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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99화 (200/295)

# 199화-엇갈린 운명 #

199화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던 반화와 순이는 어쩔 수 없이(?) 절벽 밑으로 자신들의 궁금증을 풀러 내려갔다.

-냐아??

“뭐야, 정령인가?”

내려온 둘을 기다린 것은 작은 기운이었다. 아니, 작은 기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오묘한 느낌을 주는 머리통만한 구슬이었는데 절벽 사이 틈에 아주 고이 모셔져있는 것으로 봐선 일부러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 했다.

텁!

“이놈의 냥아치, 또 삼키려고 했지?”

-냐아아아~

버둥거리는 순이를 단단히 잡은 반화. 또 순간 놓쳤다가 엉뚱한 걸 삼켜 삼이처럼 될 수도 있었기에 이번엔 순이가 움직이기도 전에 막았다. 순이가 억울하다는 듯 쳐다봤지만 연기다. 100%의 순도를 자랑하는 순이표 초롱초롱 눈빛 연기. 넘어가는 순간 사고가 터지니 이젠 더 이상 속지 않았다.

“억울한 척 하지마 자식아.”

-냐..

끝까지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순이를 품에 안고 머리통 구슬에 다가가는 반화.

“뭐지, 이게? 뭐 용볼이라도 되나??”

구슬 속에 별이 있는 듯 반짝거리는 모양에 반화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일곱 개를 모으면 소원을 들어 준다는 만화가 생각났다. 정작 소원으로 뭘 빌었는지는 뒷전이고 싸우는 걸 보는 재미로 봤던 것이지만 크기만 빼면 꽤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버둥! 버둥!!

“쓰읍. 가만히 좀 있어 봐.”

자꾸 버둥거리는 순이를 꽉 붙잡은 뒤 용볼처럼 생긴 구슬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 졌다.

쿠르르릉!

“응?? 나 아직 일곱 개 다 안 모았는데?”

엉뚱한 소리를 하며 하늘을 쳐다보는 반화.

쿠릉!!!

콰가가강!!!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성이 난 듯 매섭게 벼락을 쏟아 냈다. 그 벼락이 점점 반화 쪽으로 다가오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오오오...진짜 인가? 이건 크기가 커서 하나만 있어도 되는 건가?? 소원으로 뭐 빌지? 순이야, 뭐 소원 있냐?”

계속해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반화는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순이.

번쩍!!!

...

-냐아!

“응??”

콰릉!!!!!!

반화의 바로 앞에 떨어진 벼락이 하늘을 쪼개며 번쩍였다. 마치 반화를 노렸다는 듯. 순이가 쳐내지 않았다면 아마 반화 머리 위에 꽂혔겠지만...

“오... 웬일이야?? 철들었나?”

반화가 그런 순이를 어쩐 일이냐는 듯 바라봤다. 이런 벼락 한 대 맞는다고 이상이 생기지도 않으니 굳이 쳐낼 필요는 없었는데.. 거기에, 원래 그런 게 떨어지면 자기만 쏙 도망치고 반화가 맞고 나서 낄낄거려야 할 녀석인데.

-냐...냥!

괜히 쑥스러워 하는 녀석을 쓰다듬어 준 반화.

“그나저나... 이 새끼가 지금 나한테 벼락을 날렸어?”

아직도 성난 듯 쿠릉 거리는 먹구름. 그 속에서 반화를 노려보는 눈이 순이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반화를 노려봤다.

쿠릉!...쿠...르?

텁!!

“잘한다, 우리 냥아치!”

퍼어어억!!!!!

-꾸릉!!!

또 다시 벼락을 날리려는 놈에게 날아간 순이가 놈의 머리에 자리 잡고 냥냥펀치를 날렸다. 단번에 제압된 놈이 먹구름 속에서 추락해 절벽사이 구릉으로 떨어져 버리자 그 위에서 사뿐히 뛰어 올라 다시 반화의 품에 들어온 순이.

-냐아아~

“그래그래, 잘했어. 자~ 어떤 놈이 벼락을 그렇게 날렸을까?”

-꾸르르..

“웬 뱀?”

순이가 떨어트린 놈은 뱀같이 생긴 용이었다. 용이 갑자기 왜 튀어 나온 걸까? ...용볼?

“설마 니가 소원을 들어 준다는 그 용신이냐?”

-꾸릉...?

-냐아!!

퍽!!

무슨 뜻인지 몰라 용이 쓰러진 상태에서 고개만 들고 반화를 쳐다봤다. 그리고 순이는 헛소리 그만하라는 듯 반화의 머리를 솜방망이로 후려쳐 버렸다.

“끙...이 똥고양이가..”

순이에게 맞은 통수를 문지르며 반화가 용(?)에게 다가갔다.

“야.”

-꾸르??

“내 소원은 말이야...”

퍼어억!!

결국 또 맞은 반화.. 그제야 장난끼를 버리고 진지하게 용에게 다가갔다. 벼락을 뿌리며 노려보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잔뜩 쫄아 있는 녀석.

“이거 뭐야? 니꺼야?”

-꾸르릉!!!

“호오? 네 꺼라고? 진짜? 흐음... 뭐야 이거 진짜 용볼...아, 알았어. 그 발 좀 내려놔.”

그새 장난치려는 반화가 순이의 반응에 재빨리 항복했다.

“그럼 여의주인가? 용이니까? 맞아?? 맞네 맞아.”

여의주라는 말에 움찔하는 녀석. 그런데 어째 반화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건 바로 워낙 다양한 놈들과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인데 바로 언어 자동 통역능력이었다. 언어라는 건 뇌를 거쳐서 발현 되는 것이기에 뇌의 생각을 읽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반화가 연습한 기술인데 아주 잘 먹혔다. 이젠 말귀 못 알아듣는 다고 검은 바다로 놈들의 기억을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남의 기억을 읽는 건 생각보다 불쾌한 일이었다.

“여의주라... 그럼 이게 비를 부르고 바람을 일으키는 건가? 흠... 해골한테 분석 좀 하라고 해야겠네. 안 그래도 요즘 농장 날씨 조절하는 게 필요했는데.”

의외의 득템에 반화가 신나했다. 마법진으로도 해결되긴 하겠지만 이왕이면 여의주로 돌아가는 농장이 더 멋있는 것 같았다. 물론 여의주를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반화. 제 손으로 들어 온 걸 돌려준다면 그건 반화가 아니었다.

“고맙다 잘 쓸게?”

-꾸르릉?!

반화의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녀석.

“왜 불만이야?”

-...꾸르르...

절레 절레...

-냐아...

반화의 말에 풀이 죽은 녀석. 그 모습을 번갈아 보며 순이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매번 자신보고 냥아치라고 하지만 진짜 양아치는 반화였다.

“흠... 적당히 크기도 큰 것 같고.. 타기 딱 좋네. 순아 얘 타고 돌아다니자.”

-냐아!!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순이.

-꾸르??

“말 잘 들으면 이거 돌려줄게, 알았어?”

왜 자기 것을 돌려받기 위해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건지 1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손에 든 여의주를 돌려받기 위해선 해야 했다. 힘으로 뺏을 순 없으니. 정말 돌려줄지는 모르겠지만...

끄덕..

훌륭한 탈 것이 생긴 반화와 순이는 잠시 맹이와 삼이를 잊어버리고 녀석을 타고 미친 듯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차로 치면 중형 세단정도? 빠르진 않지만 하늘을 헤엄치듯 날아가는 게 참 묘한 재미를 주었다.

.

.

.

“회, 회룡대가...”

서걱!!

콸콸콸!!

마지막 회룡대원이 맹이의 검에 목이 잘리며 피를 분수처럼 뿜었다. 피가 털에 튀기 전에 백염으로 몸을 감싼 맹이.

주변에 멀리 가지 않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진짜 신령으로 여겨버렸다. 신령이 노하셔서 벌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맹이에게 빌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세요! 신령님!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웅?

그 모습에 맹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향했던 기분 나쁜 감정들이 조금 바뀌었다. 그렇다고 좋은 건 아니었지만.

-흐응?

“... 신령님?”

마차 밖으로 나온 삼이와 여자가 주변에 펼쳐진 광경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삼이는 호기심을 여자는 경악을..

-가자! 이제 집으로.

“네??”

-삼이도 이리와. 바로 돌아가게.

-힝... 더 놀면 안 되겠지?

-혼날 걸??

맹이의 말에 잽싸게 맹이의 품에 뛰어든 삼이.

-가자!

-응. 인간아~ 너도 가자.

“예?? 아, 예... 어떻게...어...!?”

허공에 휘두른 검을 따라 생긴 균열. 그 균열 속으로 여자를 잡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 맹이... 반화가 주로 쓰는 이동 방법이었는데 차원 간 이동은 어렵지만 단순히 거리를 이동하는 건 맹이도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마킹까지 해뒀으니 식은 죽 먹기였다.

...

“사...사라졌어..?”

남겨진 사람들은 갑자기 조용해지자 고개를 들어 상황을 확인한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맹,삼, 여자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그 어디에도 흔적은 없었다.

“정말...신령이었어... 우린 천벌 받을 거야.”

“어...어...”

일을 주도했던 상단주는 아예 넋을 잃었고 인부들은 천벌을 받을 거라며 벌벌 떨었다...

.

.

“여, 여긴??”

-여기로 가야 집에 갈 수 있어.

게이트 앞에 나타난 아이들과 여자.

쑤욱!

“어어어!!?”

잡아당기는 맹이 때문에 얼떨결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여자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이 세계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어??”

게이트를 통화하니 펼쳐진 광경에 여자는 말을 잃었다. 평생 본적이 없는 바다가 그녀의 앞에

펼쳐져 있었는데 그게 바다인 줄도 모르는 그녀는 그저 감탄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응? 여기는 또 어디지?

-아! 여기 우리 바다로 가기 전 해변이다!

삼이와 맹이도 생각했던 풍경과 달라 살짝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어딘지 기억해냈다.

-꼬북아? 왜 그러고 있어?

-크르...

불쌍해 보이게 발을 다 집어넣고 머리만 삐죽 튀어 나와 눈치를 살피는 거북을 보고 삼이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덩치는 큰 게 왜 겁을 먹고 있을까?

-암튼 잘 됐다! 집에 찾아 갈 수 있겠어.

-웅웅!

“아!”

맹이와 삼의 대화 때문에 정신을 차린 여자는 정말 다른 세계에 온 것을 실감했다. 거대한 거북의 등껍질 위라니... 머리가 튀어나와 있지 않았으면 그냥 땅으로 생각 할 뻔했다.

“여기가... 신계인가요?”

여자가 착각 할만 했다. 처음 본 광경이 바다에다가 거대한 거북이었으니...

-아직 집에 안 왔어. 더 가야 돼. 가자!

삼이와 맹이는 반화가 자신들을 아직 찾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 듯 여자를 끌고 거북의 등껍질을 벗어났다. 무사히 아틀란티스로 왔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건 금방이었다. 여기서 별장까지는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니 굳이 걸을 필요도 없이 공간을 찢어 도약하면 되니까.

또 다시 맹이가 공간을 찢은 다음 여자를 데리고 진짜 별장으로 이동한 맹이.

“응? 너희들!! 어디 갔다 와??”

-우움?

별장에 오자마자 반기는 령이의 모습에 삼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 자신들이 사라졌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반화도 알고 있다는 건데...

-아, 아빠 어디 있어? 화났어?

“응?? 반화 못 봤어?? 네 엄마도 같이 갔는데? 너 찾으러.”

-!!?

령이의 말에 깜짝 놀란 삼이. 찾으러 갈 정도로 화가 났다는 건데... 분명 많이 혼날 것이라 생각한 삼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여자도 덩달아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여, 여신님께서 화가 나신 건가요?? 제가 신계에 와서?”

조금 엉뚱한 이유로 당황한 그녀.

“넌 뭐야?? 어디서 주워 왔어 맹이야?”

-웅? 저기서?

“... 저기가 어딘데? 반화 이 자식은 애들 찾으러 간다 해놓고 어디 간 거야?”

뭐랄까... 다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느낌일까? 여자는 그렇게 느꼈지만 알아들을 수 없어 초조한 기색으로 멍하니 서 있었는데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일단, 안으로 들어 와. 뭘 또 주워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반화 오면 알아서 해결하겠지.”

별장 안으로 여자를 데려가는 령이. 그 뒤를 아이들이 졸졸졸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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