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화 #
220화
자꾸 뭔가 느껴진다는 순이 때문에 덩달아 따라온 해골씨는 도통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뭐가 자꾸 느껴진다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거기에 골격모독을 받으니 발끈했으나 곧 순이의 말에 깨갱했다. 사실 반화에겐 항상 반화 때문에 해골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해골씨 본인의 취향도 어느 정도 있었으니까... 그러니 여전히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뭐지, 흐음... 뭘까?”
“어디서 느껴지는데?”
“저기?”
“...”
막연히 저기라고하면 누가 아~ 저기구나 한단 말인가? 저기가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도 모르는데... 해골씨가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순이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녀도 확실한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참 애매했다.
“일단 저기로 가보자 그럼.”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힘에 굴복해 해골씨는 순이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오늘따라 악덕 마스터가 그리웠다.
.
.
.
“그렇다네요.”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기다려 보라고 했는데요...?”
“흐음...요괴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라...”
이곳의 요괴들은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그리 좋은 존재는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를 갉아먹는 기생충들에 불과했다. 거기에 인간들에게는 더욱더 좋지 않는 녀석들이 요괴였으니 정리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반화는 미료를 통해 이쪽 세계와 지구를 연결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미료를 키워주고 있는 것이다. 령이는 그게 불만인 것 같지만...
어쨌든 이쪽 대표자로 만들 미료가 힘을 가질 기회였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미료의 이름을 새길 수도 있고 그녀 자신도 힘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알겠다고 해.”
“저, 정말요??”
“하지말까?”
“아뇨!! 해요!”
“가서 호구처럼 그렇게 한다고 하지 말고 얻을 수 있는 건 얻어 봐. 네 세력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거 잊지 말고.”
“예?? 제 세력이요...?”
“그래. 네 세력. 신의 대리자인데 혼자 다 하려고?”
“아...”
반화의 말에 왠지 두근거리는 미료.
-아빠아아~~ 세력이 뭐야??
“응? 음... 그냥 힘없는 놈들이야.”
-아항~
“...”
슬쩍 타올랐던 뜨거운 두근거림이 차갑게 식었다. 방금 세력을 만들라고 했으면서 힘없는 놈들이라니...기운이 쫙 빠지는 기분이었다. 풍선을 불다 공기를 뺀 느낌이랄까? 괜히 불어서 더 쭈글쭈글 해져버렸다.
“뭐해? 안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네에...”
어쩐지 힘 빠진 모습을 나가는 미료를 보며 반화는 혀를 찼다.
“쯧쯧, 저래서 밥값은 하겠어?? 음... 어쩔 수 없나? 하나를 붙여줘야겠네. 힘쓰는 법도 가르쳐야 되고...음...”
-삼이, 힘쓰는 법 아는데!! 밥값 할까?
“아니, 우리 삼이는 그냥 밥 많이 먹기만 해?”
-으음...알아써! 배고프다...
“...그래 어쩐 일로 일찍 일어났나 싶었다. 밥 먹으러 가자.”
자고 있던 맹이까지 깨워서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반화, 그들이 머물고 있었던 곳에는 술에 잔뜩 취해 쓰러진 령이만 남아있었다...
...
“그 놈들이 확실해??”
“예, 어제 봤답니다.”
“젠장... 하필 검왕가에서 먼저 선수를 치다니.”
“어떡할까요??”
“밖으로 나올 기미는 안보이나??”
“숙식을 모두 그 안에서 해결...무슨 일이냐?”
“놈들이 밖으로 나왔답니다. 검귀와 함께 지금 움직이고 있답니다. 그런데, 그놈이 말했던 여자가 없었습니다.”
“뭐?? 그럼 그놈이 또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그 숙소에서 일하는 자의 말에 의하면 분명 그놈이 말했던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숙소에 혼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보에 의하면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고 하더군요.”
“호오...그래?? 알았다, 나가봐.”
“예!”
스륵...
갑자기 나타났던 자가 다시 사라지고...
“여자에 대해서는 그놈이 뭐라고 했지?”
“그냥 아주 예뻤다고만 말했습니다. 아마 그 남자의 여자이지 않겠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가서 잡아 와. 아, 그리고 도왕가에서는 연락이 없나?”
“아직...”
“그 무기들만 있으면 더 이상 검왕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 텐데... 알았다. 일단은 내 아들의 복수부터 끝내고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 가봐.”
“예! 형님!”
홀로 남은 무적검가의 가주는 도왕가가 보여준 무기들을 생각하며 검왕가의 그늘에서 벗어날 그날을 상상했다. 죽은 아들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없었다. 수많은 자식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조금 쓸 만한 녀석이 죽어 안타깝지만 그뿐이었다. 복수를 하는 건 가문의 위신을 위해서지 개인의 감정 때문은 아니었기에 크게 마음을 두고 있지 않았다.
“무적검가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다시 알려줄 시기이긴 했어. 차라리 잘 죽었군.”
...
스윽...
“확실해?”
“예, 여자 혼자만 안 나온 게 확실하답니다.”
“혹시나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해. 그리고 나머지는 따라 와.”
반화의 숙소 주변으로 검은 복장을 입은 자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 10명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건물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별채로 따로 있는 숙소였기에 이 사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벅...저벅...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방으로 접근하는 놈들.
“반화 이 나뿐 쉬키! 우리 미료 이상하게 만들고오오오!!”
“...깨어있는 건가?”
령이의 잠꼬대 겸 주정을 들은 놈들이 잠시 멈춰서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술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걸로 봐선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한 잠꼬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그래서 혼자 두고 나간 것일 겁니다.”
“좋아. 그럼 들어가...”
쾅!!!
“커억!!”
“니들 뭐야...이 쉬키들이...음냠...”
반쯤 풀린 눈을 한 령이가 거칠게 문을 열며 나타났다. 반응도 하지 못하고 문에 부딪힌 놈 하나가 거품을 물며 기걸한 것을 봐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찰나, 령이의 엉덩이 부분에 꿈틀거리는 뭔가를 발견한 놈들.
“꼬...꼬리?...하나, 둘, 셋....아홉..!? 구, 구미호!?”
살랑~ 살랑~
이쯤 되면 술에 취하면 하는 버릇이리라. 령이의 부드러운 꼬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며 놈들을 현혹했다.
“으흥...? 니들 뭐야??”
아직 술에서 깨지 못한 령이가 처음 본 듯 주변을 둘러싼 놈들을 향해 물었다. 술주정의 기본 중 기본을 실천하고 있는 령이었다.
“딸꾹! 으흥? 니들...”
쩌저저저적!!!!
“!?!”
꼬리에 현혹되어 있던 놈들이 령이의 꼬리에서 발산한 냉기에 번쩍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뼛속까지 스며든 냉기가 순식간에 그들을 동태를 만들어 버리고 이제야 만족한다는 듯 령이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동태 열 마리를 남겨 둔채로..
.
.
.
“저희 부탁을 들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알았으니까 가 봐.”
“시...신님... 식사라도 같이 하는 게...”
“귀찮으니까 그냥 나중에 보자고 해.”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럼 나중에 숙소로 다시 찾아 가겠습니다. 즐거운 식사 하십시오.”
반화의 말에 미료가 조금 난감한 듯 말했지만 오히려 검귀라고 소개한 중년남자가 쿨하게 웃으며 손 사레를 쳤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태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검귀 일행이 자리를 뜨고 반화와 아이들, 그리고 미료만 남았다.
“저, 근데 여신님은 그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주정뱅이 데려와서 뭐하게? 그게 더 안 좋을 걸?”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랬다.
“그래도... 그럼 빨리 먹고..는 안 되겠네요.”
이미 판을 벌린 삼이와 맹이를 본 미료는 일찍 돌아간다는 생각은 빠르게 접었다. 배를 완전 채울 때까지는 자리를 뜨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삼이와 맹이를 보니 말을 잘못 꺼냈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
-끄어억...
“다 먹었어?”
-웅!
한 시간 동안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삼이 녀석의 배가 찼다. 어째 식사량이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었다.
“으음... 크려고 그러나?? 아닌데? 전혀 안 컸는데?”
성장기에는 많이 먹고 쑥쑥 큰다는데 이 녀석은 많이는 먹는데 전혀 크지는 않았다. 무게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설마 뱃속에 아공간을 만들어 따로 저장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밥도 다 먹었으니... 잠깐 아빠랑 얘랑 별장에 좀 다녀 올 테니까 방에 얌전히 있어?”
-웅!
“맹이가 삼이 잘 데리고 있어 알았지?”
-네에~
삼이의 대답은 영 못 미더워서 맹이에게 답을 들은 반화가 아이들과 미료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갔다.
“...?뭐야 이건?”
방 앞에 서있는 동태를 발견한 반화.
아직 뻗어 있는 령이의 작품 같은데...
“검을 들고 있어요! 설마...!”
미료가 동태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을 발견하고 놀라서 방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혹여나 여신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잘 계시네요.”
코까지 고롱고롱 골면서 자고 있는 령이를 본 미료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술주정 한번 요란하구만, 이것들은 또 뭐야. 쯧...”
퍼석!!!...
동태가 된 놈들을 가루로 만든 반화는 숙소 주변에서 느껴지는 인기척들에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이놈들이 령이를 노린 것 같았다.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말을 끝내자마자 사라진 반화.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아틀란티스에 있는 그의 별장이었다.
“까망아!!”
-꾸옹??
“가자.”
-???!
어디로 가자는 건지 말도 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까망이를 데리고 별장에서 사라진 반화가 다시 령이가 있는 숙소 주변에 나타났다.
“헉!?”
“뭘 그렇게 놀라? 봤잖아, 이 녀석.”
“가...갑자기 나타나서...”
까망이를 본 미료가 화들짝 놀라자 반화가 의아한 표정으로 봤다. 반화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누구나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것이 나타나면 놀란다. 미료가 놀라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둘이 파트너가 되는 거야.”
“예??”
-꾸웅???
“자! 그럼 파트너가 된 기념으로 저 밖에 있는 날파리들 정리하고 와.”
“...!?”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반화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만 짓고 있는 미료. 분명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인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텁!
“?!?!?!!!”
-!!!?
자잘한 설명보다는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반화는 그냥 둘을 주변을 둘러싼 놈들이 있는 곳으로 날려버렸다.
“거기 검든 놈들 보이지? 잘 치워! 까망이 너는 걔 잘 지키고!”
-꾸옹...?
“제...제가 어떻게???”
한 번도 남과 싸워 본적 없는 미료보고 검을 든 자를 상대하라니... 단계를 뛰어넘어도 한참을 뛰어 넘은 반화의 방식이었지만 이미 미료와 까망이를 발견한 놈들이 검을 그들에게 겨눈 상태였다.
“요, 요괴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지!?”
“저 여자가 요괴를 부리는 것 같아!”
“예...?”
순식간에 검에 둘러싸인 미료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라 옆에 있는 까망이르 쳐다봤지만 까망이도 별장에서 잘 쉬다가 정말 뜬금없이 잡혀 온 거라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꾸옹...?
그러나 둘이 뭔가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검이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단 요괴부터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