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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19화 (220/295)

# 219화 #

219화

검신은 할 말을 잃었다.

온몸에 열기를 뿜으며 달려들던 화신이 순이의 발길질 한방에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버렸다. 발과 일직선으로 남은 흔적으로 봐서 아무래도 날려버린 것 같은데 어디로 날려 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쿠우웅!!!!

“...?”

한참 뒤에 울리는 굉음이 화신이 있는 위치를 말해 주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어차피 싸우려던 거 아니었어?”

황당한 눈으로 보는 검신에게 순이가 도리어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애써(?) 힘 써줬더니 저런 눈빛이라니... 불쾌해지려고 했다. 거기에 주변에 있는 수많은 인간들이 검신과 비슷한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어 더욱 기분이 나빴다. 그나마 전혀 다른 눈빛으로 보는 녀석은 해골씨 밖에 없었는데 그 녀석은 또 다른 의미로 기분 나쁘게 했다.

“거참... 어떻게 마스터랑 저렇게 닮았지?”

“그거 굉장히 심한 욕이다? 망할 해골아?”

“...치..칭찬이었다만?”

“그게? 장난해? 앙?”

“...”

평소에 그렇게 붙어 있으면서 정작 닮았다니 기분 나빠하는 순이를 보며 해골씨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기분 나빠할...

“으음... 내가 심했군. 사과하지.”

“한번 봐주겠어. 다음에 또 그런 말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려 버릴거야.”

“알겠다.”

순이의 진심이 담긴 말에 해골씨는 절대 그녀의 앞에서 반화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순이와 해골씨가 그렇게 투닥 거리는 사이 화신을 잃은 놈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화신이 저리 황당하게 당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음 계획도 없었다. 그때,

피슉!!

어디선가 총알이 정확하게 검신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멀리서 아마 저격하는 놈인 것 같은데 그걸 시작으로 주변을 둘러싼 놈들이 무기를 들었다. 포는 너무 가까워 쏠 수는 없었지만 엄폐물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생각으로만.

“쏴!!!”

...

“?”

호기롭게 외치고 분명 급하게 움직였는데 총소리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 자가 경악을 했다.

“무...무기가?”

“이게 무슨!?”

둥둥 떠다니며 오히려 그들을 향한 총구들. 해골씨의 힘이었다.

“흐음...이거 무기 종류가 익숙한데?”

“오기 전에 만난 인간들도 쓰던 거잖아. 그걸 까먹었어??”

“그럴 리가? 그거랑은 다른데 익숙해서 그런다.”

“그래? 뭐, 알게 뭐야. 빨리 처리해. 집에 가야지. 반화한테 들킬 속셈이야??”

“!!”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해골씨는 반화라는 말이 나오자 뜨끔했다. 정작 반화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서, 설마 이들을 모두 죽이실 겁니까??”

“응? 왜 그러면 안 돼? 어차피 우리 공격하려던 놈인데?”

순이의 말이 맞았다. 굳이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는 놈들이었다. 놈들의 기운은 죄다 탁했으니까...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뻔했다. 결코 착하게 산 놈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 죽이는 건...”

“인간, 그러니까 지금 네가 그런 꼴인 것이다.”

“...”

해골씨의 묵직한 말에 고개를 떨어뜨린 검신. 무작정 호의를 베푼다고 그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검신도 알고 있었지만 굳어진 성정은 바뀌기 힘들었다.

그가 조금만 더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었다면 다른 왕가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 수가 없었다. 다른 왕가를 근거 없이 믿어주고 호의를 베풀었기에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저길 봐라. 저기 누가 있는지.”

“?...!!”

해골씨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한 팔이 잘린 도왕이 공중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다른 멀쩡한 손에는 권총이 있는 걸로 봐선 저 몸으로도 검신을 노린 듯 했다.

“...”

“뭘 그렇게 무게를 잡아?”

화르르르!!!

“!!!이런 미친!”

갑자기 불꽃을 일으키는 순이를 피해 옆으로 도망간 해골씨. 그런 해골씨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본 순이가 불꽃을 사방에 뿌렸다. 순식간에 펼쳐진 불에 휩쓸린 놈들, 전차...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무기를 뺏고 생쑈를 하는 거야?”

누가 그게 간단하다는 걸 몰라서 안하나? 물론 어차피 살려 줄 생각이 없었으니 순이의 행동이 틀린 것도 아니라 해골씨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검신은 끝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더 튀어 나올 놈들은 없는 것 같고...흐음... 이제 뭐 하지?”

지구를 시끄럽게 만들 놈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니 다시 심심해진 순이.

“그럼 이제 그냥 돌아가도 되지 않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자고??”

여기 더 있다간 무슨 사고를 칠지 몰라 해골씨는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반화에게 구박 받으며 연구하는 게 오히려 좋았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이 스릴 넘치는 일탈은 해골씨 취향이 아니었다. 물론 순이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저기, 저기로 가자.”

“저긴 왜...?”

“그냥 묘한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

순이가 느끼는 묘한 기분이 설마 사고를 부르는 기운은 아니길 빌어보며 몽땅 타버린 지역을 벗어나는 순이와 해골씨. 멍하니 있는 검신은 그대로 두고 떠나버리는 둘이었다.

정신을 차린 검신이 순이와 해골씨를 찾았을 땐 이미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흔적도...

“허어...마치 홀린 듯하구나...”

정말 뭔가에 홀렸다가 깨어난 기분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모습이 그가 겪은 것들이 모두 사실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지상의 모든 것이 소멸된 주위가...

.

.

.

“아!! 알겠어요! 어떻게 힘을 쓰는 건지!”

“응? 이제 알았어??”

“네! 이렇게...!”

불끈!

“앗!!”

푸시시시...

“...방금 뭐야?? 뭔가 울끈불끈 했는데...?”

“그...그게 저는 그냥 능력을 썼는데 갑자기...”

“설마...이 미친놈이 무슨 능력을 준거야!?”

령이가 능력을 쓴 미료의 모습에 소리를 쳤다. 근육이 커지는 능력이라니! 강화계열 중에서도 여자 능력자들에게 최악으로 손꼽히는 능력이었다. 보통의 강화계 능력자들은 매끈하고 건강한 모습을 가지는데 이런 능력은 평소에는 여느 강화계처럼 멀쩡하다가 능력을 쓰면 헐크처럼 변했다. 당연히 여자들이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하필 능력을 줘도 이런 능력을 준 반화에게 따지러 가는 령이. 미료는 울상을 지으며 말리려 했지만 령이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

“그래서?”

“너무한 거 아냐?? 뭐 이딴 능력을...”

“능력에 이딴 거 저딴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쟤한테 제일 적성에 맞는 능력을 깨웠을 뿐이라고.”

“딴 거 줘!!”

술친구가 되어 동생이 되어버린 미료를 위해서 령이가 리콜을 요청했다. 그러나 씨알도 먹히지 않는 항의.

“싫어. 능력 준 것 만해도 감지덕지해야지.”

“너, 너!...진짜 이러기야??”

“불만이면 네가 직접 수 써보던가?”

“...”

반화의 말에 령이는 당장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했다. 구미호라고는 하지만 반화네 식구에서도 그리 강하지도 못하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풀이 확 죽은 령이에게 미료는 괜찮다고 했지만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게 해서 더 기분이 꿀꿀해진 령이.

...

“...”

“너 이쒸! 진짜 그러믄 앙대!”

낮술 거하게 하신 령이가 반화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어디서 먹고 왔는지 아주 제대로 마신 듯 했다.

“너 이쒸...이쒸...”

“...쟤 좀 방에 재워. 무슨 구미호가 술만 먹으면 저래??”

주정뱅이 구미호라니, 구미호에 대한 환상을 아주 짓밟아 주는 녀석이었다. 어째 그의 주위에는 멀쩡한 녀석이 없는 것일까...

“예. 아, 그리고 밖에 어제 왔던 그 사람들이 와있어요.”

“그래? 그럼 네가 나가서 얘기해봐.”

“제가요...?”

“여기 네가 사는 세계잖아. 네가 내 대변인이라고 생각하고 해봐. 나보고 신이라며? 신의 대리자쯤이라고 생각해.”

“제...제가 그래도 되는 건가요??”

“그래도 돼.”

.

.

.

“대리자라고요??”

“네. 저에게 모든 것을 맡기셨습니다.”

반화의 말대로 미료는 당당하게 검왕가에서 온 중년 남성을 상대로 할 말을 또박또박했다. 그녀의 뒤에는 반화가 있다는 생각에 왕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으음... 그렇군요. 그럼 대리자로 대하겠습니다.”

“무슨 이유로, 뭘 도와달라는 거죠?”

“그게... 우리 검왕가에서 북쪽을 요괴들을 막고 있는 건 아시죠?”

“당연히 알고 있죠. 검왕가에서 북쪽의 요괴들을 막아주는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말을 들으니 한결 편하군요. 그런데... 그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요?? 무슨 문제가??”

“요괴들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점점 북쪽으로 몰려오는 요괴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 검신께서 잠시 그 방벽에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요괴들을 놓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요.”

“아... 그래서 최근 요괴들이 늘었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최근 늘어난 요괴에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미료는 검왕가가 이렇게 도움을 요청할 만하다고 느꼈다.

“사실 이곳 무적검가에서 무인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려고 온 것이었습니다.”

“무적검가...요? 아...그럼 우리 때문에...”

“아, 무슨 생각하시는 줄 알지만 아닙니다. 그들은 그쪽과 갈등이 생기기 전에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거절했다고요?? 무적검가는 검왕가의 신하 가문이 아니었나요?”

“검신님께서 밑에 사람에게 뭔가를 강제하지 말라 전하셨기 때문에 억지로 데려갈 순 없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안 계시지만 조만간 돌아오실 테니까 강제로 데려갔다간 혼날 겁니다.”

검왕가가 왜 칭송 받는지 알 것 같은 말이었다. 이러니 7왕가 중에 제일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리라. 물론 검신이라는 제일 고수가 있는 것도 한 몫 했겠지만.

“상황이 심각한 가요??”

“예. 다른 왕가에도 요청을 해봤지만 창왕가에서만 도움을 준다고 했고 나머지 왕가들은...”

“그들도 북쪽이 뚫리면 곤란 할 텐데 왜 그러는 거죠??”

“글쎄요... 어쩌면 우리가 부탁해서 그럴지도 모르죠. 명령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그들은 좀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묘한 기싸움이죠. 검신께서 최고수에 오르고 나서 더욱 심해졌습니다.”

“...”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아이와 같은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게 도와 주십시오.”

중년 남자가 그가 데려온 아이를 보며 말했다. 반화가 일부러 기억을 지우지 않았던 아이가 미료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

.

.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거지?”

“묘한 느낌 안 들어??”

“...모르겠다.”

“쯧쯧. 그러니까 해골인 거야.”

“!!!내가 해골인 건 마스터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

“네 의지가 요만큼도 없었다고??”

“...”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해골씨.. 그들은 지금 검왕가에서 찾아온 중년 남자가 말했던 북쪽 방벽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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