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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8화 (279/295)

# 278화 #

278화

“크하!”

쿵!!!

워낙 몸집이 거대하다 보니 몇 걸음 걷지 않아도 쭉쭉 앞으로 나아가는 감염체.

후두둑 떨어지는 요괴 감염체들의 모습은 한 마디로 ‘기괴’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피를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상태가 어떠하든 놈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자신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존재에 대한 복수. 이미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은 늦었다. 분명 생각은 할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건 그저 괴상한 소리를 내는 것 밖에 없었다. 몸체가 움직이는 건 오로지 감염체 원점의 의지였다. 의지인지 본능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쿠웅!

-끼아아아아!!!!!!!!!

흠칫!

후두두둑!

“...크하! 크하!”

멀리서 들려오는 북요의 경계성 짙은 피어에 잠시 몸이 멈췄던 감염체가 이내 인간들의 머리가 내는 소리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본능은 도망치라고 하고 있었지만 머리에 붙어 있는 인간의 이성이 오히려 전진을 부추겼다.

쿵!!! 우드득!!!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짓밟으며 나아가는 거대 감염체. 그때,

쩌저저적!!!!

“!!!”

한걸음 더 앞으로 가며 북요의 영역에 발을 디딘 놈은 북요의 기운에 노출되며 순식간에 전신 석화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흘러내리는 감염체들도 없이 완전히 돌덩어리가 된 거대 감염체.

그렇게 상황은 허무하게 끝나는 가 싶었지만,

통!... 토토통!!

-끼아??

퍼석!!

“크하! 크하!”

콰직!!!

쩌저저적!...퍼석!

우르르르르...

돌이 된 줄 알았던 검대 감염체의 배 쪽에 미세한 구멍이 나더니 이내 균열을 만들며 갈라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분리된 감염체들이 쏟아져 나오며 그 압력으로 균열이 점점 심하게 났고 급기야 몸체를 세로로 횡단하는 선이 그어졌다.

쏟아졌던 감염체들이 다시 틈으로 들어가더니 석화된 몸체가 진동을 해 그 균열을 중심으로 석화의 껍데기를 벗어난 거대 감염체. 석화가 된 표면에 붙은 작은 감염체들은 그 상태에서 풀려지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부서진 석화 속에서 꾸물거렸지만 본체는 석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제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떨어져 나간 수만큼 줄어든 감염체의 크기, 그러나 이내 다시 사방에서 감염체들이 몰려들어 원래 크기를 회복시켜 버렸다. 아니, 이번엔 더 크게 만들어져 움직였다. 커진 만큼 둔해지고 계속해서 떨어져 나가는 감염체의 수도 많았지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며 움직이는 놈.

“크하!크하!”

석화가 되었다는 것에 분노한 것인지 머리 쪽에 있는 인간의 머리들이 분노 가득한 괴성을 질렀다.

과연 저 분노가 자신들이 지금의 모양이 된 것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석화로 만든 북요에 대한 분노인지 자신들도 모르는 상태로 놈들은 북요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제국으로 전진했다.

.

.

.

“오오오오!!! 여신이시여!!! 정말로 오시다니!”

“오오오!!”

“내가 왔다아아악!!!!”

-...뺘아...

미요는 순이가 점점 창피해졌다.

인간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포효하는 순이의 품에서 미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이상한 곳에서 나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잘했다! 인간들아! 으헤헤헤!”

“아아, 여신께서 칭찬을 해주셨어!”

순이의 말 한마디에 인간들은 기뻐하며 오열을 했다. 딱히 뭘 해준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잠시 돌아가 보면.

....

“아아아아!!! 어떻게 하지!?”

여전히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순이와 미요, 순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분명 방법이 생각날 것 같은데 나지 않는 그 괴로움은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고통이다.

보통 그런 문제가 생기면 순이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는 그냥 무시하는 냥아치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걸 꼭 생각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철학(?)과는 반대되는 짓을 하려니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모르면 반화를 시키면 된다는 자신의 철학의 가장 핵심이 없으니...

“아! 맞다! 걔들!!! 그 인간들이면 분명 바로 반응 할 거야.”

-뺘?

“있어, 그런 인간들이. 이반화가 꼭 닮아야 하는 녀석들인데 말이야.”

요즘 반화가 집사로서 자신에게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은 순이가 궁시렁거렸다. 애들이 많아지고 나서 관심이 점점 사라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섭섭한 건 섭섭한 것이었다.

반화 얘기를 들으면 또 다르겠지만...

“흐으음....”

방법이 생각났으면 바로 실행하는 것이 순이의 행동력.

그때 만났던 녀석의 얼굴이 잘 생각나진 않지만 최대한 그 모습 그대로 억지로 끄집어내서 얼굴의 윤곽을 그렸다. 그리고 이목구비까지 그려 넣은 순이는 마음속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 불러라! 이 몸을 불러라!’

과연 저 소리를 듣고 어떤 미친놈이 순이를 부를까 싶었지만 순이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

품에서 그 모습을 보는 미요는 일찌감치 그냥 포기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순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휙!!!

파지지직!!!

주변에서 계속해서 방해하는 힘에는 그냥 아예 주변에 전기장을 둘러서 막으며 혼신을 다해 집중하는 순이.

“인간아아아아!!”

-뺘!?

너무 속으로 열심히 생각하다 보니 저절로 입 밖으로 나와 버린 순이의 속마음, 미요는 설마 했지만 정말 자신의 예상과 한 치도 다르지 않는 순이의 단순한 생각에 정말 까아~암짝 놀랐다. 과연 1초는 생각했을까 의문이었다.

-에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쉰 미요, 가망이 없었다, 가망이. 그냥 이대로 반화가 오는 걸 기다리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쿠르르르...

갑자기 내뱉어진 순이의 피어에 굴 속 같은 장속에 묘한 울림이 생겼지만 이내 잠잠해지고 다시 순이를 향해 견제가 들어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후다닥 처리된 느낌에 미요가 순이를 쳐다봤다. 미요의 생각에는 아무래도 지금 내뱉은 피어가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뺘! 뺘!

“응? 왜? 조용히 해봐. 집중해야 된다니까?”

-뺘아!

“얘가 왜 이럴까? 응? 설마 피어에 움찔한 거 때문에 그래?”

-뺘뺘!

순이가 알아듣는 듯 하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미요. 그러나 순이는 귓구멍을 후벼 파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거 다 훼이크야, 임마.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거라고.”

-뺘??

“그러니까 그냥 힘 좀 빼 보겠다는 거야. 알겠어?”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순이지만 이런 촉은 또 좋았다. 아니, 촉이라기보다는 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이 힘껏 내려쳐도 반응 없던 놈이 겨우 피어에 움찔한다는 건 그냥 힘을 빼기위한 놈의 농락에 불과하다는 걸.

함정의 효과를 모를 순이가 아니었다. 설렁설렁해보이지만. 그러니...

“나와라 인간! 대답해라 인간!!!”

-...

이 방법이 최고였다.

지금은.

조금 한심해 보여도.

그리고...

‘설마 여신님...?’

“어?! 방금 들었어? 어??”

-뺘아?

“못 들었어?? 방금 대답이 왔다고!”

-뺘!?

설마 진짜 저게 통할 줄이야.

미요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부름을 받은 인간이 순이를 불러야 정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 대답만으로는 부족했다.

다시 부름에 대답한 인간에게 의지를 보내는 순이... 그리고...

‘아아!!! 저의 믿음에 응답하셨군요!!’

또 다시 순이에게 들려온 인간의 목소리.

“으헤헤헤!!! 데쓰(됐으)! 데쓰(됐으)! 이제 됐다!!!!”

갑자기 난데없이 죽음을 찾는 순이를 이번만큼은 한심하게 볼 수 없었다. 정말 성공했으니까. 물론 미요가 인간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순이가 굳이 지금 구라를 칠 필요는 없었다. 재미있는 구라도 아니고.

“나를 불러라! 인간!!”

‘아아...예!! 여신님!!! 저게 감히 신안을 뵙기를 청합니다!’

스르르...

인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약이 이루어지며 순이가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미요는 그 소환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가면 순이만 덜렁 소환이 되고 미요는 이 함정에 남게 되는 그냥 순이와 함께 미요가 이곳에 계속 있는 것보다 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미요는 이곳에서 절대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뺘!?뺘뺘뺘뱌!!!

미요가 점점 사라지는 순이를 보며 당황한 듯 울었다. 설마 자신을 진짜 버리고 가는 것일까?

삼이랑 자꾸 싸워서 밉보인 것일까?

미요의 머릿속은 혼란과 공포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흐흐흐...요 녀석, 쫄기는.”

그런 미요가 귀엽다는 듯 품에 안겨서 울고 있는 녀석에게 슬쩍 꿀밤을 놔준 순이. 요물처럼 굴지만 역시 아기는 아기였다. 이렇게 칭얼거리는 모습도 보여주고.

처음 보는 미요의 모습에 순이는 더 골려 주려다가 더 했다가는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 그만하기로 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미요의 머리에 톡 하고 가져다 대었다.

찌릿!-뺘???

“잠깐 나랑 연결되는 거야. 알았지?”

-...뺘!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낯선 기운에 잠시 순이를 봤지만 순이를 믿고 미요는 그 기운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미요는 잠시 순이와 하나가 되었다.

꿀렁!?!

순이의 기운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낀 함정을 판 놈은 당황하며 허둥거리다가 일단 순이를 붙잡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이 함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순이를 향해 촉수를 뻗고 차원을 왜곡 시켰다.

그러나 이미 순이는 소환계약에 따라 의지로서 소환이 되고 있는 중이었기에 차원왜곡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급하게나마 뻗은 촉수들은...

콱!!!

서걱!!!

?!?!!!

“성가시게 굴고 있어. 넌 좀 있다 보자고. 뒈졌어, 새키야.”

스르르...

자신을 향해 뻗은 촉수덩어리를 간단하게 잘라 챙긴 순이가 낮게 으르렁 거리며 그대로 미요와 함께 사라졌다.

크아아아아!!!!!!!!!!!!!!!!!!

먹잇감을 놓친 놈이 뒤늦게 분노를 터트렸지만 이미 놓친 먹잇감은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

.

.

그렇게 함정 탈출에 성공한 순이는 자신을 불러준 인간을 칭찬하며 나름 은총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한껏 으스대며 웃어주었다.

“으헤헤헤헤” 하고...

지금 미요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뺘아....

순이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게 된 미요는 정말 단순한 순이의 머릿속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새 우쭐거리고 있다니.

무려 방금 전까지 갇혀 있었으면서 벌써 잊어버리는 멘탈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빠아아악!!!!

......

제단으로 보이는 넓은 공터를 울리는 맑고 고운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순이에 대해 경배하는 인간들, 그리고 우쭐거리던 순이까지 일동 침묵했다.

그리고 태엽으로 돌아가는 목각인형처럼 돌아가는 순이의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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