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
213화
골목에서 멍하니 서서 갑자기 날아간 놈들을 보는 소가주를 뒤로하고 반화들은 삼이가 가리키는 꼬치가 있는 길거리로 들어갔다. 미료는 아직도 주저하는 모습이었지만 령이가 직접 끌고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서야 했다.
-꼬지~ 꼬지이~~
“저거?”
-응! 또또!
“... 하나가 아니야?”
-응!!
보이는 족족 사달라며 조르는 통에 어느새 사념도 잊고 미료는 계산하느라 바빠졌다. 그리고 계산한 꼬치를 들고 있느라 반화는 고슴도치가 될 판이었다.
-냐냐먀냐마냐냠... 꿀꺽!
-하그하그하그..
“맛있냐?”
-웅!
“아빠도 하나 줘. 니들만 먹냐.”
-...자...
반화의 말에 내키지 않은 듯 했지만 그래도 건네주는 삼이. 근데 왠지 먹다가 맛없어서 남기려던 것을 넘기는 듯 했다. 꼬치 뼈다귀만 남은 다른 것들에 비해 듬성듬성 먹은 것을 건네는 걸보면... 삼이가 좀 변한 것 같았다. 아니 삼이는 원래 이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아~
“맹이 밖에 없네.”
-나, 나도 줬잖아!! 삼이도 칭찬해줘!
“먹기 싫은 거 줬잖아 임마, 모를 줄 알았어? 왼손에 먹기 싫은 거 쥐고 있는 거 다 보이 거든? 너 그거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거 안 줄 거야.”
-!! 아...앙대...
“자, 맹이는 이것도 먹어 볼래?”
-웅!
세상 다 산 듯 좌절하며 반화의 머리에 철푸덕 주저앉은 삼이를 뒤로하고 맹이에게 아주 먹음직한 고기 꼬치를 건네는 반화.
치사했다.
둘 다..
“쯧.. 수준이 똑같네, 똑같아.”
그 모습을 보며 령이가 혀를 찼지만 그런 거에 신경 쓸 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꼬치계의 큰 손으로 휩쓸고 다니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눈들. 그 사이에는 아까 그 소가주도 있었다. 혼자 나자빠지는 걸 본 소가주는 놈들의 주머니를 털어 꼬치 골목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놈들의 주머니 사정도 그리 좋은 않은 건지 아니면 원래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건지 그의 배를 채우기엔 너무 부족했었다.
그러다 발견한 반화 일행. 아직 미료와 반화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그들이 들고 있는 꼬치에만 집중한 소가주..
스윽...
툭!...
“??!”
절뚝이는 걸음으로 반화 일행에 접근한 소가주, 스쳐지나가는 척하며 반화의 손에 든 꼬치를 슬쩍 가져오려던 그의 손을 막는 두터운 손.
“이런 거지같은 놈이.”
“무...무슨 소릴..윽!?”
두터운 손의 주인공이 노려보자 빨리 손을 빼며 도망가려던 소가주는 강한 힘으로 꽉 붙잡히는 통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멈춰서 버렸다. 그 모습에 뒤로 돌아보는 반화 일행. 소가주의 얼굴을 본 반화가 재빨리 꼬치들로 얼굴을 가렸다. 삼이와 맹이까지 아주 교묘하게 가린 반화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령이.
“아가씨들, 괜찮으십니까?”
“예??”
미료와 령이를 향해 정중한 태도로 묻는 거한. 마치 뭔가를 노리는 눈빛 때문에 미료가 잠시 주춤했다.
“이 놈이 아가씨들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하하! 다행이 제가 그전에 막았지만요.”
“아아, 꼬치? 안 그래도 너무 많아서 곤란했는데 이거 훔치려 했어?...응?”
령이가 거한의 말에 그의 손에 잡힌 자의 정체를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왜 이 놈이란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깜짝 놀란 미료.
“!!”
“이것 보시오! 오해요! 그냥 다리가 불편해서 부딪칠 뻔한 것 뿐 이란 말이요!”
“이놈이!? 지금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 내가 그런 움직임도 못 구분 할 줄 아는 거냐? 나를 뭐로 보고!”
은근슬쩍 소리를 치며 자신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만드는 화술을 사용하는 거한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한명이라도 궁금해 할 줄 알았는데 그 시큰둥한 반응에 무안해진 거한. 결국 그냥 자기 입으로 자신의 신분을 그냥 말하려했다. 신분을 알면 분명 반응이 달라 질 것을 기대하고.
“왜 지가 성질이지?”
령이가 거한을 보며 반화에게 속삭였다. 이쪽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왜 지가 난리인 걸까.
“혼이 나야 사실을 말하겠구나! 나는 검왕가의 3대 가신 중 하나, 무적검가의 이한이다!”
“...? 저거 좀 모자란 놈 아냐? 왜 갑자기 지 소개를 해?”
여전히 못마땅한 눈치의 령이. 꼬치를 사기 위해 왜곡을 풀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 이분은 그럴 분이 아니에요!!”
“?!”
그때, 령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미료가 소가주의 앞을 가리며 거한에게 다가간 것이다.
“이, 이보시오? 이 자는 방금 아가씨들에게 해코지를 하려던 자요! 내가 보증하겠소!”
“그럴 분이 아니시라니까요!?”
“허어..”
나름 정의(?)로 나섰다가 괜히 망신만 사게 생긴 거한, 사람들의 주목이 쏠린 상태여서 미료의 말에 뒤로 물러 설 수도 없는 상태였다. 호감을 사려던 여자들을 몰아세울 수도 없으나 이미 가문의 이름을 말한 상태였다.
“무적검가의 이한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까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왜 저러는 거지?”
“여자들이 예쁘니까 그런 거겠지.”
“아아.. 하긴, 이쁘긴 이쁘네.”
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이한의 귀에 콕콕 박혔다. 그리고...
-아빠~ 저거!
“왼 손에 있는 거 다 먹으라니까?”
-힝...
이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이들과 반화. 소가주가 반화와 아이들의 얼굴을 알아 볼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야, 그만 먹고 이거 어떡할 거야?”
“뭘 어떡해?”
“아니, 지금 이 상황. 미료 쟤 때문에 복잡해 졌다고. 저 멧돼지 같은 놈... 조금만 더 건드리면 돌진할 기세야.”
-웅? 돼지??
“... 그 돼지가 아니야, 삼이야..”
령이가 입 안 가득 음식을 쑤셔 넣고 우물거리는 삼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거요!? 저 거지를 믿고??”
“소가주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고요...”
“...? 누군데 나를...어!!?”
잘 나가다 말실수한 미료, 소가주가 자신의 앞에 있는 미료가 누군지 알아차려 버렸다. 미료를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소가주.
“이익! 이것들이 나를 가지고 논 것이냐!?”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폭발한 멧돼지...아니 거한. 결국 조용히 넘어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
.
.
“아직도 소식이 없나?”
“예...”
“이런 제길!”
쾅!!
우지끈!
앞에 놓인 탁자를 내려쳐 부숴버린 남자가 씩씩 거리며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후우...후우... 어디까지 진행 되었는지는 파악했나?”
“예, 외곽은 그래도 대부분 처리를 한 것 같습니다. 검왕가 놈들을 흔들기는 역부족하겠지만 신경은 분산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놈들도 알아차리고 병력들을 밖으로 내 보내고 있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 머저리 자식...”
“근데...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
“흔적이 끊어진 곳에서 발견된 흔적인데 아마 누군가 일방적으로 도살대를 처리한 것 같습니다. 불을 쓰는 자이거나 도살대를 정리하고 아마 불로 흔적을 없앤 것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뭐?? 불?”
“예.”
“설마, 화왕가 놈들이 배신을 한 건가??”
남자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화왕가 놈들이 배신 할 이유가 없었다. 놈들도 자신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걸 알 텐데... 아무리 놈들이 불처럼 길길이 날뛰는 놈들이라고 해도 머리는 꽤 좋은 놈들이었다.
“아냐...화왕가는 아냐. 그럼 3자가 끼어 든 건가? 누가?? 어떻게 알고??... 설마 다른 세계에서...?”
불에 탄 흔적이라면 다른 세계의 폭탄이라는 무기가 주로 만드는 흔적이기도 했다. 도왕가에서는 쓰지 않지만, 충분히 다른 왕가에서는 쓸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이동통로로 다른 세계의 자들이 넘어왔을 수도 있었다.
“설마 그래서 검신이??!”
“검신이 일부러 다른 세계로 넘어갔을 것이라 생각하신 겁니까?? 물론 그 통로는 처음 발견한 것이긴 하지만 검신도 처음 보는 듯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능구렁이 같은 늙은이를 어떻게 믿어? 설마 우리를 유인하려고 했을지도 몰라. 그리고 도살대를 저들의 무기로 처리하고 화왕가와 갈등을 일으키려 했을지도 모르지.”
혼자서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 하긴 그냥 반화라는 이레귤러가 끼어들었다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긴 했다.
“흐음... 젠장...일이 복잡해질 수도 있겠어.”
남자가 쓴 소설이 진짜라면 정말 상황이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른 왕가들에게 연락해. 급하다고.”
“예!”
“일을 서둘러야겠어...”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역시나, 제국과 검왕가는 만만한 존재가 아닌 모양이다.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 거기서 뭘 하려는 거지?”
그는 다른 세계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곳에 있는 무기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를 쓰고 통로를 감추고 그들만 이용하고, 이런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그런 세계를 검신도 알고 있다면...
.
.
.
남자가 욕하는 검신은 지금...
“오오오!! 이렇게 하는 건가?”
“예예... 이제 말도 잘 하시네요? 되게 빨리 배우시네.”
“허허허, 늙으면 원래 말이 많아지지. 근데 말을 모르면 너무 답답하니 빨리 배울 수밖에.”
민사장은 무슨 이유가 저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인의 머리가 상당히 좋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불과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능숙하게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 가르쳐 준 폰 사용법을 바로바로 익히는 걸 보면 보통 노인이 아니었다.
“근데 정말 용을 찾아오신 겁니까?? 용이 이곳으로 왔다고요?”
“분명히 그렇다네. 그런데... 게이트라는 건 또 뭔가?”
“게이트요?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통로...? 새로운 세계?? 그럼 내가 살던 세계와 연결된다는 말인가?? 이렇게 많은 통로가??”
“아아, 그건 아닙니다. 그쪽 세계와 연결된 게이트는 지금 발견된 바로는 그쪽이 나온 그 게이트 하나입니다.”
“아... 그런가???”
검신은 민사장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놈들은 분명 이곳의 무기를 사용했는데, 그럼 어디서 그런 무기들을 얻은 것일까?? 말이 되지 않았다. 그게 말이 되려면 거기 있던 자들과 다른 왕가 놈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으니.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네. 그냥 신기해서 그러지. 그럼 저 많은 게이트들은 무엇인가? 어디로 통하는 가?”
“다른 세계로 향합니다. 그쪽이 보신 용이 그 세계에는 있긴 합니다. 거기에 바로 근처에 게이트가 붙어 있으니 아마도...”
“호오...? 그런가? 용이 있다고?”
“예, 뭐... 흔하진 않지만 있습니다. 용보다 강한 존재도 있고요.”
슬쩍 랑이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민사장. 아직 랑이가 용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노인을 무작정 믿기에는 둘은 아직 믿음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검신의 뭔가를 감추는 듯한 행동들을 민사장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래서 반화에게 일단 연락을 취했는데...
“아, 잠시 만요.”
명하에게서 걸려 온 전화에 급히 밖으로 나간 민사장.
>>여보세요? 여보? 반화씨는??
<>큼... 그건 좀 적응이 되면 할게요. 후우... 혹시 그럼 해골씨에게라도 좀 전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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