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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53화 (254/295)

# 253화 #

253화

물론 또 낳을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한순간의 부러움일 뿐이었다. 자신은 슬이 하나면 충분하니까.

“엄마, 동생 이름은 뭐야?”

“응? 그러게, 그걸 안 물어 봤네.”

“민사장이 잘 정했겠지. 설마 명하 걔가 지었겠어?”

반화의 말에 조금 불길했지만 설마 자식 이름가지고 장난치지 않았을 거라 믿으며 본가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일단 오늘은 반화의 집에서 다들 쉬기로 했다. 하던 일들을 다 급히 마무리하고 오는 바람에 다들 조금은 어수선했지만 어쨌든 집안의 큰 일이 무사히 지나갔으니 다들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사돈총각이 큰일 했네... 사실 무서운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걱정했는데 다 오해였네요.”

“그럼요, 제가 어딜 봐서 무섭습니까? 하하하...뭐, 왜?”

“가식적인 놈.”

수화가 가식적으로 웃는 반화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가족들에게나 좀 그렇게 대하지... 매일 명하가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게 일상이었는데. 그리고 무서운 놈이 맞았다. 그동안의 행적과 하는 짓, 그리고 반화의 주변에서 그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신소이를 통해서 반화의 일면을 다 들은 수화는 이 가식덩어리의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내 동생이 싸이코라니.”

“누나, 말이 좀 심하다?”

“응? 내가 뭐라고 했는데? 슬아~ 삼촌이 고기 구워 준대.”

“아싸~!”

빠른 태세전환에 반화가 타이밍을 빼앗겼다.

“누나라서 봐 준다. 명하가 까불었으면...”

괜히 가만히 있던 명하가 소름이 끼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지만 다행히 명하는 그냥 출산으로 인한 것으로 착각했다. 반화가 이렇게 수화에게 약한 이유는 별 것 아니었다. 반화가 자취할 때 일을 하던 수화가 몰래 몰래 많이 챙겨줬던 것이 쌓여있기에 명하처럼 대하지 않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수화는 첫째로서 많은 것을 알게 모르게 포기하며 두 남매를 챙겨 줬기에 명하도 반화에게는 심하게 까불어도 수화에게는 까불지 않았다.

-고기!!!

어느새 굽지도 않은 고기 냄새를 맡은 건지 삼이와 맹이도 슬이 옆에 자리 잡고 반화를 초롱초롱 보고 있었다.

-냐낭!

“응? 쪼미, 넌 그냥 생고기 먹어도 될 비주얼인데?”

-냐앙~

부빗! 부빗!

덩치는 이미 호랑이를 뛰어 넘은 녀석이지만 애교는 여전했다. 자기도 구워서 달라는 녀석의 애교에 반화는 장난은 그만치고 고기를 일단 꺼냈다. 무슨 고기를 구울지 정해야 했으니까.

“오늘은... 명하도 좀 가져다 줘야 하니까 소고기로 해야겠다.”

출산한 명하에게는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이용해 미역국도 만들고 스테이크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물론 명하가 크게 기운을 쓴 건 아니었지만 10달이나 그 무거운 배를 끌고 다녔으니 든든하게 한 끼 정도는 먹여주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누나, 이거 미역국으로 좀 끓여 줘.”

“응? 오~ 명하 주려고? 네가 웬일이래?”

의외의 행동에 수화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녀석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오빠는 오빠인 모양이었다.

“먹고 힘내야지. 내 카드값 채우려면.”

“응?? 카드 값?”

“아주 박박 긁으셨더만.”

“에휴... 네 카드는 또 언제 가지고 갔대.”

이제 출산도 했으니 봐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임산부가 외제차, 그것도 슈퍼카를 긁은 것을 보고 반화는 생각했다. 이 자식은 호의를 둘리로 만드는 녀석이라고. 둘리는 요술로 이 못된 녀석을 아주 혼구녕을 내주기로 했다. 그래도 혼나기 전에 몸은 튼튼해야 되겠다 싶어 아주 제대로 보양은 해줄 생각이었다.

“그래도 조카는 키워야 되니까 적당히 해.”

“그래서 든든하게 먹이려고.”

“???”

얼마나 든든하게 먹으면 반화의 괴롭힘을 버틸 수 있는 걸까? 아마도 평생 먹을 보양을 한 번에 몰아서 먹어도 부족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수화는 그냥 신경 끄기로 했다. 둘이 저러는 것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결국 명하가 빌면서 끝날 싸움이었다.

.

.

.

쇄애애액!!!!

쾅!!!

“읏차!!!”

-수아알!!!

“진짜 개떼처럼 몰려드네. 얘들 설마 숫자가 너무 많아서 정화가 일어나는 건가?? 합!!”

콰가가각!!!!

푹!푹! 푹!!

-끄아라가!!!

끊임없이 밀려오는 놈들을 돌기둥으로 꿰뚫어버리며 저지한 노에라가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이놈들은 지능 쪽으로 주류가 된 것이 아니라 숫자로 주류가 된 것 같았다. 계속 죽어나가는데도 무식하게 달려드는 걸 보니... 차라리 오글리 녀석이 더 똑똑했다.

“와, 끝이 안보이네.”

“크로마족은 한번 공격하면 정말 끝없이 몰아 부친다고요! 지금이라도 빨리 땅으로 도망가는 게!...”

“시끄러, 언제까지 몰려오나 한번 보자고.”

오글리의 만류에도 노에라는 저 개떼 같은 놈들이 겁먹고 도망 갈 때까지 한번 끝을 보기로 했다. 아직 힘도 넘쳤다. 놈들의 숫자가 많기는 해도 제일 처음 만났던 놈들보다는 수준이 많이 떨어졌기에 큰 힘도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처음에 그 녀석들이 정예고 저 놈들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용도의 고기방패인 모양이었다.

“니들이 대량으로 몰려오면 나도 대량 무기를 쓰면 되지.”

노에라가 아공간에서 길쭉한 뭔가를 하나 꺼냈다. 삼이가 넣어 둔 것으로 해골씨가 직접 삼이의 부탁(이라고 하고 협박이라고 읽는다)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장난치기 위해 만들었다가 반화에게 혼날까봐 노에라의 주머니에 숨겨 놓았던 것이었다. 물론 노에라가 쓰기에도 문제없을 정도로 해골씨가 아주 잘 제작했기에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건 뭔가요...? 날카로운 것도 아니고... 구멍도 있고, 길쭉한 것이 혹시 독침을 쏘는 건가요?”

“독침이긴 하지.”

독보다는 물리적인 타격이 주여서 문제긴 하지만 인간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짓밟을 수 있게 된 무기, 그리고 소수로 대규모 살인이 가능하게 만든 바로 그 무기, 자동소총이었다. 원래 삼이는 대물 저격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자동으로 연발이 가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연발로 쏘기엔 소총보다는 못했기에 해골씨를 졸라 다시 만든 것이었다. 물론 파괴력과 관통력은 유지하라는 땡깡 때문에 해골씨가 정말 지끈거리는 두개골을 부여잡고 만든 무기였다. 결국 쓰지도 못하고 노에라의 주머니로 들어 왔지만 이렇게라도 쓰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딸각...

콰가가가가가앙!!!!!

“으아악!!!”

옆에서 가만히 있다가 터진 굉음에 아군인 오글리 녀석이 적군들보다 더 화들짝 놀라 기절할 듯 자빠졌다. 적군은 놀랄 새도 없이 노에라가 쏜 자동소총에 그대로 쓸려 나가버렸으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인식도 못했다.

“...해골씨, 도대체 뭘 만든 거야?”

공돌이... 아니 탄산칼슘을 갈아 만든 해골씨의 작품은 정말 예술이었다. 과연 삼이 녀석이 원했던 그대로를 재현하는 무기가 아닐 수 없는 광경에 자기가 쏘고 자기가 놀란 노에라. 파괴력 때문에 앞줄에 있는 놈들은 그냥 갈려나갔고 그 뒤에 있었던 놈들까지 관통시켜버리며 순식간에 달려오는 크로마족들의 수백이 쓰러졌다. 정말 한번, 방아쇠를 잠깐 눌렀다가  뗀 결과였다.

“헉!”

뒤늦게 오글리도 이 광경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수백의 크로마족이 쓸려나가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을 테다. 거기에 크로마족은 그 크기도 오글리의 두, 세배는 되는 놈들이었으니 그들이 메우고 있던 장소가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으니...

“그래도 이제 좀 겁을 먹은 것 같은데? 일단 저 놈부터.”

스윽...쾅!!!

-끼헥!..

쿠우웅!!

조정간 단발로 놓은 뒤 하늘을 향해 쏜 노에라, 간단하게 감시조를 사냥한 노에라는 자신의 눈길에 움찔하는 녀석들을 보며 으쓱했다. 이제 더 보는 눈도 없으니 어떻게 할지 몰라 지들끼리 웅성거리는 놈들을 처리하기만 하면 되었다.

“아까처럼 실수 하지 말고...”

“자, 잠깐만요! 설마 저들을 다 죽이시려고요???”

“응? 왜?? 안 돼?”

“!!”

악마다. 자신은 정말 악마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오글리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며 자신의 죄를 속죄해야하는 것이 아닌 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고민도 사치였다. 노에라가 움직이는 순간 저 많은 크로마족들이 죄다 죽어버릴 것이다. 비록 자신의 종족이 저들에 밀려 외각으로 밀려났지만 저들은 그들이 살 수 있는 터전까지 건드리지 않는 나름 신사적인 종족이었다. 지성도 있고 애초에 잘못은 이쪽에서 먼저 했는데 다짜고짜 몰살이라니... 막아야 했다.

“대, 대화! 대화 하면 되잖아요!”

“너 같으면 동족 수백이 죽었는데 대화하고 싶겠어?”

“그건 그렇지만...”

아마 오글리의 종족들도 이 광경을 겪었다면 동족들의 복수를 위해서, 혹은 공포에 의해서 노에라와 대화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덤벼드는 건 너무 무모했다. 저들에게.

“흐음... 뭐, 나도 피에 미친놈도 아니고 굳이 다 죽이고 싶진 않은데. 네가 뭐 어떻게라도 해보던지.”

이제 저들의 목숨은 오글리에게 달려버렸다. 녀석들로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조금의 희망이라도 일단 있는 것이니...

“제가요...?”

일단 노에라를 막기 했지만 막상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생각해보지 않은 오글리는 진심으로 당황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영웅이 되어보자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먹었다. 어떻게든 손짓 발짓으로 저들의 희생을 막아 볼 생각인 것이다. 통할지 통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

“휴우...다행이네요. 말이 통해서.”

“우리. 그렇다. 다행.”

오글리가 토룡의 앞으로 나오자 수많은 크로마족들이 잠시 웅성웅성거렸고 그 웅성임에 누군가 오글리를 발견했다. 오글리가 변방에 있는 레비트 족인 것을 알아본 그 자는 서둘러 무리의 리더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그 덕분에 통역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자는 레비트 족과 거래를 하는 상인이었던 자로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오글리와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

“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갑자기 달려들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괜찮다. 많은. 죄. 소유.”

“아... 죄수들...”

크로마족의 전투법이 생각난 오글리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로 악독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전투 시 맨 앞에 서게 만드는 것이 저들의 전술인데 앞에 있을수록 가장 악독한 범죄자들이었다. 만약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사형을 다음 전투까지 미뤄주는 저들의 방식덕분에 그래도 조금은 죄책감을 덜었다. 이 세계는 범죄자들의 인권보다 범죄자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혹은 입을 자들에 대한 인권이 더욱 강했기에 그런 자들이 죽든 말든 오글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야, 그 풀루라는 거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는 지나 물어 봐.”

흠칫!

“아! 네! 잠시 만요.”

오글리의 뒤에서 들려오는 노에라의 목소리에 통역하던 자가 잠시 움찔했다. 커다란 귀를 가진 통역사는 저 목소리가 난 후 수백의 동족이 죽은 걸 아는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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