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화 #
214화
>>혹시 외계인에 대해 궁금하시지 않는지 물어 봐주시겠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 외계인이 있거든요.
<>아닙니다.. 진짜예요.
<>아니라니까요. 좀 믿어요! 외계인이리고요! 사람처럼 생긴!
<>...
명하와의 대화를 마치고 힘이 쭉 빠진 민사장. 왜 부인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런 걸까... 결혼식 올린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일단 해골씨에게 말한다고 했으니 민사장은 다시 안으로 들어 가려했다.
스륵..
“!!으어어!”
“뭘 그렇게 놀라나?”
“헉...헉...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당연히 놀라죠!!!”
“쯧... 그렇게 심약해서야..”
그쪽 얼굴을 갑자기 보면 누구나 이렇게 놀랄 거라고 민사장은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꾹 참아야 했다... 꼭 쥔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민사장이 화를 참는 동안 해골씨는 사무실 문 앞에 다가가 문을 열려고 했다.
“자, 잠깐 만요!!”
“응?? 왜 그런가?”
“하하.. 제가 열겠습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사람들이 놀라지 않게 설명을 한 뒤 들어오게 하려고 민사장이 빠르게 막아서려고 했지만 해골씨의 움직임이 더욱 빨랐다.
벌컥!
“사장님!....어?? 해골씨?”
“!?! 사(死)자?!”
당연히 민사장이 들어 올 거라고 생각했던 랑이와 검신은 문을 열고 모습을 보인 해골씨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흠칫했다. 검신 쪽에서는 더욱 격렬한 반응으로 건물에 들어오기 위해 모습을 조금 줄인 보람도 없이 바로 적대적인 눈을 하며 검을 뽑을 준비를 했다.
“멈춰요! 멈춰!”
민사장이 이 급박한 상황에 끼어들며 검신을 말렸다. 다행히도 검신은 검을 뽑지 않고 민사장의 말을 들어 줬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손을 검으로 가게 만든 해골씨에 대해서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이 인간이 새로운 세계에서 온 인간인가?? 흐음... 마스터가 간 세계에 있는 인간이란 말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해골씨는 검신에게 다가가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아니, 표정이 없으니 그냥 그런 느낌을 주었다는 말이다.
“죽은 자가 말까지 하고 움직이기까지 하다니... 설마 생강시? 아닌데? 요괴인가??”
“인간, 이쪽 세계로 어떻게 왔지?”
“내 말에 대답부터 해라!”
“음?”
해골씨는 혼잣말을 하다가 다짜고짜 소리치는 검신을 황당한 눈으로 쳐다봤다. 원래 자신을 본 인간들의 반응이 좋지 않긴 했는데... 오랜만에 이런 반응을 받아서 그런지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과거 아틀란티스에서의 인간들이 생각나는 반응이었다.
지구의 인간들은 처음 봤을 때 놀라긴 하지만 그 뒤에는 오히려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아 잠시 잊었던 모습이었다. 반화 가족들과 있었던 기간이 길어 더 이런 반응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해골씨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 알아챈 랑이는 조용히 민사장을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난장판이 될 기세가 보이면 민사장과 튈 생각이었다. 저 괴물이 날뛰면 막을 자신이 없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탓...
“응? 해골! 뭐하고 있어?? 외계인 만나러 간다며??”
“!?여..여긴 어떻게?”
“심심해서 와 봤지.”
갑자기 그들이 있는 곳에 나타난 여신 같은 하늘빛 머릿결의 여자가 다짜고짜 해골씨에게 친한 척을 했다. 어쩐지 해골씨가 꺼려하는, 정확히는 무서워하는 느낌을 받은 민사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보아 예사 인간은 아닌 것 같았는데...
“???누구...?”
“응? 넌 외계인이 아니고, 너 인가?”
“헙!”
민사장의 물음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검신을 바라보는 여자. 민사장은 여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가 정신이 혼미해질 뻔했다. 다행히 바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민사장.
“악마에요.”
“예..? 악마요?”
“그 있잖아요. 마스터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녀석.”
“삼이...라는 녀석하고 맹이...?”
“아니, 걔들 말고요.”
“그럼...? 설마...순이라는???!”
랑이의 말에 뒷모습을 보이는 순이를 본 민사장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러고 보니 머리색이 순이라는 고양이의 털색과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그쪽 세계에서 왔다고? 흐음... 옷을 보니 맞는 것 같네. 근데 어떻게 왔어?”
“허억!...”
검신도 순이의 모습에 민사장과 같은 반응이었다. 그래도 나름 짬밥이 있는 자라서 곧바로 정신을 차리긴 했다.
“요...요물?”
고양이가 요물이라는 소리가 있긴 했다. 듣는 요물은 기분이 썩 좋은 것 같지 않았지만.
“어떻게 왔냐고 물었잖아 인간아! 해골! 이 인간 왜 이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좀 건방진 인간 같습니다.”
해골씨는 이때다 싶어 검신을 매도했다.
“흐응~... 반화가 가지고 온 게이트 관리 잘하라고 했는데, 인간들이 제대로 관리를 안 했나? 파스?”
[예...?]
“어떻게 된 거야? 이 인간, 어떻게 넘어 왔어?”
[하하하...그게...]
귀찮아서 신경 안 쓰다가 난장판이 되었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지금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긴 했지만...
“놓쳤어? 뭐하다가? 딴 짓 했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순이가 파스를 쪼았다.
[그게, 갑자기 인간들이 지구의 무기를 쏘고 차를 타고 나와서 탐사를 갔다가 나온 줄 알았습니다. 진짜입니다!]
“그래? 어쨌든 반화한테 말할 거다? 농땡이 피웠다고.”
[!! 그것만은 제발!]
“으음~ 하는 거 봐서 봐 줄 수도?”
[잘 하겠습니다!!]
남들이 보면 혼잣말하는 미친* ...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워낙 비주얼이 예술이라 그것마저 넋 놓고 보는 사람들. 해골씨야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지 알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마스터가 왜 그렇게 냥아치라고 하는지 알겠군. 큼...”
무의식적으로 조용히 뒤에서 순이를 욕하던 해골씨가 순이의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느낌에 재빨리 거리를 벌리며 헛기침을 했다.
“일단, 인간.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지?”
“??...자...잠깐 만요! 순이...님?”
“응? 왜?”
검신을 데리고 가려는 순이를 재빨리 말린 민사장.
.
.
.
-멧돼지다 멧돼지~
-히히히, 코에서 콧김 나올 것 같아.
무적검가라는 곳의 가주의 아들임을 밝힌 이한이 미료와 령이의 뒤에서 깔깔 거리는 놀림에 불꽃이 튀어 나올 것 같은 눈으로 삼이와 맹이를 쳐다봤다.
-뭐! 왜! 확씨!
자신을 노려보는 거한의 모습에 삼이가 대뜸 인상을 쓰며 시비를 걸었다. 저건 분명히...
“아주 좋은 거 가르쳤네, 좋은 거 가르쳤어.”
“...끄응...”
령이가 반화를 보며 혀를 찼다. 주로 반화가 심기가 불편할 때 쓰는 아무한테 시비걸기를 삼이가 아주 잘 배운 것 같았다.
“한낱 미물 따위가 감히!!”
분노를 미료와 령이에게 표출하기 좀 그랬던 거한은 오히려 삼이가 시비를 걸어 준 것이 고마웠다. 미물의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 지금의 이 분노와 자신의 힘을 보여 줄 기회라고 생각한 거한은 미료와 령이를 지나쳐 반화에게로 다가갔다.
거한을 따라 옮겨지는 시선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존재감의 반화와 아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언제 저런 주술사가??”
“그러게? 있는지도 몰랐네?”
반화를 인지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우움? 지금 삼이한테 화낸 거야? 멧돼지야??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못 마땅한 상태라는 건 알 수 있었다. 동물적인 감각의 삼이, 그리고 조금 덜 떨어진 거한의 감각이 그 사실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쯧쯧,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네.”
령이는 미료를 데리고 뒤로 빠졌다. 아마 날벼락이...
번쩍!!!
콰가가강!!!!!
“!!”
“?! 처...천벌이!?”
“신령이시다!!!”
삼이의 뿔에서 나온 벼락 한방에 바짝 구워진 거한이 쓰러졌지만 아무도 거기엔 신경 쓰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삼이의 뿔에서 시작된 벼락에 대해 말하며 다들 무릎을 꿇고 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처음 미료가 삼이와 맹이를 발견했을 때와 같았다.
“응?”
의외의 상황을 맞이한 반화는 죄다 그를 향해 절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 당신은?!”
결국 소가주가 반화와 아이들을 알아차려버렸다.
“뭐? 왜? 팍씨!”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한 반화.
“당신 때문에 가문이!!!”
툭!...
겁도 없이 반화에게 달려들려던 소가주는 반화의 옆에 손을 잡고 있던 맹이가 재빨리 꺼낸 검에 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검집에 넣은 상태로 멈춰 세웠기 때문에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저, 저 거지가 지금 신령님께 무례를!!!”
반화가 화를 내기도 전에 오히려 고개를 든 사람들이 노발대발하며 몸을 일으키며 소가주를 향해 욕을 해대기 시작하자 오히려 당황한 반화.
“뭐냐...?”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알아서 옆에서 저렇게 감싸주는 건 처음이라 반화도 좀 어이없었다.
“소가주님..? 방금 그게 무슨 말이신가요?? 신께서 가문을...? 그게 정말인가요??”
“미료야! 어찌하여 네가 저 자와 같이 있는 것이냐??”
“...”
소가주의 대답으로 미료는 확신했다. 멸룡 이가는 반화가 멸문 시킨 것이라고. 그리고 반화도 딱히 숨기지도 않았다.
“흐음, 거지가 된 건 좀 의외네. 집 좀 부쉈다고 말이지?”
돈도 조금 훔친 건 말하지 않는 반화.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소가주에게 달려들었다.
“이 무례한 거지 놈!! 어억!...”
갑작스럽게 달려든 자를 무심코 걷어차 버린 소가주.
“저, 저!! 천벌 받을 놈!!”
그 모습에 사람들이 더욱 분노하기 시작했다. 소가주가 걷어 찬 사람은 바로 노점을 하던 아주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정상적인 몸이 아니라지만 무공을 배운 놈으로 그런 노인을 걷어찼으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노인과소가주를 번갈아 보던 사람들이 점점 소가주를 향해 접근하기 시작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비켜!! 비키란 말이다!”
“어억! 누구야!? 누가!...헉!”
“무적검가의 백호대다!”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로 길이 만들어 지며 한 무리의 인간들이 반화들의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공자는?”
“저기!”
“!!!”
바짝 구워져서 바닥에 널브러진 거한을 발견한 그들.
“이놈들!!!!”
-시끄러!
“!?”
반화들을 향해 소리치던 자가 삼이의 피어에 몸이 얼어버렸다. 기세등등하게 등장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에 사람들은 역시 신령이라며 백호대를 욕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그들을 욕하겠는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