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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69화 (270/295)

# 269화 #

269화

뉴월드가 신도시 때문에 한국에서 이주 한 뒤 이제 살만해 지려고 했는데 다시 그곳에 가서 이제는 뉴월드의 지배를 받으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물론 민사장이 말로 절대 자신들이 지배를 하거나 간섭하는 일은 없을 거라 했지만 권력을 맛 본 사람들은 믿지 못했다. 자신들이라면 절대 그 권력을 그렇게 버리지 않을 테니까. 민사장의 생각을 자기들 입장으로 생각한 것이다.

굳이 지구를 떠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파스를 통해 모든 정보가 통제되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민사장이 정말 마음먹으면 그들의 속옷 색, 배변 활동, 불륜까지 몽땅 알아낼 수 있는데 일부러 그러지 않는 것도 모르고 배짱 장사를 하고 있었다.

“여보, 뭐하려고요...?”

“뭐하긴요, 꼭 우리 손으로 조질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당신은 정보라는 칼을 너무 경계해서 문제에요. 이럴 때는 과감하게 써야 된다고요.”

“물론 그 무기가 강력하다는 건 알지만 양날이 검이 될 수 있어요. 우린 결코 지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힘이 자꾸 사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지배를 하게 되요. 그게 인간이니까. 명하씨나 나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반화씨 같은 괴물이 아니고서야 이런 힘을 쓰는 건 분명 경계해야 해요.”

민사장도 몰라서 정보라는 칼을 휘두르지 않는 건 분명 아니었다. 아니, 누구보다 그 힘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칼을 휘두르면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는 사람이 민사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경계하는 것이다. 자신도 저들처럼 힘에 취하는 일이 없도록.

“그건 또 그러네요. 우린 오빠가 아니니까.”

한번은 힘들 것이다. 두 번은 조금 힘들고, 세 번은 더 쉬워질 것이다. 그게 인간이었다. 반화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는 건 사실 그가 인간을 벗어난 힘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개미들을 인간이 굳이 지배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그에게는 너무 하찮은 힘이라 아예 그런 생각 조차 없는 것일 뿐이었다. 거기에 반화도 아예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고 계속 뭔가를 주워오고 부수면서 그 욕심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

“정보의 힘은 우리의 것이 아니니까 더더욱 경계해야죠. 자기 것도 아닌 걸 자기 것처럼 생색내는 것만큼 쪽팔린 짓은 없을 테니까요.”

“쳇... 그래도 이번엔 좀 쓸 거예요.”

“뭐, 경계를 하라고 했지 쓰지 말란 소리는 아니었어요. 이번엔 마음껏 칼춤 춰 봐요. 임신하느라 스트레스도 쌓였을 텐데.”

쪽!

“오늘 밤...”

[좋은 분위기에 미안한데 말이지.]

헉!

그들이 파스의 힘을 쓸 수 있긴 하지만 이 부부도 파스 감시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물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파스가 침해하는 일은 없긴 하지만 급한 일이 있으면 이렇게 불쑥불쑥 나오기도 했다. 양날의 검인 것이다.

분위기 좋았던 민사장과 명하가 헛기침을 하며 살짝 떨어졌다. 눈치 없는 파스...(과연?)

“왜요?”

[마스터가 빨리 처리하라는데? 느낌이 안 좋다고.]

“우리나라가 이래서 안 된다니까? 위에서 빨리빨리 하라고 하면 뭐 밑에서 척! 척! 할 수 있는 줄 알아?”

[그건 마스터한테 따지는 게... 아, 마침 지금 온다네.]

“어?? 어?! 지금?”

아직 찔리는 게 남은 명하는 반화가 온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설마 카드 내역을 자세히 본 건가 하는 불안감이 든 것이다.

스르륵..

“그래, 지금.”

“헉!”

“이것들이 일 하라니까 연애나 하고 있어? 애는 엄마한테 맡기고?”

“!! 파스!”

[큼... 아니, 마스터가 일 언제 끝내냐고 묻는데 니들이 딱 그러고 있길래.]

명하가 파스에게 소리쳤지만 이내 반화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일어나려고 했다.

“어디 가게?”

“일해야지, 하하하...”

“가방 처음 보는 거다?”

“어?? 이거? 에이, 전에도 봤잖아. 오빠가 구리다고 한 거야.”

“구리다고 한 걸 니가 들고 다닌다고?”

반화의 의심스런 눈빛에 명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진짜라는 듯 우겼다. 어차피 파스가 말했을 거라는 짐작 아닌 짐작이 갔지만...

“구린 거 들고 다니지 말고 하나 사.”

휙!

반화가 압수했던 카드를 던졌다.

“?! 어??? 지, 진짜??”

“지구에서 마지막 쇼핑 될 거다.”

“... 뭔 짓을 하려는 거야? 진짜...”

“호주가 날아갔어.”

“어?...어어?! 호, 호주가 날아갔다고요??”

반화의 툭 던진 말에 민사장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명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가 민사장이 화들짝 놀란 것에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다. 이건 정말 미친 일이었다. 호주가 날아갔다니..

“파스, 이 자식이 또 농땡이 깠어.”

[억울합니다! 이건 정말...]

파스는 정말 억울했다. 여기 있는 누구보다 열심히 감시를 했는데 놓쳐버린 거라 더 억울했다. 이건 자신의 인지를 벗어 난 일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정확히 어떤 상황인 겁니까?? 발표는요??”

“아직 파스만 알고 있었어. 이주는 어떻게 되고 있어?? 이 놈들이 자꾸 꼬리만 던져서 계속 귀찮아 질 거야.”

“끄응... 반화씨도 어쩔 수 없는 건가요??”

“어.”

반화도 잡아 내지 못하는 놈이라니, 민사장은 믿을 수 없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한 명하도 덩달아 놀라 반화에게 반문했다.

“진짜?? 그럼 호주에 있는 사람들이 다??”

“없어.”

“!!!”

“상황 심각한 거 알았지? 놀지 말고 빨리 다 옮겨.”

“...예.”

논 적은 없었지만 상황이 급하다는 건 알 수 있었기에 별 다른 말없이 민사장은 다시 정부 인사들과 만남을 준비했다. 이번엔 설득이 아니었다. 강요와 협박이었다. 최대한 자신의 것이 아닌 힘을 쓰지 않고 해결하려 했지만 상황이 정말 심각했다. 그냥 반화의 변덕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정말이라는 것에 살짝 충격을 받은 것이다.

살던 고향이고, 문화 유산들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목숨이 지금 위태롭다는데. 사람들도 이제 깨달을 것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

“소환형태로 감염인자를 퍼트린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몸통은 안전한 곳에 두고 계속 찔러보기 하겠다는 거네.”

지금 지구를 삼키려는 양아치는 분명 반화의 존재를 인지했을 것이다. 아니면 원래 이런 방식으로 사냥하는 놈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웠다. 애초에 소환 형식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부터가 반화를 인지했다는 말이었다. 흔적이 털끝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한다는 사실을 놈은 아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하는 거야??? 정확히.”

[감염체 자체에는 이성이 없어서 아마 소환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마 인간에게 소환을 빌어 무슨 짓을 한 것 같은데... 자신이 아닌 자신이 부리는 것을 던졌을 겁니다. 꼬리는 잘라 놓고. 이미 위치를 알고 정보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소환의지를 보내는 건 쉬웠겠죠.]

“열 받는 놈이네.”

반화에게 이정도로 열 받는 일이 생길 줄은 파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냥 불쌍한 놈 하나 뭣 모르고 오는 줄 알았는데 다 알고 이런 식으로 접근 할 줄이야. 파스도 소환은 감지 할 수 없었다. 물론 놈이 모든 걸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모든 걸 알았다면 그냥 피해가는 게 답이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 이건 정말 반화의 성질만 돋우는 일이었다. 결국 걸리면 뒈지는 건 놈이었다.

[빠르게 이주해야 합니다. 어디에 또 감염체를 풀어 놓을지 모르니까요.]

“민사장, 명하가 하고 있는 거 적극적으로 도와줘. 지구를 부수더라도 놈이 가지고 싶은 건 못 가지게 할 테니까.”

[예!]

파스는 생각했다. 걸리는 놈은 정말 세상에서 제일 불행할 놈일 거라고..

.

.

.

-내 꼬야!

-뺘!!

-이익!!

“쟤들은 또 왜 저래?”

볼 일이 끝난 반화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본 모습이 저것이었다. 뭔가를 두고 삼이와 미요가 투닥거리는 모습... 기특하게도(?) 삼이는 연약한(?) 미요를 상대로 힘을 쓰진 않았다. 다만 미요보다 더 어린이 같이 행동했다. 원래 변덕이 심한 고양이(?)이긴 해도 미요와 부딪히면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몰라, 어디서 이상한 거 하나 주워 온 것 같은데, 서로 지들이 하겠다네.”

순이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딸이 뭔 짓을 하던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요즘 순이가 고양이 모습보다 사람의 모습으로 있는 모습이 잦았다. 하는 거야 드러눕기, 또 드러눕기밖에 없으니 모습만 바뀌어 있을 뿐 폼은 똑같았지만.

“저게 뭔데? 삼이, 미요. 그거 뭐야?”

-웅?? 아빠!! 이거 삼이 꺼야! 탐 내지마!

“...이 자식이...”

심지어 아빠인 반화조차 경계하는 삼이.

-뺘!

미요는 그냥 포기하고 바로 반화의 품에 쏙 들어 와 애교를 피워 댔다. 녀석은 아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반화에게 애교를 피워 두면 삼이가 들고 있는 저 물건이 다시 자신의 것이 될 거라는 걸...

‘요물 같은 녀석.’이라고 순이는 생각했다. 물론 반화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이야 미요가 아직 어리니까 삼이와 비등비등 하지만 더 크면 아마도 삼이가 녀석에게 말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였다. 물론 힘은 삼이가 여전히 쎄겠지만.

“아빠 일하고 왔는데 피곤하게 뭐하는 거야? 또 둘이 싸웠어?”

-힝...

반화의 말에 풀이 죽은 삼이. 그리고 뒤에서 왜 자기 딸 괴롭히냐고 노려보는 순이... 이럴 때만 엄마처럼 군다. 마치 반화를 갈굴 거리가 생기기 기다렸다는 듯이.

“끙... 일단, 다 여기 있어 봐. 령이...는 거기 갔고. 순, 가서 해골이랑 다 불러 와.”

“니가 해.”

“...”

아주 단호박 나셨다. 삼이 녀석은 또 그게 멋있어 보이는지 순이 옆에 붙어서 따라했다.

-니가 해!

“니가?”

-...아빠가 해!

“끙... 삼이야?”

-헤헤... 쥐 불러 올게!

반화의 나지막한 말에 삼이는 냉큼 지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 반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본가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갔다.

“뭐야? 다 불러 놓고 어디가?”

“잠깐 갔다 올게 기다리고 있어.”

순이의 말에 대답하면서 본가로 넘어간 반화. 그가 하려는 것은 별 것 아니었다. 그냥 가족들부터 일단 아틀란티스로 이주하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반화의 관심에는 없었다. 그들을 이주시키려는 건 다 가족들을 위해서였으니까.

...

“이주?”

“어, 저쪽으로 넘어 가는 거야.”

“왜? 갑자기?”

“지구를 부숴버릴 거거든.”

“...미친놈.”

수화의 말에서 나온 한마디, 반화의 어머니도 격하게 공감했다. 보통 돌아이는 아닌 줄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 줄이야.

짝!!!

“아, 왜?!?”

“지구가 무슨 과자 이름이야?? 지구를 왜 부숴, 엉?”

오랜만의 등짝스매싱에 아버지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봤다. 이래야 자신의 가족이지... 암...

“허허허.”

“아빠는 뭐가 좋아서 웃어??”

수화가 이상한 듯 웃고 있는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웃고만 있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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