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우리 신령님들(부제:콴 제국) #
207화
토박이 용은 별장에 두고 미료,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차원을 넘은 반화.
“확실히 공기는 좋네.”
아틀란티스와는 또 다른 맛의 공기였다. 공기 자체가 상쾌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었다. 아틀란티스는 상쾌함 보다는 달콤함에 가까웠다.
“오오오...”
령이도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보기 드문 저런 감탄사를 하는 걸 보면.
“왜 아틀란티스로 게이트가 생겼을까?”
문득 든 생각이었다. 과연 아틀란티스로 향한 게이트가 아이들이 발견 한 것 하나였을까? 아니면 혹시 더 있는데 그걸 발견하지 못한 것일까?
반화라도 그걸 전부 알진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여길 한번 돌아다닐 생각을 한 것이다. 아틀란티스는 많이 돌아 다녀 봤으니 이번에는 다른 세상을 경험해 보려고.
“게이트는 원래 어떻게 생기는데?”
“게이트? 뭐 세계도 살아보려고 하는 거지. 구해 달라고 손을 뻗는 거야. 세포로 생각해 보면 신호를 주는 거지. 자신이 위험하니 죽이든 살리든 해달라고.”
“세포??”
“그런 게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반화는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달라붙는 령이를 밀쳐내고 미료에게 물었다.
“여기 어딘지 알겠어?”
“네! 상행에 자주 따라 다녀서 알고 있어요.”
“잘 됐네. 가자.”
“...예?”
당연히 반화가 앞설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앞장서라고 하자 당황한 미료.
“길 몰라.”
용을 타고 다녀서 정말 길은 몰랐다. 용머리 위에서 졸았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했다.
“...”
어째 신(?)이 조금 못 미더워진 미료가 조용히 일행의 앞에 나섰다. 그런 그녀의 어깨 위에 살포시 앉은 삼이가 생글생글 거리며 솜방망이를 앞으로 내밀며 외쳤다.
-고고!!
“?? 고고??”
“가자는 말이야. 신경 쓰지 마. 쟤는 또 언제 저런 말을 배운 거야.”
말도 말이지만 삼이는 정말 누군가의 머리를 참 좋아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몸보다 작은 미료의 머리 위에 꾸역꾸역 올라가 자리를 잡은 걸 보면...
“이리와, 이 녀석아. 네 몸무게를 생각해야지. 목 부러져.”
-힝...삼이 가벼운데...
“이 포동포동한 뱃살 좀 봐라. 맹이처럼 움직이면 살이라도 안찌지.”
-흥!
탁!탁!
반화의 구박에 성질을 내던 삼이는 결국 뱃살을 계속 주물럭거리는 반화를 피해 령이의 품으로 도망갔다.
“... 아쉽네.”
통통하니 좋았는데 라며 삼이 대신 맹이를 안아 든 반화. 어째 이 녀석도 수줍은 뱃살이 생긴 것 같다.
...
“요괴라는 게 저런 것들이야?”
“예, 인간들의 적이죠.”
“그럴 만하네.”
“?”
검왕가로 가는 중에 만난 촌촌을 본 반화의 감상이었다. 요괴들이 왜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는지 그 속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어! 재미있는 얼굴이다!
지난번에 한 번 봤던 촌촌이 또 나오자 삼이가 좋다고 달려들었다. 촌촌은 별로 반갑지 않은 듯 했지만 일방적인 삼이의 뜨거운 사랑에 결국 검은 재가 되어 땅에 흩뿌려졌다.
“원한이 모여 요괴가 되는 세계라... 여기도 병든 곳이네.”
뭐가 되었던 오랜 시간 한 곳에 머물면 좋든 싫든 뭔가 생겼다. 아틀란티스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기운을 품은 존재들 때문에 난리가 났었고, 이곳은 원한이 모여서 이곳을 병들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촌촌은 아주 약과에 불과할 것이다. 다른 세계로 게이트 만들어 살려 달라고 할 정도면 아틀란티스의 괴물들과 맞먹을 정도의 뭔가가 있을 테니.
재가 된 촌촌을 보며 혀를 찬 반화.
“원한이 모였다고?? 그건 또 뭔 소리야?”
순이었다면 반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아직 령이는 그 정도 수준이 되지 못했기에 반화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말 그대로야. 인간에 대한 원한이 모여서 만들어 진 놈들이야. 언 데드 알지? 그 중에서도 사기와 원념이 농축되어서 만들어지는 놈들, 그런 놈들이야.”
“아아~”
언 데드에 비유해주니 곧바로 이해한 령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촌촌을 봤을 때 기분이 나쁜 거였구나 하며 납득한 령이.
“근데 들어 보니 저런 놈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러니까 문제지. 저런 놈들이 많다는 건 이 세계에 쌓은 원한이 넘친다는 거니까.”
지금이야 인간들을 향해 원한이 손을 뻗고 있지만 그게 한계치 이상이 되면 아마 세계 자체를 향해 원한이 손을 뻗을지 몰랐다. 아니 이미 뻗고 있을 수도 있다. 게이트라는 수단이 만들어 진 것을 보면.
“저기로 가면 마을이 하나 나와요. 음... 반나절 정도..헉!”
“애들도 슬슬 지쳐가니까 거기 가서 쉬었다 가자고.”
앞에 있던 미료가 한쪽을 가리키며 말하자마자 반화가 일행들을 공중으로 띄웠다. 아까부터 배고프다고 삼이가 칭얼거렸으니 그냥 빨리 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반나절은 걸어야 될 거라고 말했던 그녀의 말이 민망하게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마을 앞. 그런데 여자가 기억하고 있던 마을과는 너무 달랐다.
“이정도면 너는 그냥 진짜 집에만 있는 게 어때?”
“이게 왜 내 탓이야?”
“네가 여기 오자마자 이렇게 된 거잖아. 봐봐, 이렇게 된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
령이의 말대로 마을이 폐허가 된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곳곳에 피어오르는 연기의 열기가 말해주고 있었다.
“어...어떻게 된 거죠??”
“사람이야.”
“예??”
쇄애애액!!!!
카아앙!!!!
반화의 말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날아온 화살을 맹이가 순식간에 검을 꺼내 튕겨냈다. 화살에 담긴 힘이 제법이었는지 꽤 반발력이 있어 보였다.
“호오?? 내 화살을 막아?”
“자살하러 왜 굳이 찾아 온 거지.”
화살의 주인이 슬쩍 모습을 보이자 뒤에서 령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반화가 고개를 뒤로 돌리자 휘파람 불며 모른 척 하는 령이.
“요물을 데리고 다니는 군. 주술사인가?”
“이분들은 신들이시다! 하찮은 주술사 따위가 아니라!”
“끙... 그 신이라는 말 좀 하지 마. 오글거리니까.”
화살의 주인의 말에 미료가 발끈하며 말했지만 오히려 반화가 타격을 입었다. 령이가 뒤에서 킥킥 거리는 소리가 반화의 귀를 콕콕 찔렀다.
“크하하하하!!! 신?? 신이라고?? 저놈이 뭐 검신이라도 된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요괴의 신?”
“그런 인간이 만든 허명이 아니라 진짜 신이시다!!”
“요즘 신은 두발로 걸어 다니는 개를 데리고 다니나 보군. 그나저나 그 검 꽤 좋은 것 같은데? 얌전히 넘겨주면 살려는 주마.”
“죽으려고 용을 쓰는구먼. 비켜 봐.”
“예??”
앞에 서 있던 미료를 뒤로 보낸 반화가 놈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반화를 향해 사방에서 살기가 꽂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완전 사이비는 아닌 모양이지? 이 살기들을 느끼는 걸 보니. 크크크, 뒤에 여자들은 두고 꺼져라!”
스륵..
“대주님,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 놈의 뒤에서 검은 실루엣이 하나 나타나 말을 걸었다.
“내가 대주라고 부르지 말랬지!”
퍽!!!
“컥!!... 죄송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검은 실루엣에 발길질을 한 놈.
“네 까짓 게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해?”
“죄송합니다....”
“흥! 뭐해! 저 놈...???”
검은 녀석에게서 반화에게로 고개를 돌린 놈은 너무 이상한 상황에 잠시 멍을 때렸다. 분명 모습을 감추고 반화들을 포위하고 있어야 될 놈들이 왜 한쪽에 쌓여있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왜 저 작은 털 뭉치가 씩씩 거리는지도 몰랐다.
-아빠한테, 그러면 안 돼! 혼나야 돼!
퍽!!
“네 딸답다. 그래...”
“잘 컸어, 우리 맹이.”
“...”
령이가 반화와 맹이를 번갈아 보며 황당한 표정을 했다. 다짜고짜 검을 던지더니 사라진 맹이가 북 터지는 소리를 사방에 울리며 인간으로 산을 쌓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발로 놈들을 툭툭 차는 맹이를 보며 반화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걸 보고 어떻게 헛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저기 활을 들고 서있는 저 놈도 헛웃음을 내뱉었다. 정말 어이가 없는 상황에...
“이게 무슨..?”
“뭐긴 뭐야. * 된 거지.”
“뭐?”
-얍!!!
“!!!”
콰아앙!!!!
“오~?”
의외로 한 수가 있는 모양인지 맹이의 주먹을 막은 놈. 물론 멀쩡하게 막아내진 못하고 저 멀리 튕겨나가긴 했지만 일단 두 발로 서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냥 점수만 높게 줬다. 100점 만점에 3점 정도? 반응 1, 힘1 , 균형1 해서 총 3점.
“크윽... 요괴 주제 꽤 한가락 있구나!”
“인간 주제 한가락도 없냐?”
“건방진!!”
-아빠한테 소리 지르지 마!!
우리 아빠바리기 맹이는 계속 반화에게 소리치는 놈이 못마땅한 듯 팔찌로 바꿨던 것을 다시 검으로 바꾸며 놈에게 달려갔다.
캉!!! 캉!!!
“큽!..”
간신히 막고 있는지만 힘에서 밀리는 놈. 그래도 맹이의 속도에 반응했다는 건 꽤 도를 잘 다루는 놈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활은 뭔가 감추려고 들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맹이가 달려들자마자 도를 꺼낸 걸 보니 도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놈이었다. 하긴 죽을 것 같은데 뭘 속이겠는가? 일단 살고 봐야지.
캉!!!
“합!!!”
순간적으로 힘을 집중 시키며 맹이의 검을 빗겨낸 놈이 맹이의 발을 향해 검을 찔렀다. 도 끝에 와류가 생기며 마치 송곳처럼 변한 도강이 맹이의 앙증맞은 발에 닿는 순간!
화르르륵!!!!
“!!”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오... 불꽃 슛인가?”
와류의 도강이 맹이의 발에 닿는 순간 발끝부터 피어 오른 백염이 맹이의 작은 발을 감싼 뒤 맹렬하게 쏘아져 도강과 도를 부수며 놈을 날려 버린 것을 본 반화가 기립 박수를 쳤다. 아주 훌륭한 슛이었다.
화르르...
“으아아! 사, 살려줘!”
“대주님!!!”
아까 얻어맞던 부하가 급하게 불이 붙은 상태로 날아간 놈의 몸에 흙을 뿌리며 불을 끄려고 했지만 어디 백염이 그렇게 쉽게 꺼지는 불이던가? 아무리 용을 써도 꺼지지 않는 불꽃은 결국 놈을 재로 만들어 버리고 나서야 꺼졌다.
“어...어떻게..”
망연자실한 표정의 검은 차림의 부하.
“한 놈만 있으면 되니까... ”
딱!
...파스스스...
반화의 손 튕김에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맹이가 쌓아 올린 인간들.
“!!”
이제야 잘못 건드렸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반화를 보며 뒷걸음질 치는 놈.
“그냥 약탈하려는 산적은 아닌 것 같고...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너 때문에 마을을 다시 찾아야 되잖아. 응? 애들 배고프다고 난리인데.”
정확히는 삼이가 난리를 피우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한다.
“네 놈들이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
“뭐라는 거야 저 멍청이가?”
“몰라 개도 아닌 게 개 소리를 하네?”
령이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놈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반화에게 물었지만 더 아리송한 소리만 들었다.
“음... 삼이야.”
-웅??
“쟤가 저기 저렇게 만들었대. 저기서 밥 먹으려고 했는데.”
-뭐!!? 그럼 밥 못 먹어!?
“아니, 먹긴 할 건데 좀 시간이 늦어 질 것 같네? 괜찮지?”
-이이이!...
...
“...전기 고문이냐?”
령이가 놈의 옆에서 계속 질문을 하고 삼이는 놈을 계속 지지는 걸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사악한 놈... 삼이 몰래 계속 크로롱액과 포션을 부어 놈이 죽지 않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