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233화
잠시 알을 보며 고민하던 반화는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차피 북요가 너무 애지중지하고 있어 손대면 빼액 할 것이 분명했다.
아쉽지만 돌아서는 반화.
“준비는 다 했어?”
“네, 일단 하긴 했는데...”
“아공간에 다 넣었지? 빼고 넣는 방법은 숙지했고?”
“예.”
영웅이 되기 위해 일단 각종 물자들을 아공간에 저장한 미료.
“파스, 위성 보냈어?”
[예. 지금 지도를 만드는 중입니다.]
“어느 정도 만들어 지면 이 녀석들 출발 위치가 어디가 좋을지 생각 해봐.”
[예.]
귀찮은 일은 파스에게 몽땅 넘겼다. 귀찮으니까. 일은 지가 벌리고 하는 건 결국 파스나 해골씨들이었다. 결국 순이랑 다를 게 전혀 없었다.
남에게 다 떠넘기고 한가로워진 반화는 그제야 명하가 생각났다. 임신도 한 녀석이 왜 거긴 간 걸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명하가 있었던 위치로 돌아간 반화.
스륵...
“응??”
“어?”
“뭐하냐?”
“...아냐,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명하의 말과는 다르게 행동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뭔가 급하게 숨기는 듯 한 모습의 명하와 그리고 그 뒤에는...
“하하...오셨습니까?”
“그건 왜 줍는 거예요?? 어디다 쓰려고.”
“그, 그냥 반짝이기에 구경한 겁니다.”
“그거 흘린 녀석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나요?”
“...? 그냥 메두사처럼...!!!!”
잠시 붉은 보석에 홀린 것 같았다. 설마 그걸 까먹고 있었다니... 반화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붉은 보석 같은 것을 휙 던지는 민사장. 그리고 옆에서 명하는 ...
후두두두둑!!
“헤헤... 에비비..”
“가지 가지한다. 쯧.”
옷 구석구석 담아 뒀던 보석 같은 눈물을 털어버리는 명하의 발밑에는 그것이 쌓일 정도로 많이 있었다. 메두사라면 분명 사람을 유혹해 돌로 만든다는 그 유명한 신화 속 인물이 아닌가? 그게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기들로 모르게 아무 의심 없이 이걸 줍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주운 것들을 죄다 버리고 손을 터는 명하부부... 이래서 부부구나 싶었다.
줍...줍...줍...
“??근데 오빠는 뭐해?”
“보면 몰라? 줍잖아.”
“그걸 왜? 메두사가 흘린 거야. 그걸 어디다 쓰려고? 아니, 그걸 떠나서 괜찮아??”
“그럼 괜찮지. 얘가 메두사도 아니고. 걔가 흘린 건데. 인어의 눈물이라는 것도 못 들어 봤냐? 팔면 돈 좀 만질걸?”
“!!!!”
속았다. 반화의 빠른 판단에 이은 허를 찌르는 공격에...
“뭐해요! 빨리 주워요!”
“네??아!”
멍 때리고 있는 민사장의 등에 스매싱을 날려 준 명하는 반화가 붉은 보석을 다 줍기 전에 버렸던 것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줍지 못하고 있을 때,
스르르륵...
“어어...?어!?”
땅에 떨어져 있던 보석들이 갑자기 땅에 스며들었다. 미처 손 쓸 새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에 명하는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역시 좋은 물건은 아니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쯤 반화의 앞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솟아났다.
쑤우욱!
“림자, 잘했어.”
“신기한 보석이다. 재밌었다.”
요로족의 끝판왕 림자는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으면 반화의 부림도 상관없었다. 반화가 주우라고 한 붉은 보석도 생전 처음 보는 물질이라 색다른 느낌을 받은 림자. 몰래 하나 슬쩍하는 건 잊지 않았다. 정당한 보수니까...물론 굳이 말하진 않았다. 반화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그걸 말하겠는가.
“뭐 딱히 다른 효과는 없는 건가?”
주운 보석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반화는 입맛을 다셨다. 어디 쓸데가 있는 가 싶었는데 그냥 예쁜 돌이었다. 물론 이걸 팔아먹으면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일단 성분자체가 이 세상에 없는 성분이고 무엇보다 예뻤으니까. 영롱하게 빛나면서 명하와 민사장을 홀릴 정도의 매력이니 충분히 값이 나갈 것이다. 반화한테는 돈이고 뭐고 별로 필요 없을 테지만 돈 버는 건 늘 기쁜 일이니까 그냥 그 정도로 위안 삼는 반화.
“와... 완전 치사!!”
“뭐가?”
“내가 줍고 있었는데!!”
“어디다 쓰려고?”
“우리 애기 돌 반지!”
“...돌반지는 원래 금으로 하는 거 아니냐?”
“얘는 특별하니까.”
무슨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애를 앞장세우는 명하를 이길 순 없었다. 자신의 조카이기도 하니까 결국 큰 거 한 덩어리 넘겨주는 반화. 그런데...
“너 이거 가공은 할 수 있냐? 못할 걸?”
“그냥 보석 세공사에 부탁하면 안 될...까?”
명하 본인이 말하고도 조금 불안한 듯 말을 흐렸다. 아무래도 보석이 생성된 과정을 봤으니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안될걸?”
반화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단 안 될 것 같았다. 보석이 품고 있는 기운이 예사롭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부탁해 오빠. 조카 선물로 그 정도는 가능하지??”
“...”
괜히 말했다가 일만 늘린 반화...역시 여동생은 천적이었다. 천적.
“풀 액세서리로 부탁해!~”
얄밉게 말하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명하와 눈치를 슬슬 보면서 그 뒤를 따르는 민사장. 그리고 혼자 남은 반화...
“그냥 확 다 부숴버릴까 보다...”
신도시고 뭐고 이왕 부서진 김에 그냥 다 날리고 싶어진 반화였다.
[마스터!]
“?? 왜?”
[찾았습니다. 새로운 게이트!]
“어디로 연결 된 거야?”
[그게, 이번에 갔다가 온 세계에 보낸 위성이 찾은 게이트입니다. 이상하게 현대 장비의 파장이 발견되어 조사하던 중에 발견했습니다. 남미와 연결된 것 같습니다.]
“그걸 왜 이제야 발견했어?? 여태 뭐하고?”
남이에 있었다면 분명 파스가 알아차려야 했는데 왜 못 알아차렸을까?
[그게... 그때 남미와 북미간의 전쟁이 터졌을 때 분명 나노 머신을 통해서도 확인 했었는데 분명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세계에서 넘어가니 그 곳이었습니다. 다시 지구에서 게이트를 찾으니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아무래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쪽 세계의 진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파스라도 새로운 기술에는 약점을 보였다. 원래는 없던 개념으로 게이트를 숨겨버리니 못 찾은 것이다. 물론 아마조네스의 경우에는 못 찾은 게 아니라 귀찮아서 안 찾은 것이긴 했지만.
“진이라...”
[연구 할 시간만 조금 주시면 금방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꽤 쓸모 있는 기술 같습니다. 마법진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흥미 있더군요.]
“그러던지. 일단 그럼 남미에 게이트가 뚫려 있다는 거네.”
[예, 전쟁 중에 그쪽으로 무기도 빼돌린 것 같습니다. 또, 이번엔 아예 이쪽으로 넘어도 온 것 같습니다.]
“그래? 뭐... 일단 놔둬. 나중에 걔 시키면 되니까.”
걔는 바로 미료였다. 결국 반화 자신은 일을 안했다. 입만 놀리고...
.
.
.
“얘는 또 왜이래?”
-냐아아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순이를 본 반화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냥아치가 저런 꼴이라니...
“어때?? 귀엽지!? 히히히, 진즉에 이렇게 얌전하면 좋았을 텐데. 뭐 지금이라도 얌전하니 좋지만.”
루네스가 해맑게 순이를 안으며 반화에게 말했다. 얌전한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팔에 힘줄 튀어 나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순이를 꽉 안고 있는 루네스였지만 표정만은 진짜 였다.
반화가 아니면 손대는 것조차 질색하는 순아치가 애들이나 하는 냥이 모자를 쓴 모습이라니... 저건 그냥 평범한 고양이 일 때도 시도하지 못한 건데, 루네스 저 녀석은 정말 나중에 벌어질 보복에는 1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지금의 즐거움이 다인 녀석이었다. 뭐, 그 덕에 아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긴 했지만... 나중에 순이 힘을 돌려 줄 때 루네스를 잘 살펴야겠다.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지 모르니까.
-냐아아아~~~~~!!!
순이가 반화를 보며 서글프게 울었지만 이 또한 벌이었다. 물론...
-응? 엄마아!!!
“헉!”
루네스도 삼이는 까먹은 것 같았다. 엄마 바라기 삼이가 순이의 울음을 듣고 반화의 뒤에서 득달같이 나타났다. 그리고...
-냐!!
-이 물고기가! 엄마한테!
“아, 아니 그게...컥!”
...
삼이의 날아 차기 한방에 짜부된 루네스... 충격이 심했는지 두 다리가 인어의 다리처럼 생선의 꼬랑지가 되어버렸다.
씩씩거리는 삼이는 순이를 루네스에게서 뺏어 들고 머리를 비볐다.
-엄마, 괴롭히지 마!
“자식 하난 잘 키웠다고 해야 되나...”
애매했다... 삼이도 순이의 머리에 씌워진 모자를 벗겨 줄 생각은 없어보였으니까. 그래도 다른 사람들 손에 넘기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있어보였다. 해도 자기가 한다는?
-냐아아아!!!
안타깝지만 이제 정말 순이를 구해줄 녀석은 없었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
평화로운(?) 반화의 집과는 달리 저쪽 세상은 살벌했다. 일단 이제 갈라선 왕가의 황가로 인해 황가는 거의 폐망했다. 황제는 백성들에게 두들겨 맞아 쫓겨났다가 요괴에게 붙잡혀 죽었고 나머지 황족들은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검왕가는 독자적인 노선으로 요괴들을 막았고 창왕가는 검왕가와 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력이 하나 생겨났다. 파스와 까망이, 붉은 원숭이, 그리고 검귀의 도움을 받은 미료가 그 세력의 중심이었다. 압도적인 무력과 엄청난 정보, 검귀의 경험으로 무장한 미료는 최적의 위치에서 시작해 그 세력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료가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선봉에 서서 누구보다 열심히 전투를 벌였다. 그럴수록 미료는 눈에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을 했다.
지금도...
“으라합!!!!”
-키요요요!!!!!
콰아아앙!!!!
단숨에 하늘로 날아오른 미료가 위에서 계속 성가시게 구는 요괴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 이종의 청소부였는데 전투만 벌어지면 따라와서 시체를 먹는 녀석이었다. 거기서 끝났으면 괜찮을 텐데 가끔 무리의 약한 곳을 공격하기도 해서 미료가 직접 나서서 처리한 것이다. 그 때문에 미료의 충성도는 더욱 올라갔다. 굳이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검귀의 조언이 있긴 했었다. 검귀는 반화의 협박을 떠나서 이제는 진심으로 미료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제 곧 도왕가의 영역입니다.”
“후우... 그냥 지나갈 순 없겠죠?”
“아마도...”
어차피 이 대륙을 수복하고 정복하려면 왕가들과의 갈등은 불가피 했다. 어쩌면 검왕가와도 갈등이 생길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아마 검귀는 선택해야 할 순간이 될지도 몰랐지만 그건 일단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사람들 사이에는 문제없나요?”
“사소한 문제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사소한 것도 다 해결 가능한 사안입니다.”
어느새 자신의 자리에 익숙해진 미료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정말 영웅, 혹은 제왕의 모습이었다. 반화가 원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쇄애애액!!!!
“음?!”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포격이다, 조심해!]
일단 파스가 경고 후 위성을 이용해 포격을 막았다. 설마 포격이 가해질지 모르고 있어서 파스도 반응이 조금 느렸다. 반화가 파스에게 말한 도움에는 이런 물리적인 도움은 없었지만 이번엔 파스의 잘못이 있었기에 첫 포격은 막아준 것이다.
“다들 흩어지세요!! 그리고 홍아! 가자! 까망이는 사람들 지켜!”
-크륵!!!
재빨리 명령을 내린 미료는 포격이 가해진 곳으로 홍아, 즉 붉은 원숭이와 달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