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8화 #
258화
오글리가 급하게 노에라에게 소리쳤다. 지금이 아니면 이제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제물! 빨리!!”
“기, 기다려!”
잔뜩 흥분한 오글리의 기세에 잠시 주춤한 노에라가 바로 금을 꺼내 진열했다. 그리고...
쩌저저저...쩍!
...드드드...콰아아앙!!!!
-우우웅... 잠 와...
...
삼이는 잠이 왔다... 그래도 재미있는 걸 놓칠 순 없었기에 오글리의 소환에 응했다.
“삼이야아아아아!!!!”
-웅?? 쮜다!! 쮜!! 어디 있었어!! 찾았자나!
“으허허어엉...나도 나도 찾았다고..”
감격의 상봉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 서로 저렇게 부둥켜안고 서로를 찾는 모습이란... 오글리에게는 참 낯설기도 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저 양아쥐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뚝!
“쿨쩍...”
-근데 여기 어디야?? 자고 있었는데...
“자다가... 소환된 거냐? 설마 마스터는??”
-아빠?? 몰라.
“!!!”
큰일 났다. 삼이를 소환하면 당연히 마스터 옆에 있다가 소환이 될 줄 알았던 노에라는 자다가 소환되었다는 말에 불길함을 느꼈다. 어째 일만 커진 느낌이었다.
-히히, 땅 속이네?? 쥐야, 땅 파고 놀았어?
“아니, 삼이야. 잠깐만... 지금 굉장히 심각해. 너 집에 못 돌아 갈 수도 있어...”
-...?? 집에?? 왜?
노에라의 말에 삼이가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반화가 참 좋아하는 표정인데 이제 반화는 저 표정을 못 볼 수도 있었다. 소환하면서 어떤 식으로 든 반화가 그 모습을 보고 이 곳에 찾아 와야 계획이 성공하는 건데 삼이 혼자만 그냥 자다가 덜렁 와버린 상황이라니... 물론 아예 소환이 안 되는 것 보다는 하나라도 소환된 것이 노에라에게는 좋은 상황이긴 했지만 이 상황이 본질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쿠웅!!!
“노에라! 놈들이 또 우릴 찾았나봐!”
“시끄러!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졸지에 삼이 납치범이 되어버린 상황에 그게 무슨 문제일까...
-움? 이건 뭐야?
까득!!
-퉤! 퉥!! 먹는 거 아니네.
휘익!!
....쿠우우웅!!!!!!
옆에 제물로 쓰인 재물을 입으로 씹어 본 삼이, 맛이 없자 바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헉!...”
공중에 던져진 금덩이가 그대로 천장을 뚫고 하늘이 보이게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땅 속에 들어 온 밝은 빛에 오글리는 멍하니 삼이와 구멍 난 천장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냥 쓰레기 던지듯 가볍게 던졌는데...
-웅? 위에 뭐가 있었나??
그냥 못 먹는 쓰레기(?)를 던졌을 뿐인데 왜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듯 삼이가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일단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이제 저 문어 대가리한테 더 이상 안 쫓겨도 돼!! 캬캬캬!!”
“...”
오글리가 실성한 듯 웃고 있는 노에라를 보며 은근슬쩍 한걸음 물러섰다. 아마 자신은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악마를 둘이나 불러냈으니.
-쥐야, 여기 어디야??
“응? 아, 그걸 설명 안 해줬네. 여긴! 그러니까...야, 여기가 어디라고??”
“...아르지너트 대륙인데..?”
“아! 맞다. 그래, 아르지너트 대륙이다! 그러니까 즉! 새로운 세계라는 거지!”
-...!!!! 냥!? 새로운 세계?? 설마 삼이가 자는 사이에 여길 데려온 거냥??
“...아니, 니가 동의해야 올 수 있는 건데?? 데려온 게 아니니까 괜히 오해 하지 말라고. 어디까지나 니 선택이야. 호오오옥시나 마스터한테 그렇게 얘기 하지말라고. 오해하니까.”
졸지에 새끼냥이 납치 쥐가 된 노에라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일단 삼이만 소환되긴 했지만 진정하고 보니 마스터인 반화는 삼이가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리면 어떡해서든 방법을 찾아서 삼이에게 올 존재였다.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문제긴 한데, 삼이만 있다면 여기서 사는 것도 문제없었다. 그냥 반화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조금 슬프긴 하지만...
-흐응... 그래?
의심의 눈초리로 노에라를 바라보는 삼이. 노에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물론 소환을 시도한 죄(?)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응한 건 자기면서!
“수아아아아!!!!!!!!!!!!”
-시끄러!!
냐아아아!!!!!!!!! 하아아아앙!!!!!
쿠그그그그....!!!!!
“에라이... 이럴 줄 알았다. 꽉 잡아!”
자꾸 위에서 시끄럽게 구는 문어대가리 크로마족의 소란에 삼이가 참지 않고 마주 냥자후를 질렀다. 왠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삼이의 포효... 그러나 지하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렀으니 무너지는 건 당연했다. 노에라는 재빨리 오글리 챙겨서 삼이에게 바짝 붙었다. 아주 숙련된 조교의 움직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에잇!
촤자자자가!!!!!!!!!.
...콰아아아!!!!!!!!!!앙!!!!!
....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며 노에라와 오글리는 참 하늘이 맑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치직!...
아직도 남은 전류가 삼이의 뿔에 어른거리고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그렇게 괴롭혔던 크로마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게 더 중요했다. 물론 땅도 함께 사라지긴 했지만 자기들 땅이 아니니 그건 신경 끄기로 했다.
-별 것도 아닌 게.
역시, 삼이를 소환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물론 삼이 말고 맹이나, 순이를 소환하고 싶긴 했었지만 안 된 것이지만...
“그럼 이제...”
-배고파. 쥐...
“...밥부터 먹자.”
배가 고프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걸 아는 터라 빨리 삼이에게 먹을 걸 넣어 줘야했다. 다행히 아직 먹을 건 많았다.
...
-꾸억~!
배를 채운 삼이가 부푼 배를 두들기며 시원하게 트림을 했다. 노에라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지가 고양이이지(?) 돼지냐? 이거... 잘못하면 며칠 못 버틸 수도 있겠는데?’
삼이는 정령이다. 고양이도, 돼지도 아닌... 그리고 이 곳에 오기 전에 배가 터질 정도로 실컷 먹고 자는 중이었다. 그 말은... 소화도 어마어마하게 빠르다는 사실인데, 거기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노에라는 당장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이 녀석을 먹여 살리려면 반화나 순이 정도는 되어야 했다.
-이제 뭐해?? 집에는 언제 가?
“집에 못가.”
-웅?? 왜??
“가는 길을 모르니까.”
-?!??
이제야 사태가 파악된 삼이. 정말 드물게 녀석의 당황하는 표정이 나왔다. 반화나 순이한테 혼날 짓하다가 걸렸을 때를 제외하면 저런 표정은 보기 힘들었는데.
“저, 노에라?? 일단 여길 벗어나는 게 좋지 않을까? 크로마족에는 그 녀석보다 강한 놈들이 많다고.”
“괜찮아. 이제는 걔들 트럭으로 몰려와도 상관없어.”
“??”
삼이의 힘은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았다. 순, 맹, 삼이의 힘은 급이 달랐다. 반화가 직접 만들어 주고 키워준 힘이 고작 이런 세계의 수준 떨어지는 놈들을 상대로 부족하다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이곳이 반화가 무너트린 괴물들의 세계보다 더 엄청나다는 거니까. 그럴 일은 없지만.
오글리는 노에라의 장담에 조금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어쨌든 든든한(?) 아군이 생겼으니 걱정은 미루기로 했다.
“안녕? 난 오스 가문의 오글리라고 해.”
-?? 뭐야 이 토끼는?
꽉!!
“으다다닥!!!?”
-웅?? 진짜 귀야?
인사를 건네는 오글리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귀를 잡아당기는 삼이... 가짜인 줄 알았나 보다.
탁!
“끄으으윽...아파...”
이제 고통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삼이가 잡은 귀에서는 아직도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귀를 부여잡고 쭈그려 앉은 오글리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 노에라. 저 마음, 저 고통 누구보다 잘 아는 노에라...
-신기한 애네. 쥐!
“왜, 왜??”
삼이가 부르면 일단 경계부터 하는 노에라.
-아니다, 잠깐만~ 뿌리야!
...뽀로로롱!
-포롱~포롱~
“!??응?!”
갑자기 뭔가를 부르는 삼이의 행동에 또 뭔 이상한 짓을 하는 건지 쳐다보던 노에라는 허공에 나타난 전깃불에 깜짝 놀랐다. 소환을 하다니! 그것도 엄청 쉽게!!
휙!!
“왜, 왜??”
“역시...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귀때기 잡혀도 싸다!”
“...”
괜히 구박받은 오글리. 이건 오글리가 모자란 것이 아니라 삼이가 규격 외의 존재라서 가능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구박하고 싶어지는 상황이었다.
-뿌리야~ 아빠 뭐하고 있어? 삼이 찾고 있어?
-포롱~
-구래?? 히히 그럼 좀만 놀고 있으면 되겠네.
뿌리의 대답에 삼이는 근심을 버리고 다시 천진난만한 표정이 되었다. 반화가 자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마음 편히 놀 생각이었다. 놀 장소에 살고 있을 녀석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
.
.
“이 녀석... 잡으면 혼 좀 내야겠어.”
-냐앙!
반화와 순이가 이렇게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도 모르는 삼이는 태평하겠지만 반화네 집은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끄응... 얘를 어디 가서 잡아야 하나.”
-...
“그래, 니가 아는 게 뭐 있겠어. 때릴 줄만 알...”
퍼억!!
괜히 순이를 건드렸다가 맞은 반화... 냥아치의 냥냥펀치는 딱히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반화가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의지로 소환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정말 흔적도 안 남고 소환이 되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노에라 때도 그랬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톡...톡...
소파의 팔걸이에 손가락을 두들기며 생각에 빠진 반화, 그 사이 림자 녀석은 분위기를 살피며 도망가려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것 같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어디가.”
-헙!...하하하... 그냥 물 좀 마시려고...
“그림자가 무슨 물을 마셔?”
-크흠! 그거 엄연히 종족 차별적인 발언이야! 그리고 나도 엄연한 소환체라고. 체(體)가 뭔지는 알지? 당연히 물도 먹고 밥도 먹고 할 수 있다고. 그냥 필요 없어서 하지 않을 뿐.
“...? 잠깐만. 다시 말해 봐.”
흠칫!...
그냥 변명삼아 한 얘기인데 반화가 심각하게 말을 하자 림자녀석이 당황하며 몸을 떨었다. 그렇게 이 변명이 별로였나...싶었다.
-물 먹을 수 있다고...했는데...
“아니, 그거 말고.”
-??
“소환체라고 했지? 그래, 너도 소환체지... 그럼 소환 흔적 같은 것도 볼 수 있지? 아니면 어디로 갔는지 확인이라도.”
-당연히... 안되지. 너도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하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야, 저기 가서 벽보고 손들고 있어.”
-...
그림자가 벽에 손들고 있는 모습이라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녀석에게 신경 쓰기도 귀찮았다.
텁!...
“이거 들고.”
-이...이건... 고문이다! 이 악독한!
“시끄러.”
어디서 가져 온 건지 슈퍼카의 핸들로 보이는 것을 림자의 손 위에 올려 둔 반화. 아마 녀석은 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스피드를 즐기고 싶어 안달이 날 것이다. 물론 벌을 받아야 하기에 그 안달 난 마음을 채울 수 없겠지만.
-냐아!!
“?? 뭐??”
-냐냐냐냐냥!..에잇! 뿌리 말이야! 뿌리. 삼이가 만든 정령! 걔도 없다고.
순이가 답답한 나머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반화를 쪼았다.
“...뿌리?? 아! 그러고 보니 걔는 또 어디 갔어? 설마 같이 딸려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