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61화 (262/295)

# 261화 #

261화

“넌 뭐야? 토끼야? 손에 든 건 또 뭐고.”

“예? 저, 저요? 어... 오, 오글리라고 하는데요?”

“오글거린다고?? 뭐라는 거야.”

반화의 시선에 얼어버린 오글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알아듣지도 못하게 중얼거리자 짜증난 반화.

“오글리입니다!!!”

“시끄러워, 다 울리잖아.”

“넵!...”

울린다는 말이 틀리진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반화가 말하지 착한 애들 삥 뜯는 양아치 같았다. 아니, 그냥 양아치가 맞는 것일 수도...

“마스터, 근데 밑에 그 놈은 죽은 거야?”

자기한테 주의가 돌려지기 전에 서둘러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주는 노에라. 진짜 맞기는 싫다는 마음에서 나온 필사적인 머리 굴림이었다.

“이거?”

툭!

움찔!

“응? 살아 있네???”

반화가 건드렸는데 살아있다니! 노에라는 믿을 수 없었다. 삼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는 파괴범인데...

“이걸 살아 있다고 해야 하나? 죽었다고 해야 하나?”

-웅? 꼼실꼼실 거리는데 살아 있는 거지! 아빠 바보!

“또 궁디팡팡 맞을래? 아빠한테 바보가 뭐야.”

-힝...

삼이의 쿠데타를 간단하게 막은 반화, 발 밑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는데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다니, 지가 해삼도 아니고 설마 재생하는 건가 싶은 것이다.

“요놈 봐라...? 이건 뭐지?”

자세히 안을 살펴보니 정말 뇌가 재생되고 있었다. 반화가 만든 반죽이 서서히 다시 그 모양을 잡더니 신경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을 보니, 반화가 톡톡 두들기는 것에 반응한 것이 그냥 충격에 의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왜?? 진짜 살아 있는 거야?”

“노에라.”

“응?”

꽝!

“시끄러우니까 그만 좀 쫑알거려. 왜 이런 곳에 와서 귀찮게 만드는 거야? 엉?”

“나, 나도 피해자인데!...”

“삼이는 또 왜 끌어들였어?”

“그건...”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오글리가 소환하긴 했지만 노에라의 강요와 협박이 아니었다면 소환할 수 없었을 테니. 그리고 딱 보니 소환에 대해 반화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 구박으로 길들여진 노에라는 더 변명해봐야 먹히지 않는 걸 깨닫고 그냥 묵비권을 행사했다.

꽈꽝!

“!! 꾸잉...”

그렇다고 맞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삼단 아이스크림을 머리에 달고 노에라의 벌은 일단락 지은 반화.

‘다행이다...’

오글리는 오히려 이걸로 끝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더 많이 화낼 줄 알았는데...

“어디 이상한데는 없지?”

“응? 이것만 빼면...괜찮은데.”

반화의 말에 노에라가 뒤통수의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됐네.”

“...”

노에라의 안부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리고 다시 관심을 발밑으로 돌린 반화.

“흐음...”

그냥 재생력이 뛰어난 녀석으로 생각하려했지만 그거랑은 조금 달랐다. 아무리 재생력이 좋아도 세포하나하나 분쇄해가며 반죽으로 만든 것인데 재생이 되다니... 그리고 재생되는 과정에서 이상한 기운이 하나 끼어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자꾸 반화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토끼.”

“예!?”

“조용히 말하라고. 크로마족인가 뭔가는 뭐야?”

“어?? 그걸 어떻게?”

“자꾸 되묻지 말고 대답을 해, 멍청아!”

자꾸 반화의 말에 멍청한 말을 뱉는 오글리에 노에라가 조용히 녀석의 귀에 대고 주의를 줬다. 마스터의 성격이 얼마나 더러운데 자꾸 되묻게 만들다니.

“넵! 그러니까 이 세계에 사는 종족 중 하나로 아르지너트 대륙을 지배하는 자들입니다. 물론 그들 외에도 이 대륙에 많은 종족들이 살지만 가장 많은 영역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거 말고. 요즘 이 놈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

“그건...아! 요즘 마이구로라는 걸 먹고 이상하게 변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먹고 난동을 부린다고 합니다.”

“마이구로라... 이건가? 어쩐지 탁하다 했더니.”

이 세계가 정화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것인 것 같았다. 각 세계마다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항상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 주류 종족이 만들어낸 사기를 그들에게 다시 되돌려주는 세계의 복수였다. 그걸 사용하는 수단이 조금씩 다를 뿐이었다.

“근데... 좀 이상하네.”

분명 세계가 만들어 낸 놈이 맞긴 한데 어쩐지 조금 이상했다. 반화의 기감을 자꾸 찝찝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니 일단...

콰득!

?!?!?!!!!!

우득!!...

이제 막 재생이 끝난 거대 뱀을 아예 통째로 감싸버린 반화의 기운이 마치 블랙홀처럼 그 안의 놈을 아예 분자단위로 분쇄시켜버렸다. 찍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분해되어 흩날리는 모습에 오글리와 노에라는 흠칫 몸을 떨며 반화를 쳐다봤다. 오글리는 그렇다고 쳐도 노에라도 절대 자기 식구에게는 저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식겁할 광경이었다.

-뿌아아!!! 짜부됐쪙! 아빠! 나도, 나도 가르쳐줘!

“안 돼.”

-왜애애애.

“사고치잖아, 너는.”

다행이었다. 노에라는 내심 반화가 삼이의 땡깡을 들어주면 어쩌나 겁이 났는데 다행히도 반화는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만약 삼이가 저걸 배운다면 그 희생양으로 노에라가 가장 유력했기에 절대 배우지 않았으면 했다. 실험용 쥐가 되긴 싫었다. 특히 이런 것에는...

-체...

“일단 집부터 가자. 이게 꼴이 이게 뭐야, 꼴이. 응?”

-씻기 시른데...

“털 봐라, 이제 순이를 똑 닮아서 털뚠이가 다 됐어. 밖에 나가서 뒹굴면 금방 먼지덩어리가 된다고, 응? 그러게 왜 밖에 나갔어. 아빠가 집에 있으랬지?”

안 그래도 뇌력을 쓰는 삼이라서 먼지덩어리가 되기 쉬운데 순이처럼 털뚠이니 밖에 나가면 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니들도 좀 씻자.”

“나, 나도?”

“시궁창 냄새나 너한테.”

“너무해...”

반화의 말에 풀 죽은 노에라. 그리고 또 하나의 냄새덩어리 오글리.

“야, 그거 좀 버려.”

“네?? 아! 넵!”

여태까지 꽉 붙들고 있었던 귀 두 짝을 반화의 말에 후다닥 버린 오글리. 녀석이 버린 것을 유심히 보던 반화는 어이가 없었다.

“쟤 뭐냐?? 귀를 왜 뜯었어?”

-삼이가 토끼 잡아먹는다고 하니까 뗐어. 바보야 바보.

“그래? 쯧.”

자랑스럽게 말하는 삼이의 말에 반화는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그래도 토끼귀가 재생되어 있는 것을 보니 얘도 또 신기해보였다. 재생되는 토끼라... 실험실에서 토끼가 많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알면 난리가 날 것 같았다.

흠칫!

이런 눈치는 또 좋은 오글리가 반화의 눈빛에 몸을 떨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반화는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삼이의 몸에서 나는 꼬랑내가 코를 자꾸 찔렀다. 도대체 뭘 한 건지... 여기의 문제는 어차피 반화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요즘 들어 왜 자꾸 세계가 이렇게 들러붙는 건지 생각 같아선 그냥 다 부셔버리고 싶었다.

쩌저저적!!

“가자.”

“드디어!! 집에 간다!!!”

반화가 차원을 찢어 통로를 만들자 노에라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따신 집, 따신 밥... 그리고 손가락에 아직도 남아있는 리듬 본능을 일깨워줄 키보드까지 노에라는 드디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스윽...

“헙.”

시끄럽다는 반화의 눈빛에 바로 입을 다문 노에라, 고개 짓하는 반화의 뜻에 따라 오글리 녀석의 머리에 올라탄 노에라가 갈라진 균열로 움직이라고 했다. 이제 계약이고 뭐고 상관없었다. 오자마자 반화가 해준 것이 오글리와 연결된 노에라의 계약을 없애 버리는 것이었으니까. 의지로 연결된 둘의 계약은 간단하게 반화의 힘에 소멸되었다. 노에라에게는 절대 풀 수 없는 족쇄였지만 반화에게는 그냥 손 한번 까딱하면 풀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구박처럼 보였던 반화의 뒤통수 어루만짐이 그런 의미가 있었다는 걸 아까 깨달은 노에라는 가벼운 몸으로 오글리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계약 해지되었어. 알지?? 넌, 이제 뒈졌으...일단... 저기로 가자고.”

“넵!”

툭! 툭!

그동안 노에라에게 물리적인 공격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았던 상황이 이제는 바뀌었다. 저 작은 발에서 가볍게 두들기는데도 골이 울리는 힘에 오글리는 앞날이 두려워졌다.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저 곳이 마치 지옥의 입구 같았다.

“빨리 안가?”

후다다닥!!!

쑤욱!!

노에라의 말 한마디에 바로 균열로 뛰어든 오글리, 그리고...

“일단 게이트는 만들어 놔야지. 여기 망하면 애들 놀이터로 만들면 좋을 것 같네.”

세계가 시도하고 있는 정화 작업에 이번에는 껴들 생각이 없었다. 몇 번 해보니 이것도 은근히 귀찮았으니까. 그냥 망하고 나면 스톨로지처럼 애들이 맘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로 쓰는 게 편했다. 스톨로지처럼 작은 곳도 아닌 것 같으니 딱 이었다. 안 그래도 힘이 남아도는 삼이 녀석이니.

아직 망하려면 시간이 꽤 남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정화 말고도 끼어든 뭔가로 인해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인간의 기준으로는 긴 시간이겠지만 반화들에게는 그 정도 시간은 짧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 가자. 림자, 따라 붙었어?”

“당연하지. 차원 고아가 될 순 없으니까.”

-아빠, 진짜 씻어야 돼? 그냥 저번처럼 위위윙! 하고 씻으면 안 돼?

“안 돼.”

-힝...왜?

“손맛이 없거든.”

털뚠이들은 씻기는 맛이 있었다. 찹찹찹하고 쭉 짜낼 때의 쾌감은 반화가 직접 씻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삼이나 순이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

.

.

“수아아(어떻게 된 거지?)??”

“수아릉(연결이 끊어졌다!)!”

“수오오오오!!(이 하찮은 놈이 감히!)”

뭔가에 격분하고 있는 크로마족들.

“수카수아(어떻게 스왈로네크의 연결을 끊은 거지??)”

죽지 않는 뱀, 스왈로네크와의 교감이 끊어 졌다는 사실에 다들 의아하면서도 분노했다. 중앙에서 외곽으로 전사들을 파견 시킬 때 주로 연락책으로 쓰는 스왈로네크는 일단 재생력이 어마어마했다. 거기에 교감도 훌륭했으며 땅 속 깊숙이 있어 발견도 어려울뿐더러 발견해도 거대한 덩치, 그리고 어마어마한 힘에 전사 수십이 모여도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 귀한 건은 당연했다. 그래서 스왈로네크와 교감할 수 있는 크로마족은 중앙에서도 엄청난 대접을 받고 있는데... 그런 스왈로네크를 잃어버리다니...

“끄응...”

전사도 잃고 스왈로네크까지 잃었으며 마이구로에 대한 조사도 멈춰져버린 상황에 다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 그래도 하나의 손이 부족한 상황인데...

“수크랑!(마지막 교감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턱!

“수르?(이게 뭐지?)”

스왈로네크과 교감을 했던 자가 내놓은 종이에는 삼이, 그리고 노에라와 오글리가 위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수오아!!!(래비트족이다!)”

삼이와 노에라는 알아보지 못하지만 오글리는 알아 본 그들.

으드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