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화-실종? #
193화
출렁~
출렁~
-우움... 뭐지? 어어어엄청 커!
-그르게? 모지?
맹이와 삼이가 바다 속을 바라보며 고개를 연신 갸우뚱했다. 반화가 이 모습을 봤으면 아마 귀엽다고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줬을 것이다.
스르르르...
어느새 다가온 괴생물체가 삼이와 맹이의 발밑에 도달했다. 그 끝이 어디까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검은 그림자가 발밑에 스며들어 있었다.
-우웅?
스스스스...
푸하하학!!!!
-우아아아아!!!!!
-크르르..
마침내 모습을 보인 거대한 생물이 맹이와 삼이를 머리에 올린 상태에서 눈을 또르륵 굴려 둘을 바라봤다. 맹이와 삼이는 무서워하기는커녕 박수를 치며 신기하다고 좋아하기 바빴다.
-그륵??
-안뇽??
토닥토닥!
삼이가 녀석의 머리로 추정되는 바닥을 쓰다듬으며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두려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크르르..
녀석도 그런 삼이와 맹이가 싫지 않은지 얌전하게 둘을 바라봤다. 커다란 눈에 적의감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보통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놈들에게 맹렬한 적의를 가지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스르르르...
조용히 아이들을 태운 채로 이동하는 녀석. 그 모습은 일전에 북 대륙 괴물 크로제가 바다에 와서 찾았던 녀석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파도를 가르는 속도와 모습은 조금 달랐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른 걸 생각하면... 매우 흡사했다. 물론 그걸 아이들은 몰랐지만.
-우아아아~
그 위에 탄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엄쳐 나가는 녀석의 머리 위에서 통통 뛰며 좋아했다. 선한 눈빛의 녀석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는 것 같았다.
.
.
.
능력자들의 세계가 방어 마법진으로 큰 변화을 겪으면서 일반 사회에도 그 영향을 끼쳤다. 먼저 그동안 수급이 스톨로지의 소멸로 크게 유동했던 마정석 공급가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각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수급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배자가 빠지면서 새로운 지배자가 된 몬스터들은 기존의 지배자가 가지고 있던 영향력에 비해 부족함이 많아 몬스터들끼리의 분쟁이 잦아 그 틈을 이용한 사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냥이 수월해지니 그 만큼 영역을 확보하는 것도 쉬워졌다. 능력자들이 부족한 곳은 일반인들을 훈련 시켜 폴리 크랙에서 사온 무기들로 무장시켜 투입을 시켰다. 기존에는 그렇게 일반인을 투입시켜도 한순간에 몰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지탄을 받는 행동이었지만 방어 마법진의 등장으로 일반 군인들을 투입해도 안전을 어느 정도 확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일반 사회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들만의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무기를 강화시킴으로서 능력자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일반인들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능력자들에게 의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곤 해도 아직까지 능력자들이 끼치는 영향력이 있으니....”
“그 영향력을 계속 키워 주다보면 우리 일반인들은 그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겁니다. 보세요. 지금도 그들은 사회 여러 곳에서 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치에도 몸담고 있는 자들도 있고요.”
능력자들에 대한 경계심도 강해졌다. 그동안은 어쩔 수 없어 수용하기 바빴지만 능력자들 중에는 착한 자들만, 그리고 이성적인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다수인 일반인들은 소수의 능력자들의 눈치를 살펴 살아야 했다. 감찰원이 있다곤 하지만 그 감찰원조차 능력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감옥에 가둔 자들의 사고들이 터지고 나서 불안감은 급증하기도 했었다. 물론 그건 다 반화가 저지른 것들이지만.
“조치를 취해야만 합니다. 대통령님.”
“그렇습니다! 뭔가 해야만 해요. 이대로 능력자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면 우리 후손들에게 우린 죄를 짓는 겁니다!”
...잠시 침묵에 빠진 대통령.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비서실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시죠? 다른 사람들도.”
“그러니까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법이 있는 나라에서 그게 무슨 일입니까!”
“그 대책 당신이 세워 봐요!”
“뭐, 뭐요?? 당신?? 지금 당신이라고 했어??”
“그럼 내가 자기야로 부를까?!”
순식간에 싸움터로 변한 회의실... 그 모습을 보며 대통령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공백을 급하게 채우다 보니 꼭 한 둘이 저런 자들이었다. 쳐내고 쳐내도 저런 자들은 꼭 한둘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사항에 저런 자들이 무식하게 난리를 피우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자자자!! 다들 진정 좀 합시다!! 우리끼리 이렇게 싸워서 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외침 때문에 조금 진정된 분위기로 돌아온다.
“능력자들에 대한 위기감은 지난 15년간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1년간 급성장 한 것 때문에 다들 걱정이 많으시겠죠. 그러나 이 사회는 아직까지 능력자들이 없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로 무장해도 지배자급 몬스터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건 아시죠? 최근 지배자 몬스터들의 수가 줄었다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또 미확인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들로 인한 피해들, 그거 다 능력자들이 막아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진정된 분위기에 차분히 말을 이었다.
...
이렇게 한국처럼 생각하고 회의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극단적으로 거칠게 대화를 나누는 곳도 있었다. 이 곳들은 일반인과 능력자들의 분쟁이라기 보단 새롭게 힘을 가진 자들과 기존의 권력자들과의 분쟁이라고 보는 게 맞았지만 커져가는 능력자들의 힘에 일반인 권력자들이 대항할 힘을 갖자 생긴 일이기도 했다.
중동과 남미에서는 일반인들과 능력자들과의 갈등이 너무 심해져 있었다. 중동의 경우 여성 능력자들의 힘이 강해짐에 따라 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로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었고 남미의 경우에는 부랑자 출신들이 능력자가 되며 힘을 얻으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커지고 있었다. 부랑자들의 수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남미권이라서 그 정도가 심한 것이다.
물론 부랑자 출신의 능력자들이 아닌 자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 중에 더 강한 능력자들이 많았다. 잃을 게 없는 부랑자 출신들이 목숨을 걸고 사냥을 다니며 성장하자 그 차이가 더욱 커졌으며 이제는 정부들을 위협할 정도의 세력으로까지 성장해 버렸다.
“전쟁이라도 일으킬 셈이냐?”
“못 할 것도 없지.”
“지금도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뭘 더 원하는 거지??”
“딱히 원한다기 보다 니들이 거기서 우릴 내려다보는 게 역겨워서 그런 거라고.”
“우린 너희들을 내려다 본 적이 없어.”
“그건 니들 생각이고. 우리 생각은 좀 다르거든.”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는 부랑자 연합들.
.
.
“이건 테러이자 쿠데타야!! 이 버러지들이!!”
“버러지 같은 게 누굴 버러지라는 건지.”
푹!!
“끄억!...”
“그래, 그렇게 버러지는 기어 다녀야지. 그게 맞는 거라고.”
“대장, 여긴 다 정리했습니다.”
“그래? 이제 또 어디 남았지?”
“이제 한 곳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왜 이렇게 쉬워?”
“그들은 우릴 무시했으니까요.”
전신을 감싸던 불편한 것들을 모두 풀어헤친 여성들이 피가 묻은 각자의 무기를 닦으며 대장이라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 동안 그들을 지배했던 남자들이 이렇게 약한 존재들일 줄이야...능력자건 일반인이건 차이가 없었다. 어차피 능력자라고 해도 하는 건 여자들을 부리는 것뿐이었으니까.
퓻!...
슥..슥..
남자의 목에 박힌 검을 뽑은 여자가 검에 묻은 피를 시체의 옷에 닦고 자신을 보는 자들을 한번 훑어봤다.
“여성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 준비는 되셨나?”
“예!!!”
“아마조네스, 그게 우리가 가는 길이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들 있어?”
“당연하죠!! 이런 버러지들과 살 바에.”
“그래? 그럼 가자고.”
와아아아아아!!!!!
수많은 여자들이 그녀를 향해 무기를 들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새로운 왕국을 새울 왕의이름을.
.
.
-뭉뭉아 어디로 가??
-크륵.
-움... 이모? 얘가 뭐래? 같은 뭉뭉이니까..
-난 늑대라구!!
-히히... 다른 거야?
삼이가 뭉뭉이라고 부르는 녀석은 아까 바다에서 나왔던 녀석이었다. 삼이가 뭉뭉이라고 한 이유는 녀석의 드러난 얼굴의 생김새가 개와 매우 닮았기 때문인데, 맹이를 뭉뭉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맹이에게 물어 보려던 삼이가 맹이의 반응에 혀를 내밀며 애교를 피웠다.
-당연하지! 늑대는 물에 살지 않는다고!
... 화낸 이유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두 녀석의 발밑에서 바다를 가르고 있는 녀석은 크기는 컸지만 생긴 건 개와 비슷한 얼굴을 가졌다. 물론 귀가 맹이처럼 크지 않았지만 동그랗게 귀라고 주장하고 있는 두 개가 있긴 했으니까... 거기에 주둥이 부분은 영락없는 개과 동물, 동그란 눈도 맹이와 닮았다.
-힝... 그럼 얘가 어디 가는지 모르네?
-그..그렇지?
대책 없이 녀석의 머리 위에서 신나 하던 것도 잠시 이젠 길도 방향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 오게 된 삼이가 걱정 된다는 듯 말했다. 반화 몰래 왔는데 이러다간 반화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뭉뭉아~ 우리 어디로 가냐니까??
-크르르...
삼이의 말에 여전히 말 수 없는 녀석의 울음. 그리고 알 수 없는 지리.
-어쩌지..? 때릴까?
-으음... 그럼 어떻게 돌아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둘을 보며 뭉뭉이(?)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무시하고 자기 갈 길을 계속에서 묵묵히 갔다. 한참을 더 헤엄쳐 가고 있을 때 삼이와 맹이가 뭔가를 발견했다.
-어? 저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응! 많이 본 거다!
-으으으으음... 어디서 봤더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이 바다의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반화와 가끔 돌아다니다가 보면 볼 수 있는 뭔가...
-아!! 저기로 들어가면 다른 곳이 나왔어!
-맞아! 으음... 뭐라고 불렀더라..
-게...이...?
-게이? 음... 비슷한 것 같은데..
녀석들이 본 것은 바로 게이트였다. 게이가 아니라... 원래 게이트는 안정된 곳에서만 생성이 되는데 바다 한가운데 게이트라니, 이상한 일이었으나 곧 어떻게 된 일인지 삼이와 맹이를 통해 알려졌다.
-꼬북이다!!
-오오오... 이번에 바다에 사는 꼬북이네?
지난번 남쪽 대륙의 고대 괴물 레이브가 육지 거북이었다면 이번엔 바다거북이었다. 그것도 등에 게이트를 싣고 다니는 거북이. 저렇게 게이트를 싣고 다니니 발견되기 쉽지 않았겠지만 반대쪽에서는 한번쯤 통과해 볼 법한데 아직 알려지지 않는 걸로 봐선 미확인 게이트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바다 거북이와 접선하는 뭉뭉이(?)
-꾸어어어~
-컹! 컹!
둘 다 덩치가 지난번 레이브와 비슷하거나 더 큰 녀석들이라 그 소리도 우렁찼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반갑다고 하는 것 같긴 했다.
-이모 우린 저기로 들어갈까??
-으음... 그 편이 더 집에 가기 쉽겠지??
-응! 거기가 더 좁으니까.
단순히 지구가 작다는 이유로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둘.. 미처 뭉뭉이(?)와 바다 거북이 말리기도 전에 순식간에 게이트로 돌진한 녀석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
-삼이야?
-웅?
-여기는 어딜까?
-으음... 확실한 건 아빠가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 이모.
이상한 곳으로 와 버린 맹이와 삼이...
.
.
.
“얘들은 또 어디 갔어??”
“응? 애들? 호수에서 놀고 있는 거 아냐?”
“그래?”
령이의 말에 집에서 별장으로 넘어간 반화. 그러나 아이들은 거기에 없었다. 있었다면 이렇게 크로롱액 호수가 조용할 리가 없으니까.
“없는데??”
“??”
령이도 반화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딜 간 걸까 아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