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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32화 (233/295)

# 232화 #

232화

북요의 일은 일단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대륙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왕가들의 통제를 벗어난 곳은 자기들 나름의 무리를 만들며 하나의 군락을 만들어 요괴들에 대항하기 시작했고 덩치가 커진 군락은 다른 군락을 삼켜가며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거기에 왕가들조차 가담해 인간들끼리도 반목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는 것인지... 우리끼리 이렇게 죽고 죽이면 요괴들의 힘이 더 강성해 지는 것도 모르는 건가.”

검신은 이 상황에 한숨을 쉬며 한탄을 했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 진 것인지...자신의 덕이 부족한 것인가 후회가 되었다.

“저어... 황제폐하께서 입궁하라고 하십니다.”

“그래, 가야지...”

황제가 이제라도 정신 차렸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럴 가능성을 별로 없었다. 그동안 다른 왕가들의 달콤한 말에 녹아 있던 황제는 검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마 지금 부른 것도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것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오지 않는 다른 왕가에 대해 묻기 위함이 뻔했다.

...

“요즘 진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어떻게 된 건가?”

“시국이 지금 말이 아닙니다.”

“시국이 어떠하든 내가 알아야 되는 건 아니지.”

“...”

황제는 정말 무능하고 무력했다. 분명 어렸을 때는 총기가 흐르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저렇게 되도록 아무도 막지 못했을까... 수련을 핑계로 은거했던 자신에게도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회생이 불가할 정도로 망가져버린 황제에 실망한 검신.

“최대한 준비하여 바로 올리겠습니다.”

“진즉 올렸으면 좀 좋나? 나가 봐.”

“...”

검신은 사실 황가에 충성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그냥 무인으로서 존경하는 초대 황제의 후손이기에 따랐을 뿐이었다. 그것도 이제 끝인 것 같았다. 더 이상 황가에 미련이 없어진 그는 말없이 궁을 빠져나와 잠시 돌아봤다. 화려하고 웅장한 궁에 어쩐지 씁쓸함만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검신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느낀 것일 뿐이겠지만...

“왕가들이 이리 만들었을까? 아니면 이렇게 될 것이기에 그런 것일까?”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검신은 선택해야 했다.

.

.

.

“정말 괜찮을까요?”

“이미 한번 정찰한 뒤야. 이곳은 요괴들로부터 안전한 곳이다.”

“요괴들도 이리로 넘어 오면요??”

“요괴들이 이곳에 넘어오기엔 입구가 너무 작아. 우리 귀왕가의 인원들도 넘어오는데 한참이나 걸릴 정도야. 요괴들을 막는데 오히려 더 좋을 것이다.”

“으음...”

새로운 세상이라니 조금 두근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선 손녀는 불안한 눈으로 자신의 할머니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요괴들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저쪽 세상, 즉 자신들의 고향엔 없었다. 둑이 무너지고 그동안 쌓였던 것이 흘러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쓸려나가고 있는 와중에 인간들은 거기서 또 자기들끼리 싸우는 중이었다. 정말 초대황제와 같은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가망이 없는 것이다, 아니 초대황제로도 안될 수 있다. 초대황제 뿐만이 아니라 무휼대사까지도 온다면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여기가 우리 고향이다.”

“이곳에도 인간들이 있다면서요. 우릴 배척하지 않을 까요?”

“다행히 이곳의 인간들은 우리 귀왕가의 귀혼술에 약하더구나.”

“아아~!”

인간의 정신력에 관여하는 귀혼술에 이곳 인간들은 매우 취약했다. 마음에 병든 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였지만 그게 귀왕가에는 오히려 좋았다. 마음이 병들수록 정신에 침투해 그들을 흔들기 쉬웠으니까. 덕분에 이곳 인간들의 나라 하나의 권력자들을 모두 자신들의 수하로 만든 지 오래였다. 다른 왕가들에는 말하지 않았고 그냥 훔쳐오고 있다고 했지만 귀왕가에 공급된 이계의 물건들은 모두 그들로부터 아주 편하게 얻은 것이다.

“세상의 사기가 넘쳐흐르고 있는 차에 이곳을 발견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자! 어서 가자꾸나.”

“네!”

새로운 세상으로 이주한 귀왕가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지구에 스며들었다...

.

.

.

“요괴 따위가 감히!”

-키릭!!

서걱!!!

-키이이이!!!!!

묵빛 검강이 지상을 휩쓸며 요괴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린다.

“마왕께서 오실 날이 멀지 않았나 보군.”

“요괴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네.”

“하하하!! 저딴 요괴들 따위가 두렵소??”

“그건 아니네만, 한잔 하시겠나?”

“좋지!!”

자신들이 만든 참상을 구경하며 사이좋게 술을 넘기는 검은 복장의 사람들. 그들은 오히려 무료한 생활에 이것이 활기를 주는 듯 요즘 빈번하게 닥치는 요괴들의 침입을 반기고 있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

삼삼오오 분열된 인간들은 점점 요괴들에 의해 땅을 빼앗기고 있었으나 그러지 않는 곳도 있었다. 마왕가는 월등한 무력으로 쳐들어오는 요괴들을 쓸어버리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독립된 장소에 존재하는 독왕가엔 아예 요괴들이 접근도 하지 않았다. 요괴들도 치를 떠는 지독한 독기와 더욱 독한 기관과 진으로 무장한 그곳은 철옹성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대륙의 상황과는 달리 안정을 찾은 북요가 있는 반화의 별장에는 묘한 어색함이 존재했다.

“저기...신님, 저희는 다시 돌아가는 건가요?”

졸지에 반화의 별장으로 또 오게 된 미료는 반화를 향해 물었다. 이제는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일단 고향이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북쪽 요괴들의 이동을 눈으로 본 뒤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건 검귀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북쪽에 지원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새로운 세상으로 와버렸으니... 그것도 거의 낙원에 가까운 곳에 와버리니 황당함도 황당함이지만 걱정도 컸다. 분명 지금 대륙은 난리가 났을 텐데...

“아, 맞네. 깜빡했다.”

“!!그, 그런... 지금 대륙이 요괴들로 난리 났을 거예요. 서둘러 돌아가...”

“네가 해결하게?? 그럴래?”

“예??”

“잘됐네. 딱 좋다.”

뭐가 좋다는 건지, 반화의 이해가 되지 않는 말에 미료가 고개를 갸웃했다.

“타이밍이 좋다고.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잖아.”

“그게 뭐가 좋다는...?”

“너, 영웅 한번 해라.”

“예!??”

“!?”

옆에서 듣고 있던 검귀도 덩달아 경악을 했다. 다짜고짜 영웅이 되라니! 그것도 농담이 아니고 200% 진심어린 표정으로 저런 괴물 같은 작자...가 아니라 신이 그렇게 말하니 믿지 않았을 수도 없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일 거야?”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니가 영웅 한 번 해보라고.”

“제가 어떻게...?”

“러닝메이트가 있긴 있어야지. 얘랑 얘, 그리고 음... 쟤도 데려가.”

“???”

둘은 이해 할 수 있었다. 까망이는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었고 검귀도 일단 같은 사람이고 자신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서 대륙에 대해 빠삭한 사람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반화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니 배신도 못할 것이다. 그 괴물 같은 과정을 다 봤는데 어떻게 배신을 할까...

“저 요괴는..!? 부, 분명 요괴왕??”

“요괴왕?? 그건 또 뭐야.”

나머지 하나는 바로 붉은 원숭이였다. 지난번에도 미료가 설명했지만 붉은 원숭이는 인간을 공격하고 다닌 최악의 악동, 요괴왕이었다. 그런 녀석과 같이 다니라니... 지금은 반화의 앞에 있어 얌전한 것 같지만 녀석의 성격은 털이 붉은색으로 변했을 정도로 급하고 포악했다.

반화가 미료의 놀라서 뱉은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원숭이가 왕이라니...

“왕 같은 소리하네.”

스윽...

꾸욱!!

-크륵!?! 크아아아!!!!!!!

갑자기 원숭이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댄 반화가 검은 바다로 녀석의 머리를 훑었다. 기억을 훔치려는 건 아니고 일종의 제재를 가는 것이다. 사실 반화도 이놈의 기질이 그리 좋지 않은 건 알고 있었기에 녀석을 조절할 만한 장치는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반화가 직접 움직이면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겠지만 이번일은 전적으로 미료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반화가 거는 제약에 붉은 원숭이는 정말 혼이 나가는 고통에 눈이 뒤집히는 경험을 했다. 주변에서 보는 사람이 다 괴로워 보일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녀석, 흡사 고문 현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억...

“엄살은, 자. 됐다.”

“???네???”

원숭이의 머리에서 손을 뗀 반화가 마찬가지로 미료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미료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났다. 그러나 원숭이와 같은 반응은 없었다. 그냥 조금 따끔한 느낌뿐이었다.

“응?? 이게 뭐예요...?”

“쟤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채찍. 쓰는 방법은 대충 알겠지?”

“아... 이, 이렇게요?”

찌릿!

-크륵!? 크아아악!!!!

미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까 반화가 줬던 고통과 같은 고통이 녀석의 머릿속에 갑자기 밀려 왔다.

“헉!...”

검귀가 그 소름끼치는 모습에 신음을 삼켰다.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태연히 실행하다니... 아무리 요괴왕이라고 해도 과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론 직접 붉은 원숭이가 한 짓들을 봤으면 달라졌겠지만.

“그 정도면 됐지? 까망이는 뭐, 그렇게 문제없을 테고...”

반화의 시선이 검귀를 향했다. 그 시선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검귀.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미료님!! 저를 종처럼 부려 주십시오!”

“...”

“뭐, 지가 알아서 잘 하겠네.”

검귀는 걱정 없을 것 같았다. 그걸 노리고 대놓고 이 과정을 보여 준 것이니까.

...

한편 집에 남은 순이..

-냐아아!!

“웬일이지? 이렇게 안아도 가만히 있고?”

-냥!

버둥! 버둥!!

어디서 놀다가 돌아 온 루네스가 순이를 발견하고 습관처럼 순이를 끌어안았는데 어쩐지 가만히 있는 순이의 태도에 이상함은 느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단순하게 생각한 루네스는 정말 처음으로 마음껏 순이를 껴안고 부비고 난리를 피웠다. 부들부들하고 향기 나는 이 털!!

“아웅! 좋아! 평소에도 좀 이러지.”

-냐아나아낭냥!!

흠칫!

순이의 냥냥펀치에 순간 놀란 루네스는 두 눈을 꼭 감았지만 정말 톡톡톡 두들기는 냥냥펀치에 슬며시 눈을 떴다. 분명 두들기고 있는데...

“뭐, 뭐지??”

이 녀석이 분명 앙탈을 부릴 성격은 아니었는데.

“흐흐흐... 뭔지는 모르겠지만...”

-냐, 냐!?

제대로 루네스에게 걸린 순이...녀석의 수난은 이제 시작이었다.

.

.

.

-끼아아.

“알은 언제 깨지는 거야?”

-끼아!

“음... 빨리 보고 싶은데.”

북요의 말을 들은 반화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한참 남은 부화날짜를 기다리기 힘들었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것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끼였다. 이건 거의 모든 동물이 그랬다. 과연 북요의 새끼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한 반화.

“흐음... 손을 좀 쓸까...”

원래 같았으면 바로 손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맹이, 삼이를 통해서 본 것이 있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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