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화 #
223화
“우리의 뒤통수를 쳤더군.”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신지요?? 설마 거절하신 것 때문에 이러시는 거라면 여유가 없다고 분명히 말씀 드린 것 같은데요?”
“시치미를 뗄 작정인가보군.”
“계속 이러시면 정식으로 왕가에 항의 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이미 명령서가 날아왔으니. 아니, 사실 명령서가 필요한 일도 아니지.”
“무슨?!”
“그만큼 증거가 확실하다는 말이네.”
“...”
더 이상 잡아 뗄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무적검가의 가주가 얼굴을 굳혔다. 벌써 들키면 곤란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으니까.
“뭐해, 준비시켜.”
“예.”
조용히 뒤에 서 있던 자에게 명령을 내리는 가주.
“설마 그들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겠죠? 조사 결과 제 아들이 그들에게 살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그걸 그냥 참으라는 소린 아니겠지요?”
“자네 아들이 먼저 달려들었다더군. 자기 부하들까지 이끌고 말이야.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자를 그냥 두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안 그런가?”
“그럼 거기에 복수하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가주가 계속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시간을 끄는 것을 알아차린 검귀가 그냥 귀검대에 명령을 내리려던 순간,
“쏴!!”
척!!
쾅!!! 쾅!!!
이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어야 할 총소리가 지붕위에서 울렸다. 목표는 검귀와 그의 부하들.
캉!! 캉!!!
그러나 검귀와 귀검대는 전장을 누비던 자들이었다. 녀석들은 기습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미 놈들의 움직임은 그들에게 읽힌 후였다. 비록 총은 예상하지 못한 무기였지만 각종 요괴들과 전투를 벌였던 그들은 그런 기습적인 무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검기를 만들어 총알을 튕겨 냈다. 그 덕에 오히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무적검가의 무사들이 도비탄에 맞아 피해를 입었다.
“컥!!”
“피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에 가주는 다시 명령을 내렸다. 총이 안 된다면 더 강한 무기를 쓰면 그만이었다. 이미 들통 난 상황에 아낄 필요 없었다.
쇄애애액!!!
“응?!”
빠르게 날아오는 공 같은 물체에 검귀가 그냥 검으로 날려 버리려다가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저런 것에 맞을 리도 없는데 굳이 던졌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 것이다. 빠르게 판단을 내린 검귀는 그걸 검으로 쳐내는 것 보다 아예 검강으로 가루를 낼 생각으로 날아오는 수류탄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파스스스...
허무하게 검강에 바스러진 수류탄... 그러나 그건 한발이 아니었다. 미처 막지 못한 방향으로 날아 온 수류탄을 귀검대원이 단순이 날려 보낼 생각으로 검기를 쳐냈고 결국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콰아앙!!
“크악!!”
사방으로 튄 파편이 귀검대를 휩쓸었다. 다들 쉴드처럼 온몸에 기를 두르고 있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직접적으로 코앞에서 당한 자는 파편에 꿰뚫리며 쓰러졌다.
“검강을 발현 시킬 수 있는 자가 처리해라!!”
“예!!”
검귀가 빠르게 다시 대처를 해 더 이상 피해는 없었지만 또 다른 무기를 준비하는 가주.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고.”
총알은 계속 날아오는 상태였기에 자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웅크려 있는 검귀와 귀검대를 보며 가주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뭐야, 저 총은 ?”
“그러게?? 저게 왜 여기 있지?”
이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여유로운 목소리가 가주의 귀에 들어 왔다. 당연히 바로 코앞에서 말했으니까 총소리에도 들릴 수밖에.
반화 일행이 멀리서도 울리는 총의 굉음에 호기심으로 온 것이다.
-우움? 아빠! 저거 가지고 놀아도 돼요?
“응?? 저거?? 저걸 쓸 줄은 알아?”
-응! 해골이 하나 만들어 줬어!
“??”
해골이 뭘 만들어 줬다는 걸까? 삼이가 부스럭 거리면서 아공간을 뒤지며 뭔가를 찾는 모습에 령이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반화도 물론 본 적이 없었는데...
“네놈들은 누구냐!”
척!!
무적검가의 가주가 손에 든 권총을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반화에게 향하며 소리쳤다. 아주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여기엔 아빠 바라기 맹이도 있었으니까.
-응?? 저거!!
권총이 뭔지 아는 맹이가 반화의 손을 잡던 손을 떼더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미처 반응도 못한 가주는 그대로 맹이의 작은 손에 멱살이 잡혀 하늘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난생 처음으로 해보았다.
쿵!!!
“컥!...”
-어디 아빠한테 그런 걸 들이대!
씩씩거리는 맹이의 머리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어 주는 반화.
“이게 뭘 잘했다고 웃냐?”
“못 한 건 또 뭐야.”
령이가 질투심에 투덜거렸지만 반화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저러니 애들이 더 저러는 것이리라.
“크윽...”
바닥에 널브러졌던 가주가 몸을 일으키며 신음을 흘렸지만...
철컥!
“...?”
-까꿍?
저런 걸 도대체 왜 삼이에게 만들어 준 건지 모르겠지만 길쭉한 대물저격총의 입구를 가주의 머리 바로 앞에 가져다 댄 삼이가 놈을 약 올렸다.
“사...살려줘.”
-응? 왜?
“???”
령이가 삼이의 말에 문득, 혹시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왜 살아야 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사는 건 아니니까 이유를 찾으려면 아마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질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삼이를 보니 그걸 생각할 시간을 줄 것 같진 않았다.
딸깍!...
치지지직...꽈릉!!!...
총알이 날아들 거라고 생각했던 일행들의 생각을 뒤집고 총구에서 나간 것은 벼락이었다. 그들의 수준이 아니었다면 총구에서 뭐가 나가는지 보지도 못했으리라. 물론 어차피 결과는 같았다. 바로 눈앞에서 방아쇠를 당긴 삼이의 대물저격총에 가주의 머리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으니까.
“해골자식... 상담 한 번 해야겠어.”
상담할 것이 넘쳐나는 해골씨였다.
가주의 죽음을 확인한 무적검가의 무인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수장이 사라졌는데 계속 귀검대를 공격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도망쳐야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잠시 멈칫한 사이 검귀가 그들을 향해 순식간에 달려들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귀검대도 무서운 기세로 사방으로 퍼졌다. 난전은 그들의 특기였다.
-응? 앗!!
그 모습을 본 삼이가 급하게 총구를 틀었다. 그리곤...
치지지직!!!
콰르릉!!!!
콰릉!!!
마구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사를 하면서도 정확히 목표물을 쏘는 걸 보니 소질은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귀여움은 서비스였다. 짧은 고양이가 없는 어깨에 총을 거치하고 짧은 다리를 까딱까딱하는 모습이 어찌 귀엽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에 맞출 때마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꼬리를 보니 기분도 좋아 보였다.
“이거 좀 문제 있지 않아...? 사람 죽이면서 좋아하고 있어.”
령이가 그런 삼이를 보며 반화에게 걱정된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반화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봐봐, 녀석이 쏘는 기준이 어떤지.”
“??”
반화의 말에 령이가 의문스런 눈빛으로 삼이가 쏘는 인간을 쳐다봤다. 워낙 빠른 속도로 처리하고 있어 정확하진 않은데 분명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사기?”
“오~ 맞췄네?”
“그게 왜?? 사기가 많은 인간은 죽여도 되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사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남을 괴롭힌 적이 많다는 얘기거든. 거기에 저런 놈들이 나중에 자연스럽게 죽으면 이 세계에서는 요괴가 된다고.”
“으음...”
과연 반화가 진짜 그걸 걱정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삼이가 하는 짓이 귀여워 내버려 두는 게 70%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한 령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쨌든 삼이와 검귀 덕분에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가는 전장. 검귀가 반화 일행을 눈치 채고 나머지는 부하들에게 맡기고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끝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무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난감하던 차였는데...”
“뭐 딱히 도와주려고 온 건 아닌데...”
그냥 시끄러워서 왔고 삼이가 흥이 나서 그런 것일 뿐이지만 일단 결과적으로 도와 준 것이 되었으니 검귀가 감사하다는 표현을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아, 북쪽에 요괴들이 요즘 많이 나타난다고 했나?”
“예, 최근 들어 늘었습니다.”
“혹시... 고양이 하나 못 봤어? 이 녀석하고 닮았는데.”
혹시나 순이를 봤을까 해서 반화가 물어봤다. 직접적으로 반화와 대화하는 건 처음인 검귀는 바짝 긴장하며 반화가 들고 있는 삼이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 저런 고양이는 없었다.
“아닙니다. 그런 신령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흐음... 이상한데? 분명 순이 목소리였는데?”
그럼 최근에 요괴들이 늘어난 것이 순이 탓은 아닌 걸까? 라고 생각하는 반화. 그러나 령이는 장담했다. 어떤 식으로든 순이가 연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사고를 칠 때만큼은 철두철미한 그 요물이 분명 사고를 쳤음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꿈속에 나왔을 리가 없었으니까.
“뭐, 일단 넘어가고. 여기도 총기가 있었어?”
“아뇨, 여긴 신님이 사는 세계의 무기가 없어요. 만들지도 못하고요.”
반화의 말에 미료가 말했다. 그녀도 저 무기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저 벼락 소리를 내는 무기는 반화들이 사는 세계에서 티비라는 것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그래? 그럼 게이트가 하나 더 있는 건가?”
“게이트가 더 있다고?? 지구에? 네가 가져다 놓은 거 말고?”
“그렇지 않으면 저런 무기가 갑자기 나타날 리 없지. 아무래도 파스를 더 닦달해야겠어.”
게이트가 더 있는 건 알았지만 아예 무기가 이리로 넘어 오고 있는데 몰랐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었다. 파스에게...
“설마 저 무기가 신들의 세계에서 만들어졌다는...?”
“그런 셈이지. 인간들이 쓰는 거니까.”
“아~”
반화들은 굳이 쓰지 않는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인간들이라는 표현 때문에 검귀가 더욱 오해하긴 했지만.
“북쪽에 빨리 가보자고 그럼. 여기서 볼일 더 있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길 정리를 좀 하고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도시를 지배하던 가문이 이리 되었으니 많이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건 일 저지르기 전에 해결했었어야지. 쯧.”
“헐...”
반화의 말에 령이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는 항상 뒷수습을 남에게 미루면서...
“뭐, 왜?”
령이의 표정을 읽은 반화는 뻔뻔하게 아닌 척을 했다.
.
.
.
“끄으응... 어떡하지.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조절이 안 됐어.”
“응? 뭐야~? 뭐야아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순이를 본 루네스가 달려와 호기심을 보였다. 뭐든 색다른 상황이 오면 달려온다는 루네스. 그러나 녀석은 사고를 부풀리면 부풀렸지 해결을 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니었기에 순이는 한숨만 쉬었다. 하필 집에 남아있는 녀석이 이 녀석이라니...
“왜에~ 왜~”
끈질기게 달라붙은 녀석이 귀찮아 다시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간 순이는 그냥 일단 낮잠을 자며 고민해 보기로 했다. 물고기 녀석은 금세 흥미가 떨어져 별장으로 넘어가 버렸다.
-냐로로롱...
어느새 코까지 골며 자는 순이에게서는 언제 고민했냐는 듯 나른함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