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00화 (201/295)

# 200화-엇갈린 운명 #

200화

“흐음... 일단 인간은 확실한 것 같고..”

령이가 여자를 품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난 결과는 그냥 인간이라는 결과뿐이었다. 생긴 건 인간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게 다였다.

“얘는 왜 주워 온 거야??”

-고기 줬어!

“...그게 다야??”

-먹을 거 많이 줬어!

“...”

삼이와 맹이의 말에 령이는 할 말을 잃었다. 밥 좀 준다고 세계를 뛰어넘어 데려오다니, 참 대책 없는 녀석들이었다. 물론 이런 점들 모두 다 반화를 닮은 것이겠지만. 령이 앞에 다소곳이 앉은 여자는 셋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언어기도 했고 집안 풍경이 너무 낯설어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걸 실감나게 해 그런 것인데 그때, 창밖으로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 요괴?!”

반화네 식구들을 여자가 봤을 땐 대부분 요괴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보이는 건 까망이였다. 검은 색 털복숭이에 커다란 덩치니 요괴라고 부를 만 했다.

“응? 왜? 쟤가 무서워?”

“??”

여전히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여자. 결국 맹이가 령이에게 말해 주었다. 알아듣지 못한다고.

“진짜 다른 세계에서 주워왔네. 에휴... 어쩌지?”

.

.

.

쿠르르릉!!!

“그거 안 하면서 갈수는 없냐?”

요란하게 날아가는 용 녀석의 머리 위에서 시어머니 마냥 이래라 저래라 하는 반화 시끄러워 죽겠다는 듯 놈에게 말하자 은근슬쩍 조용해지는 먹구름.

“뭐 아무 것도 없네. 쯧...”

-냐아~

여기 저기 둘러봐도 그저 산뿐이었다. 식상함의 극치였다.

-꾸릉...

반화와 순이의 타박에 기가 죽은 녀석, 그러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반화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우리 맹이, 삼이가 어디 있으려나.”

찾다가 없으면 일단 부수...진 않고 그냥 다시 돌아갔다가 파스를 데려 올 생각이었다. 어차피 여기 있다는 걸아니까 이제 굳이 직접 찾을 필요는 없었다.

“응?? 뭐지? 마을인가?”

저 멀리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 인위적인 건물들에 반화가 용에게 그리로 가라고 말했다. 바로 고개를 틀어 마을로 보이는 곳으로 돌진하는 녀석.

쿠르르릉!!!!

“시끄럽니다까.”

-..꾸릉..

또 무의식적으로 벼락을 일으키던 용이 반화의 말에 다시 벼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지상에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본 이 세계 사람들...

“어어어?!!”

“뭐, 뭐야?!”

다들 당황하기 시작했다. 분명 마른하늘에 해가 쨍쨍한 날이었는데 갑자기 밀려오는 먹구름에 순식간에 어두워져 버렸다. 요괴, 신령 등등 이런 것들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일단 무조건 좋지 않은 징조로 생각하는데...

“이, 이놈들 때문에 우리 마을이 화를 입게 생겼어!!”

“아, 아닙니다. 그냥 잠시 지나가는 먹구름이겠지요.”

얼마 전 허겁지겁 찾아 온 이방인들의 탓을 하는 마을 주민들... 신령의 화를 피해서 왔다는 소식을 들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표면상으로는 잠시 머물다가 떠난다고 해서 그냥 받아 들여 줬는데...물론 그 이유가 아니라 도망치면서 들고 온 상인들의 재물을 보고 받아 들인 것인지라 지금의 상황이 죄다 그들의 탓인 것 같았다.

“쫓아냅시다!!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어서 빨리 이들을!”

재물이고 뭐고 신령의 분노에는 다 필요 없었다. 지금 마을 주민들은 이 불길함의 징조를 없앨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이, 이러시지 마십쇼... 금방 지나 갈 겁니다. 신령의 분노는 정확히 저희들에게 향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그자들은 벌을 받았습니다.”

“시끄럽...어...어!?”

쿠르르르르!!!

이들이 실랑이 하는 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먹구름이 순식간에 마을을 집어 삼키고 벼락이 쿠릉 쿠릉 거렸다.

“빠, 빨리!!...허어억!!!”

“왜 그래...요...어...어??!”

마을 주민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크기의 푸른 용. 그 용이 점점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아아...늦었어...”

넋을 잃고 내려오는 용을 바라보는 사람들.

“호오...? 복장이 좀 특이하네?”

용머리 위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던 반화는 사극에서 볼법한 의상에 흥미가 생긴 듯 용을 재촉했다.

“으어어...”

마을로 도망쳐 왔던 상인들은 푸른 용의 그 고고하고 알 수 없는 압박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저 거대한 용이 그들에게 벌을 내리려 왔다고 생각하니 몸도 굳어 버렸다.

“뭐야? 왜 이러고 있어?”

-냐아아~

순이나 반화에게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다짜고짜 그들을 향해, 정확히는 용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을.

“사, 살려 주십시오! 이 자들은 저희가 잘 처리 하겠습니다! 저희가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 행한 것이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용신이시여!”

“살려 주십시오!”

단체로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 이 상황이 황당할 따름인 순이와 반화.

“너 때문이잖아 자식아.”

-꾸릉!...

반화의 남 탓하기에 용이 꾸릉 거렸지만 뻔뻔한 반화의 모습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냥 제발 빨리 사라졌으면 할 뿐이었다.

“이래서야 대화가 되려나. 어이.”

“응..? 허억!? 요, 용신님이 말을...아니, 사람이 용 머리 위에?”

“이 사람이! 지금 사람이라니! 용신령님에게!”

“죄송합니다!!”

자꾸 자기들끼리 소리 지르고 얘기하는 바람에 점점 짜증이나기 시작한 반화.

“야, 벼락 좀 한방 날려, 저기로.”

-꾸릉!!

콰가강!!!!!

“!!!!!”

“적당히 날려야지 자식아!”

사람들은 아예 마을 외곽에 빈 공터가 생긴 것을 보고 경악했으며 반화는 용을 구박했다. 그냥 겁만 살짝 주려고 했는데 사람들을 보니 이젠 대화도 안 될 것 같았다.

-꾸릉...

물론 용은 억울했지만... 그래도 진정...효과라기 보단 일단 조용하긴 조용해졌다.

“이봐, 혹시 고양이 같이 생긴 녀석이랑 멍멍이처럼 생긴 녀석 봤어? 고양이는 파닥거리면서 날아다니고, 멍멍이는 두발로 걸어 다니는데.”

넋을 잃어 반화의 말은 들어오지도 않는 사람들. 결국.

-냐아아!!!!!

“허억!”

냥이렌으로 정신을 깨워 버린 순이가 반화에게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턱을 들었다.

“자자, 다들 저신 차리고. 묻는 말에 대답 잘하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말이야.. 다시 한 번 물어 볼게?”

“...?”

.

.

.

“응? 이 여자는 또 누구에요?”

“글쎄...? 나도 잘.”

“예?”

“애들이 데려 온 거라서.”

“... 하여튼 누가 오빠 딸들 아니랄까봐 어디서 자꾸 주워 오는 거야?”

“그러게...에휴..”

“그나저나 오빠는요? 애들도 왔는데 이 인간은 어디에 있어요?”

“아무래도 엇갈린 것 같아.”

“애들이랑요??”

“응.”

명하는 령이의 말에 정말 반화가 있다면 멱살을 붙잡고 흔들고 싶었다. 당장 상견례가 내일인데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이젠 서러워지려고 까지 했다.

“너무하네...진짜... 그래도 동생 시부모님 될 분들 만나서 가는 건데, 동생 잘 부탁한다고 하지는 못할망정 아예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끙... 올 거야, 걱정 마. 그런 건 또 기가 막히게 알아서 찾아오니까.”

령이가 명하를 위로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요즘 배가 불러 오는 것 같아 빨리 결혼식을 하고 싶은데 이 오빠는 도시 하나 덜렁 만들어 준다고 하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

“후우... 오빠 오면 꼭 좀 말해 줘요.”

“응, 알았어.”

별장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 명하. 령이는 한숨을 포옥 쉬었다.

“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음...”

불편한 자세로 아이들의 베개가 된 여자를 본 령이가 또 한 숨을 쉬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루네스야 그저 새로운 사람이 생긴 것에 좋아하고 있었지만...

“인간아~ 다른 세상은 어때?? 응? 응?”

생긴 건 여신 같은 루네스가 자꾸 말을 걸자 긴장한 여자는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아니 말 할 틈을 주지도 않았다.

“저, 저기... 그러니까..”

“거긴 뭐가 있어?? 재미있는 거 있어??”

“어...”

“야! 애 그만 괴롭혀. 안 그래도 삼이, 맹이한테 보쌈당해서 심란 할 텐데.”

“힝...령이는 나만 가지고 그래..”

루네스의 애교는 령이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헉!? 오...오미호?”

밖에서 놀다가 안으로 들어 온 쁘니를 발견한 여자가 깜짝 놀라 경악했다. 아까는 외눈박이 꼬마가 튀어 나왔는데 이제 꼬리 다섯 개 달린 여우, 오미호가 나오다니... 정말 여긴 그녀에게 신계나 다름없었다.

“반화 보고 싶다아~~”

“너,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또 반화 찾는다고.”

“알았어엉...”

얼마 전 반화 찾는 다고 루네스가 여기저기 헤집는 바람에 반화가 말해 놓은 농장이 난장난 걸 생각하면... 열이 확 올랐다. 여기저기 빛 뿌리고 물을 뿌리는 바람에 작물들이 무슨 잭과 콩나물의 나물처럼 미친 듯이 자라서 얼마나 식겁했던지...

“응??”

.

.

.

“저...저희가 봤습니다!!”

“응?? 봤다고? 진짜??”

“예!!! 진짜입니다!!”

“호오...그렇단 말이지? 지금 어디 있는데 그럼.”

사실 그냥 물어 본 건데 한방에 아는 녀석들이 나오자 반화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상황을 보니 마을 주민들로 보이는 자들에게 둘러 싸여 무릎 꿇고 있기에 조금 못 미더웠기도 했다.

“저...저 쪽에서...”

“아!! 네 놈들이 봤다던 신령님을 찾으러 오신 분이시구나!! 용신님! 이 놈들입니다!!  그 분들의 분노를 산 자들이!”

“응? 그건 또 뭔 소리야.”

상인들이 말했던 신령과 반화가 말한 아이들의 묘사가 비슷해 마을 주민들이 재빨리 말했다. 이기적이겠지만 용신의 분노를 산 자들과 같이 엮일 순 없었다. 상인 놈들을 보니 아마 거짓말로 넘어가려고 할 거 같으니 나중에라도 사실을 알고 용신의 분노를 살까 두려웠다.

“저 놈들이 감히 신령님들에게 해를 끼치려 했다가 오히려 신령님들의 분노를 사 여기로 도망 온 것입니다!”

-냐아..?

사람들의 말에 순이가 거슬린 듯 사람들을 노려봤다. 순식간에 섬뜩함이 훑어 지나가자 사람들은 깨달았다. 잘못 말했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이라는 것을..

“그래? 저 놈들이 감히 우리 맹, 삼이에게 그러려고 했단 말이지?”

“아, 아닙니다! 저희들이 그런 것이 아니고!...”

“이자들이 직접 말한 사실입니다!!!”

서로 살기 위해 소리치는 자들.

“더 자세한 내용이 좀 필요 할 것 같은데? 안 그래 순아?”

-냐아아!

감히 놈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손대려 했는지 정확한 사실이 필요했다. 물론 아이들이 해를 입진 않았을 테지만 아이들을 건드리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반화와 순이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으니...

“그러니까... 그게...”

“제대로 말하면 봐 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사, 사실 우리가 계획한 건 아니지만...”

우선 상인들의 변명이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