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259화
삼이와 함께 사라진 뿌리, 설마...
“셀라! 셀라 어디 있어?”
“응? 걔? 집에 갔지.”
“파스, 셀라 불러.”
[예!]
삼이를 찾을 방법이 생각난 반화.
“림자, 소환수 그림자에 들어가서 같이 소환될 수 있지?”
“응?? 그, 그렇지! 할 수 있다!”
“손 내리고 이리 와.”
반화의 말에 림자가 반색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림자라서 앞뒤가 구분이 가진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소중한 핸들을 내려놓고 스르륵 반화의 앞으로 온 림자.
“뿌리 녀석이 다시 돌아 와봤자 말이 안 통할게 분명하니, 네가 좀 갔다 와야겠다.”
“문제없다! 뭐든 시켜줘라.”
반화가 카드 긁은 것에 대해서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하니 림자 녀석이 신이 나서 대답했다. 오랫동안 갈굼 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끝날 수 있으면 오히려 림자가 땡큐였다.
[불렀습니다.]
“뭐야, 또 왜??”
“뿌리, 여기로 다시 부를 수 있어?”
“뿌리?? 삼이가 자기 정령으로 만든 녀석?? 안될 걸?”
“왜??”
“...왜라니... 내 소속이 아니니까 그렇지. 엄밀히 말하면 삼이는 불의 정령 노선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속성의 정령왕이 되고 있는 중이라고. 이제 내 영향은 안 받을 걸?”
당연히 정령왕인 셀라가 다시 불러들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없다니 낭패였다. 림자가 그 모습을 보며 설마 말을 무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보던 중에...
치직!
“응?”
-포롱~ 포롱~
-냐아!
텁!
-포,포롱!?
휘익!!!
집구석에서 전깃불을 피우며 나타난 뿌리, 순이가 흥분하며 녀석을 잡아다 반화의 앞에다 던졌다.
“됐다. 림자! 빨리.”
“이미 들어갔다!”
애하나 찾기 위해서 별짓을 다하는 것 같았다. 아마 삼이의 이번 여행 끝은 궁둥이 마사지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긴 했지만.
“...”
“...”
-포, 포롱??
무언의 압박에 뿌리는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삼이가 소환해제를 해서 빨리 아빠 데려오라고 해서 왔더니 다짜고짜 자신의 그림자에 이상한 녀석을 넣지를 않나, 빤히 쳐다보지를 않나.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
“빨리 가.”
-포롱??
“삼이한테 가라고.”
그게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거란 말인가...
“에이, 그건 좀 억지다. 쟤가 너도 아니고 자기가 가고 싶다고 소환될 수 있는 줄 알아?”
그나마 이집에서 가장 정상인 령이가 반화의 재촉에 타박을 줬다. 다 좋은데 반화는 항상 남들이 자신처럼 다 할 수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었다.
“뭐야? 그럼 그냥 기다려야 되는 거야? 뭘 좀 해 봐.”
령이의 말에 순이가 인상을 쓰고 뿌리와 반화를 번갈아가며 쏘아 봤다. 그 무언의 압박에 뿌리가 불안한 듯 연신 전깃불을 뿜어냈는데...
“이게 뭘 잘했다고 눈을 부라려?”
“흥! 너도 잘한 거 없잖아!”
뿌리를 뒤로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둘... 령이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옆에 있던 맹이도 그런 둘이 한심한 듯 혀를 차더니 뿌리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녀석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정이 된 뿌리 녀석.
“집사가 그 정도도 못해!?”
“누가 집사냐!”
“애도 아니고 왜 저러나 몰라.”
유독 순이와 저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 반화, 령이는 조금 부럽기도 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찾으라는 애는 안 찾고 지들끼리 싸우기나 하다니.
“흐으음... 확실히 이제 정령왕이 되고 있는 건가? 내 영향은 전혀 안 받네.”
셀라는 자신을 보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뿌리를 보면서 저 녀석이 온전히 삼이의 소속으로 바뀐 것을 인정했다. 그래도 조금은 아직 자신의 영향을 받을 줄 알았는데 저렇게 완벽하게 바뀌다니... 불의 정령왕이 될 씨앗을 다시 뿌려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엔 절대 순이같은 녀석이 찾지 못할 곳으로.
-포! 포롱!!
“응??”
“빈틈!”
퍼억!!
“...이게 진짜...”
반화가 한 눈 파는 사이 솜방망이...아니, 이제는 그냥 손바닥으로 반화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세상에서 저런 짓을 반화에게 할 수 있는 녀석은 순이 밖에 없으리라. 졸지에 한 대 맞은 반화가 눈을 부라리며 복수를 예고하려는 순간,
“어? 뿌리 없어졌다!”
“응?? 없어 졌다고?? 또 소환된 거야?”
“그런 가봐.”
다행히 반화의 주의를 다른 것으로 돌린 순이. 뿌리가 삼이에게 다시 소환되었고 림자가 이곳으로 온다면 이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출냥이를 잡아오기 직전의 반화네...
.
.
.
“없어요?”
“예,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답니다.”
“후우... 나머지들은요?”
“일단 귀왕가의 가주와 그 손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추적에 성공했습니다. 독왕가는 여전히...”
“하필 중요인물 둘이 사라졌네요. 독왕가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고.”
미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며 의자의 팔걸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제국이 건국되고 칠왕가 모두를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려고 했는데 두 왕가가 자꾸 말썽이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밖에 박스가 많던데.”
“그게... 가주의 아들 말로는 귀왕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을 영접하기 위해서 여기로 왔답니다.”
“신이요??”
“예, 물론 진짜 신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귀왕가의 역사를 보면 가끔 이상할 정도로 번성한 적이 있긴 했습니다. 그들 말로는 그때 마다 신이 자신들에게 왔다고 합니다. 확인 되지 않습니다만.”
“그래요?? 그럼 여기서 그 신을 영접하려고 했다는 거네요?? 설마...”
“혹시나 해서 저도 물어 봤는데 신을 영접했다고 해서 바로 이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적을 발휘하진 못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습니까?”
검귀가 미료에게 반화들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들 지금 바쁘데요. 얼마 전에 파스라는 목소리도 저희를 돕다가 혼난 것 같았어요.”
“예? 혼이 나요??”
파스라면 칸 대륙 전역을 감시해서 요괴, 사람 할 것 없이 몽땅 찾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천재지변까지 자유자재로 부리는 존재인데 혼이 났다니...참...
“그 분 아시잖아요.”
“아...그렇군요.”
미료의 말에 단번에 수긍한 검귀. 저쪽 집안에는 반화라는 괴물이 살고 있었다. 파스라는 목소리도 혼낼 수 있는...
“일단, 제국 안정화에 집중해요. 민사장님으로부터 받은 것들은 잘 교육 시키고 있죠?”
“당연하죠. 그 엄청난 것들을 그냥 구경만 할 수 없죠. 하루 빨리 이쪽 세계처럼 우리 제국도 발전해야지요.”
“장단점은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 제국이 가져가야 할 것들이 많아요. 대신 너무 성급하게 다 받아들이진 마세요. 급하게 먹는 물은 항상 체할 위험에 놓여 있어요.”
“예!”
.
.
.
-배고파아아아!!!
“아까 밥 먹었잖아!”
-그래도 배고파!!
“이 돼냥이 같으니라고!”
딱콩!!
“...돼냥아치...”
삼이에게 뒤통수를 어루만짐 당한 노에라가 작게 중얼거렸다. 노에라는 고양이가 정말 싫었다...
-흥! 빨리 밥 줘!!
식냥충이 삼이의 예견된 땡깡이 시작되었다. 아공간에 넣어뒀던 식량이 바닥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삼일정도 버틴 것이 용했다. 이틀째에 심각함을 깨닫고 대체할 만한 것들을 찾았지만 이 냥아치가 입은 또 어찌나 까다로운지 오글리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죄다 퉤하고 뱉어 버렸다. 누가 식육목과 아니랄까봐 고기가 아니면 먹지도 않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오글리가 아는 거라고는 죄다 야채뿐이었으니...
“크로마족이라도 털어야 하나?”
“빨리, 뭐라도 구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러다 폭주하겠어... 우리는 이거라도 먹고 있지만 저 악마는 아무 것도 안 먹고 있잖아. 설마 굶어 죽는 건 아니겠지??”
“쯧...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 아무 이상 없어. 그냥 먹는 게 좋아서 그러는 거지. 마스터가 버릇을 잘못 들였어.”
“???”
삼이의 존재는 정령, 먹는 것에 영향을 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노에라의 말 그대로 그냥 먹는 게 좋아서 저러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저 땡깡을 받을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좀 더 심해지면 곤란해지겠지만.
-힝... 배고파...
“정 배고프면 이거라도 먹으라니까??”
-풀떼기! 쥐나 먹어!
“...아, 나도 몰라! 니가 알아서 해! 구해서 먹든 말든!”
안타깝게도 삼이는 고기를 구해서 먹을 줄 몰랐다. 사실 녀석은 태어난 지 이제 1년이 된 갓난아기나 다름없는 녀석이었다. 워낙 응꼬발랄해서 잘 잊어버리긴 하지만...
울먹...울먹...
“어, 어...? 우, 울지...마아아아악!!!”
치지지지지긱!!!!
....푸쉬시시시....
삼이가 울면 주변은 찌릿찌릿해진다.
까맣게 전기구이가 된 노에라와 아예 재가 되어버린 오글리.
-...어?...토, 토끼가...
“끄으응... 이 냥아치야! 애 죽을 뻔 했잖아!”
-안 죽었어? 휴우~
재가 되긴 했지만 세포는 살아남아 오글리가 꾸물꾸물 재생되기 시작했다. 뇌부터 시작해서 진행되는 재생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미친 과학자의 생체 실험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모습이었다.
...
“안 되겠다. 일단 어디든 한번 털자.”
-응!
노에라의 말에 삼이가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고기를 먹지 못해 손이 떨릴 것 같았다. 노에라가 삼 일간 준 고기로는 자신의 욕구를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차라리 그걸 한 번에 털어 먹고 며칠 안 먹는 게 나았을 정도였다.
오글리의 재생이 끝난 후 노에라는 삼이가 오기 전에 자신들을 쫓아 다녔던 크로마족이 나타났던 장소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중앙에서 나온 놈이라고 했으니까 아마도 그 놈이 온 흔적을 추적하면 중앙이 나올 것이었다.
“근데 왜 마스터는 안 오는 거지?? 분명히 네가 뿌리를 보냈잖아. 설마 못 찾는 건가??”
-우움... 모르겠어.
“설마... 시간 흐름이 다른 건가??? 혹시 거기서 나 사라진지 얼마나 지났었어??
-웅?? 모르는데? 언제 사라졌어?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너무하네, 없어진 것도 한참 지나고 나서 알았어??”
-헤헤...
삼이가 노에라의 섭섭해 하는 표정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으로 노에라는 더더욱 서운했다. 그냥 한번 떠 본 건데 진짜 몰랐다니...
“그래도 없어졌다는 건 알았을 거 아냐...그 뒤로 며칠 지났어?”
-우움... 삼일?
“...역시 시간 흐름이 다르네. 뿌리가 돌아오는데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일단 움직이자.”
-응!
재생되고 나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오글리를 집어 들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노에라와 삼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찾아 올 텐데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치기 위해(?) 움직였다.
-꼬기~ 꼬기~~ 맛있는 꼬기~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쥐고기는 맛없다.”
-흐응... 안 먹어 봤는데.
오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