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7화 #
257화
한참을 오글리를 구타하고 나서야 분이 풀린 노에라는 출출해진 배를 부여잡고 방을 찾아 뽈뽈뽈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오글리가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따라간다.
“으으... 깡패 쥐... 양아쥐...”
“뭐?”
“아무 말 안 했는데요! 헤헤... 저녁은 뭘까요?”
“가서 물어 봐.”
“넵.”
우리의 카리스마 쥐, 노에라의 째림에 바로 튀어가는 오글리. 소환수와 소환자의 관계에서 이런 관계가 나올 것이라고는 오글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분명 소환수가 소환자를 도와 멋지게 영웅이 되는 모습이었는데...현실과 소설은 너무 많이 달랐다. 현실의 쥐는 너무 강했다. 그리고 양아치였다.
...
“야...이제 이 고기 물리니까 좀 다른 것 좀 달라고 해 봐. 그리고 정보는 언제 준다는 거야?”
“전 괜찮은뎁, 바로 바꿔 달라 할게요.”
노에라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다 재빨리 눈치를 보곤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녀석. 벌써 며칠 째 이 곳에 머물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하는 거라고는 먹고 소환하러 갔다가 다시 먹고 자고는 것이 다였다. 준다는 정보는 감감무소식... 노에라는 그냥 될 대로 대라하고 깽판을 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작은 악마는 왜 소환이 안 되는 거야...”
자신은 귀찮아서라도 계약을 했는데 삼이는... 분명 전달은 되고 있다고 오글리 녀석이 자신 있게 얘기했는데 점점 그 말도 못 미더울 지경이었다. 삼이의 성격으로 이렇게 오래 참을 리가 없었다. 분명 뭔가 잘못 되고 있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끄으응... 이 녀석은 또 왜 이렇게 안 와? 밥 좀 다른 거 달라고 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려?”
이제는 그냥 모든 게 시비를 걸 대상이었다. 오글리가 오면 바로 발차기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던 노에라.
소란소란...
“음?”
밖에서 나는 소란에 어쩐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노에라. 오글리 녀석이 사고를 쳤던가 아니면...
쾅!!
“수아아라카!!”
“젠장!...”
어쩐지 너무 오래 가만히 둔다 싶었다. 소환에 한눈팔아 놈들이 지성체라는 걸 깜빡한 대가는 오글리의 잘린 머리통으로 받은 노에라.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놈들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이유를 먼저 파악하기 시작했다.
“수아!카!!”
“뭐라는 거야 멍청하게 생긴 놈이!”
“수카!”
쇄애애액!!!
“!”
카가가가각!!!!
노에라의 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는 듯 바로 손을 뻗어 노에라를 공격했다. 생긴 것만 문어대가리인 줄 알았더니 손도 문어 다리처럼 생긴 놈이 빨판의 갈고리를 휘둘러 노에라를 공격했는데 그 위력이 어째 여태 상대 했던 놈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가락 한다 이거지? 이 놈 부른다고 여태 그렇게 시간을 끌었구먼!”
재빨리 놈들의 크기와 맞먹는 골렘을 만든 노에라가 그 안에 들어가 직접 골렘을 조종하려하자 놈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노에라가 골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쿵!!!
퍼어억!!!
“꾸어억!”
“멍청한 놈 아냐?”
“...”
간단하게 놈이 등지고 선 골렘으로 놈의 뒤통수를 갈겨버린 노에라. 힘에 비해 머리가 딸리는 놈이었다.
주춤!...
“이것들이 뒤통수를 깠다 이거지?”
“수..수아..”
우르르 몰려온 놈들 사이로 지난번에 봤던 크로마족의 리더가 보였다. 노에라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뒤로 돌아 도망가려는 놈.
“어딜!”
쑤우욱!! 덥석!!
“수아!!!?!”
“꺼져!”
쾅가가강!!!!
도망가는 놈의 다리를 재빨리 붙잡고 지난번에 사용한 소총을 꺼내 나머지 놈들을 정리한 노에라가 마치 사신처럼 부들부들 떨며 다리가 붙잡힌 놈에게 다가갔다. 파닥파닥거리면서 날아가는 것이 크로마족에 비하면 날파리 같아서 모양은 좀 빠졌지만 지금 크로마족의 리더에게는 그 어떤 것들보다 무서운 존재감이었다.
“수...”
“시끄러 자식아!”
퍼억!!
“!”
작은 발에서 나온 힘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에 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표정으로 모든 걸 말했다... 내가 고자라니!!...라고.
“생긴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어. 여우같이 생겨가지고.”
“꺼억...”
령이가 들었으면 큰일 날 말을 하는 노에라. 이럴 땐 참 좋았다. 거리낌 없이 뒷담화를 깔 수 있다는 점에서. 지구에서는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그 당사자에게 들어가 버리니 얼마나 입이 근질 했던지...
“야, 뭐해. 빨리 일어나.”
“...넵.”
우드득!
머리통만 남아 있던 오글리의 입이 노에라의 말에 대답하더니 바로 목 아래로 재생을 시작했다. 금세 만들어진 녀석의 육체, 이제는 재생 속도도 조절 가능한 오글리였다.
“!! 수, 수아아!?”
퍽!!!
“!”
“시끄러 임마, 뭘 잘했다고 떠들어.”
크로마족이 오글리의 모습에 경악을 하며 비명을 지르자 노에라가 거슬렸는지 놈의 뒤통수를 어루만져 주었다. 역시 시끄러울 때는 통수가 제 맛이었다. 왜 반화가 자신의 통수를 그렇게 깠는지 이해가 된 노에라...
긁적긁적...
“마스터의 통수 어루만짐이 그리울 줄이야...”
노에라는 이미 노예...가 아니라 통수 고통에 중독이 되어 있었다. 반화가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도 그 강도를 더 높이지 않을까?...
“밖에 정리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
“어... 이 놈이랑요? 단둘이?”
쿠르르륵!...
“꾸억?!”
“됐지?”
“...옙...”
크로마족과 단둘이 남기 꺼려하는 오글리를 위해서 녀석의 몸을 흙으로 잘 덮어줬다. 혹시나 크로마족이 일어났을 때 오글리 녀석의 신체일부가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자! 그럼 이놈들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하나...”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크로마족을 찾아다니는 노에라의 목소리가 텅 빈 건물을 울렸다. 쓸데없이 덩치만 큰 놈들이라 건물도 커서 목소리가 아주 잘 울렸다.
파닥! 파닥!
“다 도망간 건가?? 빠르기도 하네.”
아무리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 놈들의 모습에 결국 찾는 것을 포기한 노에라, 오글리가 있는 방으로 다시 돌아가려던 차에 뭔가 있어 보이는 방을 발견했다. 지체 없이 바로 안으로 들어간 노에라.
“나름 글도 쓸 줄 아는 놈들인가 보네. 책도 이렇게 있고.”
휙! 휙!
어차피 놈들의 언어도 모르는 터라 뭐가 뭔지 모르니 일단 되는대로 아공간에 집어넣고 봤다. 해석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 오글리 녀석도 글을 모르니 어차피 해석도 안 된다. 남은 크로마족은 오글리와 대화가 안 되니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끙... 생각해보니 이걸 챙겨도 말짱 꽝이네? 쓸모없는 토끼 같으니라고.”
모든 불만은 오글리 탓이었다.
보이는 건 일단 다 집어넣은 노에라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탁탁 털더니 이제 진짜 오글리가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면서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역시나 이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다.
..
쿵!!
슉! 슉!슉!!
“수아!!”
“약 오르지! 하하하! 멍청한 크로마족 같으니라고.”
“수!...”
“뭐하냐?”
“헙! 와, 왔어요?”
방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노에라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불쌍해서 일부러 넉넉하게 만들어 뒀더니 그 안에서 활로 크로마족 리더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라니. 역시 저 녀석에게 연민은 사치인 것 같았다.
우르르르...!..
“이게 뭐예요??”
“네가 지금부터 알아야 할 것들.”
“네???그게 무슨...?”
“자!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을 아주 자세하게 알려 줄게. 먼저, 저 놈에게 말과 글을 배워. 그리고 이 책을 해석해. 간단하지? 두 개 밖에 안 되네.”
“!!?!”
갑자기 이제 무슨 날벼락일까. 아무리 장난 좀 쳤다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다니... 진짜 악덕 업주였다.
“불만 있어?”
“없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 돌은 좀 내려 두고 얘기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오글리였다...
.
.
.
“그러니까 마이구로라는 걸 먹은 크로마족들이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거네.”
오글리의 알 수 없는 재능이 노에라 덕분에 꽃피웠다. 멍청하다고 계속 통수를 갈겨서 그런지 어째 생각보다 크로마족 언어를 배우는 속도가 상상이상으로 빨랐던 것이다. 아무래도 통수를 때리면서 죽은 뇌세포가 재생되면서 아주 젊고 싱싱한 뇌세포로 변환되면서 일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그 덕분에 오글리 녀석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고 정보가 적힌 서류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냐, 이 멍청아.”
“네네, 그러시겠지. 또야?”
“그래!”
“그러니까 그놈을 그냥 놔 주면 안 된다니까 괜히 중2병 걸려서 놔주는 바람에...”
퍽!!
“시끄러!”
어느새 노에라에게 말을 튼 오글리가 슬쩍 개겼다가 또 한 대 맞았다. 그러나 이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도 몸을 막 굴려서 그런지 통증에 무감각해져버렸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도 놓고 하는 것이기도 했다.
“네가 소환만 했으면 이런 일 없잖아!”
“그러는 노에라가 어떤 놈이든 데려오라고 그 크로마족을 풀어주지 않았으면 이런 일 없잖아!”
“이게!”
“어! 온다!! 빨리 땅으로!”
“제엔장!!”
지금 둘은 크로마족의 추격을 받는 중이었다. 풀루를 없애서 영웅이 되기는커녕 이 세계의 주류에게 쫓기는 중인 것이다. 괜히 노에라가 자신감이 폭발해서 반화처럼 여유만 안 부렸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냥 숫자만 많은 놈들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미워지는 노에라.
콰가가가가각!!!!!!!!!
“수아아악!!”
멀리서 날아온 무기가 지상을 헤집어 놨지만 그곳에는 노에라와 오글리가 없었다. 또 놓쳤다는 생각에 크로마족 전사가 분기탱천해 이곳저곳을 부수고 다녔지만 화풀이였을 뿐 노에라와 오글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이런 일이 반복 되었으니까.
...
“후우... 저 미친 원숭이 같은 놈이...”
“그 놈이 크로마족 전사와 인연이 있는 놈일 줄이야. 저 녀석 분명 끝까지 쫓아 올 건데 어쩔 거야?”
“그러니까 니가 빨리 소환에 성공하라고!”
“그게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니까?? 저쪽에서 나를 무시하는데 어떡해? 급이 너무 차이 나서 그런지 아예 이쪽에서 보내는 의지를 막고 있어.”
“끙... 이 작은 괴물 악마 같으니... 그건 또 어떻게 막고 있는 거야.”
삼이는 딱히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는데 오글리와 노에라는 삼이가 자신들의 의지를 차단한 줄 알고 있었다. 그냥 반화의 옆에서 있어서 그런 것이었는데...
“일단 따돌렸으니 오늘은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빨리 소환을 하라고.”
“쳇... 누군 하기 싫어서 안 하...”
퍽!!!...
“요즘 많이 개긴다? 앙?? 바빠서 내가 좀 풀어 줬더니. 빨리 안 해?”
“뉍...”
토룡으로 지하를 이동하며 다시 소환을 시도하는 둘. 어떻게 발견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하루가 지나면 또 그들을 찾아서 놈이 달려 올 것이다. 이젠 정말 소환에 성공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결국 저 무식한 놈들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자, 잠시만! 된 거 같아!”
“뭐!?”
“빨리! 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