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2화 #
282화
-끼에에엑!!!!
“시끄러!”
퍼어억!!!!
죽는다고 소리치는 놈에게는 매 하나 더 준다는 순이, 본인의 철학을 몸소 보여주시고 계시는 녀석.
강약조절을 완벽하게 하며 고통은 최대로 상처는 최소로 주면서 놈이 계속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지만 놈에는 고통이 배가 될 뿐인 상황이 한참이나 지속되고 있었다.
퍽!
“끝났어?”
“후우... 대충?”
“그쯤 했으면 됐지, 또 뭐 하려고?”
“그럼 마지막으로, 한 방만 더!”
퍽!!!!
치지지직!!!!-끼에에에엑!!!!!
마지막 한방은 푸른 뇌력을 담아 시원하게 놈의 몸통에 박아 준 순이가 속 시원하다는 듯 손을 탁탁 털었다. 일 년 된 숙변을 쏟아낸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바짝 탄 애벌레 녀석이 *같기도 하고...
“별 것도 아닌 게 까불어.”
“그 별 것도 아닌 거에 당할 뻔 해놓고 센 척은.”
“흥! 그래도 알아서 빠져나왔다고.”
“아, 그러고 보니 어떻게 나왔다고 했지?”
“안 가르쳐 줄 꺼지롱~”
유치하게 노는 둘을 보며 해골씨는 고개를 저었다. 강함과 유치함은 별개라는 걸 알려주는 아주 좋은 지침서였다. 자신은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는 해골씨, 그러나 해골씨가 반화와 순이처럼 강해질 일은 물론 유치해질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마스터? 이제 뭘 합니까? 이 차원은 별 거 없어 보이는데...”
아직도 투덕거리는 둘을 보며 결국 해골씨가 끼어들었다. 안 그래도 중요한(?) 실험하다 와서 바쁜데 언제까지 둘의 꽁냥꽁냥을 듣고 있을 순 없었다.
“응? 아아, 순이 너 해골씨랑 여기 잠깐 있어.”
“왜?? 너 혼자 어디 가게? 혼자 맛있는 거 먹으려고 그러지? 치사하게.”
“허차원에 한번 빠져볼래?”
“뼈다귀! 뭐해. 쟤 못 도망가게 안 붙어 있고?”
반화의 말에 바로 태도를 바꿔버리는 순이.
아무리 순이라도 허차원은 무서웠다. 자신의 힘을 흡수하는 차원이라니...
.
.
한편 괜히 지구에서 아틀란티스로 이주한 사람들은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문제 되었던 공기 오염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어 굳이 시골로 내려가지 않아도 충분히 맑은 공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건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마정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동안 오염시켰던 것들이 없어지지도 않고 완전히 대체한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여전한 문제였던 것이 한방에 해결된 것이다. 그렇다고 생활, 문화가 크게 바뀌지도 않았다.
뉴월드가 마련한 곳은 하나의 도시지만 그 도시가 대한민국 하나를 통째로 감당하고도 남을 크기였기에 빈 곳이 더 많기도 했다.
아직 몇몇 나라는 게이트 내 개발이 충분하지 않아서 뉴월드측에서 아예 무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물론 뉴월드라고 말하고 반화 개인 몬스터들을 출동시켜서 주변을 정리시킨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맹이의 활약이 제일 컸다.
맹이는 의뢰가 들어오는 데로 뛰쳐나가 맛난 마정석을 구해올 수 있었으니까 서로서로 윈윈이었다. 민사장이 파스에게 말하면 파스는 맹이에게 말해서 일을 처리 했다. 맹이는 자기 간식을 그렇게 합법적으로 챙겼다. 반화가 불법 수렵(?)은 하지 말라고 했으니...
어쨌든 그렇게 해서 인간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까지는 뉴월드 측에서 도움을 주었지만 문제는 건축에 있었다. 한국이야 다 만들어진 곳에 몸만 들어 왔으니 이주비용 약간과 원래 살던 곳과 비교해서 비슷한 곳을 차등적으로 배치해줬으니 주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생산 시설과 사무 시설 모두 완벽하게 있어 신청만하면 비교하여 일정 금액만 내면 건물을 빌려주었다.
물론 거기서 조금 말이 나오긴 했었다. 뉴월드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음모를 꾸민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러나 잠시 지구로 돌아갔던 사람들에 의해 지구의 상태가 알려지고 나서는 그런 말이 쏙 사라졌다. 언제 보낸 건지 애벌레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체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 버려 종말 분위기의 지구를 볼 수 있었다.
그 장면은 방송으로 알려져 모든 사람이 다 알 수 있었다. 지구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자신들이 저 꼴이 되었을 거라는 걸.
다행히 감염체가 계속 날뛰며 게이트 속으로는 번지지 않았다. 그 전에 갑자기 모든 감염체들이 쓰러지며 타버렸기 때문인데 파스는 아마도 반화와 순이가 뭔가를 한 것이라고 짐작이 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게이트를 넘지 못하게 철저하게 감시했다. 반화가 돌아와서 잔소리 할 수도 있으니까.
...
“그 사람들이 자꾸 성을 달라고 한다고요?”
“자기들이 여기서 일을 해야 맞지 않냐고 하더군요. 사기업이 나라를 지배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고.”
“하...진짜 답이 없는 인간들이네요. 아직도 똥, 된장을 구분 못하고 있네.” 명하가 민사장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살려줬더니 이제는 집까지 내놓으란다. 괜히 그들을 제일 큰 도둑이라고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 성을 통째로 먹으려드는 걸 보면.
“그래서 어쩌려고요?”
“왕을 만들 겁니다.”
“...? 왕이요? 갑자기 무슨 왕??”
“보면 모르겠어요? 여기를 왜 성으로 만들었겠어요? 반화씨가 보기 좋으라고 이렇게 만들라고 했을까요?”
“오빠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요?”
“...반화씨를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은 명하씨 밖에 없어요.”
민사장이 자신의 부인을 어이없다는 듯 봤다. 하긴 명하는 반화를 진짜 백수 오빠 취급을 하니까 저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돈 많은 백수 오빠...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은 오빠긴 하지만 명하에게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요? 오빠가 그럼 왕이라도 되겠대요?”
“아뇨, 그 분이 그러려고 하겠습니까?”
“게으름뱅이가 그런 감투를 쓸 리가 없죠.”
“그래서 명하씨가 왕, 아니 황제 하시랍니다.”
“아~그래...네!?? 내, 내가요?”
“네, 뭐 그렇다고 군주제를 도입하자는 건 아니니까 권력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른 나라에도 왕이 있지만 총리들이 일을 하지 않습니까? 비슷합니다. 다만 제동을 걸 수 있게 하자는 거죠. 지금처럼 저 도둑들이 과한 욕심을 부리면 쳐낼 수 있는... 물론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하겠지만.”
“으음...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저 인간들이 받아들이긴 할까요?”
권력을 견제하는 강력한 세력이 생기는 건데 과연 정치인들이 받아들일까? 그리고 국민들도 인정할까?
“저 인간들은 어차피 다 쳐낼 겁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재활용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이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한창 어수선 할 때에다가 당장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사람들을 이쪽으로 관심 돌리게 하면 알아서 여론은 만들어질 겁니다.”
민사장이 수북하게 쌓인 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다 그동안 국민 등골을 빼먹던 자들이 한 짓을 정리한 것이다. 굵직굵직한 것들만 모았는데 이 정도였다.
세금 빼먹은 건 기본 옵션이었다. 누가 보면 정치인하려면 이 정도는 빼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근데 왜 내가 왕이에요?”
“반화씨가 목소리 크다고 시키랬습니다.”“아씨... 오빠는 무슨 이유를 그딴 걸 대? 카리스마 있어서 그렇다고 하면 되지.”
“그건 좀...”
“뭐에요? 지금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하하하하, 아니요. 아주 카리스마 있습니다. 예...”
카리스마가 아니라 그냥 무서웠다. 저 당당한 모습에 반하긴 했지만 가끔 무서웠다...
“근데 왕이 되는 거, 괜찮아요?”
“좋죠, 뭐... 하는 거 없잖아요?”
“...그렇긴 하겠지만...”
“그럼 설국씨는 황제의 남편이 되겠네요.”
“그렇겠죠?”
“우리 솔이는 황태자네. 음... 좋아.”
부담감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 하긴 평범해 보이지만 명하는 반화의 동생이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우리 돈 빼먹으려고 장난질 했던 재단 이사장이랑 정치인도 이번에 정리 할 거니까 따로 손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세요. 근데 그래도 황제가 되는 거니까 한복도 조금 개량해서 입어야겠죠? 그냥 입긴 좀 불편한데. 공식석상에서는 그걸 입어주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마음대로 하세요.”
이미 명하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걸 눈치 챈 민사장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런 게 한두 번도 아니고...
“파스님? 시작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었다. 이왕 시작하는 거 새 부대는 준비되어 있으니 새 술을 담아 주는 게 좋지 않겠는가? 사실 민사장은 많이 고민했었다. 과연 자신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그러나 저들이 하는 짓을 보고 결정했다.
자신이 힘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 도둑들에게 집을 내어줬어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거리낌은 없어졌다. 도둑들로부터 집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하고 그 힘을 가지고만 있어도 안 되었다. 압도적인 힘을 휘둘러야 저런 도둑들이 감히 달려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한번 휘둘러 주기로 했다.
집을 지키기 위해서.
왜 반화가 모든 적을 찍어 눌렀는지도 깨달았다. 적이라고 판단되면 힘을 써야 했다. 없는 힘도 써야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명하가 황제가 되면 뉴월드 소속 능력자들 중 원하는 자들을 뽑아 아예 황제 직속 근위대를 만들 생각이었다. 뉴월드를 아예 재구성해서 황실을 구성할 계획은 이미 다 짜여 있었다. 그리고 정부도 새로 뽑을 것이다. 물론 그것까지 자신이 관여하진 않을 것이다. 그냥 깨끗한 술을 뽑을 수 있게 조금 도움만 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깨끗함이 오래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시작만큼만 그래도 깨끗하게 가자는 생각이었으니까 정보만 슬쩍 풀면 되었다.
“졸지에 황제의 가족이 되어버렸네... 우리 가족은.” 벌써부터 놀랄 부모님과 누나, 친인척들이 예상되었다. 반화네 가족들은...음... 명하처럼 덤덤할 것 같았다. 왠지... 자신의 처가는 여러모로 그랬다. 좀... 참 좋은데 가끔 무서울 정도로 침착해 보였으니까.
아마 반화도 그렇고, 명하도 그렇고 가족내력인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앞으로 더 바빠질 예정이라 민사장은 당분간 솔이는 명하에게 봐달라고 했다. 명하가 할 일은 별로 없으니까.
그러나,
“파스한테 시키고 솔이는 같이 돌봐야죠? 응?”
“예... 그래야죠...”
요즘 칭얼거림이 늘어난 솔이를 명하는 혼자 돌볼 자신이 없었다.
[오빠나 동생이나 나를 호구로 보는구만...제기랄...]
명하의 말을 들은 파스가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부부는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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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벌레 녀석이 이용했던 허차원이 몰려 있는 공간에 들어온 반화는 감회가 새로운 기분이었다. 이런 힘을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했던지...
스윽...
허차원에 손을 뻗어 한번 만져보는 반화. 물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이 보면 미친놈으로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쿠드드드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