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1화 #
221화
퍽!
“!?”
“검이 안 먹힌다!!”
마계에서 맷집이 강하기로 유명했던 까망이다. 겨우 검기 두른 인간의 검에 타격을 받을 리 없었다. 그냥 얇은 회초리로 찰싹 맞은 정도의 타격감이랄까? 물론 생명에 문제 있을 정도의 타격이 아니라는 거지 충분히 아팠다. 맷집도 강하지만 엄살도 심한 녀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꾸어어어!!!
“달려든다! 조심!!!...”
퍼억!!!!
덩치치고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하는 까망이. 녀석도 반화 식구들 틈에 있어서 빛을 못 보는 거지 밖에 나가면 어마어마한 피지컬을 자랑하는 놈이었다. 순식간에 달려든 놈을 달려든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려 버린 까망이가 포효를 했다.
“여자! 여자를 공격해! 놈이 주술을 부리는 거야!”
타격을 바꿔 미료에게 달려드는 놈들. 당황한 미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 모습을 구경하기 만했다. 하긴 평생 싸움이라고는 한 적 없는 미료가 갑자기 힘을 얻었다고 날라 다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본 반화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흐음... 좀 굴려야 되나?”
-아프다!! 아파!!
퍼~억!!!
“컥!!...”
다행히 까망이가 아까 맞은 것에 복수 하듯이 미료에게 달려든 놈들을 죄다 날려버리긴 했지만 반화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칼에 맞으면 정신을 좀 차릴 것 같았는데 저 눈치 없는(?) 놈은 지가 무슨 기사라도 되는 냥 미료를 지켜냈다.
“쯧... 덩치를 데려 올 걸 그랬나?”
덩치가 들었으면 오싹할 말을 내뱉은 반화는 혀를 차며 더 이상 얻을 게 없는 이 상황을 그냥 정리하기로 했다.
스윽...
“어..??...!!!”
어느새 놈들의 발밑에 자리 잡은 반화의 검은 기운이 그대로 놈들을 짓눌렀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온 몸이 검은 기운에 사로잡힌 후였다. 그대로 놈들을 땅과 일체화를 시킨 후 분해 시켜버린 반화.
“!!”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미료는 깜짝 놀랐다. 마치 지옥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뭐해? 정신 안 차려??”
“네!? 아!...네!!!”
자신이 알고 있는 신이 그냥 신이 아니라 죽음의 신(?)이라는 걸 깨달은 미료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론 오해였지만 딱히 틀리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반화가 가는 길에 늘 죽음이 따랐으니까. 자신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쯧, 까망아.”
-왜, 왜 그러는 가 또??
“쟤 챙겨서 와.”
-...알았다.
궁금한 것이 참 많은 까망이었지만 반화의 말에 찍소리도 못하고 아직 멍 때리는 미료를 들고 반화의 뒤를 따라 갔다.
-아빠아~ 이모가 자꾸 이상한 소리 내.
“응?? 무슨...어휴...지랄도 풍년이네.”
아직도 술에 취해 뻗어 있는 령이는 그 뻗은 상태 그대로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오죽하면 삼이가 이상한 소리 낸다고 멀리 떨어져 있을까?
“꺄오오오~ 갸우우... 캉!”
여우의 모습에서 저런 소릴 냈다면 귀엽기라도 할 텐데 사람의 모습으로 저러니 가관이었다.
“저걸 갖다 버릴 수도 없고...”
진심으로 그냥 밖에 내다 놓을까 고민했지만 다행히 반화도 그러지 않았다. 아까 문 앞에 동태가 서있었던 걸 봐선 밖에 버리면 더 사고를 칠게 분명했다.
-한 대 때리면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삼이가 의견을 냈다. 자고로 제정신이 아닌 자에겐 매가 약이다라는 반화의 가르침대로의 생각이었다. 반화도 삼이의 의견에 혹했지만 후에 분명 령이 녀석이 따질 걸 생각하니 그냥 두는 게 최선이었다. 늘 말했지만 반화는 자기 식구에겐 한 없이 따뜻했다. 그 따뜻함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얌마! 니가 여길 들어오면 어떻게??”
-오, 오라고 하지 않았나??
“네 덩치를 생각해야 할 거 아냐? 앞에서 기다렸어야지!”
반화의 말에 억울한 까망이. 지가 오라고 해놓고 이젠 왔다고 뭐라 하다니... 애초에 여기로 갑자기 끌고 온 것도 서러운데.
“안되겠다. 너도 그냥 몸집 좀 줄이자.”
-!?!?
까망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반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기운이 까망이를 덮쳤다. 순식간에 까망이의 몸집을 대형견 크기 정도로 작게 만들어 버린 반화.
“음... 이렇게 보니까 훨씬 좋네. 앞으로 계속 그 모습해.”
-이럴 수가... 내 몸이...
변한 자신의 몸에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릴라 같았던 커다란 몸이 작아져 자라다만 아기 곰 같은 모습이 된 녀석이 그러니 꽤나 귀여웠다. 털복숭이 선호자 반화의 마음에 쏙 드는 모습이었다.
“저기...신님...?”
“응? 이제 정신 좀 차렸어?”
“예. 그런데 아까 그자들은 누구였을 까요?”
“아~! 그건 안 알아봤네.”
수상하게 숙소 주변에서 검을 들고 대기하던 놈들이었는데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처리해버렸다. 이미 흔적도 없이 보내버렸기에 물어 볼 수도 없었고 애초에 물어 볼 생각도 없는 반화인지라 미료의 말에도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았다.
“신경 쓰지 마. 애초에 기질이 좋은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이 녀석이나 데리고 다녀 이제.”
“??”
-마스터, 설마 나를 팔아먹는 거냐!?
“그건 아닌데 잘 생각 해봐. 쟤 따라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사는 게 낫지 않겠어? 맨날 애들한테 치여 사느니?”
-으음...그건 또 그렇긴 한데...
반화 자신이 말하긴 했지만 어쩐지 수긍하는 까망이의 모습에 기분이 나빠지려 했다.
-아빠! 까망이 버리는 거야!? 앙대!!!
오히려 까망이보다 삼이가 난리였다.
“넌 또 왜 그래... 배고파?”
-응! 배고파! 아니... 그게 아니고! 까망이 버리지 마!
“...하나만 해라 하나만... 버리는 거 아니야. 그냥 놀다 오는 거야.”
-노는 거야?? 그럼 삼이도!
“삼이 아빠랑 떨어져서 놀고 싶어?”
-으으음...
“고기도 맨날 못 먹을 건데?”
-안 돼 그럼!
반화보단 먹을 거에 약한 삼이였다.
.
.
.
“어디까지 가야 되는 거지?”
“몰라 나도. 분명히 느낌이 나긴 한데 말이지...”
“... 무슨 느낌이 난다는 거...음???”
“너도 느꼈어??”
“이걸 말하는 거였나?...”
순이가 드디어 자신이 느낀 묘한 기운을 해골씨가 알아차린 듯 하자 순이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던지...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고통의 비명 같은데... 꽤 기운이 강한 녀석인 것 같다.”
“비명이라고?? 으흠...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해골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여태 무슨 기운인가 했는데 비명을 지르며 쏟아내는 기운들과 비슷했다. 왜 묘한 기운이라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을 주며 뭔가를 괴롭힌 적이 없어 몰랐던 것이다. 그에 반해 해골씨는 반화의 옆에서 그런 기운을 많이 느껴 봤으니 바로 알아차린 것이고...
“이정도 기운이 비명에 실리다니, 꽤 강한 놈 같은데?”
“정말?? 이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근데 비명이라며? 누구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는 건가??”
“...이 정도라니. 아직 어디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멀리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놈이 여기까지 기운을 흘리고 있는데... 그리고 비명에 담긴 기운이 하나인 걸 보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정도면 어쩌면 해골씨, 자신과 비슷한 기운을 가진 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무슨 일일까?
“그럼 왜??”
“나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다 아는 가!?”
“뭐야, 왜 승질이야? 하여튼 괜히 해골바가지가 아니라니까? 꼭 생긴 대로 놀아요.”
“!!!!!”
꽉 쥔 해골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진짜 힘만 더 있었어도... 아니 힘만 좀 많이 더 있었어도 한번 붙어보는 건데.
“뭐? 왜?”
“...아니다.”
해골씨는 목표가 생겼다. 자신이 강해지는데 한계가 있다면 부하를 키워서 저 못된 고양이를 괴롭혀 주겠다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괴물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소리 한번 질러 볼까?”
“?? 소리는 왜??”
“그냥, 뭔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으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냐아아!!!!!!!!!! 흥!!!!!!!!!!!!!!!!!!
쿠르르르르!!!!!!!!!!!
!!!!
“미친!!”
말리기도 전에 저지른 순이. 그녀의 소리에 차원이 갈라져버렸다. 해골씨가 깜짝 놀라 순이를 돌아봤을 땐 이미 그녀는 차원이 갈라진 걸 보고 냅다 도망치는 중이었다.
“나 먼저 간다!! 반화 보면 내 얘기 하지 마!”
“자, 잠깐만!!!”
사고는 지가 치고 수습은 자기가 하라는 말인가?!
다행히 갈라진 균열은 자정작용으로 금세 회복이 되었지만 지상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온갖 생물들이 날뛰고 땅, 바다 할 것 없이 전부 뒤틀려 버렸다. 이렇게 해 놓고 자신은 도망가다니!!
“음?... 호오...”
아니다. 잘 생각해보니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자신이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다는 걸 아는 마스터라면 분명 잘 설명하면 바로 순이가 그런 것이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조금 더 스토리를 가미해서 설명을 하면 아주 호되고 혼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 해골씨.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생겼다. 물론 반화가 순이를 굉장히 아끼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혼내고 말 것이긴 했지만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대리 만족이 될 것 같았다.
-스아아아!!!!!!
“...???”
그 전에 처리해야 될게 하나 생긴 것 같지만...
.
.
.
“응?”
-응?? 아빠.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맹이의 말에 반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삼이 녀석이야 먹느라 정신이 팔려 못 느낀 것 같지만 분명 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흐음... 신경 쓰지 말고 먹어, 맹이야.”
-웅!
이내 관심을 접고 다시 식사를 하는 반화들... 이 정도로는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없었다.
.
.
“요, 요괴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끼에에에엑!!!!
“토룡이다!! 발 밑 조심해!!”
쾅!!!
콰득!!!“끄아아!!!”
북쪽 성벽의 상황은 그냥 넘겨버릴 정도가 아니었다. 최근 요괴들이 성으로 많이 오긴 했지만 이번 같이 미친 듯이 질주하진 않았다. 그것도 한 종류가 아닌 여러 종류가 섞여서 이렇게 달려드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성을 포기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계속 밀려오고 있습니다!!”
“...여길 포기하면 백성들은 누가 지키는 가?”
“우리끼리 막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뒤로 물러서서 다른 이들과 합류해야 합니다! 여긴 더 이상 가망이...”
평생을 이곳에서 살다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떠나야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성주(城主)는 부하의 말에도 북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기서 저 놈들을 막지 못하면 저놈들에 의해 죽어갈 백성들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성주님!! 멀리 보셔야 합니다!! 이건 저희끼리 막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속히 병력을 빼서 물러나야 합니다! 저길 보십시오!! 저 새까맣게 밀려오는 요괴들을!”
저 멀리서부터 까맣게 대지를 뒤덮은 요괴들... 결정을 내려야 했다.
“준비하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