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8화 #
268화
“걱정 마세요. 먼저 무선망부터 깔고 지구에 있는 것들을 죄다 옮길 생각이니까요. 이미 파스님께서 착공 중이랍니다. 한국은 일단 우리 신도시를 중심으로 공사 중이고 다른 나라도 그 나라의 게이트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공사할 예정이랍니다.”
“그럼, 일단 정부들부터 만나야겠네요? 근데 말을 들을까요? 그 사람들이?”
“밑에서부터 퍼트린 다음에 올라가야죠. 지구멸망 영화 많이 봤잖아요.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그게 꼭 영화 속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지구가 멸망할 것을 눈치 챈 권력자들이 자신들만 살기 위해 무슨 짓을 하는지는 영화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각색에 각색, 그리고 극적인 연출을 해서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사실 세상에 퍼지지 않은 정보들을 파스를 통해 많이 알고 있는 민사장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한국만 해도 얼마 전까지 깨끗했던 정치 쪽이 또 오염이 되어 자신들에게 돈을 요구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한국 장애인 협회라는 일종의 봉사 단체였지만 조사에 따르면 정치인들이 연결되어 있는 자금 세탁 기구에 불과했었다. 당연히 명하가 그 사실을 알고 바로 집을 뛰쳐나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밑에서 부터라... 그전에 이 인간은 처리해야겠네요.”
“누구? 아~ 뭐... 그러세요.”
감히 자신(사실 반화의)의 돈을 탐한 정치인과 그와 연결된 장애인 협회라는 협회장을 말하는 것이리라. 명하의 올곧은 표정을 보며 민사장은 어이가 없었지만 어쨌든 처리는 해야 했기에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일이 많아 졌는데 알아서 해결해 준다니 오히려 좋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안전에 관한 문제였다.
“아, 랑이씨랑 같이 다니세요, 그럼.”
“음? 아, 맞다. 랑이 언니 아직도 일하고 있죠?”
출산과 육아로(?) 잠시 잊었던 랑이가 생각난 명하.
“당연하죠.”
조용히 잘 생활하고 있던 랑이는 반화의 식구들이 이제는 그만 자신을 그냥 잊어 줬으면 오히려 반가워했을 것이지만 민사장 덕분에 명하가 다시 기억해냈다.
“근데 솔이는 어떡하게요? 설마 반화씨한테 맡기는 건 아니죠?”
“엄마가 돌봐 주기로 했어요. 내가 미쳤다고 오빠한테 맡겨요?”
“휴우...”
정말 혹시나 했다. 이 남매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다행히 그래도 애를 반화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말에 안도한 민사장을 흘겨보는 명하. 자신을 뭘로 보고 저런 단 말인가? 물론 나이 차가 꽤 커서 가끔 민사장이 자신을 어리게 보는 건 알지만 이건 좀 따져야 했다.
...
“끙...알았어요. 내가 잘못했다니까요?”
“흥!”
일도 하기 전에 한참을 시달린 민사장의 안면이 어느새 초췌해질 때쯤에야 끝난 명하의 잔소리, 이 남매는 정말 적당히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근데 일은 하더라도 너무 오래는 하지 말고 들어가요.”
“?”
“뭐, 나도 당분간은 그래도 일찍 가려고 하겠지만 애 옆에 한명씩은 번갈아 가면서라도 오래 있어줘야죠.”
“알았어요.”
민사장의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었다. 일단 아이를 위해 부모의 마음으로 정말 순수하게 오래 보고 싶다는 것과 아이를 반화로부터 지켜내야 된다는(?) 생각이 주 였는데 그건 명하도 동의했다. 누구보다 반화를 잘 아니까. 그리고 그 오빠가 벌써 뭔가를 한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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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의 도움을 받아서 밑에서부터 점점 그 소문을 더해가는 지구 멸망설이 SNS와 만나 마른 산이 타듯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역시 정보를 다루는 파스가 있으니 밑 작업은 수월했다. 그 다음은 이제 구체적인 행동인데 이건 각 국의 정부와 논의가 필요했기에 여기서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계적인 이슈에 정부들도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려하며 여러 가지 활동을 했지만 파스가 퍼트린 정보의 진위를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와중에 뉴월드의 움직임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뉴월드가 한국 정부랑 미국 정부와 접촉했다고??”
“예, 얼마 전에 접촉하는 것을 확인 했습니다.”
“으음... 무슨 일로? 설마 그 멸망설 때문에???”
헛소문으로 취급하고 있었던 다른 나라에서 그 때문에 헛소문으로 취급했던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엘프들이 갑자기 이주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뉴월드도 최근 본사를 아틀란티스 신도시로 이주하고 대부분 신도시에 입주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폴리 크랙이 뉴월드와 연계해서 조금씩 옮기고 있는 걸로 봐서는 정말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렇지! 엘프도 갑자기 옮겼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엘프는 스톨로지에 있다가 지구로 왔고 그 뒤에 스톨로지는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엔 지구에서 아틀란티스로 옮기고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문이 나고 있으니 더욱 의심되는 정황이었다. 물론 그런 짐작들이 다 틀렸지만... 엘프가 스톨로지에서 지구로 옮긴 것 까지는 맞았다. 그러나 나머지는 죄다 반화가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저지른 일이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도 옮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뉴월드와 빨리 접촉을 해서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 쪽 힘으로는 아직이야?”
“아무래도 뉴월드와 화력 차이가 심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는 아직 도시화도 제대로 못 시켰는데 지난번 초청으로 신도시를 둘러보니 신도시가 아니라 국가나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짧은 기간에 그럴 수 있는지 건축계 전문가들도 의문이랍니다. 물론 영역이야 뉴월드에는 몬스터 군주도 있고 얼음 군주, 용군주까지 화력 넘치는 능력자들이 있으니 문제없긴 하겠지만 건물은...”
“지금 와서 그걸 알아 봤자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일단 이주부터 제대로 검토해서 뉴월드하고 접촉해봐.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으면 더 좋고.”
“예!”
...
중동의 칸 대륙과 한 때 교류했던 아마조네스, 그들은 그 사건 이후 빠른 속도로 다시 회복한 후 중동의 제왕으로 우뚝 섰는데 기존의 여성들 위주에서 점점 평등 쪽으로 정책을 바꿔 중동의 다른 나라와 마찰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그런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중동을 지배하는 제왕으로 완전히 자리 잡아 버렸다. 그런 아마조네스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하나의 동상이었다. 지하에 감춰두었던 순이와 해골씨의 동상을 지상으로 옮겨 모든 국민이 볼 수 있게 한 것인데 아마조네스의 여왕의 동상이라는 말이 잠시 나왔으나 여왕의 해명으로 그 말은 쏙 들어가고 이제는 아마조네스의 수호여신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도 지구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얼마 전, 여신님과 함께 다니는 마신이 왔습니다.”
“오오오... 혹시 여신님은??”
“여신님은 안타깝게도 오지 않으셨습니다. 마신께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신언을 남기시고 가셨을 뿐입니다.”
“오!!!!”
여왕의 말에 다들 여신을 부르짖으며 감동을 했다. 이래서 독실한 종교인들은 설득이 쉬웠다. 물론 전제가 교주에 가까운 자라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일단 교주 정도의 영향을 가지게 되면 이렇게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쉬웠다. 그리고 간단하게 해골씨를 보내 아틀란티스로 옮기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신언이라고 받들며 당장이라도 옮길 것처럼 들썩이는 자들은 대부분 해골씨와 순이의 모습을 봤던 자들이었다.
“우리는 아틀란티스로 갑니다. 따르지 않을 신도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자는 것은 아닙니다. 뉴월드라는 한국의 능력자 매니지먼트는 다들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쪽과 연계하여 우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중동의 모든 것들을 옮길 생각입니다. 문화 재산까지.”
“오오오... 그게 가능한 겁니까? 저 동상도...?”
잦은 전쟁으로 많은 것이 파괴된 곳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문화적 가치가 많은 것들이 남은 중동이었기에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아니, 꼭 중동이 아니라도 다른 나라에서도 모든 것을 옮겨 준다는 말을 들었으면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파스는 그 일이 가능했다.
“가능하답니다.”
여왕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제는 없었다. 그들의 신이 그러라는데 반대하는 사람도 없었다. 얼떨결에 손쉽게 설득된 중동 쪽은 그렇게 문제가 쉽게 해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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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막히는 곳은 한국이었다. 아니,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외였다. 한국 정부에서 곤란하다는 듯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이 먹을 것이 없다는 것. 한 때 재벌가들의 왕국이었던 한국은 아직도 그 굴레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 자신들이 먹을 것도 없는 아틀란티스에 모든 기반을 옮겨라? 이미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한국이었다. 뉴월드 때문에 자신들의 배도 든든하게 채웠지만 그 말을 곧장 따를 순한 양이 된 것은 아니었다.
“크흠... 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소문만 듣고 국가를 옮기는 건 곤란 합니다. 아무리 뉴월드라도 그건 국가와 국민을 소유한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아니, 우리가 개척한 곳을 그냥 제공한다는 겁니다. 각종 시설, 교통 등등 모두를요.”
민사장은 답답할 따름이었다. 더 좋은 곳에 이주할 기회를 가장 먼저 주려고 하고 있는데 그걸 거부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글쎄요...”
결국 확답을 이끌어내지 못한 민사장. 하긴 나라를 통째로 옮기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위에 있는 자들은 불안할 테니까. 일단 신도시를 보면 알 수밖에 없었다. 뉴월드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옮기는 순간 몽땅 잡아먹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것은 자신의 것, 남의 것도 자신의 것인 자들이 모를 리가 없을 테다. 민사장과 뉴월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지만.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민사장은 다른 곳에 대한 상황을 살펴봤는데 한국과 같은 구조의 기형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국가에서는 다들 조금씩 부정적인 반응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물론 중동의 아마조네스나 미국 같은 경우도 있었다. 미국 같은 경우는 폴리 크랙의 힘이 컸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일이 생각보다 안 풀립니다. 우리나라에서 막힐 줄이야. 누구보다 좋은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쯧쯧, 이 양반도 글렀네. 보니까 윗사람들부터 만난 것 같네요. 맞죠?”
“밑에서부터 소문 흘리고 분위기 보장하고 위를 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저 인간들이 오냐 하고 받아들이면 등신이죠. 저런 놈들은 그냥 털어 버려야 되요.”
명하의 과격한 말에 민사장이 눈만 뻐끔뻐끔 했다. 명하에게서 반화의 그림자를 본 것이 과연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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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까요? 이렇게 뉴월드에 맞서는 게??”
민사장의 제안을 일단 거절했던 정부 인사들이 불안한 듯 이 의견을 낸 사람에게 말했다.
“어허, 쯧... 그렇게 간이 작아서야. 이대로 그냥 끌려 들어가면 우리가 가진 것들 다 털어 놔야 할지도 몰라요. 거기 안 가보셨습니까? 뉴월드 힘이 안 닿은 곳이 없는 곳입니다. 여기서야 우리가 정보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지만 저기서는 그 정보가 뉴월드로 다 통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