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여기서 뭐해? #
197화
뭉뭉이가 빠른 속도로 다가간 곳에는 뭉뭉이 같은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꾸어엉!!!
-쿠엉?
-꿩!!
“이것들이 지금 내 앞에서 연애질을...?”
분위기를 보니 반화가 타고 있는 뭉뭉이가 앞에 새로 나타난 뭉뭉이한테 그간 일을 고자질 하는 것 같았다. 덤으로 애교까지 피우면서.
-냐아아!!!
순이도 참을 수 없다는 듯 털을 세웠다. 누군 사람으로 변했다가 욕까지 먹으며 다시 돌아 왔는데.. 아무래도 솜방망이가 좀 약했나 싶은 순이가 다시 발을 들자 움찔한 뭉뭉이가 다급하게 앞에 잇는 덩치가 더 큰 뭉뭉이에게 뭐라 말했다.
-쿠엉!!!
큰 뭉뭉이가 재빨리 순이가 발을 딛기 전에 피어를 날렸다. 그러나 순이에게 그런 피어가 통할 리가.
퍽!!
-꾸어어어억!!!!
“응? 또 언제 때렸어? 잘했어! 내 새끼!”
멀뚱멀뚱 있다가 순이가 한 짓을 알아챈 반화가 혼내지 않고 오히려 칭찬을 해줬다. 커플은 맞아도 싸니까.
-쿠...쿠엉...
피어가 통하지 않자 당황한 큰 뭉뭉이.
“감히 우리 순이한테 침을 뱉어?”
-!!?
퍼억!!!
.
.
.
퍼억!!!
-꼬기!!!
“시..신령님.. 왜 그러시는 지요? 상이 마음에 드시지 않습니까?”
-꼬기가 없잖아! 꼬기!!
-우움... 삼이야 뭐해?
고기 타령을 하며 상을 두들기는 삼이 때문에 일어난 맹이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힝...이모... 고기가 없어...
-뭐?! 고기가 없다고??
삼이의 말에 벌떡 일어난 맹이가 좌우로 고개를 마구 흔들며 확인했다.
“???”
영문 모를 신령(?)들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등했다. 지금이라도 상을 다시 차려야 하는 걸까?
-아... 난 또 고기가 없다는 줄 알았잖아.
-꼬기가 없다니까??
아직 잠에 덜 깬 맹이가 자꾸 헛소리를 하자 삼이가 답답한 듯 파닥파닥 날아와 맹이의 볼을 움켜쥐고 마구 비볐다.
-우우웅! 하디 마 사미야!
-흥!
둘이 하는 짓을 지켜보는 신녀는 눈이 호강할 만큼 귀여운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래도 신령이라고 부르는데 가서 안는 건 안 되겠지 하며 충동을 누르다가 결국...
콕!
-...?
삼이의 빵실빵실한 궁둥이를 콕 찔러 본 신녀... 그 감촉에 뒤돌아 본 삼이가 황당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아 그...그게...”
-이씨!
-안 돼! 삼이야! 아빠가 사람은 때리면 혼난댔어. 사람은 약하니까.
-씨잉...
맹이가 말려서 겨우 참은 삼이가 씩씩 거리며 풀떼기를 와작와작 씹었다. 삼이의 분노의 풀 씹기에 맹이가 그제야 잘 차려진 상을 발견했다.
-...고기가 없어?
두 녀석에겐 고기란 무슨 의미일까... 반화는 없어도 고기는 있어야 하는 걸까.
“찬이 마음에 안 드시나 보군요.”
삼이와 맹이의 반응에 식성을 알아차린 신녀가 재빨리 하인에게 다시 상을 차리라고 했다. 이번엔 고기도 있는 찬으로. 그러자 정말 고기만 싹 먹어 치운 녀석들..
“고기 먹다가 죽은 신령인가..?”
실컷 배 채우고 배를 보이며 드러누운 삼이와 맹이에게 슬쩍 다가가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보드라운 털의 감촉을 느껴보는 신녀, 배부른 냥이와 멍이는 참 너그러웠다. 고롱고롱 하는 소리까지 흘려주셨으니까. 생각보다 아이들이 단순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여자는 그 뒤로 계속해서 먹을 것을 주며 아이들과 붙어있는 시간을 늘렸다.
“자~ 이건 양고기 꼬치!”
-아아암! 함냐냐함냐..
열심히 조공한 결과 이제는 품에 안고 아이들에게 먹이를... 아니 밥을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말은 못 알아듣지만 몸의 언어로 어느 정도는 통했다.
“큼큼!”
“아! 상단주님.”
“꽤 친해 보이는구만”
“아...예. 신령님께서 마음을 조금 열어 주셨습니다.”
“잘됐군. 안 그래도 신령님들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예?? 신령님에게 뭔가를 바라면 저주 받는 다는 말이 있습니다, 상단주님.”
“어허! 어디서 그런 재수 없는 소릴! 그냥 잠깐 같이 상행만 갔다고 오면 되는 일이야!”
상단주의 말에 그녀는 의심을 확신했다.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고. 아니면 굳이 이렇게 발끈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내일 떠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게. 신령들 잘 간수 하고.”
“...예..”
...
고릉~고릉~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의 품에서 고롱거리고 있는 아이들... 물론 그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지만 그걸 모르니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신령님...”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에 물든 것일까, 아니면 정이라도 든 것일까... 최근 그녀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욱 씁쓸했다. 아마 자신도 같이 정리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혈혈단신으로 나름 명문세가 소속 상단에 들어와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다가 세가의 소가주와 잠시 연을 맺었다는 이유로 상단에서 쫓겨날 뻔 했지만 소가주가 집안에서 원하는 집안과 결혼한다는 조건으로 붙어있게 되었다. 당연히 집안에서는 그걸 계속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곧 혼사가 다가오니까.
“신령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망이라도 갈까요?”
-웅??
그런 심정을 모르는 삼이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절로 근심이 날아가는 듯했다.
“어떻게든 되겠지요... 신령님을 만난 것처럼.”
-우웅...
쓰다듬는 손길에 몸을 맡기고 다시 눈을 감은 삼이.
.
.
.
“이 오빠는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결혼식 날 잡혔는데!”
“바쁘겠지. 니 오빠가 그 뭐냐, 도시도 하나 만들어 주고 있다며?”
“그거야 오빠 부하들이 만드는 거고, 오빠는 그냥 뒹굴뒹굴 하고 있었다고... 아, 진짜 너무해.”
“상견례 전에는 연락 되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 결혼식은 어떻게 할지 정했어?”
“그냥 간단하게 아는 사람들만 모아서 하려고. 안 그래도 오빠랑 사장님 때문에 난리날 것 같으니까.”
명하의 말대로 결혼 발표가 나는 순간부터 난리가 날 것이다. 뉴월드 대표가 결혼을 하는 것인데, 그것도 반화의 동생과... 조용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그래? 그럼 뭐 따로 할 건 없네? 드레스?”
“그건 사장님이랑 보러가기로 했어.”
“그래 니가 다 알아서 해. 집은? 그쪽으로 갈 거야?”
“으음...그건 좀 생각해보려고. 오빠집이 좋은데.”
“괜히 민폐 끼치지 말지? 민 서방이 좋아 하겠어?”
“그건 또 그렇네...”
반화집이 평범한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네 오빠는 언제 가려나.”
“그 인간을 누가 데려가악!! 아 왜!!”
가만히 있었으면 끝났을 것을 결국 등짝 한대 맞은 명하.
“재수 없게 그런 소리 말아!”
진짜 아무도 안 데려갈 것 같으니까 라는 뒷말은 차마 하지 않았다. 입으로 내뱉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
-쿨쩍!
“덩치는 큰 것들이 왜 이렇게 질질 짜?”
-꾸엉!
“...”
코를 훌쩍이며 우는 녀석들을 달래던 반화가 결국 비장의 수단을 꺼냈다. 뭉뭉이처럼 생긴 녀석들이 가장 좋아할 그것!
“자! 이거 좀 먹고 기분 풀어.”
-...
휙!!
“응? 이거 안 먹어?? 야, 이거 구하기 힘든 거야. 임마.”
반화가 허공에 꺼낸 크로제 고깃덩어리를 녀석들의 눈앞에 흔들었지만 계속 고개를 돌리며 거부하는 녀석들...설마..
“니들 채식 하냐?”
-꾸엉!!
“덩치에 안 맞게 니들이 무슨 채식이야!! 쪼매난 우리 새끼들도 고기 먹는데.”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저놈들 발톱크기도 안 되는 아이들은 극! 육식파, 이놈들은 채식파라니.
“에라이... 이거나 먹어.”
크로제 고기를 집어넣은 반화가 꺼낸 것은 푸롱 열매였다. 우수수 바다로 떨어지는 푸롱열매의 향기에 바닷물과 함께 열매를 삼켜버리는 녀석들. 그 덕에 마치 쓰나미가 일어난 듯 바다가 출렁거렸다.
“응?”
그리고 그 푸롱열매의 향기는 다른 몬스터들도 끌어들였다. 이 뭉뭉이 같은 녀석들이 덩치도 크고 괴물같이 강하지만 채식주의에 착한 녀석들이라서 다른 몬스터들도 큰 거부감 없이 다가와 열매를 하나씩 주워 먹었다. 그걸 또 양보하는 이 순둥이 같은 녀석들.
-냐아아~!
“왜? 순아. 너도 주...응??”
순이의 울음소리에 반화가 푸롱열매를 달라는 소리인 줄 알고 하나 잘게 잘라 주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순이가 우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본 반화는 그토록 찾던 게이트가 제 발로 오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푸화하하학!!!
-꾸엉~
-크르륵~
반갑게 인사하는 녀석들... 게이트가 저렇게 등껍질에 고정 되어 있다니...기억을 읽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니 황당함이 두 배였다.
-냐아!
“알았어. 일단... 이놈부터 교육 시켜줘야지. 또 이상한대로 가면 돌아왔을 때 귀찮아지니까.”
게이트에서 돌아 올 때까지 한 곳에 멍 때리고 있게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반화. 어차피 돌아 올 때는 게이트를 타고 오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는 걸 보면 그냥 화풀이인 듯 했지만 반화는 진지했다.
“한번 시작해 볼까.”
거북이는 열매에 정신이 팔려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
.
.
“자자! 다들 서둘러! 이번 상행은 좀 길다고!”
“예!”
짐을 싣는 바쁜 사람들과 그들을 재촉하는 상단주, 그리고 한 쪽에 얌전히 신령님들을 데리고 기다리는 신녀.
“저것들인가?”
“예, 맞습니다.”
상단주의 곁으로 다가온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 똬리를 틀고 있는 용이 수놓인 소매를 보니 세가에서 자랑하는 회룡단인 것 같았다. 바로 고개를 숙이며 저자세로 나가는 상단주. 상단주라고는 하지만 세가에서의 위치는 그냥 잡일꾼 보다 높을 뿐이었다. 그게 이 세계에서의 상인의 위치였으니까.
그에 반해 무인은 상인들을 아래로 보는 자들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명문세가의 무인들은 그 콧대가 하늘같았다. 회룡단 정도의 정예면 더욱 그랬다.
“쯧... 저런 것들을 신령이라고 불렀다고?”
“생긴 것과 다르게 상당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촌촌을..”
“됐어. 이미 들은 얘기니 굳이 안 해도 안다. 촌촌 정도로 뭘 그렇게 열을 내는 건지.”
이런 식으로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번엔 무조건 성공할 것이지만. 좀 능력이 있긴 하지만 아직 작고 어려보이는 삼이와 맹이를 상단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조금 찝찝할 뿐이었다. 그래도 신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고귀해 보이는데 아무 탈이 없을지...
“단주님, 준비 다 마쳤습니다.”
“그래, 그럼 출발하도록 하지. 단장님 출발하겠습니다.”
“그러도록. 우린 따로 말을 타고 갈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예.”
출발신호가 나오자 삼이, 맹이, 그리고 신녀는 마차에 올라탔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며 그녀는 심란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무인들이 사방에 깔려있는데 그녀가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신령님...”
-웅? 지금은 배부른데...
통토 살이 차오른 배를 두들기며 배부르다는 의사를 보이는 삼이의 모습에 살포시 웃은 신녀.
“어떡해서든 방법을 알아볼게요. 꼭...”
아직 시간은 남았다. 적어도 여기서 며칠은 가서 일을 치를 것이니...
-삼이 살쪘어?
실룩~ 실룩~
-아니야!! 안 쪘어!
맹이가 삼이를 놀리는 모습을 보며 더욱 강하게 다짐하는 그녀. 물론 쓸데없는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