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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67화 (268/295)

# 267화 #

267화

아르지너트 대륙에 이상이 생긴 것을 모르는 오글리는 해골씨와 노에라에게 붙잡혀 실험을 당하는 중이었다. 물론 마루타 실험 같은 비인도적인 실험은 아니었다. 그냥 살 조금 도려내는 거나 가끔 손가락이나 귀를 자르는 실험들이었다.

“신기한 녀석이야...흐음...”

“그렇지? 어떻게 이정도로 회복할 수 있는 건지 신기하단 말이지?”

“가루를 내어도 살아난다고 그랬나?”

“맞아.”

흠칫!

노에라와 해골씨의 대화에 오글리가 잠시 몸을 떨었다, 아무리 녀석이 고통에 익숙해도 전신이 가루가 되는 고통은 다시 느껴보고 싶지 않았다.

“진화체의 부족한 점을 충분히 채워 줄 것 같다. 샘플만 조금 더 있으면 될 것 같은데?”

“그래?”

해골씨의 옆에 하얀 가운을 입고 매끈한 몸매를 뽐내고 있는 흡혈귀 왕의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아주 인텔리한 과학도의 모습이었다. 비록 해골씨 말고는 아무도 이 모습을 보지 못할 정도로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었지만 본인은 나름 마음에 들어 했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하얀 가운의 매치는 사실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리고 의외로 해골씨의 보조로서 아주 유능하기도 했다.

“영혼 문제만 해결하면 거의 완벽할 것 같다 이제.”

“끙...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영혼을 어떻게 구하지? 이미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영혼은 자아가 너무 강할 텐데.”

해골씨가 만들고 있는 진화체란 반화와 같은 괴물을 만들기 위한 신체로 보통의 영혼이 감당하기엔 그 압력이 너무 강해 넣는 순간 분해되어버려서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진화체의 외부적인 요인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그 부분에서 만큼은 해골씨도, 파스도, 흡혈귀 왕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화체와 동시에 성장하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시도도 못하고 있었다.

“그, 그런데... 저는 언제 돌아 갈 수 있나요?”

오글리가 흡혈귀 왕을 향해 물었다.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그녀에게 물은 것인데 사실 그녀도 멀쩡한 녀석은 아니었다. 아니, 반화의 집에 있는 녀석들 모두가 멀쩡하지 않았다. 정신이... 그나마 멀쩡한 녀석은 롱이였는데, 롱이 녀석은 최근 반화의 집 근처에도 잘 안 왔다. 엘프 왕국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 시끄러운 집안보다는 조용한 엘프들이 롱이 취향이기도 했다. 녀석이 영혼을 가진 이유는 외로워서이지 시끄러움이 좋아해서는 아니었으니까...

오글리가 흡형귀 왕을 보며 말하는 것을 보며 녀석의 생각을 눈치 챈 해골씨는 문득 롱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러고 보니 정령왕이 성장할 때 먼저 육신과 정신이 같이 성장하지 않나?”

“응? 그건 그렇지?”

해골씨의 말에 노에라가 생각해보니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노에라도, 해골씨도 그렇게 태어났고 성장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니지, 음... 작은 기운에 정신이 깃들어서 정신이 성장하면서 기운이 커진 거지.”

흡혈귀 왕이 옆에서 듣다가 반박했다. 듣고 보니 저게 맞는 것 같았다.

“저기...요?”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한 오글리가 작은 마음으로 다시 그녀를 불렀다.

“아, 몰라. 마스터한테 물어 봐.”

반화가 답해 줄 것 같진 않지만 어쨌든 답을 가진 사람은 반화밖에 없으니 그녀가 해줄 수 있는 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

답을 가진 반화는 지금 굉장히 심각했다.

“짜장? 짬뽕? ...아 빨리 좀 말해!”

“기다려 봐. 고민 중이니까.”

반화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지만 순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냥 두 개다 시켜서 먹자고 했지만 그건 또 싫단다. 변덕스러운 고양이의 집사노릇은 정말 고달팠다. 이게 고양이의 모습으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면 차라리 나았다. 말이 안 통하니까 그냥 반화 마음대로 처리하고 나중에 솜방망이 좀 맞으면 되니까. 그런데 아예 사람 모습으로 바뀌어서 저렇게 똑바로 의사전달을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말이 통하니 멋대로 했다간 내기를 어겼다고 또 지랄발냥할 테니 그럴 수도 없고...

“좋아! 오늘은 짜장...아니야...음... 삼이야, 넌 뭐 먹을 거야?”

-삼이는 둘 다! 탕수육도! 이따 만큼!

차라리 많이, 다 먹는 삼이가 편했다. 가끔 쟤는 고양이가 아니라 개나 돼지인가 싶었지만 엄연히 순이의 피(?)를 이는 고양이에 정령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래도 레드 드래곤 퓰의 상징인 비늘이 보였던 삼이였는데 이제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마 퓰의 쥐꼬리만 한 기운을 삼켜버린 듯 했다.

어쨌든 먹을 것으로 까다롭지 않아서 좋았다. 좀 사고만 덜 치면 될 것 같은데 아직 어리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혼을 안 내는 건 아니지만.

-뺘!

“응? 미요 왔어?”

“삼촌! 나도 왔어!”

“슬이도 왔네. 슬이 점심 먹었어?”

“아니~ 엄마가 여기서 먹으래.”

“...그래?”

여기가 식당도 아니고 애들 밥 먹을 때만 되면 왜 여기로 보내는 것일까. 물론 새로 태어난 애기를 돌보고 누나인 수화는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슬프게도 그들이 보기엔 반화는 돈 많은 백수였으니까. 거기에 바로 옆집이니 애들 맡기는 데에는 최고였을 것이다.

“미요랑 그래도 잘 노네?”

“응! 미요 학교에 데려가고 싶어. 근데 엄마가 안 된대.”

“그래, 그건 안 돼.”

“힝.”

미요에게는 삼이 같은 장난끼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보다 위험한 요물의 기운이 느껴졌다. 인간 사회에 뭐가 더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미요를 본 슬이가 자기가 돌보겠다고 잠시 본가에 데려가더니 둘이 절친이 되어 나타난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건 아직 이었다.

“짜장이랑 짬뽕 중에 뭐 먹을래?”

“나는 뽀끔밥!”

-뺘!

“그, 그래...”

시원해서 좋았다. 그러나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순이,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삼이 배고파!! 엄마도 그냥 다 먹어!

“내가 너처럼 돼지인 줄 알아?”

-힝... 아빠아아! 엄마가 삼이보고 돼지래.

“응, 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해.”

-뿡이다!

삼이의 앙탈을 전혀 받아주지 않는 반화의 태도에 삼이는 삐져버렸다. 그런 삼이를 달래주는 건 역시 맹이뿐이었다.

그래도 삼이의 삐짐 때문에 순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했다.

...

“아, 맞다. 파스.”

[예.]

“북요는?”

[미료에게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딱히 불만은 없는 듯 합니다. 언제든지 별장으로 올 수 있게 해뒀으니.]

북요를 굳이 칸 대륙에 가라고 한 것은 북요가 가진 능력 때문이었다. 이미 고대 괴물 하나를 두어 요괴들이 인간들의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해두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효과적으로 관리는 힘들었다. 그래서 북요의 요괴들을 끌어 모으는 능력을 이용해서 간헐적으로 놈들을 끌어들여 수를 줄이려는 것이었다. 가끔씩 그렇게 하면 되니까 북요도 큰 불만은 없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함정을 파야겠어.”

[귀찮다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반화도 순이 못지않았다.

“귀찮은데, 생각해보니 내가 할 필요는 없잖아.”

[??]

그럼 누가 한다는 말일까. 설마...

[에이...저 할 일 많은데...]

“뭐, 어차피 하던 거에서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사장들이 주로 직원들을 돈을 더 주지 않고 부려먹으려는 수법이었다. 반화에게는 그런 악덕 사장의 기질이 아주 충만했다.

“지구를 아틀란티스로 이주시킬 준비해.”

[...싹 다요? 전부?]

“어, 아틀란티스에 무선망부터 깔고.”

그게 제일 중요했다. 현대 사회에서 무선망을 빼면 정말 답이 없는 사회가 될 테니.

[그건 제 위성 수만 조금 더 늘리면 될 것 같은데... 일단 중앙 대륙만 개발하면 어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 땅은.]

땅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문제였다. 일단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이 일을 얌전히 받아들일까? 인공지능인 파스가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꼭 다 이주할 필요는 없어. 내가 무슨 호구 영웅에 히어로도 아니고 한 사람 지키겠다고 수백 죽일 일 있어? 최대한 이주할 준비만 해.”

[예. 알겠습니다.]

지구에서 놈의 흔적이 발견 되었으니 아마도 다시 지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반화는 그냥 지구를 미끼로 놈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미끼치고는 너무 큰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반화가 알바는 아니었다. 어차피 그가 아니었으면 지구고 아틀란티스고 죄다 망해버렸을 세계였다. 세계가 망하면 당연히 그 위에 사는 생물은 멸종이었다. 아틀란티스의 인간들이 사라진 것처럼.

“빨리빨리 해, 괜히 피 보기 전에.”

[옙!]

그 피는 아마도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피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반화의 말은 한마디로 그냥 보이면 앞뒤 생각 안 하고 후드려 팬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지구에 대한 걱정을 하고 그러진 않을 테니...

“너도 빨리빨리 해.”

“...”

반화 머리에 위에는 순이가 있었다. 후식으로 귤을 드시겠다며 말하더니 온수매트에 드러누워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는 순이. 그 옆에 다른 털뭉치들도 쪼르르륵 누워 반화만 보고 있었다.

-뀰!

-헤헤...

“맹이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삼이는 그렇다고 쳐도 맹이까지... 거기에 슬이, 미요까지... 반화는 손이 노랗게 변할 때까지 귤을 까야 할 운명이었다. 물론 진짜 손이 노랗게 되진 않았다. 귤 까는 것 따위 반화가 손 하나 까딱하면 저절로 알아서 옷을 벗으니. 그냥 기분이 묘했다.

.

.

.

반화가 파스에게 지시한 사항은 민사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당연히 그의 반응은 매우 정상적으로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반화의 말은 결국 지구를 버리겠다는 말이었으니까.

“끄응...진짜 지구를 버린다는 말이죠?”

[꼭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봤을 땐 굳이 버리지 않아도 너덜너덜해져서 이주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 반화의 모습을 보면 독기가 잔뜩 올라온 상태였다. 절대 그냥 쉽게 때려잡진 않을 것이 분명해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또 뭐 문제 있어요?”

“아무래도 지구를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민사장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오랜만에 일을 하러 나온 명하가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이어진 민사장의 답에 더욱 의아해진 명하.

“그게 무슨?”

“반화씨가 아무래도...”

“이 망할 오빠가 또 무슨 사고를???”

“진정해요. 어차피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외부에서 지구를 노리는 괴물이 있나 봅니다.”

“?? 지구를 노려요?”

민사장이 파스에게 들은 내용을 조금 각색해서 명하에게 들려주었다. 그냥 사실만 말해주면 이해가 잘 안 되니 약간의 설명을 가미한 것이다. 민사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명하. 그래도 반화에 대한 평가가 바뀌진 않았다.

“그럼 이 많은 돈은요?”

“...그게 중요했나요?”

지금도 쌓여가는 반화의 재산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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