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24화
급하게 무적검가의 일을 수습하면서 북쪽으로 갈 준비를 하는 귀검대와 검귀, 그동안 미료는 그런 검왕가의 사람을 도와주라는 반화의 말에 잠시 반화들과 떨어져 있어야했다.
“흐음... 정말 일을 잘하는 것 같군.”
“그렇죠? 그냥 평범한 여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신들을 모실 수 있는 것이겠지. 덕분에 수습이 굉장히 빨랐어.”
검귀가 미료의 일처리에 놀라며 부하에게 칭찬을 했다. 옆에서 보고 있는 부하도 검귀의 말에 동의했다. 물론 그들이 이런 일처리에 익숙하지 않아 서툰 것도 있지만 왕가에서 다들 교육을 받은 자들이었다. 그런데 자기 말로는 그냥 고아에 명문이라곤 했지만 시골에 있는 세가에서 허드렛일을 한 여자가 오히려 그들보다 일 처리가 깔끔했다.
“일주일 내로 정리가 끝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런데 왜 서두르려는 거지??”
이상하게 반화가 빨리 가자고 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곧 그런 검귀의 불안감을 해소 시킬 소식이 위에서 내려 왔다.
...
“뭐??”
“북쪽 성이 뚫렸답니다!!”
“!!! 그게 무슨?!”
“지금 성주가 백성들을 이끌고 내려오고 있답니다. 그런데 요괴들이 끊임이 없이 내려오는 중이라 하루 빨리 복귀하랍니다!”
성이 뚫렸다는 소식이 이제야 그들에게 온 것이다. 급하게 몸을 피하고 있어 하루 빨리 뒤쫓아 오는 요괴들을 막을 병력이 필요하다는 명령서도 같이 내려 왔다.
“큰일이군... 북쪽 성이 뚫렸다면 요괴들이 중구난방으로 퍼질 텐데..”
북쪽에 성이 하나만 있는 이유는 무휼도사가 북쪽에 펼쳐 놓은 진 때문이었다. 진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는 강한 요괴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북쪽 성으로만 오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예 막아버리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터지지 않게 구멍을 일부러 뚫고 그 곳에 성을 지은 것인데 그 곳이 뚫렸다는 말은 이제 북쪽의 강한 요괴들이 성을 넘어 대륙으로 마구 퍼진다는 얘기였다. 더 이상 무적검가의 수습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넘어 온 요괴들은 안에서 처리하도록 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북쪽 성을 탈환하러 가야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미료가 그들의 당황한 표정을 발견하고 다가와 물었다.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빨리 북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아직 여기 정리가 끝나지 않았는데요? 워낙 벌여 놓은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더 필요해요.”
“지금 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륙이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그분들에게 떠나야겠다고 말씀 좀 드려주십시오.”
“아...알겠어요.”
검귀의 심각한 표정을 본 미료는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놓아두고 바로 반화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뛰어 갔다. 여전히 나른한 모습의 반화들.
-웅??
맹이가 제일 먼저 뛰어오는 그녀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우웅?? 밥시간인가?
삼이도 그 모습을 발견하고 말했다. 뛰어오는 그녀를 유심히 살펴보던 삼이는 이내 실망했다. 미료의 손에 어떤 먹을 것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관심을 끊은 삼이는 다시 반화의 품에서 꼼지락 거리기 시작했다.
-밥 언제 먹어?
“아까 먹었잖아. 진짜 요즘 왜 이렇게 밥을 먹지?”
덥석!!
-하지망!
말랑말랑한 삼이의 뱃살을 잡고 장난치는 반화와 바둥바둥 거리면서 반항하는 삼이.
“흐음... 아무래도 이상해. 살이 찌는 건 아닌데.”
처음에는 그냥 많이 먹는 가보다 싶었는데 요즘 들어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먹어도 너무 먹는 것이다. 그것도 가리지도 않고 주는 대로 다 먹어 치웠다. 그러면서도 성장은 하나도 하지 않는 삼이.
“해골한테 물어 봐야겠네.”
어디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아무래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반화라고해서 모든 걸을 알 수는 없었으니까. 이런 건 잡다한 지식이 많은 해골이나 파스에게 물어보는 편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셀라와 퓰은 요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처음 삼이 데려왔을 때는 그렇게 삼이 내놓으라고 난리(?) 치던 것들이 어느새 현대 문명에 물들어 지들끼리 잘 놀며 사는 것 같았다. 그런 꼴은 또 배알이 꼴리니 돌아가면 한번 건드려줘야 할 것 같았다.
“급한 일이 생겼어요!!”
“응? 왜 그래?”
그나마 이 일행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령이가 달려오는 미료를 발견하고 일어났다. 어딘가 급해 보이는 미료의 표정으로 보아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짐작한 령이는 혹시나 미료가 다쳤나 해서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땀이 좀 난 것을 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급한 일이 생겼다는 미료의 외침.
“북쪽에 요괴들이 성을 함락 시켰데요!”
“응?? 북쪽? 우리가 가려던 곳?”
“네!”
“반화!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은데?”
“듣고 있어.”
전혀 듣고 있는 태도는 아니었지만 듣고 있다니,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지금 바로 북쪽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심각한 상황인가 봐요. 요괴들이 지금 성을 넘어서 대륙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나 봐요.”
그때 가만히 미료의 말을 듣고 있던 반화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원인은?”
“네? 그건 저도 잘...”
“쯧, 원인도 모르면서 무작정 가겠다니. 멍청한 거야? 무모한 거야?”
황당한 일이었다. 검귀들이 반화와 같은 차원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일개 인간 중에서 뛰어난 자들일 뿐이면서 일이 생겼다고 무작정 뛰어가려고 하다니. 그것도 막지 못해서 뚫렸다면 그 뚫린 원인을 알고 가야 될 것 아닌가?
물론 반화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순이 녀석 짓일까?”
령이도 반화와 같은 생각이었다. 갑자기 멀쩡한 곳에 문제가 생겼다면 당연히 의심해 봐야 하는 사항이었다. 거기에 얼마 전에 순이의 목소리까지 난 곳이라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렇겠지. 갑자기 요괴들이 날뛸 일이 뭐가 있겠어. 또 뭐 때려잡았겠지.”
순이가 들었으면 상당히 억울할 말이었다. 정확히 뭔가를 때려잡은 적은 없었으니까. 그냥 소리 한번 질렀다가 차원에 균열이 생겼을 뿐이었는데 거기에 겁먹은 요괴들이 난동을 부리는 거니까... 물론 원인제공자인 건 맞으니 꼭 틀린 건 아니지만 순이라면 충분히 억울해 할 것이다.
“가자, 그래. 으차! 삼이도 이제 집에만 있기 심심하지?”
-난 좋은데!? 밥만 주면!
“아니야, 심심할거야.”
아니라는 삼이를 머리에 올리고 맹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는 반화. 그 뒤를 령이와 미료가 따라가는데, 한걸음 떼는 순간 갑자기 주변 환경이 변해 버린다.
“!?”
“뭘 그렇게 놀래? 맨날 우리보고 신이라고 하면서.”
미료가 갑자기 바뀐 환경에 화들짝 놀라자 령이가 반화를 가리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반화와 있다 보면 이런 일은 놀랄 축에도 들지 않았다. 겨우 축지 정도쯤이야.
“응?? 어, 언제?”
바로 코앞에 나타난 반화들에 검귀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료가 뛰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뿐더러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코앞에서 나타났으니 놀랄 만했다.
“가자.”
“예???”
갑자기 나타나서 다짜고짜 가자니... 밤에 나타났으면 저승사자인줄 알았을 것이다. 물론 행색은 전혀 저승사자 같진 않았지만 얼핏 비슷할 것 같긴 했다. 어둠속에서 보면...
“급하다며? 가자고. 북쪽에.”
“아! 그럼 바로 준비 하겠!...?!”
검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을 중심으로 주변 공간이 흘러가듯이 바뀌어 버리는 환경...
.
.
.
“끄응...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순이가 저지르고 간 일의 수습은 어려워 보였다. 이미 지상은 난장판이었고 자신이 끼어든다고 나아 질 것 같지도 않았다. 북쪽의 성과 무휼 도사의 진을 모르는 해골씨에게 이 상황은 해결 불가였다. 북쪽 성만 알고 있었으면 거길 틀어막았을 것이지만...
“망할 고양이 같으니... 내가 마스터를 찾기만 하면 바로 일러버릴 거다.”
점점 유치해지는 해골씨...
그때, 순이가 소리친 원인이 더욱 강하게 비명을 질렀다. 아마 순이의 소리에 자극을 받은 듯 했다. 안 그래도 난리인 지상이 더욱 시끌시끌했다.
-끼아아아아!!!!!!!!!
“저건 도대체 뭔데 사기를 이렇게 내뿜는 거지??”
끔찍한 사기를 내뿜는 비명에 해골씨가 인상을...아니 기분 나쁜 듯 말했다. 이정도 사기를 뿜으려면 본체에는 얼마나 많은 사기가 뭉쳐져 있을지 짐작도 안 갔다.
“흐음...응?? 저건 뭐지?”
또 다른 뭔가를 발견한 해골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붉고 거대한 뭔가가 슥 지나간 것 같았는데...
-크르르...
“???뭐냐 넌?”
해골씨의 말에 돌아온 대답은 주먹이었다.
.
.
.
“헉!...여긴??”
“북쪽 성이라는 게 여기 맞지?”
“예! 맞습니다만...이게 무슨 일인지...”
분명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그 원형을 모른다면 결코 알지 못할 성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성곽.
-오옹?? 아빠! 저기 돼지!!
“응? 돼지...?”
삼이가 가리키는 곳엔 분명 돼지가 있긴 했다. 좀 특별해서 그렇지.
화르르르...
불타는 돼지라... 참신하긴 했다.
-통 바베큐다!!
“에비, 저런 거 먹는 거 아니야. 그리고 저건 죽은 게 아니고 원래 저런 거야. 바베큐 아니야.”
-웅?? 바베큐 아니야?
얼핏 보면 삼이의 말대로 돼지가 불에 구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건 그냥 자신의 주위로 열기를 뿜어 화염이 몸을 뒤덮은 것뿐이었다.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이다. 저기에 요괴라는 놈들은 사기를 먹고 태어난 놈들, 삼이에게 먹일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타락한 놈들 마정석을 먹어서 조금 걸리는데... 성격이 혹시나 그런 거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물론 전혀 상관없었다. 삼이가 저런 성격인 건 순이와 반화의 탓이 클 뿐이었다. 가정환경의 중요성이랄까?
꾸에에에엑!!!
-응? 달려든다!
반화 일행을 발견하고 갑자기 뛰어오는 불돼지.
두두두두두두....
휙!
...?
“응?? 그냥 지나가네??”
반화일행을 그냥 지나치는 불돼지를 보며 령이가 의아한 듯 말했다.
“겁 먹었어요.”
“응?”
미료가 불돼지의 표정을 발견하고 말했다. 분명 뭔가에 겁을 먹고 도망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검귀는 여전히 패닉이었다. 망연자실 성곽을 보며 넋을 놓고 있는 검귀. 그러나 그런 그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바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반화.
“삼이야, 보는 놈들 다 쏴.”
-웅?? 그래도 돼?
삼이가 반화의 말에 꼬리를 팡팡 부풀렸다.
“엉, 상관없어. 다 요괴야.”
천천히 성을 향해 걸어가면서 반화가 삼이에게 말했다. 곧 바로 다시 대물저격총을 꺼낸 삼이가 반화의 머리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맹이는요??
“맹이는 아빠 손잡아.”
-응!
우리 착한 맹이에게는 이런 일을 시킬 수 없었다. 삼이 하나로 족했다. 이미 삼이는 ...
-발견!!!
콰르르릉!!!!
가끔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특이한 녀석이 나왔다...
-꾸옹...무서운 녀석...
미료의 옆에 있던 까망이가 덜덜 떨었다. 저 작은 맹수에게 처음 당했던 것이 갑자기 떠올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