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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7화 (278/295)

# 277화 #

277화

살기 위해서라면 그들은 어떤 짓이라도 할 생각이 있었다. 그게 바로 옆 동료를 죽이는 것이라도...

푹!!! 푹!!!

“?!컥!?!”

울컥!

순식간에 옆에 있는 자들과 눈빛을 주고받은 자가 사인을 주는 동시에 목표가 된 놈을 향해 비수를 꽂아 넣었다. 자신들이 살려면 뭐라도 해야 되었기에 그들의 눈에는 죄책감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서로 간에 유대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같은 왕가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독왕가는 다 따로따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이런 개자식들...컥!...”

당한 놈이 바보였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한명을 제물로 삼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면 그들은 얼마든지 서로에게 검을 들이밀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놈이 멍청하고 쓸모없는 녀석이었다.

“일단 감염체들의 수보다는 질을 올려야 돼. 그대로 놔두면 이번처럼 그냥 쓸려버릴 거야.”

“이놈의 피를 이용하자는 거지?”

“그렇지. 멍청한 놈이지만 그분은 공평하게 우리에게 힘을 나눠줬으니까 이놈을 중심으로 감염체를 모으자고.”

.

.

.

“어? 왔어??”

“엉, 이사는 잘 했어?”

“우리야 뭐, 구경만 했는데. 해골씨가 다 해줬지.”

이제 가족들도 해골씨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가끔 반화가 없으면 불러서 일을 시킬 정도로 편해져 있었는데, 사실 명하만 아니면 그렇게 자주 부르는 가족은 없었다. 요즘은 좀 덜하긴 했지만.

“그래? 잘했네. 롱이는?”

“지금 엄마랑 같이 있어. 그 뭐더라... 세계수? 걔랑 같이.”

“엄마랑...?”

이러면 나가리였다. 분명 롱이를 데려가려고 하면 어머니가 반대할 게 뻔했다. 할 게 많은데...

“왜? 또 뭐 시키려고?”

수화가 동생의 반응에 빠르게 상황을 눈치 챘다. 또 이상한 일을 하고 있다고. 그 증거로...

“뒤에 령이는 또 왜 저래?”

“어? 쟤?... 술 먹었어.”

“흐어어어어...”

미료의 부축으로 쓰러지지 않고 있지만 온 몸으로 흐물흐물함을 표현하고 있는 령이를 발견한 수화, 반화의 말에 조금 이상하지만 이해는 했다. 누가 봐도 만취 상태로 보였으니까.

“그래? 암튼, 엄마 오랜만에 롱이 봐서 좋아하고 있으니까 바로 데려가지마.”

“당연하지. 어차피 바로 데려갈 생각도 없었지. 아직 덜 박살냈거든.”

“뭘 박살내?”

“...있어, 그런 게.”

“혹시...설마 너? 지구를?”

“응? 그거 아니야.”

반화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박살내고 있는 건 지구가 아니었다. 반화의 말에 의심이 갔지만 어차피 이미 떠나 온 곳, 미련 가져서 뭐하나 싶어 일단은 넘어가는 수화였다.

.

.

.

“으아아아아!!! 이 더러운 자식!! 안 기어 나오냐!!!”

-뺘!!!

여전히 알 수 없는 놈의 함정에서 헤매고 있는 순이와 미요.

간간히 꿀렁거리는 동굴과 또 가끔씩 튀어나오는 촉수만이 순이와 미요의 말에 반응할 뿐이었다. 실체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점점 지쳐가는...건 아니고 더 열이 받은 순이가 난동을 부렸지만 어떻게 되먹은 세계인지 진흙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이반화 이 자식은 뭐하고 있는데 아직도 못 찾아?”

자기 잘못은 이미 잊어버린 순이는 반화 탓을 하며 신경질을 부렸다.

-뺘...

“왜? 어디 아파?”

힘없는 미요의 목소리에 순이가 신경질 내는 것을 멈추고 걱정되는 듯 물었다. 자신이 아무리 계속 마나호흡을 시켜 주고 있어도 미요는 갓 난 애기였다. 당연히 이런 환경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스럽게 미요를 살펴보는데...

“배고파?”

-뺘아...

“끙... 조금만 참아 봐. 여긴 먹을 게 없어...”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반화네 식구의 특성상 허기를 잘 못 참았다. 워낙 평소에 잘 먹으니 갑자기 굶어버리면 난리가 나는 것이다. 가장 심한 건 삼이였지만 미요도 아기인지라 식탐이 조금 있었다. 물론 안 먹는다고 문제는 안 생기겠지만 삼이처럼 점점 짜증을 부릴 테고 그럼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삼이도 아니고 좀 참을 수 있지?”

-뺘! 삼이와 비교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미요. 이 상황에서도 라이벌에 대한 경계는 여전했다. 태평한 녀석...

“약삭빠른 삼이네, 완전. 쯧... 요물은 개뿔.”

순이한테는 미요도 그냥 식충이였다.

“...삼이?...그러고 보니.”

그러나 문득 삼이가 생각난 순이. 물론 보고 싶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삼이를 떠올리니 최근에 있었던 삼이 납치 사건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때 분명 반화도 찾지 못해 신경질 부려서 짜증을 내고 있었는데, 지금 자신들의 상황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이다. 그럼 정말 문제였다. 반화가 자신들을 찾지 못 한다면...

아직 이 함정을 판 놈의 계획을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지만 시간 싸움을 하자는 건 눈치 챈 상태였다. 그런데 만약 반화가 자신들을 못 찾는 다면...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었다.

갑자기 위기감이 순이를 감쌌다.

“이거... 그냥 있으면 안 되겠는데?”

-뺘?

“아냐 아냐, 한 숨 자고 있어.”

괜히 미요를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미요를 안심시킨 순이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

“소환이 되었지, 삼이가. 그리고 또 소환으로 이동했어. 소환의지라는 걸로 계약을 맺고.”

고심하던 중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소환. 이건 차원 어디에 있든 간에 의지만 있으면 가능했다. 자신을 가둔 이 함정이 의지조차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반화도 하기 힘든 일이니까. 놈이 의지조차 막는 강한 놈이었다면 자신은 벌써 죽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니 분명 의지를 막지는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소환의지를 보내는 일이 남았는데.

“아씨, 이걸 어떻게 하더라.”

하는 방법을 몰랐다. 대충 듣기는 했지만 관심이 없었으니까.

온수매트의 따스함에 노곤노곤 지지느라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 이렇게 후회가 될 줄이야.

“의지니까 그냥 의지를 담아서 보내면 되나? 이반화 개객끼?”

과연 잘도 반화가 그 소리를 듣고 올까 싶었으나 순이는 진지했다.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정도 욕에 반화가 반응할 리 만무했다. 그 정도는 늘 듣고 있는 욕일 테니까.

“안 되나? 으으으음...”

왠지 반화를 욕하는 것만으로는 소환의지를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이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는 동안 계속 옆에서 함정이 순이를 툭툭 건드렸지만 아예 주위를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두고 생각에 잠겨버렸기 때문에 순이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다.

함정을 파 놓은 녀석은 오히려 그 모습을 환영했다. 혼자 저렇게 힘을 빼면 자신이 먹이를 삼킬 수 있게 되는 시간이 줄어들 테니까.

“안 돼. 반화 이 자식은 둔해서 분명 듣지도 못 할 거야. 다른 녀석들을 불러야 하나?... 다른 녀석들은 도움이 안 되잖아?”

-뺘?

혼자 중얼거리는 순이를 보며 미요는 좀 걱정되었다. 설마 미친 건 아닐까 하고.

다행히도 순이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이 모습이.

“내가 불러내는 게 안 되면 나를 부르게 만들면 되려나?”

평소 순이의 행동과는 완전 반대였다.

내가 귀찮으니 부르니 니가 와라! 이게 평소 순이가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부르면 자신이 가겠다는 엄청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가 있었다.

일단 누가 자신을 부를 것인가? 이게 제일 문제였다. 어중간한 의지로 불러 봤자 닿지 않는 다는 건 얼핏 들었다. 그럼 자신의 의지가 닿았을 때 열렬하게 그걸 부를 녀석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과연 반화네 식구들이 순이를 그렇게 열렬하게 찾을까?

삼이나 맹이는 모르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에이씨... 모양 빠지게 애들을 부르기도 좀 그런데.”

고양이에게는 도도함이 있어야 한다는 순이의 개인적인 신념에 금이 가는 소리였다.

-뺘아...(절레절레)

그런 순이를 보고 고개를 저은 미요. 이 아줌마는 철들려면 먼 것 같았다.

“뭐, 임마. 엉? 지금 내가 누구!...나 때문이구나. 미안.”

그래도 자기 잘못은 쿨하게 인정했다. 그걸 책임지는 건 다른 문제지만.

“아씨... 어쩔 수 없나?...아!! 그 녀석들이 있었지!”

결국 모양이 좀 빠지지만 일단 여기부터 벗어나고자 삼이나 맹이에게 의지를 보내려던 순이에게 한 녀석이 생각났다. 그 녀석이라면 분명 자신의 의지를 들으면 열렬히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좋아. 야, 이제 우리 나간다.”

-뺘?

“푸헤헤헤.”

-뺘아...(쯧쯧)

.

.

.

“반화야, 근데 순이는 어디 갔어? 통 안 보이네?”

안으로 들어가던 수화가 문득 궁금한 듯 물었다. 거의 온수매트에 들어붙은 귀신처럼 녹아있던 순이가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반화가 대답하려는 순간 저 멀리서 쪼그만 한 것이 반화쪽으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빠아아아~

“응?”

토도도도도!

쏙!“읏차! 삼이 왜 이렇게 신났어?”

-히히 여기 마음에 들어!

“그래?”

삼이 마음에 들다니, 롱이와 세계수가 꽤 신경을 써 준 모양이다.

“넌 애가 몇이냐? 결혼도 안 한 녀석이.”

“...”

“암튼, 순이는 어디 있어?”

“몰라, 어디서 또 사고치고 있겠지.”

“?? 그럼 빨리 데려와야 되는 거 아냐?”

“지가 알아서 하겠지. 지가 애도 아니고.”

이럴 줄 알기 때문에 순이가 반화를 부르는 걸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역시 그런 쪽으로 촉은...

.

.

.

꿀렁...꿀렁...

“커억...”

“크륵! 크륵!”

“...”

동료를 희생해서... 아니, 그냥 같은 인간을 이용해서 상황을 반전을 노렸던 독왕가의 녀석들. 그러나 그들은 감염체의 원점, 즉 자신들이 그분이라고 부르는 녀석의 힘을 너무 얕봤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감염체들을 그들이 이용하려던 인간 숙주와 합성시키는 도중에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인간이 벌떡 일어나며 자신들을 덮쳐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한 명도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고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감염체의 원점을 이용하는 자가 아니라 그냥 감염체의 원점으로.

그 결과 꾸역꾸역 감염체들을 계속 흡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이 감염 시켰던 칸 대륙의 요괴들의 절반에 가까운 양을 흡수한 괴물이 만들어져 버렸다.

쿠웅!...

쿠우웅!...

“크하! 크하!”

크기만 해도 산 하나가 허리에 까지 밖에 오지 않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놈은 아직도 흡수되려고 달라붙은 요괴들을 질질 끌고 다니며 자신들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 령이를 죽이기 위해서 칸 제국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머리로 추정되는 곳에는 다섯 개의 인간 머리가 괴상한 소리를 각각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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