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34화
포격이 계속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원래 모습으로 변한 까망이가 제대로 막아주고 있었고 미료와 홍아가 달리는 속도를 포격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 마녀다!”
“붉은 악마다!”
이미 대륙에 별명까지 생긴 미료와 홍아, 마녀와 붉은 악마라는 조금 좋지 않는 어감의 별명이긴 했지만 적에게나 불리는 별명이었다. 아군에게는...뭐 비슷하게 불렸다. 어쨌든 순식간에 포격의 원점에 도달한 미료와 홍아는 그야말로 무아지경으로 휩쓸어 버렸다. 그게 전차든, 사람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정말 마녀와 악마처럼...어쩌면 저 별명을 싫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싫어하는 게 맞아 보였다.
“누구보고 마녀라는 거야!!!!”
쾅!!!!
“으아아가!!”
헐크에 가까운 모습을 한 미료는 안 그래도 외모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신경 거슬리게 외치는 놈들 때문에 더 거세게 몰아붙였다. 반화의 말로는 경지가 오르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했지만 그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반화만 알고 있으니 미료는 불안하기만 했다. 그리 오래 반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반화의 말을 그냥 그대로 믿으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쾅!!
“왜!!”
콰아앙!!!
“마녀!!! 야! 이 멍청이들아!!”
퍼어억!!!
-크, 크륵...
옆에서 날뛰던 홍아가 무서워서(?) 피할 정도로 미료의 기세는 정말 살벌했다.
“이놈들!!! 감히 요괴따위가!!!”
“누구보고 요괴라는 거야!!”
카아앙!!!
“크윽...”
괜히 나타나서 미료의 성질만 돋운 남자가 가까스로 미료의 공격을 막아내며 신음을 흘렸다. 담긴 힘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말로만 들었을 땐 그냥 조금 강한 요괴인 줄 알았는데 이건 정말... 고수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압박을 느껴버렸다.
“영감탱이, 힘 좀 쓰나 봐?”
자신의 공격을 막은 남자를 향해 미료가 말했다. 어째 평소의 미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어투였다. 약간의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지... 반화가 잠재력을 깨우면서 그의 힘이 조금 묻어버린 탓에 힘을 쓸 때면 조금 삐딱한 성격으로 변해버렸다. 그 때문에 홍아도 전투 때는 항상 미료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어째서 인지 미료가 전투를 할 때마다 반화의 기운이 풍기는 느낌이 들어서...
“요괴가 말을 하다니... 정말이었군.”
“저 영감탱이가... 자꾸 누구보고 요괴래!!”
쇄애액!!!
캉!!
“컥!”
...쿵!!
자꾸 신경을 긁는 남자의 목소리에 미료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힘이 실렸기에 남자가 빠르게 도를 휘둘러 막았지만 힘을 못 이겨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왕하께서!?”
“도, 도망가야 돼!”
미료의 한방에 나동그라진 남자의 모습을 본 도왕가의 인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삐이이익!!!!
“!?”
콰르르릉!!!!!
쾅!!!!
“크아아아!!!”
하늘을 가려버릴 정도의 거대한 새 한 마리가 도망가는 자들에게 벼락을 뿌렸다. 사방으로 퍼지는 벼락,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온 몸에 피칠갑을 한 미료, 홍아... 현세에 강림한 마왕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살벌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아마 무사히 도망간 자들은 또 이 모습에 대해 떠들어 댈 것이다. 마녀와 악마가 도왕가를 쓸어버렸다고.
한편, 하늘에서 벼락을 마저 뿌린 뒤 내려온 동이. 반화가 녀석을 보내준 값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고를 치는 놈이 별장에만 있다 보니 무료해 보여 나중에 보내 준 것인데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하긴 이 녀석도 반화와 아이들만 아니면 사고 꽤나 치는 녀석이었으니... 하나는 최악의 요괴왕, 다른 하나는 최악의 악동이라 불렸던 놈들을 데리고 다니는 미료가 이 세상에서 적에게 최악의 마녀로 불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뭐야... 저 인간이 도왕가의 왕하였어?”
각 왕가를 지배하는 왕하들. 그들 대부분은 왕가의 최고수였다. 물론 검신처럼 일찌감치 자리를 물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검신은 그만큼 오래 살고, 강했으니까 가능한 것이다. 한 마디로 예외에 포함되는 인간이었다. 검신도...
그런데 자신의 한방에 나가떨어지다니! 정말 미친 듯한 성장 속도였다. 괜히 홍아가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반화가 잠재력을 끌어 올리면서 뭔 짓을 한 듯 했다. 그러지 않는 이상 이런 성장 속도는 이해가 어려웠다. 특별히 뭔가를 배운 적도 없는데 싸우면 싸울수록 성장하다니... 마치 레벨업, 혹은 진화를 하는 것 같았다.
“이정도면 많이 강해진 거 아냐...? 왕하도 한방에 날렸는데.”
왕가의 왕이라는 남자를 날려버리는 힘에도 미료의 외형은 변함이 없었다. 역시 반화의 기준은 이정도가 아닌 모양이다... 미료에게는 안타깝지만.
“에이... 설마...평생 이러진 않겠지?”
미료는 문든 반화의 미소가 떠올랐다. 어딘가 악마 같이 사악한 미소... 물론 반화가 들었다면 억울할 모습이었다. 그냥 웃었는데...
-크륵!
“응? 아아. 아직 살아 있네?”
미료에게 날아갔지만 아직 꿈틀거리며 살아 있는 도왕가의 왕하라는 자를 홍아가 가리켰다.
“깔끔하게 처리해야겠지...”
처음 정복을 시작할 때 괜히 봐줬다가 나중에 복수심에 불타서 습격을 당한 적이 있기에 마무리는 확실하게 지어야 했다. 특히나 큰 권력과 힘을 가진 놈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았다.
퍼석!!
“...”
단번에 머리통을 날려버린 미료. 한 왕가의 지배자치고는 너무 허무한 결말이었다. 한때 대륙에서 떵떵거리며 살던 자였는데...
“후우... 아직도 많이 남았죠?”
[한참.]
“얼마나 지났죠?”
[세달 정도 지났다.]
벌써 세 달째 계속 되는 전투에도 한참이나 남은 영웅의 길... 슬슬 이제 자리를 잡아야 했다. 무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이제 한계에 왔다. 물론 자리를 잡으면 그만큼 정복에 시간에 걸릴 수도 있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파스의 도움이 있어 그 결정이 쉬워졌지만.
[중앙보다는 북쪽이 좋다.]
“어째서죠?? 중앙이 더 좋지 않나요..?”
[중앙에는 게이트가 없다. 게이트를 관리하려면 북쪽이 좋을 거다. 그리고 지금 있는 위치는 남쪽에 가깝지. 이대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서 정복한 뒤 북쪽에 자리 잡고 나라를 세우면 된다. 마스터가 북요라는 녀석을 위해 북쪽에 별장과 이어지는 게이트를 하나 만들어 둘 것이라 했다. 그러니 북쪽까지 올라가야 한다.]
“아아... 게이트...”
물론 게이트문제도 있지만 북쪽에서 대륙을 내려다보는 방식이라 지배하는데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남쪽까지 지배력이 미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건 제대로 된 문명을 도입시켜 해결하면 되었다. 그렇게 여러모로 파스가 분석을 한 결과 제일 좋은 위치를 선정해 주었다. 물론 거기에는 반화의 말이 거의 90%이상 반영 되어 있지만.
.
.
.
세달 동안 미료가 전투를 하고 있을 때 반화의 집에는 또 다른 전투가 벌어졌다. 바로...
-비켜!! 이 멍충아!
“왜에에에! 순이 좀 안아 보자!”
-안 돼! 엄마는 내꺼야!
-냐아...(그냥 싹 다 꺼졌으면...)
순이를 둘러싼 갈등이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불굴의 오뚝이 루네스는 삼이에게 그렇게 맞으면서도 포기를 하지 않았다. 저 정도는 죽거나 포기 둘 중 하는 해야 될 것 같은데...
물론 삼이도 포기하지 않았다. 엄마를 사수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게 꼭 순이에게 좋은 건 아니었다. 덩치는 아직까지 순이가 더 큰데 작은 삼이가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까 자꾸 질질질 끌리기도 하고 삼이 녀석이 귀찮게 계속 머리를 들이대며 정말 오랜만에 순이에게 그루밍도 마음대로 받으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한 대 맞았을 텐데 솜방망이가 되어버린 순이의 냥냥펀치는 삼이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다 니 업보야.”
-니에...
힘없이 삼이에게 끌려가는 순이를 보며 반화는 약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괴롭히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보다 보니 귀여워서 그냥 놔 둔 것이다.
“맹이는 사고 치지 마?”
-응!
“그나저나, 노에라 이 녀석은 어디 갔어?”
돌아 온지 벌써 세 달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노에라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반화.
“뭐, 또 어디서 빈둥거리겠지. 안타깝네, 순이 저렇게 된 것도 모르고.”
정말 운이 이렇게 나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순이에게 쌓은 게 많은 노에라가 하필 지금 여기 없다니. 아마 나중에 크게 후회할 지도 몰랐다. 얼핏 봐선 삼이 때문에 아무 짓도 못 할 것 같지만 삼이는...
“이거 줄게! 1분만!”
-우움... 알았어! 1분만이야!
먹을 거야 약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간식에 넘어간 삼이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순이를 루네스에게 넘긴다. 인생, 아니 묘생 다 산 표정으로 그런 삼이를 보는 순이...
“흐흐흐...”
어딘가 음침한 표정의 루네스는 그대로 순이를 들고 사라졌다. 그것도 모르고 간식에 정신 팔린 삼이.
“쯧, 순이 힘 찾으면 넌 좀 혼나겠다.”
반화의 눈에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삼이의 미래가. 루네스는 보이지 않았다. 죽을 테니까. 적어도 두발로 걷지는 못할 것이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반화는 혀를 차며 별장으로 넘어갔다. 곧 있으면 북요의 자식이 태어난다고 했다.
...
쩌저적!
-끼아!
“쉿! 조용히 해 임마.”
-끼이...??
자기 자식이 깨어나는데 소리 좀 질렀다고 구박받은 북요가 반화를 째려봤다.
“...알았어. 거 되게 오래 가네.”
지은 죄가 있는 반화는 그런 북요의 째림에 입을 다물었다.
“둘 다 시끄러.”
령이가 둘을 보고 한 소리했다. 벌써 몇 번째 저러는 건지... 알에서 태동이 느껴질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 저러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오지를 말던가.
“아아, 곧 나올 것 같아요!”
오랜만에 별장에 놀러 온 에나스가 외쳤다. 그 말에 다시 알에 시선을 집중하는 녀석들.
쩍!...
쩌어어억!!!
거의 반으로 갈라진 알. 무려 차원을 돌고 돌아 결국 품 안으로 들어 온 운 좋은 녀석이었다. 과연 어떤 놈이 나올 것인가 다들 주의 깊게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갈라지기 시작하는 알.
...쩌억!!
“오오!”
“조용히 좀 해!”
“...”
또 령이에게 한 소리 듣고 꿍얼거리는 반화. 그러거나 말거나 알에서 꿈틀거림이 점점 커졌다.
쑥!!
-삐아?
-끼아아아!!
“비켜 봐!”
-!?
-삐아??
“오... 너 좀 귀엽다?”
-삐아~
북요, 령이, 에나스 등등... 이곳에 있는 모든 녀석들은 뭔지 모를 불길함에 휩싸였다. 엄마인 북요를 밀치고 먼저 알에서 나온 녀석과 마주친 인간이 반화라니.
-삐아~~~
“오구오구.”
“...느낌이 쎄하지?”
“네...”
령이의 말에 에나스도 동감한다는 듯 대답했다. 정말 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