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2화 #
262화
“수아아아!!!!”
“수아!!!!!”
래비트족이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안 이상 주저할 생각이 없었다. 크로마족은 당장 래비트족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출정을 준비했다. 평소라면 우호적으로 해결했겠지만 스왈로네크를 잃은 건 그냥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중요한 자원이기에 철저하게 그와 관련된 래비트를 찾아 보복을 해야만 했다.
“수아아?(근데 어디로?)”
호기롭게 전쟁을 선포하긴 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래비트족은 외곽의 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또 그들은 죄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특징이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무력적인 문제가 아니라 찾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 때문에 래비트족을 몰아내기만 하고 그냥 둔 것인데...
“수아아!(몰라! 전쟁이다!!)”
크로마족의 가장 큰 단점, 무력은 강하지만 무식하다는 점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대륙에 다양한 종족들이 잘 살고 있었다. 비록 주류는 빼앗겼지만 그것만 빼면 아무 문제없었다. 이렇게 가끔씩 정말 무식하게 달려들면 답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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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종족이 크로마족과 전쟁을 하게 된 것도 모르는 오글리는 새로운 문명을 접하며 신세계를 맛보고 있었다. 물론 빡빡 세탁 후에.
-뿌에에에!
“가만히 좀 있어!”
오글리는 간단하게 그냥 능력으로 씻겼지만 삼이는 반화가 직접 손으로 빡빡 세탁하고 있었다. 노에라야 가끔 스파도 즐기는 녀석이니 오랜만에 뜨끈한 물에 유유자적 즐기고 있지만 삼이의 반항은 거셌다. 쫄딱 젖은 몸으로 자꾸 버둥버둥 거려 반화까지 샤워를 시켜주는 효녀 삼이...
“가만히 안 있어??!”
-뿌...엄마도 미워...
...
순이까지 동원되어 겨우 삼이 목욕을 마칠 수 있었다. 순이와 반화 둘 모두에게 삐져버린 삼이가 털도 제대로 안 말리고 도망가려 했지만 간단하게 순이에게 제압되어 뽀송뽀송하게 말려져야 했다. 제대로 삐져버린 삼이...
-삼이 삐졌어?
-힝... 맹이야...
목욕과 관련이 없는 맹이의 품을 파고든 삼이가 반화와 순이를 가리키며 고자질 했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맹이가 건들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물론 삼이도 그런 걸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욕을 받아줄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꿍시렁거리는 삼이 녀석, 착한 맹이는 그걸 또 다 받아 주고 있었다.
“쟤 혼 안냈어?”
“쟤는 혼내도 똑같아.”
순이의 물음에 반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디 말을 좀 들어 먹어야 혼을 내는 보람을 느끼지... 그렇다고 저 작은 아이를 팰 수도 없고.
“왜 나처럼 폭력은 안 사용!...”
꽝!
“요놈의 쥐새끼! 그러고 보니 너 때문이잖아.”
“꾸잉...”
서러운 노에라... 반화에 이어 순이에게도 뒤통수를 맞은 녀석은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괜히 나댔다고 후회를 했다. 어느새 맞는 것에 대해서는 적응한 노예라...
“이 토끼는 뭐야? 표정이 뭐 저래?”
“쟤? 몰라, 좀 이상한 애야.”
멍 때리고 반화의 집을 살펴보는 오글리를 가리키며 순이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 반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확실히 이상한 녀석이었다.
“삼이!”
휙!
순이의 부름에 고개를 휙 돌리며 삐졌다고 항의하는 삼이.
“밥 안 먹을 거야? 배 안 고파?”
-...밥?
“그래, 밥. 반화가 고기 준비 했다는데.”
-!!
“??내가 언제??”
퍽!..
“그, 그래... 고기 먹어야지?”
눈치 없이 구는 반화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갈겨버린 순이, 반화를 이렇게 구타할 수 있는 건 역시 순이 밖에 없었다. 순간 령이가 움찔하며 뒷걸음질 한 것은 다행히 아무도 못 봤다.
-꼬기!!!
“기다려 봐봐... 줄게.”
두 고양이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고기를 굽게 생긴 반화, 어차피 밥 먹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떠밀리듯 해주려니 어쩐지 하기 싫어졌지만 고양이로 돌아간 순이의 솜방망이가 이미 대기 중이었다.
-냐아아아!!
냥이렌을 배경음으로 각종 고기를 꺼내는 반화. 생각해보니 삼이 녀석은 밥을 그렇게 먹고 사라졌다가 얼마 되지 않아 온 건데...
“근데 삼이 넌 많이 먹고 갔잖아.”
-그게 며칠 전인데! 벌써 다 꺼졌지!
“응?? 며칠 전?? 아아... 시간이 다른 건가?”
그러면 이해가 되었다. 아주 잘... 며칠이나 고기를 안 먹었다면 당연히 삼이가 저렇게 떼쓰는 게 이해가 아주 충분히 되었다. 그러면 차라리 처음부터 고기를 미끼로 목욕 시켰으면 쉽게 했을 텐데...
“노에라, 저 토끼는 풀 먹냐?”
“응?? 아니, 쟤도 고기 잘 먹는데?”
“...개판이네.”
쥐까지는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토끼 녀석이 고기까지 뜯다니, 말세였다. 물론 토끼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귀와 꼬리, 그리도 전신의 털 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토끼는 토끼였다.
반화의 태도에 오글리는 설마 자신은 고기를 못 먹는 건줄 알고 속이 쓰려왔다. 고기라는 말에 위산이 한껏 분비되어 있었는데...
“뭘 그렇게 죽을상을 쓰고 있어? 빨리 가서 접시나 날라.”
“응? 나, 나도 먹을 수 있는 거야?”
“설마 마스터가 쪼잔하게 먹는 걸로 그럴 까봐? 일단 먹는 걸로는 장난 안 치는 인간이야. 맘껏 먹어.”
먹은 후에 아마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는 노에라였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오글리가 반화의 말도 알아듣고 노에라의 말고 잘 알아듣고 있었다.
“근데 고기라는 건 어떻게 알아들었어?...그러고 보니 한글로 말하네?”
“응?? 나는 그냥 말하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오글리는 그냥 자기 말을 쓰고 있는데 한국어로 노에라의 귀에 들리고 도 한국어를 자동으로 통역해서 잘 알아듣다니. 오글리의 머리가 조금 똑똑해지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뭐해? 빨리 밥 먹을 준비 안 하고. 노에라, 가서 애들 다 불러 와.”
“옙!”
이상했지만 지금은 고기가 더 급했다. 이미 밖의 마당에서 굽고 있는 고기 냄새에 홀린 노에라는 서둘러 별장과 본가를 왔다 갔다하며 알리고 다녔다.
...
“오, 노에라. 어딜 갔다 온 거지?”
“해골씨!!! 끄어어엉”
“허허허.”
노에라는 역시 오랜만에 보는 해골씨의 모습에 뼈다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이 딱딱한 감촉을 다시 느낄 수 있다니... 이런 노에라를 보며 잠시 해골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녀석을 가만히 두었다. 분명히 마스터에게 구박받았으리라. 그냥 혼자 사라졌으면 가벼운 구박으로 끝났겠지만 삼이까지 딸려 갔으니 아마 꿀밤 몇 번 맞았을 것이다. (해골씨의 예상은 정확했다.)
“오, 마스터. 저걸 사용해 보신 겁니까?”
“어, 괜찮더라.”
“허허허, 그럼 저 녀석이 그 세계에 살던 녀석인가 보군요.”
해골씨가 오글리를 보더니 대뜸 반화에게 이상한 소리를 했다. 다른 세계의 녀석이라는 걸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겠지만 뭘 사용했다는 걸까?
“해골씨, 저 녀석한테 뭘 사용했다는 거야?”
“이번 소환에 관련된 사건으로 의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에 대한 연구 결과물이지. 아마 대화하는데 아무 문제없었지?”
“어!? 그거 해골씨가 한 거야?”
“정확히는 내가 마스터에게 알려준 것을 마스터가 사용한 것이지.”
“오오... 어떻게?? 응??”
“인공지능, 의지, 그리고 소환계약을 융합한 것이지.”
“...?”
해골씨의 말을 분명히 듣긴 들었는데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게임으로 비교해보면 통역시스템이라는 걸 만들었다는 거다. 인공지능을 번역과 통역을 하는 시스템으로, 의지와 소환계약을 네트워크처럼 이용해서 상대와 연결되어 의사가 전달되는 거지.”
“헐...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걸 만들었다고?”
“정확히는 내가 만든 것이 아니고 마스터가 만들었지. 그냥 몇 번 시도하더니 만들어버렸다.”
“그렇구나...”
아무튼 괴물 같은 인간이었다. 그런 걸 만들다니.
“근데 그걸 오글리한테 언제 심었대.”
아마 실험용이 필요해서 썼을 것이 분명했다. 실험에 대한 어떤 것도 듣지 못하고 졸지에 실험용 토끼가 된 녀석... 다행히 부작용은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양아치는 양아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고기 맛과 크로롱 액의 맛에 취해 있는 녀석을 보며 한숨을 쉰 노에라.
“그래, 모르는 게 차라리 약이지.”
그냥 아무 것도 모르면 편했다. 괜히 알면 찝찝하기만 하겠지. 단순한 놈이니 나중에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면 그냥 넘어 갈 것이 분명했기에 노에라도 그냥 신경 끄기로 했다. 저 녀석 때문에 고생은 좀 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는 나름 잘 풀었으니 아량(?)을 베풀기로 한 것이다.
“삼이야, 재미는 있었어?”
-응!
“그래?? 뭐가?”
-으움... 그냥 문어 대가리도 나오고 뱀 대가리도 나오고, 재밌었어!
“그, 그래?”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령이는 1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이 재미있었다니...뭐...
“나도, 나도 갈래!”
“시끄러.”
루네스 녀석이 또 까불거렸지만 반화에게 간단히 제압이 되었다. 이 생선 녀석을 회 더 먹을 수도 없고, 참...
...
[마스터.]
“응? 왜?”
식사를 끝내고 여유롭게 소파에 누워 쉬고 있던 반화를 파스가 불렀다.
[그게... 칸 대륙 관련된 일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응? 그래서? 그냥 알아서 해결해.”
자신이 무슨 오지라퍼도 아니고 죄다 신경 쓰면 그냥 신을 하고 말지 왜 이러고 있겠는가? 이제는 그냥 자기 가족일 외에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싶은데 아무래도 지구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에이씨... 또 뭔데?”
세상에는 자신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 써야 하는 일도 있었다. 파스가 이렇게 말한다는 건 반화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설명을 들은 반화.
“웬 놈이 또 설치는 거야? 신?? 이 새끼를 *신으로 만들어 줄 수도 없고.”
[하하하, 농담도... 마스터는 *신이 아니라 그냥 죽여 버리...큼...아닙니다.]
깔끔한 일처리를 지향하는 반화에게 그런 찝찝한 결말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파스가 웃으며 말했다가 반화의 심신이 몹시 불편함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미료하고 민사장은?”
[일단은 제가 신경 쓰지 말고 두 세계를 안정화 시키는데 주력하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그들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습니다.]
파스, 본인의 감시망을 뚫었는데 미료와 민사장이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세계를 안정화시키고 반화가 편히 쉴 수 있게 하려는 대리인에 불과했다. 결국 이런 일에는 반화가 직접 나서거나 쓸 만한 부하 녀석을 시켜서 해결해야 하는데 그 부하가 마땅치 않았다.
“해골은 쓸모가 없고, 순이랑 삼이는 안 되고...맹이?”
그나마 맹이가 제일 유력한 후계자이긴 한데 아직은 혼자 돌아다니게 하기엔 불안했다. 그건 무력적인 부분에서 걱정 된다기보다는 그냥 딸을 밖에 내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럼 결국 반화 본인이 움직여야했다.
“노에라를 좀 굴려 볼까.”
저 쥐 녀석을 좀 굴리면 쓸 만해지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반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