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
264화
-맹이가 혼내 줄까요??
“응?? 아니, 괜찮아. 맹이는 삼이나 잘 돌봐줘.”
-응!
순진한 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반화, 아직은 애들이 그런 양아치들과 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맹이나 삼이 같은 경우는 무력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아직 너무 어렸다. 간식 먹는다고 지배자들 때려잡는 녀석이나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냥냥펀치를 날리는 녀석에게 맡기기에는 사안이 컸다. 그렇다고 순이에게 맡기자니...
-냐.
“아무 말 안 했어.”
-냐아.
“게으른 자식.”
저 말이 자기 욕도 된다는 걸 반화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순이는 그의 말에 신경도 안 썼다.
“이제 어떡할 까요 그럼...?”
“응? 그냥 하던 대로 해.”
“예? 그럼 왜 부르셨...?”
“그냥.”
“...”
양아치는 여기 있었다. 귀신이 이 양아치를 안 잡아가나 라고 희망을 품었던 미료는 이내 그 생각을 고이 접었다. 신도 때려버릴 인간을 귀신이라고 뭐 다를까... 희망이 없었다. 딱 보니 단명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 놈들 찾는 건 일단 멈추고 할 일 만해. 그리고... 넌 뭐야?”
“오빠가 또 이상한 걸로 내 남편 부려 먹으려는 건 아닌가 감시하러 왔어.”
“...조카는?”
“엄마.”
“넌 진짜 동생 아니었으면...”
“어쩌겠어? 이미 동생인데?”
반화와 명하의 대화는 항상 재미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팝콘이라는 것을 먹으면서 보고 싶은 미료였다.
“그럼 저는 가 봐도 될 까요??”
“응? 아아, 잠깐만. 까망이는?”
“별장에 있습니다.”
“아, 그래? 동이도?”
“예. 홍아까지 다 같이 있습니다. 지금 불러 올 까요??”
“아니, 뭐 그럴 필요는 없고. 온 김에 좀 쉬다가 가. 애들 확인 할 것도 있고.”
“어...예...”
별로 내켜하는 것 같지 않지만 반화가 그러라니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한 미료에게 령이가 다가 왔다.
“가자, 여기 있으면 저 인간 계속 봐야 되잖아. 오랜만에 한 잔 하고.”
“네!”
미료는 령이가 좋았다. 령이의 말에 바로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니... 어쩐지 반화의 기분이 묘했다.
“저게 다 인과응보야. 오빠가 얼마나 괴롭혔으면 사람 표정이 저렇게 대놓고 달라져?”
“넌 좀 가라.”
명하가 그 모습을 보며 낄낄거렸다. 민사장은 그 모습에 안절부절못했지만 반화와 명하의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인 걸 아는 아이들은 별로 신경도 안 썼다. 저러다 결국 쥐어 박히면서 끝나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 최근 명하의 임신으로 그러지 못했으니...
꽝!
“할 일 없으면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기나 해.”
“나, 나도 이제 애 엄만데... 꿀밤을 날리냐!”
“애 엄마 전에 동생이다. 훠이~”
임신 버프는 이제 끝이 났다...
명하 내외 까지 쫓아내고 나서야 혼자 남은 반화는 한숨을 쉬었다. 저걸 데려간 민사장이 자꾸 불쌍해졌다. 정작 민사장은 명하보다 자신 때문에 더 불행하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 해골.”
“예??”
“저 녀석 좀 확인해 봐. 좀 이상해서.”
“새로운 세계에서 온 녀석 말이지요? 저야 좋습니다.”
“또 이상한 실험 하지 말고.”
“허허허허...”
이상한 웃음을 날리며 해골씨는 오글리에게 갔다. 그런 해골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노에라. 아마 당분간은 계속 해골씨를 따라 다닐 것 같았다. 저러다 또 게임하러 혼자 돌아다니겠지만.
“흐음... 그럼 일단 그놈들 흔적부터 한 번 볼까. 파스, 사라졌다는 놈들 위치가 어디야?”
[남미쪽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이곳입니다.]
“응? 왜?”
-삼이도 갈래.
“안 돼...가 아니라, 그래 가자.”
-아싸~!
-맹이도요!
“그래...”
사고를 쳐도 옆에서 치면 막을 수 있으니 두 녀석 다 데려가기로 하는데 과연 그런다고 사고를 안 칠 녀석들이 아니라는 건 반화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뒤처리는 바로바로 할 수 있을 테니... 두 녀석을 양 옆구리에 끼고 파스가 말한 장소로 이동한 반화.
스륵...
“?? 누, 누구냐!”
“응? 사람이 있었네?”
[최근 납치가 많아져서 조사 중입니다.]
“납치?? 뭔 납치?”
[그게, 미료가 애들 시켜서 귀왕가라는 녀석들을 몽땅 잡아 갔습니다. 근데 그 놈들이 하필 이 세계에 스며들어 있어서...]
얼핏 둘의 대화만 들으면 극악무도한 어두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였다. 실제로 어두운 곳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극악무도하긴 했다. 본인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갑자기 사건 현장에 나타난 반화와 아이들을 경계하며 무기를 든 사람들.
“손들어! 무기 버려!”
“응? 무기?? 얘들?”
-뿌?
-웅?
무기라는 말에 반화가 양 옆구리에 얌전히 안겨 있는 맹이와 삼이를 들어 올려 보여 주었다.
“어...그러니까...”
갑자기 귀욤귀욤 공격을 받은 사람들이 당황해서 말을 얼버무렸다.
“뭐야, 니들 왜 귀여운 척이야?”
-히히,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반화의 말에 삼이가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보였다. 하여튼 이런 장난은 삼이가 전문이었다. 사람 당황하게 하는... 맹이는 삼이한테 물들었고.
“흐음...”
애들과 장난은 그만 두고 사라졌다는 장소를 한번 훑어본 반화, 그 눈길에 사람들이 움찔했다. 갑자기 나타나 주변을 훑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딱 봐도 능력자였으니까.
“그 아이들 내려놓고!...어?!”
철컥! 철컥!!
들고 있던 무기들이 갑자기 분해가 되어 떨어져 내리는 상황에 당황한 사람들이 방황하는 사이에 반화는 의외로 얌전히 안겨 있는 아이 둘을 끼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흔적을 한번 훑어 봤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딱히 어떤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신 내림이라... 그것도 일종의 소환의지 같은 건가?”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불특정한 장소에 자신의 의지를 던져서 낚아 올리는 낚시와 비슷하기도 한 것 같네요. 이번에 걸린 곳이 여기 인 것 같습니다.]
“낚시라...”
그럼 이쪽이 물고기가 되었다는 말인데 반화의 기분을 몹시도 상하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물고기가 되다니.
-웅?? 아빠 물꼬기야?
“아니야. 그리고 자꾸 훔쳐 듣지 마.”
어떻게 알았는지 자꾸 파스와 반화의 대화를 훔쳐 듣는 삼이였다. 얘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얘기를 듣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아’라고 들으면 ‘어’라고 해석해서 지 마음대로 움직여 버리니...
“낚시, 그까짓 거 나도 한 번 하면 되지.”
[예??]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건지 파스는 이해를 못했다. 삼이보다 더 이상하게 알아먹는 게 반화라는 걸 간과한 파스는 또 이 인간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1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러다 걸리면 좋은 거지, 뭐. 원래 낚시가 그런 거잖아?”
[아니, 원래 낚시는 이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이미 파스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반화는 미끼를 던져버린 후였다. 어떤 차원의 어떤 놈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양아치라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을 미끼로...
-호잇!
치지지직!!!
“으헉!!”
-헤헤, 아빠! 삼이 잘했지?
반화가 미끼 던지고 멍 때리는 사이 뒤로 다가온 사람들에게 전기불을 선사해준 삼이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반화를 바라봤다. 그러나 낚시에 집중한 반화는 그런 삼이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힝...
토닥토닥..
실망한 삼이.
맹이가 그런 삼이의 머리를 반화 대신 쓰다듬어 주었다. 곧 기분이 다시 올라간 삼이가 벌벌 떨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인간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반화가 다른 곳에 정신 팔린 사이...
“쓰읍!”
-췟...
삼이가 사고 치려는 건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반화였다.
“흐음...딱히 걸리는 게 없네. 일단 집에 다시 가야겠다. 응?? 쟤들은 왜 저래?”
-삼이가 그랬어! 히히, 잘했지??
“어??응? 잘했냐고?? 잘한 건가? 으음...”
[이번은 잘한 겁니다.]
“그래? 오구오구.”
간만에 칭찬받은 삼이가 반화의 옆구리 머리를 부비며 마음껏 칭찬을 음미했다.
.
.
.
“여기가 스왈로네크가 사라진 곳인가?”
“그렇다.”
“흐음... 저건 뭐지??”
크로마족 하나가 찢어져 있는 균열을 보며 말했다. 반화가 게이트로 만들려고 그대로 둔 것인데 이 놈들이 발견 한 것이다. 이건 반화의 실수였다. 삼이의 꼬질함 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느라고 신경을 못 쓴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까먹은 상태였다. 파스라도 있었으면 말해 주었겠지만 이 세계에는 아직 파스의 위성이 없었다.
그렇다고 크로마족들이 저 균열을 넘어 반화의 별장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균열만 찢어져 있는 것 일뿐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면 그냥 그대로 차원 미아가 될 것이다. 게이트가 아니니까...
“스왈로네크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레콘족을 투입 시키자.”
“그 쥐녀석들? 그 녀석들도 지금 마이구로에 중독된 상태라서 쫓아냈잖아.”
“아, 그렇군.”
크로마족이 가장 잘하는 건 그냥 싸우는 것이었다. 그 외의 부분에서는 대부분 다른 종족의 힘을 빌려서 처리했는데 이번 일 때문에 그 도움을 받지 못하니 녀석들은 거의 바보와 같았다.
“끙... 마이구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소문도 못 들었어?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서 갑자기 거래했다고.”
“??이상한 놈들?”
“쯧, 이런 닭대가리 자식.”
크로마족 중에서도 머리가 나쁘기로 유명한 조류머리인 녀석들과 대화를 하면 답답해졌다. 여우 머리를 한 녀석이 닭의 머리를 한 녀석을 보며 혀를 차더니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 봤자 종족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해 여우 머리도 사실 그렇게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러니 그냥 뜬소문을 진실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우리보다 작은 녀석들인데 꽤나 잘 싸우는 녀석들이라고 하더라고. 또 빠르기도 하고. 근데 그 녀석들이 이걸 먹으면 강해질 수 있다고 한 것이 바로 마이구로라는 거 아냐.”
“응?? 그걸 믿어?”
닭대가리도 믿지 못할 말을 믿은 놈들은 과연 뭐하는 놈들일까?
“실제로 보면 믿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그 작은 놈들이 우리 전사를 한방에 때려 눕혔다는 데?”
“전사를...? 그거 어디 있어?”
“이런 머저리 같은 놈!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 그래?”
“아~맞다.”
그새 잊은 모양인 닭대가리...
“어이!! 거기서 뭐해!”
“헛! 아닙니다! 자, 가자고.”
“그래그래.”
어느새 균열에 대한 것은 잊고 무리로 돌아가는 크로마족... 둘의 지능은 도찐개찐이었다...
.
.
.
“응? 왔다!”
[...진짜요?]
“진짜라고.”
미끼에 입질이 왔다는 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반화는 계속 미끼를 이리저리 던지고 있었는데 이미 이전에 몇 번이나 미끼에 입질이 왔다고 했으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아 파스의 강한 불신을 사고 있었다.
-또 가면 아무 것도 없는 곳 아냐?
삼이도 그런 반화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래서 낚시 중독에 빠지면 답이 없다고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