다고 해서 맹이는 자기가 먹을 걸 주지 않는다. 반화가 아니면.

더 싸우기 전에 고기를 꺼내 구워주는 반화. 둘의 입과 배가 만족스런 표현을 할 때까지 먹여주고 나서야 반화는 쉴 수 있었다.

그 사이 순이는 벌써 매트에 누워 녹아있었다.

팔자 좋게.

해골씨는 오자마자 실험실로 내려갔으니 반화도 이제 좀 쉬기로 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더니 식곤증이 밀려왔다.

[마스터, 명하가 황제가 되기로...]

“나중에 얘기해. 잘 거야.”

[예...]

지금은 자야했다.

.

.

.

반화가 자는 사이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급변하고 있는 곳은 뉴월드 시티, 대한민국이 이주한 그곳이었다.

잠시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휴가나 다름없지만 직장인들은 일을 하지 못해 불안한 나머지 큰 활동을 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여전히 집에서 공부를 해야 했으니 거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물론 오랜 만의 휴가에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곳저곳 구경을 했는데 여태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장소들을 우선으로 찾아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다.

그동안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뉴월드 신도시를 실제로 보니 확실히 달랐다. 집을 얻을 때부터 느꼈지만 하나하나 장인의 손길이 들어간 듯 한 조형물들에 효율성, 거기에 어울림까지 완벽한 도시라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장소들이 그냥 동네 길이었다. 다른 국가에도 파스가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댄 곳은 없었다. 당연히 도시로서 신도시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런 신도시를 내려다보는 형태의 거대한 성. 사람들은 안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밖에서 사진만 찍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대한 성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나왔다.

외성의 개방이었다.

여의도 크기의 외성이 사람들에게 개방된 것이다. 이곳은 매체를 통해서도 볼 수 없었던 곳이었기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기뻐했다. 비록 가장 내성으로는 접근 금지가 되었지만 외성만 해도 충분했다. 외성에는 뉴월드 본부와 뉴월드 측 사원들을 위한 복지, 주거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는 또 다른 세계였다. 밖의 세상도 충분히 놀라운데 안은 더 했다. 거대한 호수가 통째로 들어 있었고 호숫가에는 백사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 모습을 누구보다 빨리 올리고 싶었다.

그때, 사람들은 내성에 현판에 적힌 내용에 고개를 갸웃했다.

황궁.

현판의 내용은 한 단어였다. 한글이었기에 사람들이 못 읽고 갸웃한 건 아니었다. 황궁이라는 단어 자체에 의문이 든 것뿐이었다.

“황궁?? 황제가 산다는 황궁 하는 건가?”

“우리나라에 황제가 어디 있어? 망했는데. ”그렇지? 그럼 저건 뭐지??“

“그냥 황궁처럼 생겨서 그렇게 지은 거 아냐?”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지만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내 그들은 그 현판에 다시 모였다.

바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 황실이 생긴다고?... 뉴월드에서 나온 얘기 맞지?”

“맞아, 공식적으로도 발표 했어. 설마 이러려고 이주를 한 건가?”

“그건 아니지. 봤잖아. 지구가 어떻게 된 건지.”

“으음...내용은 봤어? 내용대로면 더 좋아진다는 말 같은데... 일종의 감찰 역할을 한다는 거잖아. 군주제가 아니라.”

“말은 뭔들 못하겠어? 정치인들 봐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다들 이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미 뉴월드에 대한 신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주거는 물론 생활기반을 모두다 제공해준 곳이다. 원래 지구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돈을 받고 천천히 이주할 사람들만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그걸 그냥 손해를 보면서 국민들에게 준 기업에 악감정을 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일단 뉴월드 측에서 주장하는 바와 정부에서 보이는 반응을 주시했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낱 기업이 정부를 감찰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거부한 것이다. 거기에 뉴월드에 대해 검찰 조사가 들어갈 것이라고 협박까지 했다. 무력적으로는 군대를 동원해도 안 될 걸 알기에 그들의 유일한 무기인 법으로 상대하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조사는 도리어 자신들에게 돌아왔다.

황실 건립을 터트림과 동시에 정치인은 물론 검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사들에 대한 각종 비리들을 터뜨려버렸기에 아직 적응이 필요한 국민들의 관심이 익숙한 비리 쪽으로 쏠려 버린 것이다. 거기에 당장 생산 활동도 못하니 그 관심도는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세세한 정보들과 증거들이 퍼졌다. 당연히 정부에서는 막으려 했지만 지구에서도 파스가 마음만 먹으면 전산시스템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여기서라고 다를까?

오히려 막으려는 자들의 수작들이 공개되며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거세게 시위를 했고 그 중심에는 명하가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명하가 누군지 몰랐으나 황제 후보로 올라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그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뭉친 것은 아니었다. 명하라는 사람의 신상은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 가족 관계, 학력등등 모든 것들이... 당연히 반화의 동생이라는 것, 뉴월드 회장의 아내라는 것까지 다 나와 있었다. 그런 힘 있는 사람이 거리에 나와 자신들과 똑같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은 그들에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명하는 거리낌이 없었다. 특유의 그 성격으로 털털하게 사람들을 상대했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 주었다.

사실 이건 민회장이나 파스, 반화까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기가 센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의 리더쉽을 발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덕분에 일은 더 쉽게 풀렸지만.

......

“잘하고 있네.”

“그렇지? 명하가 저럴 줄은 몰랐네.”

“파스, 민사장님한테 얘기해서 즉위식 끝나면 선거 치르고 미료랑 협정 맺게 해.”

[예. 다른 나라들은 어떡할까요? 개입할까요?]

“걔들은 걔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 나는 내 집만 조용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반화는 옆에서 말똥말똥 자신을 보는 눈빛에 결국 일어났다. 이 식신들은 자기들이 챙겨먹으면 되는 걸 꼭 자기한테 와서 챙겨 달라고 했다.

귀찮아하는 반화의 입가에 미소가 있는 걸 보면서 순이가 고소를 지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저런 반화의 모습을 계속 보려면 모른 척해야 했다.

스윽...

“쓰읍! 똑바로 안 들어?”

“흐엉...”

한 쪽 구석에서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던 령이가 순이의 고소를 보고 슬쩍 팔을 내렸다가 다시 번쩍 들었다.

고갈 되었던 체력이 회복되고 나서 잠깐 몸을 푼다는 것이 자고 있던 순이의 수염을 건드린 것이 이 일의 원인이었다. 꿀밤 한 대 맞고 벌까지 서게 된 령이는 억울했다. 진짜 고의로 그런 건...아닌 게 아니긴 하지만 벌까지 세울 줄이야... 애들도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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