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화 #
250화
미료가 황제 즉위식을 하고 있을 때 노에라는...
“으아아악!! 사, 살려 주세요!”
“어차피 회복 되잖아! 더 빨리 움직이면 덜 다치니까 빨리 움직이라고!!”
“으악!! 이게 무슨 훈련이야! 고문이지!”
“뭐?! 아직 부족한가? 입이 살아 있네?”
“!!!”
푹!!...쩌적!!!
퍼석!!!
이 소리는 노에라가 훈련이라는 이름하에 오글리를 굴리는 소리였다. 토룡의 내부에 체련단련장이라는 이름의 고문장을 만든 노에라가 오글리를 집어넣고 이리저리 굴리는 중이었다.
그 장소를 살펴보면 일단 천장에서는 쉴 새 없이 뽀족한 원뿔모양의 기둥이 계속 떨어졌고 바닥에서는 이리저리 창이 솟아 올라왔다. 그리고 간간히 지진처럼 흔들리는 바닥과 갑자기 쑥 꺼지는 바닥, 그리고 천장... 한마디로 그냥 함정의 종합판이었다. 그걸 훈련이랍시고 돌리고 있으니 오글리의 입에서 죽겠다는 말이 나올 만 했다.
퍽!!!
“끄어어억!”
쿵!....
갑자기 날아오는 흙구슬에 맞은 오글리가 기절하고 나서야 훈련(?)이 끝이 났다.
“쯧, 도무지 늘지를 않네. 아니, 쓸데없이 회복력만 늘어나네... 저러나 입만 남아도 살아남겠어.”
노에라의 말대로 신체의 능력은 사실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다. 다만 회복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거의 다치는 동시에 재생되는 수준이랄까? 정작 전투에는 쓸모없었지만.
꿀꺽...꿀꺽...
“기절했으면서 잘도 받아먹네.”
회복하기 위해 사용한 에너지는 노에라가 너그럽게 채워 주었다. 그 모습이 약간 퍼진 차에 기름 넣는 모습이었다. 가지고 있는 크로롱액을 물에 타서 입에 그대로 물병 채로 집어넣은 모습이 딱 그 짝이었다.
모든 액이 주입 끝나고 녀석의 몸도 다시 제대로 회복이 되었다.
“흐음... 분명 회복이 되면서 몸이 재구성 될 텐데. 왜 이렇게 약하지??”
근육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한 노에라의 회심에 전력이었으나 뭐든 겉핥기로 아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것이었다. 근육도 찢어진 섬유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커지는 것인데 이건 그냥 아예 갈가리 찢은 후 아예 재구성 시키는 것이니 구성 성분이 깨끗해지긴 하지만 성장은 없는 것이다. 그냥 한마디로 몸의 회복력만 냅다 올라가는 중인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기절해 있는 오글리를 보며 혀를 찬 노에라는 아직도 이동하고 있는 토룡의 움직임을 잠시 확인했다. 도무지 과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이 갔다. 분명 한참을 이동했는데... 이 오글리란 녀석과 비슷한 기운을 가진 놈들을 발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설마...에이...아니겠지??”
그때 노에라의 뇌리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의 종족이 인간들처럼 이 세상에 막 퍼져있는 주류 생물이 아닐 거라는 아주 좋지 못한 생각이... 그러나 생각할수록 점점 그 쪽으로 확신이 생겼다. 이런 허접한 종족이 무기도 변변치 않아 보이고 머리도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 종족이 이 세상의 주류일 리가 없었다.
“으아아!! 이 망할 자식!! 아주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 했잖아!!”
퍽!! 퍽!!!
기절한 오글리를 발로 차며 노에라가 분노를 표출했지만 노에라의 작은 발과 계약자라는 제한 때문에 별다른 타격은 줄 수 없었다...
.
.
“그러니까, 너희 종족은 따로 나라라는 개념도 없다는 거지?”
“뉍...”
“아놔...”
오글리가 깨어나고 정확한 사실을 위해 물어보니 역시나 였다. 이 곳에서 이 녀석의 종족은 지적인 능력을 가지긴 했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예전 아틀란티스에서 수인족들과 같은 처치인 녀석들이었다. 문제는 주류인 종족들은 죄다 풀루가 되어 날 뛰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곳은 그 주류인 종족이 살지 않는 오지라서 그나마 덜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그 주류 종족이 득실득실 거린다고 한다.
“풀루라는게 설마 정화작용인 건가??”
지구의 좀비, 아틀란티스의 오염, 그리고 칸 대륙의 요괴... 이들의 공통점은 한계 이상으로 응집된 세계에 불필요한 기운들을 처리하기 위한 일종의 자정 작용이었다. 세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자신을 괴롭히는 주류 종족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아마 이 세계에도 그런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정화요??”
“그런 게 있어. 에휴... 하필... 차라리 주류 종족이기나 하던지. 그것도 아니고 구석탱이에 있는 종족이 불러내서 이렇게 힘들게 하냐...”
정말 걸려도 이렇게 재수 없게 걸릴 수가 있는 것인지...
“저도 딱히 노에라님을 부른 게 아닌데요...”
눈치 없는 오글리는 한숨 쉬는 노에라의 모습에도 기어코 자기의 소신을 말했다. 열 받게.
“뭐하냐?”
“예??”
“일어났으면 빨리 다시 훈련장 들어 가!!”
“!!?으어거억!”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 오글리를 다시 고문... 아니 훈련장에 넣은 노에라는 녀석이 토하고 기절할 때까지 다시 굴리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놈이 도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니까.
“동작 봐라!! 느리다!! 빨리빨리 안 움직여!!”
“끄아아아!!!”
그냥 굴릴 뿐이다. 자신을 이곳에 불러낸 대가로 이정도면 아주 양보했다.
그런데 이런 노에라의 노력(?)으로 놀랍게도 오글리는 변하고 있었다. 원래도 대단한 재생력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어마어마했다. 그냥 신체 일부가 사라지는 동시에 새로 만든 신체가 끼워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한번 재생이 되면 극심한 허기로 오글리는 빈사상태에 빠져 그대로 쓰러져야 했는데, 이제는...
“흐음...마나를 쓰네??”
노에라가 한번 날아간 팔을 재생시키고도 멀쩡하게 뛰어다니는 오글리를 보며 흥미로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뛰는 오글리는 죽을 맛이었지만 노에라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였다. 재생이 음식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마나를 사용해 되고 있었다. 물론 몇 번 하더니 역시나 빈사상태로 기절해버렸지만, 어쨌든 뭔가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근데... 이걸 어디에 쓰지?? 으음... 탱커?”
노에라가 말하는 탱커는 중무장하고 거대한 방패를 든 그런 전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화살, 총알받이로 노에라 대신 쓸 녀석이란 말이었다. 가끔 몹도 몰아오고 어그로도 끌어주는... 미끼. 낚시줄 끝에 매단 미끼였다.
“좋아, 방향은 정했고, 이제 더 빠르고 오래가는 녀석으로 만들어야겠어. 근데 풀루라는 것에 감염은 안 되려나?”
한 가지 걸리는 건 그것이었다. 애써 능력을 키워서 던졌는데 미끼가 변질 되면 노에라에게 달려드는 건 둘째 치고 계약이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사망으로 처리 되면 노에라는 그냥 이대로 이 차원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아주 신중해야 될 문제였다.
노에라는 일단 이 미끼의 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전념하고 풀루에 대한 문제는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아마 실전 투입되려면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차피 능력도 아직 형편없으니 더 굴려야 하긴 했으니 괜찮았다.
“근데 녀석이 말한 도시가 도대체 어딘지 아직도 안 나오네, 설마 방향이 잘못 된 거 아냐?? 유랑단이가 뭔가 하는 놈들이 속였...!!! 에이...아닐 거야.”
불길한 느낌이 동연 노에라의 뇌리를 스쳤고... 이 느낌은 꼭 삼이가 노에라의 등 뒤에서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과 똑같았다.
초조해진 노에라가 기절해 있는 오글리의 입에다가 크로롱액 희석액을 박아 강제로 주입시켰다.
“컥!! 커어거?!”
“일어나 이 자식아! 급하다고!”
“크으으!? 우으음!?”
입에 물린 병에서는 계속 물이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노에라는 자신을 걷어차며 깨우고 있었으니 오글리 녀석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흡사 물고문 현장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오글리 녀석이 당황해서 저럴 뿐이었다. 그냥 일어나서 입에 든 물병만 빼면 되는데 혼자 생쑈를 하는 녀석을 보며 노에라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놈을 데리고 뭘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정신 안 차려!?”
“!!!...아!”
노에라의 호통에 겨우 정신 차린 녀석이 입에 든 물병을 빼며 아직도 멍한 소릴 내뱉었다. 하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아까까지 몸의 절반이 날아간 상태에서 기절했으니... 아무리 오글리라도 멀쩡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러 번의 경험으로 녀석의 고통 역치가 굉장히 높은 걸 확인했지만 무려 몸의 절반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 정도면 굉장히 양호 한 것이었다.
“그 유랑단인가 뭔가 하는 놈들... 혹시 니들한테 뭐 팔고 그러지 않았어??”
“네? 아...어? 그건 어떻게?”
“망할! 젠장! 으아아아아!!! 어디서 약장수 같은 놈들한테 속은 정보를!!!”
“야, 약은 안 팔았는데...”
“시끄러!!!”
“옙...”
.
.
.
뿌르릉~
“이놈은 뭐야?? 왜 계속 여기 있어?”
-뿌리야! 이놈이 아니고!
“그래그래, 뿌리. 근데 왜 여기 있어? 너네 집에 가, 훠이~”
-안 돼! 뿌리는 내 동생이라고!
“???...삼이야. 네 옆에 있는 그 동생이나 좀 챙길래?”
-흥!
자기 바로 옆에 있는 미요는 질투하면서 자기가 새롭게 진화 시킨 불의 정령도 뇌의 정령도 아닌 혼종을 동생이라며 우기는 삼이였다. 반화가 그 모습에 기가 차서 황당한 눈으로 삼이를 봤지만, 삼이는 그 눈빛이 마치 뿌리를 쫓아내려는 사악한 악마의 눈빛인 듯 잔뜩 경계하며 뿌리를 감쌌다.
“그래, 근데 그 동생이 사고 치면 삼이 네가 혼난다?”
-어???...왜?
“삼이가 그 뭐냐, 언니냐 누나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쟤한테 직접 물어 봐.”
반화가 셀라를 보며 물었지만 셀라도 남의 정령들의 성은 몰랐다. 이제 자신 휘하의 불의 정령도 아닌 녀석의 성을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거기에 정령의 성은 사실 셀라나 삼이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 뚜렷한 자기의식이 존재해야 발현되는 것인데 저 녀석은 이제 막 태어났고 그 힘도 중급 정도에 머물렀으니...
뿌르...릉?
“그래...네 성이 뭐가 중요하겠냐. 어쨌든 삼이 동생이니까 삼이가 책임져야 되는 거야. 알았지?”
-그, 그럼! 명하 이모도 아빠가 책임지는 거야?? 이모가 저번에 아빠 카드 가져가는 거 봤는데!
“...??...내 카드...?”
-응! 명하 이모가 사고 쳤으니까 아빠가 책임져!
의도와는 상관없이 삼이가 터트린 폭로에 반화는 잠시 사고를 정지 시켰다.
“이 자식이...”
-이모가 쓰지도 않는 카드를 왜 들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어!
“사, 삼이야? 그만 하련?”
보다 못한 령이가 삼이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명하 이 자식 어디 있어? 엉?!”
갑자기 불똥이 튀게 된 명하... 자기가 뭘 말한 건지 아직 파악되지 않는 삼이는 뿌리를 쓰다듬으며 녀석을 지켰다고 자기 자신을 칭찬했다.
-삐아...(절레절레)
그 모습을 미요가 한심하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