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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44화 (245/295)

# 244화 #

244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놈의 설명에 노에라는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소리친 것으로 계약이 성사되었고 자신은 꼼짝없이 이 멍청이와의 계약 내용대로 이 곳에 있어야 된다는 놈의 설명에 그냥 죽여 버릴까 했지만 놈이 그런 노에라의 기분을 감지한 것인지 재빨리 다음 설명을 했다.

“계약자를 죽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뭐??”

“네가 아무리 강해도 너 역시 계약으로 이곳에 강제로 끌려오게 된 거잖아...요? 그 강제적인 힘을 강담할 수 있는 건 아닐 테니, 계약대로 너도 죽는다고.”

“하아... 이 미친 놈 때문에 내가 왜...”

이래서 계약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구두 계약으로도 충분히 이런 쓰레기 같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건 몰랐던 노에라는 정말 제대로 코를 꿰였다. 그것도 좀 멀쩡한 놈이면 괜찮을 텐데... 이놈은 영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를 도와 이 세계를 구하자!”

“혹시 네 나이가 15살이냐?”

“어!? 그건 어떻게!?”

“하아...젠장...”

그 무섭다는 중 2병에 걸린 놈과 계약을 맺다니...

“소환하는 건 어떻게 알아 낸 거지??”

“그거야 당연히 책을 보고...”

아무래도 이 미친 녀석이 책만 보고 무턱대고 불렀나보다. 그것도 혼자만의 환상에 빠져서 자신이 영웅이라는 착각 속에서 우연히 본 책 내용대로 의지를 담아 불렀는데 그 중2의 의지는 탁월하게도 노에라에게 닿았던 모양이다. 소환은 어쨌든 상성이 맞아야 되는 것이니 결국 노에라도 중2 성향이 있긴 하다는 말이었다. 하긴 예전부터 반화가 노에라를 그것 때문에 구박하긴 했었다. 지금은 하도 구박해서 조금 나아진 것이지 처음 노에라도 이 녀석 못지않은 중2병에 걸려 있었다.

“으으으... 그래서 계약 내용이 정확하게 뭐야? 널 영웅으로 만들어 주면 되는 거야? 영웅은 정확하게 어떤 영웅인데?”

“어? 어?? 아, 그냥 영웅...이 세계를 구할...”

진짜 미친놈이었다. 제대로 미친 녀석...

“끄으으응... 그걸 이뤄줘야지 내가 돌아 갈 수 있다고? 그런 불공정 계약이 어디 있어!!! 법대로 해!!”

노에라의 절규는 안타깝지만 계약은 무를 수 없었다. 중2병 주제 꼼꼼하게도 설정을 해두는 바람에 정말 꼼짝없이 이 놈을 영웅으로 만들어 줘야 할 팔자였다.

“그, 근데... 일단 저것 좀 내려 두면 안 될까??”

“저걸로 죽이면 어떻게 되려나...?”

섬뜩!

“하하하... 아마 평생 여길 떠돌지 않을까?? 계약이 완료되지 못 할 테니까.”

“후우...”

마음 같아선 진짜 그대로 떨어트려버리고 싶었지만 어떻게 될 줄 모르니.. 차마 저지르지 못했다. 만약 순이나 삼이, 심지어 맹이었다면 아마 이미 저질렀을 테지만 노에라는 그 정도 급이 되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

“젠장.”

쿵!!!

흠칫!

바로 옆에 떨어진 바위에 오글리가 흠칫했지만 지금 노에라는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땅콩이라도 다 먹고 오는 건데.

“응? 근데 여긴 어디야??”

“여기?? 산 속인데??”

“그니까 왜 산이냐고, 설마 산에서 소환하라고 책에 적혀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집에는 이제 못 가니까.”

“뭐? 왜? 설마 가출 한 거냐?”

“아냐... 다 죽었어.”

“...?? 다?? 몽땅???”

“응, 정확히는 죽은 건 아니지만... 죽은 거나 다름없지.”

노에라가 녀석의 말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설마 또 중2병으로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거나 과대망상에 빠진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러나 녀석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뭐, 소화의식도 저렇게 진지하게 했겠지만.

“정확히 설명해봐. 일단 여기가 어떤 세상인지부터 천천히.”

“음, 그러니까...”

그어어어워!!

“잠깐만, 이건 또 뭐 소리야. 여기도 몬스터가 있어 설마?? 끄응... 하긴 너도 인간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인간의 소리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이 중2병 걸린 오글리가 뱉는 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이니 같은 종족은 분명 아닌데...

“우리 소릴 들었나봐!! 플루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아!!”

“플루?? 그건 또 뭐야?”

“그건 나중에 설명할게! 빨리 도망가야 돼!”

“응??”

정말 진지하게 급한 녀석의 표정에 노에라는 어쩔 수 없이 일단 녀석이 하자는 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왜 도망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기로 가면 돼?”

“일단 저 강을 건너가야 돼! 플루들은 물을 무서워하거든!”

플루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하니...

“읏차! 간다!!!”

“어!?”

간단하게 토룡을 만들어 녀석을 태운 노에라가 빠른 속도로 강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지만 일단 당장은 도망가는 게 우선이니 얌전히 노에라가 하는 데로 가만히 있었다.

.

.

.

“음... 삼이야 들려?”

-우움... 안 들려!

서로 거리를 벌린 후 다시 그 소리가 오기를 기다리는 반화였지만 의지는 어쩐지 들리지 않았다.

“풉, 분명히 너 무서워서 도망갔을 거다.”

령이가 옆에서 둘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하는 짓이 어쩜 저럴까? 슬이가 만든 종이컵, 실로 만든 전화기(?)를 통해 대화를 하는 둘이라니... 옆에서 슬이가 뿌듯하게 보고 있는 모습까지 하면 정말 이런 꽁트가 따로 없었다.

“끄응... 슬아, 그냥 이거 안 하면 안 돼??”

“안 돼! 삼촌은 내가 만든 거 싫어??”

이제는 또박또박 말까지 잘하는 슬이가 양 손을 허리춤에 대고 엄한 목소리로 반화를 꾸짖었다. 어쩔 수 없이 반화가 다시 종이컵을 들어 삼이에게 들리는 지 물었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고 한다.

“에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그냥 간단하게 거리를 벌리고 삼이와 대화 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슬이가 와서 그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곤 불편해 보인다면서 자신의 작품(?)을 들고 와 강매를 시켜버렸다. 그 결과 자신의 작품을 쓰고 있는 둘을 보며 슬이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삼이 녀석은 또 이게 재미있는지 계속 반화에게 컵에 대고 재잘거렸다. 육성인지 아니면 전달되는 소리인지 구분도 안 가는데...

-앗!!!

“왜?? 소리 들렸어??”

-아니! 히히히!

“...장난치지마라 삼이야. 아빠 지금 기분이 몹시...끄응... 아니다.”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려는데 슬이가 그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바람에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그러고 보면 반화도 참, 애들한테는 약해?”

“쿨쩍... 나도 애기 될까? 그럼 저 못된 고양이 혼내 줄까?”

홍대 볼기짝녀가 아직도 얼얼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령이에게 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유롭게 오랜만에 그루밍을 즐기는 순이.

“왜 안 들리는 거지 갑자기?”

“글쎄??”

셀라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벌써 포기한 것일까? 삼이에게 의지를 보낼 존재가 벌써 포기했다고 생각하기엔 좀 믿을 수 없었기에 셀라가 생각 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소환자한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인데?”

“흐음... 그럴 수도 있겠네.”

확실히 저쪽에 무슨 일이 생겼을지는 반화도 모르는 거니까 가능성이 충분히 있긴 했다. 의지가 강하다고 신변에 이상이 없는 건 아닐 테니.

“에라, 모르겠다. 삼이야! 나중에 하자. 또 들리면 아빠한테 바로 말해?”

-으응? 왜? 더 하자~

반화는 그만 하고 싶었지만 삼이는 더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끄응... 슬이야, 네가 할래?”

“아니야! 난 기술자니까 안 해도 돼.”

“...”

슬이, 이 녀석... 분명히 눈치 챈 것이 틀림없었다. 삼이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걸. 맹이 녀석은 이미 저만치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삼이가 싫다고 할 게 뻔했다. 어쩔 수 없이 반화는 귀에다가 컵을 가져다 대며 삼이의 재잘거림을 들어야만 했다. 듣기만 하면 또 안 되고 간간히 대답도 해줘야 했지만...

-삼이 빵구 냄새도 나?

“...방귀 꼈니?”

-응!

“...”

이런 소리만 몇 시간을 반복해야 했다...

.

.

.

쿠르르릉!!!

“다 죽어라!!!”

“원래 죽어 있는 거라니까요??”

“시끄러워 넌!”

“넵..”

토룡에 달라붙으려는 풀루라는 놈들을 그대로 뭉개면서 지나가 버리는 노에라, 녀석이 외친 소리에 잠깐 태클을 걸어보는 오글리였지만 바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소환한 노에라가 자신 못지않은 이상한 녀석인 걸 이제는 알 것만 같았으니까.

“근데 저거 네 종족 같은데?? 상관없어?”

“저희 종족은 맞지만 이미 풀루에 오염되어서 가망이 없어요.”

“풀루라는 게 도대체 뭔데??”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그냥 풀루라는 놈에게 감염이 되면 그때부터 몸이 썩어가면서 이성을 잃고 주변을 공격해요.”

“흐음... 그래?? 공격은 주로 누굴 하는 건데?”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향해서 공격을 해요.”

“응? 그럼 왜 식물에는 공격 안 해?”

“예?? 식물이 왜 살아 있는 거죠?”

“...”

이곳의 문명은 그렇게 발전하지 못한 모양이다. 과거 아틀라스의 수준보다도 훨씬 떨어져 있었다. 당연히 지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어떻게 식물이 살아있는지도 모를 수가 있는 것인지...설마...

“너 공부 못했지?”

뜨끔!

“아, 아닌데요?”

그냥 이 녀석이 모르는 것 같았다. 정말 하필 이런 놈이...

“네 가족들도 저렇게 된 거야?”

“...예...”

“근데 어떻게 퍼지는 거야? 감염 경로... 니가 알 리가 없지.”

어떻게 된 것이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소환자였다.

“그럼 넌 뭐하고 있는 거였어?? 계속 산 속에만 있을 생각이었어?? 누가 니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내가 안 나타났으면?? 저 놈들은 너 못 찾아?”

노에라의 폭풍 질문에 잠시 혼란에 빠진 녀석.

“어...그러니까...나는 메르스르 도시로 가는 중이었어요. 거긴 아직 안전하다고 들었거든요. 가면서 틈틈이 계속 당신을 부른 것이고요.”

“메르스르?? 거긴 또 어디야. 이리로 가면 되는 거야? 거기 가면 멀쩡한 녀석들을 볼 수 있는 거야?”

“네. 아마도요.”

“근데... 너 혼자 거길 이렇게 가고 있었던 거야?”

“네.”

생각해보니 아직 어린 녀석인데 이런 산속을 혼자 거닐었다니... 보통 놈은 아니었다, 역시...

그때,

그워어억!!!

“음?!”

퍼석!!!

점프할 줄은 몰랐다가 갑자기 토룡의 위로 점프해서 그들에게 달라붙으려는 녀석을 발견한 노에라가 간단하게 손을 휙 휘저으니 그대로 공중에서 터져나가는 풀루.

“헉!”

그 모습에 오글리는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이 소환한 존재가 이런 존재라니. 노에라가 반화 집에 있어서 그런 푸대접을 받았지 어딜 가면 오글리의 반응처럼 놀랄 만한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 물론 지금 노에라는 그냥 자신이 제일 약해도 좋으니 반화가 데리러 왔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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