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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4화 (275/295)

# 274화 #

274화

해골씨는 훌륭한 이삿짐 배달원이었다. 굳이 박스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냥 그 상태 그대로 아공간에 배치해 넣어 두고 이사할 집에 똑같이 꺼냈으니까. 다만 집이 달라서 배치는 새로 해야 했으나 그것도 문제없었다. 가족들이 원하는 곳에 가리키기만 하면 해골씨가 알아서 옮겨 주었으니까.

순식간에 이사가 끝나서 오히려 가족들이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이사를 이렇게 해? 딴 사람들은 필요한 것만 줄여서 가져가야 된다고 난리던데.”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에 짐을 옮기려면 그만큼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틀란티스로 이동하고 있기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었으니 거의 피난민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물론 신도시에 도착해서는 그런 생각을 싹 잊어버릴 정도였지만.

“근데... 이거 집 맞아? 성 아냐?”

수화가 이제는 자신들의 집이 되는 곳을 둘러보며 말했다. 엄밀히 말하면 성처럼 크진 않았다. 집은... 다만 그 주위에 하나의 공원 같은 크기의 정원, 그리고 그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성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어? 언니!!”

“응?? 너 여기 있었어??”

“여기 우리 집이잖아.”

“응?? 너도 여기서 살아? 여기 말고 있었잖아?”

정원에서 두리번거리는 수화를 발견한 명하가 촐싹거리며 뛰어 와 말을 걸었다. 들어보니 민사장과 명하도 이 집에 산다는 말 같았는데 조금 이상했다.

“에이~ 셋이 살면 심심하잖아. 그래서 오빠보고 내가 집 좀 다시 만들어 달라고 했지.”

“??”

“저기가 언니랑 엄빠 사는 곳이고, 저기는 우리 가족, 그리고 저어~~기 큰 거 하나 보이지? 저게 오빠 집.”

“아~ 왜 이렇게 정원이 크나 했더니 안에다가 마을을 만들어놨네, 아주...”

“흐흐흐, 잘했지?”

수화의 말에 명하가 애교를 부려왔다. 반화에게는 하지도, 해서도 안 되는 애교였지만 수화는 그런 막내 동생이 귀여운 듯 귀를 잡고 당겼다.

“으어어어어어!!!”

“너 솔이 엄마, 아빠한테 맡기려고 그랬지? 내가 니 속을 모를 것 같아? 응?”

“아, 아파! 힝...”

“어디서 애교야? 일 끝나면 후딱후딱 와서 솔이 돌봐!”

“...알았엉...”

명하의 검은 속내는 수화에게 너무 쉽게 들켜버렸다. 결국 퇴근과 동시에 육아를 시작하게 된 명하...

“민사장, 아니... 제부도 와서 솔이 번갈아가면서 돌보고. 그리고 넌 어차피 낮에 일 안 하잖아. 내가 랑이랑 반화한테 다 들었거든?”

“어!? 이 배신자들!”

“시끄러.”

“췟...”

그렇게 명하의 음모는 파헤쳐졌지만 그래도 이런 집 구조는 수화도 마음에 들어서 심하게 혼내지는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애엄마가 된 녀석이라 철이 덜 들었을 뿐 솔이를 돌보는데 딱히 소홀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렇게 틈만 보이면 놀려고 해서 문제지만.

“언니, 언니. 근데 우리 집들이 해?”

“집들이?? 야, 지금 한국 사람들 다 이사했는데 어디서 집들이를 해??”

“아, 그건 또 그러네.”

아직 노는 걸 포기하진 못했나 보다.

.

.

.

한편 집으로 돌아 온 반화는 남미에서 감염체의 원점에서 얻어낸 정보를 정리 중이었다. 별로 쓸 만 한 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귀왕가라...아, 맞다. 파스.”

[옙?]

“거기는 어떻게 됐어?”

[일단 관찰만하라고 해서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크로마족이라는 놈들이 칸 대륙에 온 뒤에 또 다른 놈들이 왔었습니다.]

척하면 척이었다. 그냥 거기라고 했는데 바로 알아듣고 반화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파스, 녀석은 지금 바짝 긴장한 상태였다. 그 어느 때보다 반화의 기분이 몹시 언짢은 상태라는 걸 알기에.

“또? 아아, 흔적이 있긴 했었네. 그 놈들은 뭐해?”

[아무래도 그 크로마족이라는 놈들을 쫓아서 온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익숙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보였는데 무슨 일인지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고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대충 어떤 관계인지는 반화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균열 앞에서도 그 흔적이 충분히 남아 있었으니까. 반화가 집으로 오는 통로는 막아 두었기에 놈들이 그 게이트를 타고 이리로 오는 것은 막았지만 아무래도 그 쪽으로 칸 대륙과 관련된 간섭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차원미아가 되지 않고 두 그룹이나 무사히 칸 대륙으로 온 것을 보면.

물론 그들은 이제 다신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반화가 아예 세계를 소멸시켜버렸으니까. 그들은 고향을 잃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고향을 잃은 건 일부일 수도 있다.

“뒤에 나타났다던 놈들 사진 띄워 봐.”

[예. 여기 이놈들입니다. 상태가 영 메롱이긴 한데 나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건 놈들이 지나가면서 점점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감염체처럼.]

“감염체처럼이라... 이놈들도 그 놈하고 관련된 놈 같네. 응? 이 놈들은 인간 같은데?”

[아, 맞습니다. 확인 결과 칸 대륙의 언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칸 대륙?... 미료 좀 불러 봐. 아, 아니다. 내가 가야지. 어디 있어?”

[지금은 궁에 있습니다. 령이랑...]

“뭐야? 아직도 술 먹어?”

[옙...]

그나마 반화네 집에서 멀쩡한 녀석을 고르자면 당연히 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녀석도 술만 먹으면 영 메롱이었다.

스윽...

“쯧...”

“끄억!... 웅? 어? 반화다!”

술에 헤롱헤롱 거리던 령이가 자신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반화의 모습에 긴가민가하더니 손가락질하며 불러 댔다.

“아, 오셨습니까?”

다행히 미료는 그리 취한 상태가 아니라 등 뒤에 반화가 나타났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건넸다.

“쟤 얼마나 먹었어??”

“...일주일 동안 계속...”

“안주는? 밥은?”

“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보이네.”

실제로 후덕후덕해지진 않았지만 어쩐 느낌이 후덕해진 느낌의 령이가 여전히 헤롱헤롱 거렸다.

“그런데 무슨 일로?”

“얘들 알아?”

“예? 잠시 만요.”

파스가 띄워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는 미료. 이내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모르는 인간이었다. 다만...

“으음... 표식은 좀 낯익은 것 같기도 한데.”

“낯익다라...”

“검신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알 것 같은데요? 불러 올까요?”

“어.”

반화의 간결한 대답에 잠시 흠칫한 미료가 검신을 부르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반화와 술 취한 주정뱅이 여우만 남았다.

“야이쒸! 야! 임마! 이 쉐에엥키야!!”

“...”

“약속을 했으면! 어!? 마! 어?! 지켜야 되는 거 아냐!? 이 쒸에키!”

“약속? 아아아... 깜빡했다.”

“뭐?? 깜뽜아아악!?? 까아아아암뽜아악!?

“...파스, 얘 술 좀 깨워 봐.”

참다못한 반화가 파스에게 말했다. 아직도 ‘깜빡’을 길게 늘어뜨리며 소리 지르는 령이의 모습은 주정뱅이 중에서도 상 주정뱅이였다.

......

“... 배, 배가 고프네. 하하하...”

파스에 의해 강제로 술에 깬 령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먹을 거 여기 있잖아? 이거 먹어. 아까까지만 해도 잘 먹더만.”

“아~! 맞네. 하하하...”

“깜빡한 건 미안하다.”

“후루룹..쿱! 켁!!켁!...?”

반화의 입에서 분명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이 술에 덜 깬 건가 의심이 가는 소리라서 령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반화를 멀뚱히 쳐다봤다.

“좀 닦아라. 더럽게..”

슥! 슥!

“그, 그럼 힘, 주는 거야?”

“알았어. 줄게, 줘. 그거 안 줬다고 삐져가지고 뭐하는 거냐.”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닌데.”

령이가 술을 먹은 건 순전히 술에 취한 그 알딸딸함이 좋아서였지만 반화의 오해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딱히 강하게 변명하진 않았다. 이럴 땐 오히려 이렇게 기죽은 듯 한 모습을 보이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걸 알고 있는 요물, 구미호가 바로 령이었다.

끼익...

“저, 데려 왔는데요?”

예상외의 방 분위기에 미료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말했다.

“응? 아아, 일단 이거부터 해결하고 줄게.”

“진짜지??”

“어. 들어 와. 거기 있지 말고.”

미료가 방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검신이 쭈뼛쭈뼛한 모습으로 따라 들어왔다. 반화가 어떤 인간이지 알기에 절로 몸이 굳은 것이다.

“할아버지, 이것 좀 확인해 주세요. 분명 낯은 익은데 기억이 안 나네요.”

“음...보자...”

다행히 검신이 반화에게 말을 걸을 필요는 없었다. 미료가 옆에서 바로 파스가 띄워 준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으니까.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검신, 이내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 떴다.

“이놈들, 독왕가구나!”

“독왕가...요?? 아! 그렇구나...”

예전에 미료가 독왕가를 찾으러 다닐 때 잠시 소매와 등에 그려진 표식을 본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없어 그냥 포기하고 까먹고 있었는데 그게 여기서 나오다니... 미료가 슬쩍 반화의 눈치를 살폈다. 잘못하면 일 제대로 안 했다고 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독왕가? 그러니까 원래 여기 살던 놈들이란 말이지?”

“예! 칠왕가 중 하나였습니다.”

“이놈들이 거기로 넘어갔어나 보네.”

그럼 그놈들이 이리로 온 것이 말이 되었다. 이미 저들이 아르지너트 대륙으로 넘어가면서 간섭이 생겼고 반화가 열어 놓은 균열을 통해 다시 그 간섭으로 인해 이리로 흘러 온 것이리라. 물론 저들이 어떻게 저쪽으로 넘어 갔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 놈들이 나타난 겁니까??”

검신이 반화를 향해 물었다. 당장이라도 달려 갈 기세라서 반화가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다.

“뭐야? 얘들한테 무슨 원수라도 있어?”

“큼... 그건 아니지만 꽤 고생했던 터라...”

바로 반화가 시킨 정화 작업 때문에 독왕가를 찾아 나섰던 검신은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결국 꽁무니도 보지 못한 상태였었다. 당연히 별로 좋은 감정은 없었다.

“흐음... 일단 알았어. 가 봐.”

“??...예.”

확인했으니 되었다. 그 다음은...

“령이, 너는 잠깐만 기다려 봐. 기운 좀 정화해서 줄 테니까.”

“그럼그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지! 이 정도는.”

곧 있으면 반화에게 힘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남아 있던 취기도 사라져버린 령이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반화를 바라봤다. 흡사 삼이가 반화에게 먹을 걸 달라 할 때의 표정이라 반화가 잠시 당황했지만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저럴까 싶어 측은해졌다. 순이가 그렇게 많이 괴롭힌 건가 싶기도 하고...(순이는 딱히 령이를 괴롭히지 않았는데...)

마침 방금 전에 세계 하나를 통째로 흡수하고 정화하지 않은 상태로 둔 것이 조금 있어 그걸 주면 될 것 같았다. 당연히 령이에게 맞게 정화작업을 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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