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0화 #
240화
한번이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두 번이나 똑같은 증상이 있다면 그건 뭐가 문제가 생겼다는 거다. 반화는 삼이의 똘망똘망한 모습을 보며 결심했다.
“삼이 오랜만에 목욕하자.”
-!!!?웅?!
“읏차!!!”
-시러!! 시러어어어!
반화의 손에서 버둥거려보는 삼이였지만 만렙 집사인 반화의 품을 빠져나갈 순 없었다. 딱히 꼬질꼬질한 건 아니었지만 귀가 간지럽다니(?) 어쩔 수 없이 반화는 간만에 삼이를 목욕시켜 주기로 했다.
...
벅!벅!벅!벅!!
모든 것을 포기한 삼이가 반화의 손에서 거품을 내고 있었다. 슬픈 눈으로 반화를 쳐다보는 삼이...
“물에서 노는 건 좋아하면서 왜 씻는 건 싫어하는 거냐... 하필 이런 건 또 순이 닮았어.”
-힝...나갈래...
“아직 거품 남아 있잖아. 기다려. 한번만 더 헹구고.”
쏴아아...
찹찹찹찹찹!!!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삼이의 굴욕적인 목욕이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삼이의 몸의 물기를 쭈욱 짠 반화가 잠시 삼이를 내려놓은 사이...
푸드드드!
“에헤이... 물 다 튀잖아.”
털에 묻은 물기를 털어낸 삼이는 반화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몸에 열을 발산에 남은 물기를 없애버렸다.
원래 반화는 굳이 손으로 이렇게 씻겨주지 않았는데 물에 빠진 삼이의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목욕법을 바꾼 것이다. 물론 그 뒤로 더 씻는 걸 싫어하는 삼이였지만 그래도 느낌상 이게 더 깨끗한 느낌이었다. 물론 집사가 느끼는 감정이다.
“이제 귀 안 간지럽지?”
-흥!
반화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삐져서 도망가는 삼이...
“흐음...귀에 별 이상은 없는데.”
목욕하면서 살펴본 삼이의 귀는 확실히 깨끗했다. 이보다 더 깨끗할 수 없을 정도로. 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자꾸 부른다는 것일까.
“셀라한테 물어 봐야겠어.”
삼이의 근본은 어쨌든 정령이기에 셀라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아니면 해골씨에게도 물어 볼 수 있지만 한참 연구 중이라 폐인(?)이 된 해골씨라서 물어보기 그랬다. 일단 삼이에게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 안심한 반화는 이왕 시작한 건 털덩어리 아이들을 한 번씩 세탁해주며 한번씩 살펴 봐주기로 했다. 먼저...
“맹이야~”
세상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에도 오지 않는 맹이. 평소라면 ‘ㅁ’자를 꺼내기 무섭게 달려 왔을 테지만 어쩐지 오질 않는다.
“눈치는 빨라져서...”
쑤욱!!
버둥! 버둥!
-힝...
“잡았다 요놈!”
허공에 손을 집어넣어 도망가던 맹이를 잡아챈 반화가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들어올렸다.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반화를 보는 녀석이지만... 곧 물에 젖은 쥐가 되었다. 씻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들은 털이 물에 젖어도 굴욕이 없었다. 부러운 자식들.
.
.
.
파스의 도움을 받아 대륙 전역을 누비고 다니는 미료와 아이들.
-쿠로로로롤!!!
“으... 왜 요괴는 다 저 모양이야!”
퍽!!!
푸확!!
개구리처럼 생긴 요괴를 터트리며 미료가 불평했다. 그냥 개구리도 아니고 투명 개구리라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괴상한 내장덩어리와 놈이 먹은 것들 때문에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소화가 채 되지도 않은 인간의...
“여기도 다 정리했죠?”
[음... 그 정도면 된 것 같다. 이제 또 이동하지. 이번엔 인간들이 뭉쳐 있는 곳이다.]
“혹시 또 다른 왕가인가요?”
파스가 인간이 뭉쳐있다고 하면 왕가쯤 되어야 뭉쳐있다는 말을 썼으니 아마도 왕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많았던 성들은 이미 지킬 병력이 없어 뿔뿔이 흩어진 후라서 이 상황에 인간이 파스가 말하는 뭉쳐있다는 기준을 만족하려면 왕가 밖에 없었다. 창왕가는 미료의 말에 북쪽으로 떠나기로 했고, 반역의 주역 화왕가는 미료의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화왕가의 백성들에게 잠시 무력시위를 하면서 북으로 오면 살 수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얼마나 올 수 있을 진 장담할 수 없었다.
[왕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여태 본 인간들 중에 제일 강한 듯하다. 세력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 같군.]
“음... 검, 도, 화, 창은 만나봤으니 남은 건 마, 독, 귀왕가인데... 셋 다 잘 알려진 곳은 아니라 짐작이 안가네요. 무력적으로는 귀왕가가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응집력은 최고라고 들었고... 마왕가는 일단 무력은 칠왕가 중 최고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했으니 잘 알려지지 않은 독왕가 아니면 귀왕가겠네요.”
미료의 짐작이 맞을지 틀리지는 일단 가서 확인하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이 잘 뭉쳐있다니 말하기는 편할 것 같았다. 화왕가 같은 경우는 너무 분산 되어 있어 사실 좀 힘들었다. 일일이 다 찾아 갈 수도 없으니.
[포탈을 열겠다.]
“홍아! 까망아! 동이야!! 빨리 와, 그만하고!”
...
남아 있는 요괴들을 정리하고 있던 녀석들을 불러 파스가 열어놓은 포탈로 들어간 미료.. 그녀를 반겨주는 건 거대한 요괴 사체 더미였다.
“와... 여긴 그냥 요괴를 사냥했나 보네.”
-크륵!
“음?”
산더미 같은 요괴 사체들에 잠시 한눈 판 사이 누군가 그들에게 접근하는 걸 느낀 홍아가 경계를 했다. 그제야 미료가 그들에게 접근하는 존재를 확인했다.
“응? 뭐야 인간도 있었네?”
“어? 그러네?”
저들도 미료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요괴가 나타난 줄 알고 왔는데 인간이 그 사이에 끼어있었다. 요괴들이 사냥하고 있는 인간도 아닌 것이 너무 평온 해보였기에 무슨 상황인지 아직 이해가 가지 않은 그들은 일단 경계를 하며 상황을 살폈다.
-삐이이!!!!
“!! 위에도 있어!”
동이가 주변 분석을 끝내고 내려오는 걸 본 사람들이 재빨리 무기를 꺼내 들고 거리를 벌렸다. 하늘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발견한 것이라 놀란 그들.
“아아, 괜찮아요. 착한 애들이니까. 요괴가 아니에요.”
“??”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라 미료가 사람들을 일단 말렸다. 저들이 달려 들어봐야 셋 중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괜히 분쟁이 생기기 전에 말리는 미료, 이미 이런 경험은 많아서 나름 능숙했다.
“요괴가 아니에요. 신수입니다.”
다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녀.
“신수?? 그러고 보니 사기는 안 느껴지는 것 같은데... 거기에 저 까만 놈에게서는 어쩐지 익숙한 기운까지 느껴지네?”
“음?? 설마 마기??”
마계에 살았던 까망이가 마기를 풍기는 건 당연했다. 오히려 마기를 품고 있는 인간이 이상한 일이었다. 마계도 아닌데 마기를 품고 있다니. 마기는 사실 인간이 담기에는 조금 상성이 안 맞는 기운이었다. 일단 인간이 담기에는 너무 정제되지 않는 기운인데... 까망이도 사람들의 마기를 느끼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분명히 많이 느껴본 기운이다!
“응?? 많이 느껴 봤다고?”
-그렇다. 으음... 어디서였지...
자기 고향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도 모르는 까망이...
“설마 대화를 하는 건가?”
“요괴랑?? 그게 가능해?”
“요괴가 아니라잖아. 신수인가 신령은 교감이 가능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
워낙 오지에 있어 밖의 소문이나 상식은 잘 모르는 눈치였다. 신령이나 신수라고 말이 통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신령한 존재인 만큼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중앙 대륙의 사람들과는 달리 일단 의심하는 자들, 그러나 이내 미료의 설득에 경계는 살짝 풀었다. 그러나 일단 보고를 하고 추가 병력이 올 때까지는 두고 보기로 했다.
.
.
.
“이리 와봐.”
-삐아~
털복숭이들 목욕을 다 시킨 반화가 마지막으로 미요를 불렀다. 아직 애기라서 씻을 필요는 없어서 그냥 입가에 묻은 마정석 부스러기만 닦아준 그가 미요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원망스런 눈빛으로 보는 녀석들 사이에서 뭔가 빈자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응?? 뭐가 하나 없는데? 음...”
분명히 하나가 비었다. 꽤 존재감 넘치는 녀석이었던 것 같은데...
“뭐, 나중에 생각나겠지. 파스.”
[예.]
“걔들은 어떻게 됐어?”
[일단 그냥 두고 보시라고해서 보고만 있습니다. 지금 아르헨티나를 점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적응단계인 상태입니다. 아마 적응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습니다.]
“무슨 적응을 그렇게 오래해?”
[원래 문명 차이가 심해 적응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저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자꾸 뭐가 자신을 부른다는 인간을 위주로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응?? 자신을 부른다고??”
이거 어디서 들어 본 얘기 같았는데...
“아! 삼이도 누가 자꾸 부르는 것 같다고 했는데?? 음... 뭐지?”
파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지켜보는 걸 눈치 챈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일부러 거리를 벌렸음에도 여전한 인간 여자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조사해 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삼이 어디 있어??”
.
.
.
쿵!!!
콰르르릉!!!!!
-끼에에엑!!!!
“아아아...저 모습은!”
“전설에서 말해준 그 모습과 똑같습니다!”
미료가 새로운 왕가에 도착해서 잠시 그들의 조사를 받는 사이 갑자기 요괴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쳤다. 왕가의 힘도 만만치 않아 여태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이 처리하려 했는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습격하는 요괴들의 수준이 확 올라가버려 그들의 방어선이 뚫리기 직전이었다. 그때, 조사 받던 미료가 자리를 박차고 전투에 참여 했는데...
“저분이 그럼...”
“하늘에서 벼락을 내리치며 지상에서는 붉고 검은 폭풍이 몰아치니, 그 중심에는 마왕이 있었다! 그 구절과 똑같은 모습입니다!! 저분이 바로 우리의 마왕이십니다!”
“위기의 순간 마왕이 나타나 구원해줄 것이니... 그를 따르라...”
“아아아...”
저들의 전설 속 이야기에 우연하게 맞아 떨어진 미료의 모습은 그들로 하여금 절로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힘을 숭상하는 그들에게 미료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들이 기다리던 왕의 모습이 분명했다.
‘뭐, 뭐야?? 왜 저래?’
물론 미료는 그런 저들의 반응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갑자기 자신을 보며 무릎을 꿇더니 무슨 종교 행사처럼 지들끼리 기도를 하다니... 그것도 전투 중간에! 미친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마왕가가 원래 좀 그렇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뭐하는 거예요!! 지금! 피하든가 싸우든가 하나는 해요!!”
“그분께서 피를 원하신다!!”
스릉!!
“??? 내가 언제!??”
원래 종교적으로 높은 사람은 뭔가 시답잖은 얘기를 해도 그 밑에 사람들이 알아서 확대해석을 해주어 그 자를 더욱 신앙으로 만들어 버린다.
미료가 황당해서 던진 한마디 말에 갑자기 무기를 꺼내더니 광적인 모습을 돌변한 마왕가의 병력들이 자신들의 몸도 사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요괴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미료는 일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미친! 좀 피하면서 싸우라고!”
“으와아악!!!”
“오오!! 왕께서 우리를 보살피신다!!”
“아니라고! 미친놈들아!!”
“더 미친 듯 날뛰라 하신다!!”
“...하아... 답도 없는 놈들...”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았다...이래서 광신도 광신도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