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05화 (206/295)

# 205화-결혼식 #

205화

“으어어어!!!”

민사장은 정말 자신이 왜 이래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명하에게 떠밀려 한 번뿐인 결혼식 아주 특별하게 하자는 얘기에 속아 어느새 그는 용의 머리 위에 올라타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 가만히 있을 땐 몰랐는데 용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정말 죽을 둥 살 둥 뿔에 매달려야 했고, 사방에서 내리치지는 벼락에 혹시나 맞지는 않을까 온몸이 경직된 상태에서 얼마나 지났을 까, 사실 진짜 짧은 시간이었지만 민사장에게는 과거를 몇 번이고 회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지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용머리 위에 있는 자신을 멍하니 보는 하객들. 하긴 어떤 미친놈이 결혼식 입장을 용머리에서 하겠는가?

“신랑이 지금 내려왔습니다. 하객 여러분은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신랑 뭐하나요? 안 내려요?”

“어..어..아!..”

해골씨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사장이 용의 머리 위에서 내려오고 사람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사장을 향해 박수를 쳤다. 살다 살다 이런 결혼식을 보다니. 용은 민사장을 내려주고 식장 옆에 다소곳이 대기했다. 덩치가 큰 만큼 숨도 크게 쉬어서 자꾸 바람이 불자 해골씨가 용을 째려 봤다.

-꾸릉...

서러운 용...

“개판이구만...”

반화는 용이 등장 할 때부터 지근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있었다. 앞에서 부모님과 누나가 노려보고 있는 게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녀석에게 모든 걸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자기 결혼식 자기가 연출하고 싶다며 바득바득 우길 때 알아 봤어야 했다.

“그럼 다음으로 신부가 입장하겠습니다. 보통 신부는 아버지와 같이 입장하는 거라는데 이분은 우리 마스터의 동생 아니겠습니까? 그런 상식 따윈 개나 줘버린 신부 입장합니다. 신부 입장!”

이번엔 과연 어떻게 입장을...

드드드...

푸화하하학!!!

“헉!?”

갑자기 저 멀리 호수에서 솟구쳐 오른 거대한 거북이.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 레드 드래곤인 걸 봐선 아마 퓰인 것 같았다. 어디 갔나 싶었더니...

-크롸로라랄!!!!

“미친놈... 피어를 어디다 날리는 거야.”

결혼식장에 피어를 날리다니... 다행히 결혼식장에는 드래곤 피어쯤은 간단하게 상쇄시킬 존재가 여럿 있었기에 망정이지... 결혼식이고 뭐고 다 날아갈 뻔했다.

어쨌든 순식간에 날아 온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명하가 여유 있게 천천히 내려왔다. 하늘에서 웨딩드레스를 휘날리는 모습이 예쁘긴 예뻤다. 물론 반화의 눈에는 그저 살짝 미친아이처럼 보였지만.

해골씨의 도움으로 지상에 사뿐히 내려온 명하가 어딘가로 사인을 주었다.

-뿌우우우우!!!!

“???!”

갑자기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거북이가 쏘아 올린 물 분수가 하늘에서 결혼식장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루네스가 신나게 날아다니며 빛의 구슬을 여기저기 매달았다. 물방울에 굴절된 빛의 구슬에서 뿜어진 빛이 무지개 꽃을 사방에 피우며 정말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그 사이로 명하가 당당하게 걸어갔다. 일보를 내딛자 노에라가 그리스 신전에 있을 법한 돌기둥을 명하가 가는 길에 나란히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명하가 민사장과 마주섰을 때 결혼식장은 마치 고대 신전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와... 대박...”

“이게 무슨 결혼식이야? 신이 결혼 하나??”

사람들의 말대로 이건 신의 결혼식을 떠올릴 정도의 광경이었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넋을 잃을 것 같은 일들의 연속에 다들 입만 걸리고 있는 사이에도 결혼식은 계속 진행 되었다.

“...야, 이반화. 이게 무슨 스몰 웨딩이야?? 지가 무슨 여신도 아니고..”

“몰라, 나도. 내가 준비 안했어. 지가 준비한다고 난리를 쳐서 그냥 놔뒀지.”

“후...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

수화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 안 나오는 장면이긴 했다.

“그럼 다음 순서를 진행하겠습니다.”

해골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진행을 했다.

“예물 교환이 있겠습니다. 들어오세요.”

-캉!!

이번엔 쁘니였다. 쁘니가 입에 작은 상자를 물고 토도도도 뛰어와 민사장에게 건네고 사라진다.

“방금 꼬리 다섯 개 맞지?”

“응.”

“맞네. 요즘 여우는 꼬리가 다섯 개인가 봐.”

하객들도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반지를 교환한 명하와 민사장을 위해 덩치와 까망이가 재롱을 부리고 사라졌다. 이제 마지막 행진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설마 재주는 곰이 부린다는 거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는 아니겠지? 방금 그거.”

“에이 설마... 네 동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단순할까?”

“걔는 그렇게 단순해.”

신소이가 수화의 말에 부정했지만 수화는 단호했다. 명하는 그럴 아이였다.

“그럼 이제 식의 마지막 행진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서 두 사람은 행진을 시작했다. 그 행진에 삼이와 맹이가 꽃가루를 뿌리며 효과를 더했다.

“끝까지 징글징글하네... 어휴...”

삼이와 맹이는 신난 것 같지만 반화는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뭐 할 수 있는 걸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막상 이 꼴을 보면 그런 말이 쑥 들어 갈 것이다. 신랑 측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민사장의 부모님들은 시종일관 경악에 찬 표정이었고 그건 반화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수화는 시작과 동시에 계속 반화를 째려 봤었다.

“끙... 일단 기쁜 자리니까 넘어 가자고.”

“후우... 알았어. 사람들 놀랐겠다.”

명하의 친구들은 명하를 닮은 건지 다들 놀란 것도 잠시였고 다들 즐거워했지만 친척들이나 민사장 쪽 가족들은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사방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에 대한 얘기는 사실 어느 정도 듣긴 했는데 실제와 들은 거랑은 너무 차이가 컸다.

삼이와 맹이가 날리는 꽃가루를 지나가 행진을 마치고 명하와 민사장은 잠시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반화네 가족들은 저마다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 환장의 결혼식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 물론 사람들은 얼떨떨했지만 색다른 경험에 나쁜 반응은 아니긴 했지만 놀란 건 사실이니까... 옷을 갈아입은 명하와 민사장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했다. 많은 사람을 부르지 않아 인사는 빠르게 끝나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대애애박!!”

서빙은 랑이와 모기 왕, 그리고 에나스가 데려온 엘프 몇 명이 나서서 해주었다. 산더미 같은 음식들이 서빙 되고 사람들은 술과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부어라!! 먹어라!!”

“예에!!!”

조용하던 반화의 별장이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고함으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자 순이가 고개를 젓더니 집으로 도망가 버렸다. 삼이와 맹이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먹고 마시고 신나게 놀더니 사람들을 끌고 호숫가로 가서 자기들이 노는 기구들을 소개 시켜 주기 시작했다.

“와... 무슨 호수가 황금색이지??”

-이거 먹어 봐! 맛있어!

“어..? 먹어도 돼?”

-응응!

맹이의 말에 명하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호수 물을 손으로 떠먹었다.

“와아아!... 야, 이거 대박이야. 엄청 맛있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지...?”

“진짜? 어디...”

너도나도 호수 물을 퍼먹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런 그들에게 어느새 다가온 명하가 친구들을 불렀다.

“뭐해?? 옷 갈아입어. 물놀이 하자! 저기 기구들 보이지? 장난 아냐 저거.”

“진짜?? 근데 어떻게 여기다 저런 걸 만들었지?? 안전하긴 해?”

명하의 말에 좀 의심스럽다는 듯 말하는 친구들. 비록 보기에 안전하고는 담쌓은 것 같지만 저기엔 해골씨와 파스가 섬세하게 안전장치를 다 해뒀기에 일반인들이 타도 상관없었다.

...

명하의 결혼식이 이어지는 중에 세계는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바로 중국 대륙에 새로 생긴 게이트 때문인데 그 게이트에서 사람으로 생각되는 존재들이 계속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는 것이 포착된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게이트, 혹은 아틀란티스에 살던 원주민이 아닌 가하고 의심했고 어떤 사람들은 외계인의 침략이라고 까지 말하고 다녔다.

물론 그 존재들은 검신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직접 확인해보겠다며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확인하는 과정이 위성에 포착된 것이었다.

“정말 다른 세계였습니다. 이곳과는 다른.”

“허어...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게이트를 통과하며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새로운 세계와 연결된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만약 이 사실이 황실에 들어간다면 아마 난리가 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감춰 둘 수도 없는 것이 용이 사라지는 것을 본 목격자가 너무 많았다.

“황실에 알리게. 어차피 시간 낭비 아닌가?”

검신의 태연한 말에 다들 한숨만 내쉬었다. 결국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들이 먹기엔 너무 큰 문제였다. 검신은 아예 다른 쪽으로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도움을 얻을 순 없었을 것 같았고.

“새로운 세상에 사는 자가 이곳에선 용신으로 대접 받았어. 과연 그 세상에는 어떤 존재들이 있는 걸까... 허허허... 이것 참.. 말년에 참 재미있는 일이 생겨 기쁘구먼.”

검신에게 이런 일도 겨우 유흥에 불과했다. 지루한 말년을 보낼 아주 재미있는 유흥.

“검신께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젊었을 적 모험을 좋아 했다네. 지금은 다 늙었지만 어쩐지 그 옛날이 떠오르는구먼.”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저것이 검신의 화법이었다. 결국 새로운 세상을 돌아다니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럼 이만 가 볼 테니 하던 것들 하시게.”

“예?? 지금요??”

“확인도 시켜주었으니 내가 더 뭐 할 것이 있는가?”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되었네. 오랜만에 몸이 근질근질하니 어서 빨리 검의 주인을 만나보고 싶은 모양이야. 저 새로운 세계도 만나보고.”

검신답지 않은 모습에 다들 어안이 벙벙했지만 검신이 한다는데 반대할 배짱들은 없었다. 그렇게 검신은 그들을 뒤로 하고 게이트로 사라져 버렸다.

“후우... 자자. 우린 우리 일이나 합세. 안 그래도 멸룡 이가(家) 때문에 처리할 일들이 많으니 검신님의 일은 넘어가도록 하고.”

이들은 사실 이 일대를 지배하는 검왕가의 조사단이었다. 검신은 그저 호기심에 따라왔을 뿐 그들과는 다른 존재였다. 검왕가의 가주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니 그들이 왈가왈부 할 순 없었다. 그들은 그저 그들의 할 일이나 하면 되었다.

.

.

.

“신기한 세계군.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것도 없었는데 말이지.”

“손들어!! 무기 버려!!”

“멍청아! 우리말을 어떻게 알아들어?”

“아!..”

게이트를 통과한 검신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중심의 검신. 서로 외계인들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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