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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70화 (271/295)

# 270화 #

270화

화목한 가정을 보며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다들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 사람이 다수가 되면 멀쩡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걸 반화 집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진짜 왜 갑자기 이주하라는 거야??? 안 그래도 요즘 그런 말이 많은 것 같던데.”

“지구를 노리는 놈들이 있어서. 미끼로 줘 버리려고.”

“?? 왜 지구를 미끼로 줘? 차라리 다른 세계를 미끼로 주는 건 안 돼?”

수화가 반화의 말에 꺼림칙한 듯 물었다. 그래도 고향이고 자신들이 잘 살고 있던 지구인데 갑자기 이러니 의문인 것이다. 반화가 정말 얼마나 강한 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가장 옆에서 보고 듣는 것이 있으니 겨우 지구 노리는 놈들 때문에 반화가 호들갑 떠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고 싶은데 그 놈이 지구만 먹고 튀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

아틀란티스는 파이가 커서 놈이 피해갈 가능성이 높았다. 반화 덕분에 너무 먹음직스러워진 세계이긴 하지만 그 놈의 머리를 쓰는 걸 봐선 함정이라고 눈치 챌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구는 너무 작았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는. 이왕 버릴 거 작은 거 버리고 큰 곳으로 가는 것이 반화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였다.

“으음...”

“가도 여기랑 똑같이 꾸며놔서 별 차이는 못 느낄 거야. 그냥 좀 더 넓은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돼.”

반화의 말대로 신도시와 근접한 곳의 환경은 거의 지구와 흡사했다. 다른 나라와의 거리는 더 커지긴 하지만 그건 이동 마법진으로 해결하면 되니 오히려 더 짧아지게 된다. 물론 완전히 모든 환경이 같은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파스가 직접 설계해서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니까 자연적인 미는 부족하다. 도시를 벗어나면 물론 지구의 자연보다 더 자연같은 환경이 나온다. 그리고 엘프들을 동원해서 도시 안에도 충분히 자연 환경을 집어넣을 계획이었다. 천천히 하려던 작업이라 아직이지만.

“우리야 이제 상관없지. 네 아빠도 이제 카페 일도 접고 집에서 애 보는 재미에 빠졌고.”

어머니는 큰 거부감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원래도 도시에 사셨던 분이니.

“나도 뭐, 집에서 일하니까 상관없지. 근데 지금 연재하고 있는 게 있는데 이건 어쩌지??”

“거기도 인터넷 잘 돌아가니까 그대로 유지 될 거야. 소스 옮기는 것도 금방이지.”

“그래? 그럼 나도 찬성. 아! 애들 교육은? 그것도?”

“그거야 옮기면 되지.”

“사람들이 넘어 갈까?? 아무리 떠들어도 눈앞에 닥치지 않으면 당장의 이익 때문에 안 갈 걸??”

돈이 있고 권력이 있는 자들이 과연 자신들의 기반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 가려고 할 것인가는 조금만 생각할 수 있으면 의문을 가질 생각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불확실한 곳으로 옮기는 걸 거부할 것이다. 당장 자신의 목숨이 위협되지 않는다면.

“괜찮아. 목에 칼을 들이댔는데 그래도 남아 있겠다는 놈들까지 데려갈 생각 없어.”

“...”

수화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것도 분명 가족들을 위해서라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해도 가끔씩 섬뜩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될지도 모르는데 저런 말을 너무 무미건조하게 하는 동생이 낯설게 느껴졌으니까.

그녀에겐 여전히 반화는 자신이 업고 놀아 주던 꼬마였다. 그건 부모님들에게도 같았다.

“그래도 최대한 노력을 해줄 거지?”

“뭐, 그것까지는 해주죠. 멱살 잡아서 끌고 가진 않겠지만.”

“그거면 되었다.”

“그럼 일단 명하한테 말해서 집부터 구경하세요.”

“그러마.”

평소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말을 잘 들었지만 이런 결정은 항상 아버지가 했다. 어머니가 일부러 결정권을 넘겨주는 것이다. 물론 그 결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을 때만.

반화네 가족은 그렇게 이주를 결정했다.

“난 갈 때 있으니까 명하한테 전화하든 민사장한테 전화 해봐.”

“응? 같이 안 가고?? 어디가게??”

“호주.”

“호주??? 뜬금없이 거긴 왜??”

“다 죽었거든.”

“...??!!!”

반화의 말에 깜짝 놀란 수화가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반화는 이미 떠난 뒤였다.

“진짜 지구가 망하는 건가...?”

사실 반화가 그렇게 말했지만 실감이 안 되었는데 진짜 호주가 그렇게 되었다는 말에 조금 실감이 나려 했다. 지구가 망하는 건 영화에서만 나오는 일인 줄 알았는데.

...

“박살을 냈네.”

[감염체라서 아예 깔끔하게 날려버리는 게 답이었습니다.]

“시끄러 임마. 니가 알아차렸으면 이런 일 없었겠지.”

[옙...]

호주의 상태는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감염체가 날뛰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감염시키고 공격하는데 호주 전체에 퍼지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파스가 눈치를 챘을 때는 이미 멀쩡히 살아 있는 존재는 없는 대륙이었다. 한마디로 게릴라전에 제대로 특화된 놈이라는 말이었다. 몸통이 과연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삼이 작품이야?”

[예. 아, 미요도 같이 왔습니다. 순이가 데려 왔거든요.]

“끙... 걔는 왜 그러는 거야.”

[조기 교육이라고...]

파스가 호주가 난리 났다고 얘기하고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반화는 그냥 순이에게 맞겼다. 아니, 그냥 순이가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반화는 순이가 다른데 가서 힘쓰는 것보다 이럴 때 힘쓰라고 그냥 그러라고 했는데 삼이와   미요를 데려갈 줄이야. 아니, 삼이는 짐작했다. 그런데 미요는 의외였다.

[그래도 정리는 깔끔하지 않습니까? 삼이가 거의 다하긴 했지만.]

“삼이 전문이 깽판에 다 때려 부수는 거니까 잘 할 수밖에. 미요는 어땠어?”

[아직 화력은 많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마스터가 심어둔 기운을 완전히 사용하지는 못하니 삼이에 비하면 많이 모자라죠.]

“삼이처럼 힘에 날뛰어서 반항하면 귀찮아지니까 일부러 그런 거야. 조금씩 조금씩 얻어야 안 기어 오르지.”

[어차피 미요는 힘으로 기어오를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만?]

“끙...”

파스의 말대로 미요는 힘에 큰 매력을 못 느꼈다. 대신 머리가 잘 돌아 갔다. 아마 조금 더 크면 삼이를 골리는 건 미요가 될 것이다. 적당히 수위는 조절하겠지만.

어쨌든 감염체의 확산은 호주에서 마무리 하긴 했다. 대륙이 전쟁 난 듯 초토화되긴 했어도 어차피 사람도 없을 테니 별 문제는 없었다.

“이거 퍼트려. 미국은 벌써 알고 있지?”

[예, 미국은 이미 정보를 입수 했습니다. 어떻게 퍼트릴까요?? 밑에서부터?]

“아니, 그냥 시스템 마비시켜.”

[음... 알겠습니다.]

지금 반화가 보고 있는 장면을 필터 없이 보여준다면 사람들도 정신 차릴 것이다. 진짜 칼이 자신들 목까지 들이밀어 졌다는 것을.

“이걸 보고도 정신 못 차리면 뭐, 어쩔 수 없지. 굳이 그런 놈들까지 챙길 필요는 없을 테니.”

이제 정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반화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약 올라 있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당해버렸다. 겨우 이런 감염체 따위에. 지금 놈이 아마 자신의 작전이 성공해서 낄낄 거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이 새끼를 어떻게 조져야 하지?..”

.

.

.

“역부족이다! 피해야 한다!”

“스왈로네크가 도리어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있어!”

“벌써 우리 코앞까지 몰려 왔다.”

“...”

서로 각자의 할 말만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는 크로마족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패배.

살고 싶으면 빨리 뭔가를 해야 했다. 종족연합놈들은 죽여도 죽지 않았다. 그리고 저들에게 넘어간 스왈로네크는 도리어 자신들의 발밑을 공격했다. 그 뿐이면 그나마 조금 나았을까? 그러나 스왈로네크는 새로운 변수까지 만들어 했다. 놈이 발밑에서 뿌리는 마이구로에 멀쩡한 자신들의 병사들이 중독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절반을 날려버렸다.

“그 놈들은 도대체 뭐야!?”

“모르겠다. 정체를 알 수 없어. 분명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

“분명 그놈들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가 끝나면 항상 나타나는 괴상한 놈들, 그놈들을 확인한 것만 벌써 몇 번째였다. 놈들은 절대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종족연합을 움직였다. 크로마족은 진정한 적을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렸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사치였다.

“굴욕이군...”

대륙을 지배하던 존재에서 이제는 쫓겨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정확히 어떤 놈들인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그냥 들이받아 버리는 건 어때? 아직 우리는 여력이 남았잖아.”

“가능성이 있다면.”

“없어. 스왈로네크가 다 넘어갔다. 부딪히는 순간 우리 발밑이 지옥으로 변할 거다.”

“...”

냉정한 평가에 다른 크로마족들도 입을 다물었다. 크로마족의 각 부족장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결론을 내려야 했다. 이러고 있는 시간에도 적은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전에 내 부하한테 들은 건데... 어쩌면 그 놈들 다른 세계에서 왔을 수도 있다.”

“?? 그건 무슨 소리지?”

“일전에 한 가지 요청이 들어 왔었다. 외곽 쪽에서 온 건데 이상한 놈들이 성에 쳐들어 와서 자리를 꿰차고 있다고 하길래 전사 하나를 보내줬었다. 그런데 그 놈이 갑자기 사라졌어.”

“그래서??”

“조사단을 보냈지.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그냥 잊고 있었다. 그때 한창 마이구로 때문에 골치 아픈 상황이었으니까. 물론 보고는 받았다. 근데 그때는 헛소리로 치부했는데 지금 와서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군.”

새대가리 녀석이 하는 말에 다들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한시가 급한데 요약도 모르는 새다가리 자식... 그러나 지금 말을 끊으면 저 새대가리는 또 까먹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아무도 녀석의 말을 자르지 못했다.

“그때 보고에는 그런 말이 있었다. 이상한 공간 균열이 보였다고.”

“이상한 공간 균열? 거기에 대해서 조사는?”

“그게... 그 멍청한 녀석이 보기만 하고 돌아섰다고 했다.”

“이런 망할!!!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거기서 저 놈들이 나타났다는 거야??”

“쓰읍... 진정해.”

결국 답답한 쥐머리가 놈에게 소리를 질렀다. 들을 만큼 들었으니. 다른 녀석들이 쥐머리를 진정시키고 새대가리에게 물었다.

“결론은?”

“놈들의 대가리가 거기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니 그때 이후로 종족연합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흐음...”

못미더운 새대가리였으나 지금 그들은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어디야?”

“정확한 위치는 모르고 대략적인 위치는 안다. 남부 쪽이다.”

“...남부 어디? 망할 새대가리야!!!!”

쾅!!

“쥐새끼가!! 누구보고 새대가리라는 거냐!!”

“시끄러워.”

“...큼...”

새대가리와 쥐대가리를 조용히 시킨 개대가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남부 어디?”

“... 여기다.”

새다가리가 얌전히 지도의 한 점을 찍었다. 남부라면 다행히 막힌 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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