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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98화 (199/295)

# 198화-엇갈린 운명 #

198화

삼이와 맹이를 태운 마차가 출발하고 한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여자는 사람들의 눈치를 한번 살펴봤는데, 무인들은 아무 표정이 없었고 상인들은 어딘가 표정이 좀 미묘했다. 찜찜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뭔가 알고 있는 사실에 불안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좀 미묘한 표정들이었다. 물론 그녀와 마주치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긴 했지만.

-우리 어디가??

-으음... 몰라. 근데 우리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이제...

-아빠 화났을까?

-...화났겠지?

이제야 아빠 걱정이 된 녀석들이 심각하게 쑥덕거리는 걸 본 여자는 순간 덜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설마 이 작고 순수한 아이들이 알아차린 건 아닐까하고.

물론 착각이었지만.

“저기...”

-응??

-우리 불렀어?

여전히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어느 정도 이제는 통하는 그들. 서로 부르는 소리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아니에요.”

-웅??

여자가 손 사레를 치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들. 이내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자기들끼리 말하기 시작한다.

-돌아갈까?

-으음... 이 인간은? 좋은 사람인데.. 먹을 것도 막 주고.

먹을 것 주면 좋은 사람이라는 공식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잘 정립되어 있었다. 고로 여자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냥 떠나면 좀 그럴 것 같았다. 외로워 보이기도 했고.

-그럼 데려갈까?

-좋아 할까??

-으음...

이럴 땐 의사소통이 되면 좋을 텐데, 그럼 그냥 물어보면 되니까.

-아! 물어 볼 방법 생각났다.

-응??

예전에 반화가 자신에게 말을 걸 때 밖으로 말을 한 게 아니라 속으로 속삭였던 걸 기억한 맹이가 삼이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여자에게 다가갔다.

-안녕?

“!!!??!”

갑자기 들린 맹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 그냥 목소리가 아니라 분명 뜻이 전달되는 소리였다.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에 그녀는 이제 아이들이 진짜 신령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는 건...

“신령님! 설마 밖에 있는 자들의 계획을 알고 있는 건가요??”

-...응??

문제가 생겼다. 맹이가 말을 거는 건 할 수 있지만 여자는 맹이에게 뜻이 통하는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래서 신들이라는 자들이 일방적인 소통을 좋아하는 걸까? 인간들이 뭘 말하는지 알 수 없으니 그냥 지 할 말만 하는..

-끄으응.... 어떡하지? 아! 내 말 알아들으면 고개를 끄덕여!

끄덕끄덕!

-좋았어!

-됐어?? 말했어?

-이제 하려고. 잠깐만... 우리 따라 갈래?

“예?? 따라 가자고요?? 신령님이 사는 곳으로요?”

-으음... 갈려면 고개를 끄덕여!

..머뭇거리는 여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서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차라리 신령님들을 따라 평생 종으로 살다 죽는 게 나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남자는 이제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고, 어차피 가족도 없었다. 아니, 키워 준 사람은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 자신을 팔아먹기 위한 것일 뿐인 자들만 있었다. 이곳에 대한 미련은 이제 없었다.

-간대! 우아아~~!

-진짜? 히히히 잘 됐다!

여자의 표현에 맹이와 삼이가 마차가 흔들릴 정도로 실룩실룩 거렸다. 그러자 밖에서 무인 중 하나가 마차로 다가와 창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이지?”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신령님들께서 잠시 흥에 겨워서...”

“쯧... 신령 같은 소리하네. 좀 조용히 시켜.”

“!!!.”

무인의 태도에 여자는 순간 욱할 뻔 했으나 잘 참아 냈다. 무인과 시비해 봤자 좋을 건 없었다. 다시 무인이 자리를 찾아 멀어지고 여자도 아이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기 그런데, 어떻게 신령님이 사시는 곳으로 갈 생각인지..?”

설마 축지법이라던가, 뭔가 신비한 방법으로 가는 건가하고 물어봤지만 통하지 않으니... 신계는 과연 어떻게 가는 걸까? 인간 세상과는 다르겠지? 라는 궁금증도 생겼지만 일단 말이 통해야 뭘 물어 볼 수 있는데..

-근데 언제 가? 지금 가?

-으음... 그럴까?

-그러자. 더 늦으면 혼나.

-응!!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나 혼나겠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면 덜 혼나지 않을까 싶어 결국 바로 떠나기로 한 삼이와 맹이.

.

.

.

“...뭐냐? 여긴?”

-냐아??

반화와 순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게이트를 넘어왔는데 지구가 아니라 다른 세계였다.

“쯧... 이러니 애들이 사라졌지. 분명 또 신기하다고 방방 뛰어 다녔겠네.”

-냐아...

“어디로 갔으려나..”

이 곳의 크기를 모르니 어디까지 간지도 알 수 없었다. 파스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으니 정말 그냥 돌아다녀야 했다.

일단 이 세계는 죽은 세계는 아니었다. 마나흐름도 원활하고 마나도 풍부했으니까. 지구와 아틀란티스 반반 섞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 정도의 세계였다. 당연히 마나만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였다.

“... 어디로 가야 ..순아. 뭐 내키는 곳 없어??”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냥비게이션. 그것도 사건 사고를 알아서 찾아가는 순이 냥비게이션이 딱이었다. 애들이 얌전하게 있을 리 없으니 아마 순이를 따라 가면 사건이 터져있을 테고 그 사건 사고는 애들이 일으켰겠지 라는 아주 단순한 의식의 흐름으로 결론을 낸 반화가 순이를 잡았다.

“자, 가자. 어디냐?”

-냐아!

쑥!

순이의 솜방망이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 방향을 한 번 본 반화는 발걸음을 떼었다.

-냐아앙!?!

“페이크다 이 자식아!”

정확히 순이가 가리키는 방향반대로 걸음을 옮긴 반화. 순이가 황당하다는 듯 반화를 쳐다봤지만 그의 얼굴에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너 믿고 바다에서 고생한 거 생각하면, 엉? 이 자식...”

이미 한번 신뢰를 잃은 순이였다.

과연 반화가 가는 길에 삼이와 맹이가 있을 것인지... 아니면 정말 순이가 점지한 곳에 있을 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반화와 순이는 한 가지를 놓쳤다. 바로 맹이가 게이트에 남겨 놓은 마킹. 맹이와 삼이가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는 증거인 마킹을 발견했다면 아마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얼마 걸리지 않아 다시 돌아 올 것이라고.

그러나 이미 방향을 잡고 걸어가는 반화와 순이에게 그런 건 관심 밖이었다. 그저 새로운 세계는 어떨까하는 호기심으로 물든 둘.. 이런 것 보면 맹이와 삼이랑 똑같았다.

.

.

덜컥!

“... 무슨 일이죠?”

“신령들을 데리고 좀 내리게. 쉬다 갈 것이니.”

“안에서 쉬겠습니다.”

“어허!!”

갑자기 멈춘 마차에 상단주가 찾아와 다짜고짜 내리라고 했다. 여태 계속 식사를 안에 주고, 맹이, 삼이가 나가려 하지 않는 이상 밖으로 불러내는 경우가 없었기에 더욱 경계한 여자.

“신령님들께서 별로 나가고 싶어하지....”

쾅!!

“말이 많군. 겨우 상단 허드렛일이나 하던 것이.”

“!!”

상단주가 밍기적거리자 결국 무인이 직접 나섰다. 마차의 문을 벌컥 열어 여자와 아이들을 끌어내려는 무인.

-응?

원래 동물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의 감정에 민감한 편이다. 맹이와 삼이는 당연히 더 민감했다. 그러니 여자의 옆에 붙어서 이렇게 저렇게 뒹굴거리고 원래 세계로 같이 가자고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마차를 열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자의 눈에는 긍정적인 감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그 자의 눈에는 기분 나쁜 감정만 담겨 있었다.

당연히 삼이가 다가오는 무인을 그냥 둘 리가 없었다. 불쾌했으니까.

치지지지...

“안돼요!”

삼이의 뿔에 전류가 생기는 걸 발견한 여자가 말리려 했다. 무인은 촌촌처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거기에 세가의 회룡대라면 이 일대에서도 그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을 유명한 무인들이었다.

“반항을 하겠다는 건가? 가소로...크아아악!!!”

삼이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가오려던 무인이 마차에 손을 집자마자 구워져 버렸다. 무인의 비명을 들은 상단주는 후다닥 마차에서 멀어지며 무인들과 마차를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

무인치고 너무 쉽게 처리된 것이 이상해, 여자는 삼이와 바짝 구워져 즉사한 무인을 번갈아 봤다.

-삼이가 혼내줬어!

-삼이 잘했어. 나머지는 이모가 처리할게.

사방에서 밀려오는 기분 나쁜 기운을 감지한 맹이가 삼이를 칭찬해 준 다음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인간들의 버릇을 고쳐줘야 할 것 같았다.

“시..신령님??”

그런 맹이를 보며 말리려던 여자는 맹이의 손에 갑자기 생긴 검에 깜짝 놀라 말리는 것도 잊었다. 신령이라 부르긴 했지만 그냥 영물인 줄 알았던 아이들이 진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자 이제 점점 혼란했다. 아까는 머릿속을 울리며 말을 하질 않나... 검을 꺼내질 않나.. 검도 그냥 검이 아닌 것 같았다. 검붉은 빛깔의 검은 무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조차 범상치 않다고 느낄 만큼 묘한 기운을 풍겼다.

“뭐야??”

마차 밖으로 맹이가 바짝 구워진 무인을 치우며 나타나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지 시작했다. 구워진 무인과 맹이, 그리고 맹이가 든 검을 번갈아 보는 사람들.

“저..대주님?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쓸데없는 소리!”

상단주가 걱정이 되어 회룡대의 대주에게 말했지만 대주는 그런 상단주에게 오히려 호통을 쳤다. 그리고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고개 짓을 하며 맹이와 마차를 둘러싸게 했다.

“회룡진을 펼쳐라!”

“예!”

물론 대주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기에 허술하게 대처하진 않았다. 대주의 말에 회룡대가 자랑하는 검진인 회룡진으로 맹이를 둘러 싼 무인들.

-으음... 신기하네?

진에서 풍겨오는 기운에 맹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러 사람이 마치 하나로 묶인 것 같은 느낌을 풍겼다. 분명 눈에는 여럿인데 풍기는 기운이 여러 개라서 어설프게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자들이라면 아마 눈앞의 검진에 꽤 혼동이 올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그 정도라면 굳이 검진을 쓰지도 않겠지만.

맹이에겐 그냥 조금 신기한 현상일 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회룡진. 회전하는 용처럼 맹이를 둘러싼 무인들을 원형으로 기운이 회전하며 점점 증폭하고 있었지만 그냥 물끄러미 지켜보는 맹이, 그러다가 검을 위로 들었다가 그대로 허공을 내려쳤다.

쩌저저적!!!!

“!!!!”

“?? 대주님??”

그 간단한 동작에 엄청나게 놀란 대주를 이상하게 보는 대원들. 그런데...

쫘아아악... 털썩!

갑자기 그대로 굳어 버린 대주가 세로로 수박 쪼개듯이 갈라져 버렸다. 누가 봐도 즉사였다. 그 모습을 본 상단 일행들.

“처...천벌이다!! 신령님께서 천벌을 내리셨다!!!”

“으아아아!!”

누군가 외친 소리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사람들. 그러나 회룡대는 오히려 분노로 물들어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요괴!!!”

회룡의 기운을 더욱 강하게 하면서 맹이를 향해 좁혀드는 회룡대...

.

.

.

-냐아아아!!!!

“...”

절벽이었다. 반화가 택한 길로 걸어 간지 얼마 지났을까? 벌써 절벽만 세 번째 넘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순이가 짜증난 다는 듯 반화를 째려봤다. 애들이 설마 이런 절벽을 세 번이나 넘어 갔을 리가 없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결국 순이의 째림에 고집을 접은 반화가 녀석을 안아 들고 마지막으로 절벽을 건넜다. 이번에 도 절벽이 나오면 그땐 순이의 말 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응??”

절벽을 넘어가는 중에 밑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반화가 허공에 멈춰 아래를 내려다 봤다.

-냐앙?

순이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으으음...”

고민에 빠진 반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것인가, 아니면 한번 보고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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