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2화 #
242화
“음??”
“보통의 생명체는 태어날 때 한 가지 속성을 우세하게 타고 나거든. 상성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되겠지?? 정령은 거의 대부분 한 가지 속성만을 가지고 태어나거든. 물론 삼이는 좀 다르긴 한데... 일단은 두 가지 속성이 나름 일맥상통한 부분이라 크게 예외로 두긴 어렵지. 근데 넌...속성이라는 게 있긴 해?”
“속성이라...”
반화에게는 딱히 이거다 할 만한 속성이 없었다. 사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힘의 한계도 모르는데 속성 따위 알게 뭔가. 그냥 강하기만 하면 되지.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문제였다. 검은 바다도 사실 반화의 힘 중 일부일 뿐이다. 좀 많이 차지하긴 하지만.
“그 괴상한 기운하고 상성이 맞는 존재가 있을까?? 있다고 쳐도 너를 부를 정도로 의지가 강할까?”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 나라는 인간도 있는데.”
“뭐, 그렇지. 그 가능성이 너라는 존재가 존재하는 만큼 희박하니까 문제지.”
셀라의 말에 반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은 가능성일 뿐이긴 했다.
“그럼 왜 내가 옆에 있을 땐 안 들려?”
“...진짜 몰라서 물어?”
“??”
반화의 진짜 모른다는 표정에 셀라가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의지도 아는 거지.”
“뭘?”
“네가 미친...이 아니라 괴...도 아니라 엄청 겁나 살벌하게 강한 인간인 걸.”
“그걸 어떻게 알아?”
“그렇게 따지면 어떻게 삼이를 알고 찾아 와?”
“...”
듣고 보니 그랬다. 애초에 반화도 인식하지 못하는 의지였다. 의지가 알아서 위험인자를 피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자신도 못 느끼는데 의지가 알아서 피한다라...
“재미있는데? 소환이라는 거. 나도 할 수 있으려나.”
“...제발 그러지마... 뭐가 튀어 나올지 걱정 되니까.”
셀라가 진심으로 반화를 만류했다. 무슨 괴물을 불러 오려고... 그러나 이미 반화의 흥미를 돋운 후였다. 애초에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미 꺼낸 이상 언제가 되었든 그는 그 일을 저지를 것이다... 단지 당장 하지 않는 것일 뿐.
“아아, 일단은... 그래서 인간도 소환당할 수 있다고?”
“그렇지. 할 수도 있고 당할 수 도 있지. 그런데 알다시피 원래 인간의 속성은 좀 복잡하잖아. 맞는 상성을 찾기 힘들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야. 소설 속에 보면 인간이 여신에게 불려가서 개고생하고 돌아오는 얘기 많잖아. 다 근거가 있는 거라고.”
“...? 그거랑 이게 뭔 상관이야?”
“의지라는 게 그런 거야.”
“개똥같은 소리하네. 의지라고 다 퉁치면 믿을 줄 알아?”
“쳇... 안 통하네.”
한번 속여 먹을 까 싶었는데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이런 쪽 눈치는 빠른 반화였다.
-삼이 그럼 다른 세상 갈 수 있는 거야?? 친구 보러?
“응?? 친구?”
뜬금없이 친구 보러 간다는 삼이의 말에 반화의 고개가 갸웃했다. 지금까지의 대화가 삼이에게는 친구 만나러 가는 걸로 정의되었다는 말인가...?
-응! 나를 부른다며??
“그건 그렇지.”
-그럼 친구지!!
“음...”
그 친구는 니가 이런 녀석인지는 모를 것 같은데.
“근데 삼이가 소화 의지를 듣다니...역시 내 핏줄!”
꾸욱!!
-시러! 삼이는 엄마 딸이야!
“내가 네 엄마인데!!...”
감격에 북돋아 삼이를 껴안으려던 셀라는 삼의 젤리젤리 빔에 막히며 좌절했다.
어쨌든 삼이의 귀가 간지러운 이유는 알아냈는데... 이 의지라는 게 계속 삼이를 부르면 오늘처럼 간지럽다고 난리를 부릴 것이 뻔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별장이 또 망가질 것이니 결국 그 의지라는 걸 찾아서 원인을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긴 하네.”
“뭐가?”
“삼이가 소환의지를 듣는 거 말이야.”
“니가 상성이 맞으면 가능하다며?”
“그건 그런데... 사실 정령왕인 나도 소환의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거든. 성질이 뚜렷한 나도 이런데 삼이는 심지어 혼합이란 말이지?? 또 나보다 이미 더 강하고 말이야. 그런데 의지로 소환한다라... 이건 정말 삼이를 꼭 집어서 부르는 것 같단 말이지.”
“삼이를 꼭 집어서라... 그럼 삼이를 아는 놈이 부른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면 또 설명이 어렵고... 확실히 확률은 그쪽이 높아. 삼이야, 혹시 목소리가 익숙하거나 그러진 않아?”
-목소리?? 움... 모르겠어! 처음 듣는 목소리였어!
“진짜??”
-희미하게 들려서... 근데 모르는 목소리야.
“거참... 희한하네.”
셀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 만큼 의지가 강한 녀석일까?
“찾아서 보면 돼.”
반화의 간단한 결론이었다. 그냥 찾아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삼이를 부르는 놈이 어떤 놈인지. 그리고 왜 부르는지.
“너니까 그럴 수 있는 거지... 소환 되면 언제 어떻게 돌아 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음? 왜?”
“당연히 일종의 소환자와의 계약으로 이동하는 거니까 그 계약에 따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
점점 알면 알수록 짜증나는 일이었다. 지가 불러서 왔는데 지 마음대로 엮어버리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걸리면 아작을 내 주겠다고 생각한 반화.
“파스.”
[예?]
“저번에 누가 신 내림 받는다고 했지?”
[그랬죠? 저쪽 세계에서 넘어 온 인간인데, 자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었죠.]
“지금도 여전해?”
[음... 잠시 만요. 어??]
“왜?”
[멀쩡한데요? 아니, 이제 포기 한 것 같네요. 더 이상 자신을 보는 눈이 없다고 하는 걸 보니.]
“그래?? 얘는 아닌가? 다른 종류인가 보네.”
삼이와 비슷한 증상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역시 이 녀석을 데리고 실험을 해야 되는데...”
아무리 반화가 막나가도 자기 식구로 실험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 방법이 안전하면 모를까. 아직 불확실한 방법으로는 그냥 보내주긴 좀 불안했다.
“신수나 정령... 누가 있었지?”
[해골도 있고 바로 앞에 불의 정령왕도 있잖아요.]
“해골은 할 일이 많아 보이고 얘도 딱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렇지. 잉여 없어? 평소에는 넘치는데 왜 찾으면 없어?”
[롱이도 있네요.]
“롱이는 요즘 뭐해?”
[엘프들하고 정원 가꾸고 있죠.]
요즘 좀 가정(?)에 소홀해서 다들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반화였다.
“하나가 분명 더 있었는데... 잉여가...”
.
.
.
“으허어엉!... 마스터! 나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다고!!”
“으윽!... 좀 조용히 해주면 안 돼?”
“뭐?!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그래서 열심히 소환 시도하고 있잖아... 근데 확실히 이 모습이 맞는 거야?”
“더 열심히 하라고! 내가 수도 없이 당했던 녀석이라고, 외모 하나 못 외웠을 것 같아? 녀석의 움직임 하나하나 다 표현 할 수 있어! 이건 나를 때리려는 거고, 이건 나를 패는 거고, 이건 나를 무는 거다!!.... 젠장... 망할 놈...”
작은 몸집의 생명체의 몸짓에 솟아난 흙덩어리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뭔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뭔가를 때리기 위한 솜방망이! 그것이었다.
“후우... 내가 왜... 미쳤지...으으... 그런 계약은 왜 맺어서.”
작은 몸집의 존재가 털썩 주저앉으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분명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잠깐의 익스트림에 빠져 이곳에 오게 된 그때를 후회하면서...
...
이 곳으로 오기전의 작은 몸집의 존재.
“으다다다다다!!!!! 오늘도 마스터는 없는 건가?”
밤새 게임을 했지만 아무도 터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어딜 갔는지 자신을 괴롭히던 그 못된 새끼 악마도 요즘 잘 안 보였다. 또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 마스터와 사고를 치는 중일 것이 뻔했지.
“으음... 이제 이것도 슬슬 질리는데. 뭐 다른 거 없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면을 멈추고 잠시 기지개를 편 녀석은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뭔가 색다른 것이 없을까 찾아 봤지만 이 집에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왕따 아닌 왕따인 자신의 모습에 잠시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이내 할 것이 생각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녀석.
“밥!!! 고기!! 그래! 배가 고팠어!”
생각난 할 일이란 것이 바로 배 채우기였던 것 같았다. 익숙한 모습으로 냉장고를 뒤져 냉동된 고기를 익혀 한 끼 뚝딱 해결한 녀석은 부푼 배를 부여잡고 잠시 소파에 누워 뒹굴 거렸다.
“으음... 마스터가 오면 또 일 하고 빈둥거린다고 뭐라 할 것 같은데... 어디 짱 박혀 있을 곳 없나? 해골씨의 공방에 가면 또 일 시킬 테고...”
작은 쥐새끼 노에라는 오늘도 빈둥거리며 하루를 그렇게 생각만 하다 잠에 빠져드는 듯 했다. 그런데..
-도와줘!!
쫑긋?
“음??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잘못 들었나?”
희미한 목소리에 귀에 온 신경을 다해 집중하던 녀석은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잘못 들었나 하고 다시 누우려고 했다.
-도와달라고!!! 제발!! 누구든지!!
“헙?! 뭐, 뭐야!? 귀신이냐!! 나와!! 내가 누군지 알아?? 그 무서운 괴물 마스터의... 그러니까 부하...다!! 마스터 오면 너 따위 귀신은 꽥!이야!”
희미했던 목소리가 선명하게 노에라의 귀를 울렸고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횡설수설을 내뱉었다. 자기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노에라는 상대편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전현 반응 없이 계속 도와달라고 외치는 것을 깨달았다.
-도와줘!!!!
“뭐야? 뭘, 어떻게 도와 달라는 거야?? 이 목소린 어디서 들리는 거고...”
존재는 없는데 머릿속에는 분명 목소리가 울리고 있으니 노에라는 당황했다. 일단 말이라도 통하면 모를까 상대의 실체를 볼 수조차 없으니...
-제발!
“아니,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알려 달라고!”
노에라가 답답한 듯 외쳐도 상대는 여전히 애절한 목소리로 부탁만 했다.
-나와 친구가 되어줘!
“친구...?뭔 개소리야? 오글거리게.”
씨알도 안 먹힐 감성적인 소리에 노에라는 이내 그냥 관심을 끄기로 했다. 아무 이득도 없는데 무작정 뭘 도와준다는 말인가? 속세에 찌든 노에라에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그러나 노에라가 관심을 껐다고 더 이상 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니었다. 이 미친 오글쟁이는 포기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워있는 노에라의 머릿속으로 쉬지도 않고 울리는 오글거리는 소리...
“으아아아!! 왜!!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왜 소설 속에 주인공들이 강한 의지로 소환수를 부르면 달려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이라는 놈들은 다 포기라는 걸 모르고 피 토하면서까지 소환수가 올 때까지 부르짖는 놈들이 아닌가?? 노에라는 그저 그런 집착,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녀석에게 찍혔을 뿐이다. 그리고 아마 포기란 건 놈에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