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화 #
265화
이미 몇 번이나 미끼를 확인하러 같이 따라 갔다 왔던 삼이는 의심의 눈초리로 반화를 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따라갔더니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 운석 같은 돌덩어리가 하나 있었던 것이 벌써 몇 번인지...
“이번엔 진짜라고. 이 것들...”
그들의 불신에 반화가 인상을 썼다.
-맹이는 아빠 믿어요!
-냐아아...
절레절레..
맹이의 말에 순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반화면 다 되는 바보 같은 녀석... 믿을 녀석을 믿어야 할 텐데...
-사, 삼이도! 맹이처럼 아빠 믿어!
“응? 맹이?? 이 녀석이, 맹이 이모라고 부르라고 했지?”
꽁!
-힝...
절대 삼이의 뒤늦게 믿는다는 말에 대한 보복은 아니었다. 절대로... 반화의 꿀밤에 풀이 죽은 삼이를 안아 주며 순이가 반화를 노려봤다. 자꾸 애 머리를 때리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안 그래도 애 머리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가자! 순이 너, 내기 할래?”
스으윽.
“내기?”
내기라는 말에 순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며 관심을 보였다. 순이의 적극적인 반응에 반화는 살짝 불안했다.
“뭐, 뭐 걸려고?”
“너는?”
“으음...”
생각해보니 둘에게 뭔가 걸고 내기 할 것이...
“나는 죽빵.”
“응? 죽빵...이라고 하면 내가 아는 그거 맞지?”
순이의 단호한 말에 반화가 확실하냐는 듯 물었다. 굳이 내기 하지 않아도 날리면서...
“너도 나도 죽빵 걸자.”
-삼이도! 삼이도 할래!
“...”
뭔지는 알고 하자는 건지 해맑은 삼이를 보며 한숨을 쉰 반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이 교육에 옳지 않았다.
“한 달간 시키는 대로 다하기 하자.”
“콜!”
-콜!
“야! 내기해! 다 걸어!”
반화가 집안에 널브러져 있는 녀석들을 보며 외쳤다. 이왕 하는 거 통 크게 판을 키워 볼 생각이었다. 낚시 중독에 이어서 도박...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약간 반화의 자존심이 걸려버렸다. 사실 몇 번의 실패로 살짝 열 받은 상태의 반화였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기?? 무슨 내기?”
“난 할래!! 무조건 할래!!”
“나도 한다!”
령이, 루네스, 노에라가 참여를 하겠다고 나섰다. 령이는 없다에, 루네스와 노에라는 반화와 같이 있다에 걸었다. 루네스와 노에라의 목표는 순이와 삼이였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반화의 보증 아래 마음껏 부려 먹을 수 있다니... 사실 가장 부려 먹고 싶은 건 반화였지만 한 달간 과연 얌전히 말을 들을 인간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으로 그냥 반화쪽에 선 것이다.
“그럼 간다?”
“잠깐! 나도 같이 가야지.”
순이는 반화를 불신했다. 다른 녀석들도 못 믿고 달라붙으려 했지만 각 팀의 대표들만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푸헤헤헤헤!!!!케케케.”
“...”
-앗싸아아아~
-헤헤...
“쯧쯧... 그러게 갑자기 웬 낚시야? 그냥 때려잡으면 되면서.”
확인 결과 반화의 미끼에는... 어디서 굴러 온 것인지 모를 깡통이 소리도 못 내고 걸려 있었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본 순이는 아직까지도 반화를 보며 웃고 있었고 삼이는 이겼다고 좋아 하고 있었다. 막 판에 순이의 꾐에 넘어간 맹이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반화와 조금씩 떨어졌다.
“젠장...”
“너도 못하는 게 있긴 하구나?”
령이의 말에 반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반화 못지않게 좌절한 녀석들이 있었으니..
-쥐야.
“왜, 왜??”
-히히~
그냥 웃는 것일 뿐인데 노에라는 삼이의 미소에서 어쩐지 섬뜩함을 느꼈다.
끼익...
“응?...어...”
...끼이익...
잠시 반화의 집에 먹을 것 좀 주러 왔던 명하가 이 집의 괴상한 분위기에 슬며시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아무래도 자신의 오빠에게 물들어 버린 저주 받은 집 같았다.
...
이렇게 반화네 집이 화목하게(?) 웃고 떠드는 사이 아르지너트 대륙에는 묘한 움직임이 생겼다. 크로마족의 극단적인 방어로 마이구로의 확산이 늦춰지는가 싶었는데, 그 때문에 크로마족을 제외한 모든 종족들이 크로마족을 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퍼트린 것은 크로마족이면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그들의 자태에 다른 종족들이 동맹을 맺은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더 이상 크로마족의 공격에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는 종족들이었다.
“또 전사 하나가 당했다!”
“이것들을!!”
전사가 당했다는 말에 분개하는 중앙의 크로마족들.
“스왈로네크를 보내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번에도 그랬다가 스왈로네크가 당할 뻔했다. 함부로 보낼 순 없다.”
“그럼 이대로 있자는 건가?? 겨우 그런 녀석들에게?”
“그건 아니지. 차라리 전투병단을 보내도록 하지. 그들이면 충분할 터. 우리의 힘을 충분히 보여 줄 것이다.”
“좋다! 찬성하지.”
크로마족의 전투병단이란 그냥 전사들이 아니라 선임 전사들이 팀을 짜서 움직이는 집단을 말했다. 그야말로 크로마족 주 병력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본격적으로 그들도 제대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더 이상의 저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
“...”
“...전투병단이 전멸했다고?”
“그렇다.”
야심차게 파견했던 전투병단 2개 조, 선임 전사 20이 전멸했다. 그건 크로마족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가벼운 저항으로 생각했던 것이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전투병단이 전멸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도 한참 뒤에 연락이 끊어지고 나서 알게 되었을 정도로 순식간에 그들이 당했다는 사실은 머리 나쁜 그들이라도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상대의 무력이 만만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보통 일이 아니다. 점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모든 종족들이 우리를 적대하면서 뭉치고 있어.”
“벌레 같은 놈들이...”
“밟아줘야 한다!”
“멍청이들! 좀 생각을 하라고. 지금 우리는 마이구로 때문에 제대로 병력을 운용하지도 못하는 걸 몰라?”
“그럼 스왈로네크로 놈들에게 겁이라도 줘야한다.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다.”
“...”
스왈로네크는 크로마족에게 정말 보물같은 존재들이었기에 웬만한 전투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사태가 점점 심상치 않았기에 스왈로네크 사용을 꺼려하던 녀석들도 이제 거부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은 좋지 못했다.
“어쩌면 마이구로를 퍼트린 놈이 이 일을 주도 하고 있는 거 아냐?”
“쯧... 그런 망상은 혼자서 하라고. 이런 공식적인 곳에서 말고.”
일의 원인에 대해 한 가지 의견을 낸 녀석을 단체로 구박한다. 말도 안 되는 말이라며...
.
.
.
“물.”
스윽...
“어허, 두 손으로 공손히 줘야지?”
“공손히라는 말은 안 했잖아. 시키는 거만 이라고.”
“그럼 공.손.히 물 줘.”
“...”
내기에서 이겼다고 반화를 이렇게 부려먹을 수 있는 건 순이 밖에 없었다. 물도 잘 안 먹는 녀석이 반화를 부려 먹겠다고 일부러 물을 달라고 했다가 다시 가져다 놓으라고 하지를 않나... 아주 뽕을 뽑는 녀석이었다.
“근데 그 낚시는 왜 하고 있었던 거야?”
“어??...아...”
어느 순간부터 낚시의 이유도 잊고 승부욕에 불타고 있었기에 령이의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목적을...
-아빠 바보~
삼이까지 놀릴 정도였으니 반화가 얼마나 낚시에 빠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파스, 뭐 이상한 거 있어?”
[아직 없습니다. 칸 대륙도, 지구도.]
“아틀란티스는?”
[그쪽하고는 연관이 없는 듯 합니다.]
“그래? 그래도 모르니까 감시 잘해. 저번처럼 또 놓치지 말고.”
[예...]
몇 번 놓쳤다고 상습범 취급하는 반화였다. 파스로서는 정말 과중한 업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빈틈이었다고 반항하고 싶었으나 저 무식한 인간은 반항 따위 개나 줄 것이 분명했다. 얼마 전의 낚시 내기에 참여했었어야 했다.
“아, 맞다. 그리고 그 뭐냐, 삼이가 소환 되었던 곳 거기도 한 번씩 살펴봐. 망해가는 곳이라도 확인 정도는 해봐야지.”
사실 그냥 신경 안 써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밥이 다 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파스에게 말한 반화.
[갸아아악! 너무 많아!!...헙!]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한 파스.
“??...방금 좀 인위적이었다?”
[아닙니다.]
“...한 번 봐 준다? 시간나면 하라고, 시간이 생기면.”
[옙...]
시간이 나면 자기도 좀 쉬고 싶은데 끊임없이 일을 시키는 반화가 얄미워 죽겠지만 이쯤에서 타협하는 파스는 어느새 노예 인공지능이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반항도 자주 했던 것 같았는데, 이래서 적응이 무서운 것이다.
“밥 줘.”
“...”
일(?)을 마친 반화에게 바로 명령을 내리는 자는 순이.
-삼이도!
-맹이도요.
“밥충이들...니들은 일은 안 하냐?”
-뿌우?
“...”
그래, 쟤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가끔씩 저렇게 애교부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알아서 집사가 원하는 것을 바치는... 생각해 보니 굳이 내기를 하지 않아도 원래 이랬던 것 같았다.
.
.
“으아~ 취한다!”
“령이님 또 너무 과음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다 또.”
“걱정 마! 이 몸이 한 달간 주인님이시니까! 마음껏 먹어! 으으으~ 기분 좋다!”
“...??”
잔뜩 취한 령이의 주정을 받아주다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미료, 한 달간 주인님이라니 무슨 소리일까?
“이번엔 시원하게 마시자! 안주! 이 놈의 쥐야! 빨리 안주 가져 오라고!”
“...에휴...”
령이의 소리에 노에라가 한숨을 쉬며 열심히 주방에서 요리를 했다. 저 주정뱅이가 반화한테 한 번 혼나고 안 그러더니 이제 살 판 난 모양이다. 반화가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텐데.. 물론 이런 걸로 화낼 반화는 아니지만.
-꾸어.
“응? 오랜만이네 덩치. 근데 왜 여기 있어?”
-꾸..꾸어...
덩치도 몰랐다. 일단 오라고 해서 왔는데 왜 오라고 했는지... 지금은 몰랐다. 곧 알게 될 운명이지만.
.
.
.
“기부요??”
“예, 쌓아두기만 하면 뭐하겠습니까? 보니까 쓰시는 돈도 별로 없던데 통 크게 기부하시게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민사장은 이 작자가 무슨 미친 소리를 하나 싶었다. 매년 반화가 기부하는 돈이 얼만데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과연 이 인간이 정말 장애인협회에서 나온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음... 단체 이름이 어디라고 하셨죠?”
“하하하, 한마음 장애인 협회입니다. 한장협 이라고 흔히들 부르죠.”
“한장협이라...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저희는 따로 기부하는 곳이 있습니다. 조만간 재단도 만들어서 직접 할 생각도 있고요.”
“그럼 재단이 만들어 지기 전까지는 저희를 통해서 베푸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한데요.”
“쯧... 혹시 새로 부임하신 분입니까?”
“예?? 그건 어떻게?”
간혹 가다가 뉴월드에 대한 정보를 대충 알고 이렇게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워낙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기에 호구로 보고 다가오는 것인데 그런 자들을 민사장이 일일이 상대할 필요도 없이 정부가 알아서 처리해줬는데 아무래도 또 정부 쪽이 오염된 모양이다. 하여튼 깨끗한 물이 1년을 안가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