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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5화 (276/295)

# 275화 #

275화

아르지너트라는 세계의 근원을 살짝 떼어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는 반화.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령이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서 조금 부담 되었다.

“좀 옆으로 가 봐. 달라붙지 말고.”

“그러다 또 도망치려고??”

“안 가니까 좀!”

“쳇...무심한 인간.”

반화의 말에 투덜투덜 거리며 자리로 돌아간 령이, 그래도 시선은 여전히 뜨거웠다.

꾸욱! 꾹!

반화의 힘에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힘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반항을 했지만 금세 힘의 차이를 깨달은 건지 아니면 포기한 것인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반화의 힘에 순응했다.

“오오오... 다, 다 된 거야?”

“일단 정화는 시켜놨어. 너하고 이제 동화되게 해야지.”

뽁!

“아 따거! 뭐야 갑자기!”

반화가 다짜고짜 령이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버렸다. 원래 동화가 이런 식을 했던가? 령이가 투덜거리며 반화를 노려봤다.

“그냥.”

훅!...

“...그냥??”

정말 그냥이었다. 령이가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장난 쳐 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냥 령이가 집중하느라 반화의 손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뽑은 령이의 머리카락은 반화의 ‘후’하는 숨에 하늘하늘 날아갔다. 푸른 수정 같은 령이의 머리카락이 빛에 반사되어 나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머리카락의 주인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알았어. 줄게, 줘.”

그만 장난치기로 한 반화가 이번에 정말 진지하게 손에 쥔 정화된 기운 덩어리를 령이의 입속에 훅하고 집어넣고 입을 꽉 막아버렸다.

“웁!?우우웁?!”

입이 막힌 령이가 놀란 눈을 하고 반화를 쳐다봤지만 반화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원래 이런 방법으로 굳이 하지 않고 그냥 흡수 시켜버려도 되지만 자꾸 령이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령이는 목을 타고 흘러가는 이물감에 놀라 버둥버둥했다. 그 이물질에서 점점 기운이 요동치는 것 같아 깜짝 놀랐지만 어느새 령이의 몸속에 들어 온 반화의 기운이 그 기운들을 자연스럽게 안내하며 령이의 기운과 동화시키기 시작했다. 그제야 안정적인 표정으로 돌아 온 령이.

“이제 됐다. 당분간은 힘쓰는데 좀 연습해야 될 거야.”

“우아아아...이, 이게 내 힘이라고?”

반화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의 내부에 돌아다니는 힘을 느끼며 령이는 한참동안 ‘우와’ 라는 소리만 내뱉었다.

.

.

.

[마스터.]

“응? 왜?”

령이의 멍한 모습을 지켜보던 반화에게 파스가 말을 걸어왔다.

[이걸 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

파스가 조용히 화면 하나를 띄웠다. 화면에는 전에 본 적 있는 크로마족들이 보였는데 뭔가에 황급히 달아나는 영상이었다. 아니, 현재 실시간으로 보여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야? 뭐에 쫓기는 거야? 그놈들이야?”

[예, 어떻게 알았는지 놈들을 쫓고 있습니다. 여기를 보시면...]

또 다른 화면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비춰져 있었는데 그 속에 크로마족들이 빠져있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땅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저건 또 뭐야?”

[노에라에게 물어 보는 게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음... 그래야겠다. 야, 야... 정신 좀 차려 봐.”

툭!...

쩌저저적!!!...콰득!

“... 뭐하냐?”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갑자기 자신의 몸을 건드린 반화에게 뿜어낸 령이, 순식간에 방안이 얼음 왕국으로 변해버렸다. 얼어버린 손을 털며 반화가 한숨을 쉬었다. 손을 원래대로 돌리고 령이를 쳐다보자 그녀도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왜, 왜 갑자기 건드려!”

적반하장으로 반화에게 화를 내는 령이. 순간 반화는 이 녀석의 뒤통수를 쳐버리고 싶었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일단 참았다. 원래 힘을 갑자기 얻으면 주체하기 힘든 법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좀 열 받았지만. 나중에 한번 제대로 구박하면 되니까...

아직은 명분이 조금 모자랐다.

“너 저기 좀 가라.”

“엉??”

뜬금없는 반화의 말에 령이가 멍한 소리를 내뱉었다. 갑자기 어디로 가라는 건지.

“가서 일단 미료 좀 불러 와.”

“??어, 어...”

얼떨결에 밖으로 나간 령이.

“저건 빈껍데기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흐음...”

남미에서 이미 귀왕가라는 녀석의 기억을 훔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빈껍데기일 뿐인 놈이 가진 기억이라고 해봐야 생전의 기억과 감염체를 퍼트리라는 기억뿐이었다. 본체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었다. 아마 저 독왕가라는 놈들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냥 다 없애야겠네.”

[그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있어봐야 도움 될 만한 것들은 아닙니다.]

크로마족은 사실 있으나 마나했고 뒤에 쫓아가는 저놈들은 정리를 해야 했다. 지금도 주변의 요괴들을 끌어당기면서 확산하는 것이 조만간 대륙을 뒤덮을 것 같았다. 그것도 악취 나는 마나로.

.

.

.

“저 자식이!”

낼름!

파츠츠츳!!!

-뺘뺘!

쩌저적!

...푸스스스...

“에이씨... 뭐 이런 개떡 같은 놈이 다 있어?”

-뺘!

“끙... 넌 절대 내 품에서 나오지 마. 알았지?”

말은 가볍게 했지만 상황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호기심 때문에 또 이런 일을 저지른 자신이 원망스러워질 정도로 상황이 별로였다. 반화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미요가 들고 있던 괴상한 돌덩어리를 이용해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때까지만 해도 룰루랄라 였다. 미요도 그런 순이를 따라 나름 신났는데 지금은..

질척.. 질척...

“이반화 나쁜 놈. 왜 안 뺏은 거야.”

반화가 들었으면 정말 어이없고 어리둥절할 정도로 황당했을 것이다. 그냥 애들이 가지고 노는 걸 굳이 뺏을 필요가 무엇인가? 애초에 반화는 그 돌덩어리가 호주에서 감염체가 남긴 것 중 하나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삼이와 미요가 그걸 가지고 왔을 때 묵인한 건 순이였고, 지금 이 상황도 다 순이가 만들어 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논리적인 생각은 순이의 머릿속에 없었다. 그냥 뭐가 안 좋은 게 있으면 다 반화 때문이었다. 집사가 일을 똑바로 안하니 이 모양인 것이다.

반화를 욕하며 다시 자신에게 뻗어오는 촉수 같이 기분 나쁜 것을 태워 버리는 순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반화가 떠나 후 순이는 미요를 꼬셔 돌덩이를 손에 쥔 순이는 만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돌덩어리는 그냥 돌덩어리가 아니라는 걸. 바로 감염체의 몸통이 되는 놈의 파편이 돌덩어리처럼 위장하고 있었던 거라는 것을 만지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냥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애들은 주웠겠지만 의외의 수확이었다. 이걸 바로 반화에게 말하면 그 놈은 이제 그냥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재미없는 것 아닌가? 항상 나른해 하던 순이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이 나고 그 모습을 보던 미요가 걱정된다는 듯 말했지만 이미 돌아간 순이의 눈을 돌릴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중에 반화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걸 눈치 못 챌 순이가 아니었다.

파편을 손으로 뭉개며 그 속에 있던 힘이 어디로 다시 흘러가는지 추적하는 동시에 순식간에 미요를 낚아채서 균열 속으로 들어간 순이, 물론 그 균열을 꼼꼼하게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반화가 쫓아와서 뭐라고 할 까봐... 지금 와서는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후회가 되었지만.

“겨우 균열 흔적 하나 지웠다고 못 쫓아와? 이 멍충이!”

순이가 후회하는 방법은 반화를 욕하는 것이었다. 미요는 아직도 애꿎은 반화에게 투덜거리는 순이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순이와 미요가 파편의 힘이 향한 곳에 도착했을 때 순이 바로 이게 함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파편의 주인은 함정을 허술하게 팔 만큼 녹록치 않았다. 다시 빠져나가려는 순이를 아예 고립시켜버린 녀석은 순이의 힘에 놀라 일단 도망가지만 못하게 막아 둔 상태였다.

그 덕분에 순이는 더 열 받은 상태였지만 함정은 견고했다. 이 곳은 놈이 그동안의 사냥 노하우가 집약된 함정이었다. 자신보다도 강한 놈도 이미 여럿 상대 해봤기 때문에 놈은 순이가 강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먹힐 것이라 자신했다. 그리고 이런 순이에게 집중하느라 자신이 작업하고 있던 독왕가와 귀왕가는 지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순이 하나만 먹으면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는데 거기에 신경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한눈 잘못 팔면 순이가 함정을 찢어버리고 나갈 것을 알기에 거기에 온 집중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젠장! 왜 균열이 안 벌어지는 거야!?! 엉!!!”

쩌저저적!!!!

...팟!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놈이 파 놓은 함정은 확실히 말려 죽이는 것에 특화된 곳이었다. 성질나는 대로 이리저리 힘을 폭발시켜봤지만 순이의 뜻대로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잠시 차원이 찢어졌다가 금세 회복 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너무 짧아 순이도 손 쓸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순이는 정말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솔직히 다른 것들이 순이를 위협하지는 못했다. 날아오는 촉수도 사실 성가시기만 할뿐 이었다.

다만 미요가 문제였다.

아직 아기인 이 녀석은 이 공간이 꽤나 부담이 되었다. 일단 이 함정은 마나의 순환이 없었다. 당연히 마나로 숨 쉬는 미요와 순이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아닐 수 없었는데 순이 같은 경우는 이미 자기자신이 하나의 세계와 같이 자가 호흡을 할 수 있기에 별 문제 없었지만 미요는 그러지 못해 순이가 직접 돌봐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마나가 말라붙으며 죽어버린다. 그래서 일부러 미요를 자신의 품안에 넣고 자신의 호흡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이 호흡 때문에 조금씩 힘이 소실되고 있었다. 물론 그 양이 아주 미세해서 티도 안 나긴 했다. 그러나 무한하지는 않았다. 그걸 놈도 알고 있을 테니 놈은 계속 기다릴 것이 분명했다. 순이의 힘이 자신과 비슷해질 때를...

순이가 차원을 찢을 때 역장을 걸어 방해하면서 계속...

어차피 이 공간의 놈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놈은 계속 외부에서 힘을 공급 받을 수 있었다.   세세하게 다루지는 못해 독왕가나 귀왕가처럼 잘못 걸리면 그냥 끝이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런 감염체가 한둘도 아니고 뿌릴 수 있는 곳엔 다 뿌려두었으니까. 자신은 그 많은 것들 중 하나만 건져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하다가 보면 언젠가 순이를 잡아먹을 수 있을 것이고 그때 자신은 그동안 적금한 것을 만기시킨 것처럼 순이를 먹으면 끝이었다. 시간은 놈의 편이었으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

.

.

“근데 순이는 아직도 안 왔어?”

[예, 아직...]

“얘는 또 어딜 간 거야? 쯧... 미요 데려갔으니 그래도 큰 사고는 안 치겠지.”

애도 데려갔는데 큰일은 없을 거라 착각한 반화는 그냥 신경을 껐다. 순이의 힘으로는 어디 가서 맞을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 걱정이 없었다. 그냥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반화의 예상과는 달리 순이는 꽤나 곤란한 상황에 있었지만...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얘 뭐해?”

미료를 부르러 간 령이가 오지 않아 반화가 짜증을 냈다. 얘들은 어딜 가기만 하면 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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