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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1화 (272/295)

# 271화 #

271화

“얼마나 걸리지?”

“이동 수단이 없어. 적어도 3일은 달려야 한다. 그것도 우리 기준으로.”

“딸린 식구들까지 데려가려면 10일은 넘게 걸릴 수도 있다.”

“...다 데려가는 건 욕심이다.”

“...”

10일을 넘게 도망친다는 건 한마디로 다 죽자는 얘기였다. 저들은 금세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뒤쫓아 올 게 뻔했다. 그러면 그땐 반항도 못하고 끝이었다. 자신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 줄 놈들이 필요했다. 당연히 그게 자신들은 아니고 자신들의 식구들은 아니었다.

“버려야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

권력자의 자기합리화는 빠르고 단단했다. 그리고 쉽게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지금 바로 준비 하지. 1시간, 그 정도면 되겠지?”

“충분하다.”

...

은밀하게 전달된 권력자들의 판단은 빠르게 핵심 인원들에게만 전달되고, 그 사실이 퍼지지 전에 빠르게 무리가 꾸려졌다. 약속했던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몰래 모인 이들

“다 왔나?”

“얼마나 되지?”

“1000정도 밖에 안 된다. 더 데려가도 되지 않을까?”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그리고 이정도만 해도 금방 알아차릴 수도 있어. 그럼 동요가 일어나. 지금 이대로 가야한다.”

제 식구를 더 챙기고 싶어 하는 새대가리의 의견을 그대로 묵살한 개대가리. 지금도 충분히 많았다. 12부족, 각각 100명 정도의 규모니 충분했다.

“출발하지. 늦으면 분명 발목 잡힐 거다. 지금도 아마 우릴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원이 빠지고 움직였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남은 자들은 설마 자신들이 버림받을 것이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부족에서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왔으니까. 권력자들이 분명 무슨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버림받은 줄도 모르고... 그것도 고기 방패로 사용되어지기 위해...

.

.

“개새끼들!!”

“크아아악!!!”

쿵!!

“또, 또 온다!!!”

온갖 비명소리와 욕설, 그리고 처절한 신음이 흐르고 있는 곳에 또 다시 땅에서 진동음을 들려 왔고 그 위에 있는 자들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편일 때는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는데 적이 되니 공포 그 자체였다. 그동안 다른 종족들을 쫓아내기 위해서만 사용했던 모든 것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오는 상황에 크로마족들은 절망했다.

그런 이들을 다독이며 대응할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할 이제 권력자들은 없었다.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사실과 그들의 앞에서 무자비한 살육을 벌이고 있는 적들을 보며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비명을 지르며 삶을 구걸하는 것, 그 하나였다.

그러나 그 비명은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쩌저저적!!!!

콰드드득!!!!!

“!!”

“도망, 도망가야 돼!”

“멍청한 소리 하지 마! 이미 스왈로네크가 우리 발밑에 있어! 도망 갈 수 있을 것 같아??”

서걱!!!

“이런 쓰레기들한테 결국 당하다니! 제길!!”

개개인으로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놈들이었다. 자신들이 휘두르는 간단한 공격조차 막아내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지고 찢어졌으니까. 그러나 저런 놈들이 뭉치자 손발이 부족했다. 놈들은 자신들의 죽음은 신경도 쓰지 않았기에 크로마족들의 부족한 손을 붙잡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그 빈틈을 다른 놈들이 파고들었다.

“컥!!”

옆에 있던 동료가 또 당했다. 게걸스럽게 동료를 뜯어 먹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모른 척 해야 만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도 곧 저 꼴이 날 테니까.

“씨발... 지들끼리 살겠다고 우릴 이렇게 버리다니.”

모든 분노는 적들이 아니라 자신들을 버린 놈들을 향했지만 그 분노를 받고 있는 놈들은 아마도 잘 먹고 살 잘 곳으로 떠났음이 틀림없었다. 그게 억울해서 이대로 죽기 싫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놈들은 더 멀리 달아나고 있겠지만 그 억울함 때문에 역설적으로 전투의지가 불탔다.

그러나 분노만으로는 생을 연장할 수 없었다.

콱!!!

....

“꽤나 끈질긴 놈들이었어.”

“크크크, 그래 봤자 였지만.”

“쓸 만한 놈들이 없다.”

전투가 끝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들. 보통 혼자 나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전투는 그 규모가 크기 때문일까? 비슷한 모습을 한 놈들이 여럿 나타나 폐허가 되어 버린 전장을 둘러 봤다.

“요괴들과 전쟁을 벌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분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 규모였다.”

“도망간 놈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준비해. 하나도 놓치지마. 이것들이 다 우리 왕가의 재산이 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

.

.

이미 도주한지 한참이나 지난 크로마족을 뒤쫓는 건 쉽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도망자 신세였지만 그들은 아르지너트 대륙을 지배하던 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핵심들만 이동하다보니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애초에 최대 5일은 걸릴 것으로 짐작했지만 최소의 시간이 3일 안에 도착할 것 같은 속도였다. 그만큼 서둘렀다는 의미도 있었다.

“너무 빠른데?”

“확실한 장소로 가는 것 같습니다.”

뒤쫓던 자들이 직선으로 흔적도 지우지 않고 도망가는 놈들의 흔적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 대륙에 도망 갈 곳이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빨리 쫓아가기나 해. 이 일이 끝나면 그 때부터 이제 우리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거다.”

“오오오... 예!”

그들을 이끄는 자의 말에 흥분한 인간들이 각자 이끌고 있는 종족연합의 속도를 더욱 올리기 시작했다. 못 쫓아 와서 낙오된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명령을 내려 놨으니 알아서 쫓아 올 것이다.

.

.

.

“다른 곳은 별 일 없어?”

[예, 호주가 끝입니다. 더 이상 도발은 없습니다.]

호주를 끝으로 더 이상 놈이 반화를 열 받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반화를 열 받게 만들어 주고 있었지만. 툭툭 치면서 시비를 걸어 놓고 모른 척하니 더 약 오르는 것이다. 그걸 노렸다면 놈은 정말 천재였다.

툭! 툭!

“산만하니까 좀 그만 좀 할래?”

순이가 계속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반화를 보며 한 소리했다. 삼이는 반화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까닥 까닥 하다가 추자 아쉬운 듯 했지만...

“쯧... 그게 뭐가 자꾸 약 올라서 그래? 진짜 신이라도 되려고 그래? 니가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어?”

반화의 향한 묵직한 폭력이 순이의 입에서 나왔다.

“끙... 알았다고.”

순이의 말대로 자신이 인간의 수호신도 아니고,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이렇게 열 받아 하는 걸까? 솔직한 말로 자신이 더 죽였으면 더 죽였지 덜 죽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너무 천적이 없는 생활을 계속하다보니 거기에 물이 든 모양이었다. 순이 덕분에 여유를 찾은 반화.

“령이는 뭐하고 있어?? 왜 이렇게 안 와?”

“술 퍼마시고 있겠지.”

순이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순이에게 대답을 원한 것도 아니었다. 매일 뒹굴 거리고 있는 녀석이 알 리가 없을 테니까.

“파스.”

[옙.]

“령이 뭐하고 있는지 좀 봐봐.”

[알겠습니다.]

“아, 또...”

[?]

“이주 진행 상황도 좀 체크하고.”

[옙.]

훌륭한 노예...가 아니라 비서 파스는 반화의 말에 빠르게 상황을 체크했다. 일단 반화의 기분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니 따지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복지가 꽝이긴 했지만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을 때 말고는...? 아니다. 기분이 좋아도 딱히 일을 덜 시키진 않은 것 같았다. 파스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따져야 할까?

아니, 지금은 아니었다. 기분이 좋을 때 따져도 혼날 텐데... 지금은 그랬다가는 산산조각 분해 시켜 버릴 지도 몰랐다.

...

[령이는 별 일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주는 호주의 상황을 전해들은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긴 합니다. 물론 힘 좀 가졌다는 놈들이 훼방을 놓고 있긴 합니다만.“

“훼방을 놔?”

[예, 거짓 선동이라면서 뉴월드를 비난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 미친놈들이네.”

그걸 보고도 아직 그런 소릴 하는 놈들이면 정말 미친놈들이다. 그런 놈들까지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아니, 혹시라도 그런 놈들이 이주할 까 그냥 아예 막아 버릴까 생각했다. 물론 생각만으로 끝냈다. 그런 놈들이 안 넘어 간다고 해서 그런 놈들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테니.

[그래서 그냥 그런 놈들 무시하고 이주 할 사람들만 이주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으로 막으려고 하면 제가 알아서 슥삭! 해버리니 막지는 못하더군요.]

“잘했어. 근데 그렇게 해도 그 지랄인 거냐?”

[예.]

지독하다. 권력이라는 건. 자기 코앞에 총구가 드리웠는데도 포기하지 못하는 걸 보면.

[음? 잠시 만요.]

반화에게 보고를 하던 파스가 갑자기 뭔가 일이 생긴 듯 말을 멈추더니 한참을 침묵해버렸다.

...

[마스터. 이상한 놈들이 보이는데요?]

“이상한 놈들?? 또 감염체야??”

[아뇨, 감염체는 아닙니다. 그리고 지구에서 보인 것도 아닙니다.]

“응?? 설마 아틀란티스로 넘어 간 거야??”

그렇게 되면 반화의 계획이 완전 헛수고가 되어 버린다. 물론 그런 일이 없게 반화가 아틀란티스를 지구와 완전히 격리 시켜두고 게이트만 뚫어 놓은 상태긴 한데, 그 게이트로 뭔가 이동했다면...

[아틀란티스가 아니고 칸 대륙입니다. 요괴인 줄 알았는데 요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요.]

“?? 칸 대륙?”

[예, 좀 외진 곳인데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최근 반화에게 잔소리를 많은 듣는 파스는 세 개의 차원을 정말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기에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니 못했다면 아마 늦게 발견했을 수도 있었을 외진 곳에서 나타났으니까.

반화는 파스의 말 중 갑자기 라는 말에 인상을 썼다.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꼼꼼하지 않다는 것이거나 정말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데...

“또 농땡이 피웠냐?”

[아닙니다!! 진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억울합니다!]

“그래?”

파스의 격렬한 부정에 반화가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면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데, 갑자기 나타나려면 하나 밖에 없었다.

“또 차원을 넘어 오는 놈들이 있다는 거네?”

[아! 근데 차원을 넘어 다니는 놈들이라고 치기엔 좀 약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넘어 왔다고 하기도 좀 그런 것이 숫자가 좀 많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릴까요?]

“어, 띄워 봐.”

반화의 말에 곧장 파스가 허공에 사진의 띄웠다. 그런데...

-웅?? 어! 문어 대가리다!

“응? 삼이가 아는 녀석이야?”

-웅웅!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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