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241화
저들은 진짜 광신도였다. 진성 광신도들은 미료의 눈물 나는 보살핌 아래 무사히(?) 요괴들을 물리치고 지들끼리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피웠다. 미료는 순간 이것들은 과연 북으로 데려가도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가자고 하면 저 미친놈들이 말은 잘 들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는 짓을 보니 무조건 트러블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크륵...
-인간들... 이상하다.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오죽하면 까망이가 이런 소릴 했을까. 홍아까지 고개를 절레절레 할 정도니 저들의 광신적인 모습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데려가도 되나?...괜찮을까요?”
[걱정마라, 문제 있으면 마스터에게 말하면 된다. 광신도도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 줄 거다.]
“아!... 뭐... 그건 그럴 것 같은데 그렇게 도와 줄 까요?”
[문제가 생기면 도와는 주겠지. 물론 투덜거리겠지만.]
그냥 투덜거리는 수준은 분명 아니겠지만 일단 도와는 줄 것이다. 어쨌든 자신이 시킨 일이니까.
“으음...”
[그래도 네 말은 잘 듣겠는데? 너만의 세력을 하나 만드는 셈치고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보아하니 구석에 짱 박혀 있는 걸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일부러 외부에서 접촉하지 않으면 문제는 없어 보이니 잘 안 보이는 곳에 두고 관리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외부와 연결해주면 저들도 적응하겠지.]
고립만 시켜두면 분명 문제가 생겨 터지겠지만 조금씩 외부와 계속 접촉 시켜주면 그들 안에서 아마 바뀌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물론 조심스럽게 관리해줘야겠지만 온전히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 그 정도 노력은 해줘야 했다. 뭐든 날로 먹으면 탈이 난다.
“알았어요. 일단... 데려가 보기는 해야겠네요.”
[위치는 레이브가 있는 곳 주변이 좋을 거다. 일단 바로 접촉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사실 광신도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저들의 반응으로 봐서...
“오늘은 그분이 오신 날이다!! 모두 축제를 준비해라!! 그동안 아꼈던 모든 것들을 쏟아 부어라!!”
말을 잘 들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닐 것 같기도 했다. 미친놈들이라 종잡을 수가 없었지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파스의 말대로 반화라면 충분히 저 미친놈들을 잘 설득(?)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끄응...일단, 정리부터 해야겠네. 동이야! 사체들 다 태워 버려!”
사기가 남아 있는 요괴의 사체가 남아 있으면 더 않은 요괴와 더 강한 요괴가 몰려든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왜 홍아에게서는 요괴의 사기를 느끼지 못한 건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홍아 같은 경우는 반화의 별장에서 아기에게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강제로 정화시켜버렸기에 사실상 이젠 요괴라고 불리기도 뭐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몸에 있는 사기는 다 빠졌고 그 안은 맑고 순수한 기로 채웠으며 원념의 독기까지(이건 사실 주먹이 다했다.) 빼버려 저들이 요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콰르릉!!! 쿠릉!!!
“오오오!!! 왕께서 저들의 영혼까지 불태우신다!!”
“에라이, 미친놈들아! 그런 거 아니라고!!”
원래 신과 신도는 말이 안 통했다. 신이 백번 말을 해도 신도들이 못 알아듣고 지들끼리 해석해버리니 나중에는 신도 그냥 니들 멋대로 해라 하는 풍자도 있지 않은가. 미료는 잠시 반화의 별장에서 즐겨 봤던 인터넷이란 곳에서 봤던 개그가 실제로 일어나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토록 정확한 현실고증이었다니... 깔깔거리며 웃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에휴...”
미료가 한숨을 쉬거나 말거나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놈들... 정말 걱정이 되었다..
.
.
.
“삼이 가 없네?? 얘는 또 어디... 저기 있네, 뭐하는 거야?”
삐져서 또 어디 구석에 박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삼이를 발견한 반화가 삼이의 행동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허공에 왜 냥냥펀치를 날리고 있는 건지... 번쩍번쩍거리는 것이 기운까지 쓰면서 진심으로 냥냥펀치를 허공에 휘젓고 있는 삼이를 보며 반화는 생각했다. 설마 상상 속으로 자신을 그려 놓고 저러는 건가, 목욕이 그 정도로 스트레스인가 하고. 그러나 솜방방이를 휘두르며 소리치는 삼이의 말을 들어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간지러!! 시끄러!!! 얍!!! 얍!! 꺼졍!
또 귀가 간지러웠던 모양이다. 날파리가 자신의 귀에서 왱왱거린다고 생각한 걸까, 삼이는 정말 진심으로 냥냥펀치 삼매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모든 이는 황당했지만.
-냐아...(절레절레)
순이 마저 그런 삼이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야, 너도 가끔씩 저랬잖아. 지는 안 그런 척 하기는.”
-냐, 냥!
과거는 묻지 말라는 순이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반화는 황당했지만 일단 삼이부터 말리기로 했다. 저렇게 뒀다간 이 일대를 다 때려 부술 것 같았다. 반화가 일부러 아이들이 날뛰어도 힘을 흡수하는 진을 설치하긴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덥석!
“읏차! 또 귀 가려워?”
-응! 또 막막 삼이를 누가 불러!
“누가 자꾸 부른다는 걸까? 흐음... 진짜 한번 제대로 알아 봐야겠는데? 이제는 안 간지럽지?”
-으음... 어? 그러네??
반화의 품에 안겨 있자 귀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이 없어져 버렸다. 삼이가 신기한 듯 반화를 쳐다봤지만 반화도 이유는 몰라서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그렇게 일단 진정이 되는가 싶었는데...
-뺘!!
퍽!
“음...?”
-이씨!!!
이번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반화의 품을 차지하고 있던 또 다른 녀석, 미요가 삼이를 냅다 쳐버린 것이다. 당연히 화난 삼이가 씩씩거리며 똑같이 쳐버렸다. 물론 둘 다 힘을 싣지는 않아서 기분이 나쁜 것 말곤 이상은 없었다. 사실 그게 제일 문제이긴 한데...
“스톱! 그만 안 해?”
품에서 서로를 향해 펀치를 날리며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반화가 짐짓 엄하게 말하자 그제야 눈치를 보며 멈춘 아이들.
그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보던 북요가 얼른 미요를 데려가고 나서야 씩씩거리는 삼이가 진정을 했다.
“넌 왜 가만히 있어? 엉? 자식이 버릇없이 굴면 훈계도 하고 해야지.”
-냐아아!!!
“...아, 맞다.”
지금은 순이가 삼이보다 힘이 없는 걸 깜빡했다. 하긴 진작 솜방망이를 날렸을 순이였는데... 순이의 억울한 표정이 담긴 표정을 보고 나서야 깨달은 반화.
“이제 100일 됐나?? 음... 앞으로 말썽 피우지 말고, 엉?”
-냥~
100일간의 굴욕이 끝나려나 싶은 순이가 안 피우던 애교까지 피우며 어서 풀어달라고 재촉했다. 그 순간 누구보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루네스는 반화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지만...
“자! 풀었다.”
-냐아흐으으응!!!!!!!
스으으윽!
순식간에 힘을 되찾은 순이가 포효를 하며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도망간 루네스를 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반화.
“지가 자초했지 뭐. 똥꼬발랄한 녀석들.”
똥꼬발랄의 기준이 조금 남다른 반화였다.
순식간에 루네스를 따라잡은 순이가 녀석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눕히더니 지난번 굴욕을 되갚아 줬다.
찰싹!!
찰싹!!!
“으허어어엉... 봐 주세요...”
“안 돼! 싫어! 그런 거 없어!”
웅성...웅성...
길거리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한 여인의 볼기짝 구타 현장에 사람들이 수근 거리며 모이기 시작했지만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한명은 신경을 못 쓰는 상황이고 다른 한명은 안 쓰고 있다는 말이 정확했다. 인간의 기준으로 여신 같은 둘의 헤프닝에 사람들은 황당했지만 일단 폰부터 들이대기 시작했고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져버렸다.
홍대 볼기짝녀... 얼굴은 가려졌지만 실루엣만 봐도 여신임을 짐작한 사람들은 미친 듯이 검색수를 올렸고 며칠을 1위를 차지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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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녀석들은 알아서 놀게 두고 반화는 일단 셀라부터 찾았다. 삼이가 자꾸 이러는 원인을 찾아야 했으니까. 근데 왜 자신의 옆에 있으면 가려움이 없어지는 걸까...
“설마 꾀병이냐?”
-아냐! 진짜 가려웠어!
“흐음...”
뭘까 도대체...
잠시 후 반화의 부름에 바로 날아 온 셀라.
“인터넷이 난리 났던데?”
“?? 난리 났다고?”
“그 악마가 물고기 녀석을 사람들 많은 곳에서 엉덩이를 아주 찰지게 때리는 영상으로.”
모자이크 되었지만 셀라는 알 수 있었다. 둘이라는 걸.
“그래?? 내버려둬.”
그러거나 말거나 별 신경을 안 쓰는 반화였다.
“근데 왜 불렀어...? 평소에는 찾지도 않더니.”
“아아, 삼이 때문에.”
“삼이?? 우리 삼이 왜? 배고파?”
-귀 간지러워!
“응?? 귀?? 안 씻었..진 않을 테고.”
-이씨!
어쩐지 삼이의 이미지는 잘 안 씻을 것 같은 이미지인 모양이다. 간지럽다니까 바로 저런 생각부터 나는 걸 보니. 삼이가 셀라의 말을 듣고 씩씩거리는 걸 달래며 반화가 고개 짓을 했다.
“아, 그럼 혹시... 소환인가??”
“소환??”
“원래 정령은 소환의식을 통해서 성장하기도 하니까. 근데 좀 이상하긴 하네.”
“뭐가?”
“아니, 삼이 정도를 부르려면 친화력이 어중간하게 있어서는 안 될 텐데.”
어찌되었든 삼이도 정령은 정령인지라 소환에 응할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이미 셀라의 힘을 뛰어 넘은 상태이니 굳이 소환을 통해 성장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삼이를 소환하려면 정말 엄청난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세상은 넓으니 어딘가에는 엄청난 친화력을 가진 존재는 있을 것이다. 반화가 강하다고 해도 그 보다 강한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었다. 그만큼 세상은 가능성이 넘쳤다. 그것보다 궁금한 것은...
“소환이라... 어떤 식인 거지?”
어떤 식으로 소환 되는 건지 반화 자신도 모르게 부름이 들리는 걸까.
“보통, 의지로 소환되는 거야.”
“의지?”
“음... 이건 사실 나도 잘 모르는데 그냥 전해오는 지식으로 아는 거야. 원래 의지라는 건 단숨에 초월적인 힘도 가능하게 만드는 거잖아.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흐음... 근데 그 소환, 인간도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정령이 소환되는 건 그만큼 의지를 잘 들을 수 있어서야. 다른 종족도 충분히 들을 수 있어. 신수, 정령들이 소환되는 이유는 종족자체가 스스로의 의지로 태어나기 때문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
여기서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왜 반화는 듣지 못하는 걸까. 바로 옆에 있는 반화가 왜 의지를 듣지 못하는 것일까. 거기에 반화의 옆에 있으면 삼이는 왜 그 의지를 듣지 못하는 걸까? 반화가 딱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럼 난 왜??”
“넌, 애초에 사람말도 안 듣잖아. 그리고 너 정도를 의지로 소환하려면... 어후, 짐작도 안 되네. 그러고 보니 정령들이 소환 잘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