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치우다 #
189화
“큭! 장난감? 그래... 그 장난감이 얼마나 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고.”
스으으윽...
-웅? 도마뱀?
“겁쟁이 자식, 많이 도 긁어모아 왔네?”
“이게 내 방식이라서 말이야? 크크크 과연 다 막을 수 있을까?”
사아아아!!!!!
배신자 놈의 뒤에 우글거리는 지배자급 몬스터들... 드래곤은 기본이요, 롭스 같은 외눈박이 거인, 거미 같이 생긴 놈, 늑대... 그리고 오크 떼들이 살벌한 눈으로 순이와 삼이 등을 보고 있었다.
-엄마~ 근데 아빠가 여기 또 망가트리면 혼난 댔는데...
삼이는 지금 놀 상대가 많아져서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지만 한편으론 반화의 꾸중이 겁났다.
“그건 걱정 말아.”
-응?
갑자기 튀어나온 해골씨가 삼이의 말에 염려 말라는 듯 말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반화가 미리 얘기를 해뒀었다. 별장 주변 전체에 방어마법진을 깔아 놓으라고. 그것도 이리브리움을 이용한 마법진을... 파스와 공동으로 제작한 이 방어 마법진은 일단 기본적으로 이리브리움의 특성을 이용해 접근하는 모든 공격을 흡수, 그 다음 흡수된 공격을 에너지화 시키며 반사를 하던지 더욱 두터운 이리브리움 방벽을 생성하는 게 가능했다. 한마디로 두들길수록 단단해지는 방어벽이라는 말이다.
-오예~~!!
스릉!
-그럼... 먼저 간다!!
-어어!? 반칙! 반칙! 이모 반치이익!!
오랜만에 검을 꺼낸 맹이가 언데드들이 모여 있는 곳에 뛰어 들었다. 이에 질세라 삼이도 뛰어 들고,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크하하하!!! 이게 다 인 줄 알았나!?”
쿠그그그...!!!
콰아아앙!!!
“개떼처럼 몰려왔네?”
아틀란티스의 지배자들은 몽땅 긁어 온 듯 어마어마한 숫자의 몬스터들이 땅을 뚫고 나타났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끼아아아악!!!!
하늘의 와이번 떼와 드래곤들이 아이들을 향해 브레스를 쏟아 부었다.
“이런 고얀 것들!!!!”
“호오?? 이쪽에도 드래곤이 있었나? 그래 봤자 하나군.”
셀라와 퓰이 어느새 반화의 별장 모습을 드러내며 소리를 질렀다. 드래곤이 개인적인 생활을 하는 종족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장난감이 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것도 언데드가 되어 꼭두각시처럼 부려먹어 지다니...드래곤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다. 이게 다 반화라는 괴물 덕분에 생긴 일이었지만 분노를 그에게 풀 수 없으니 눈앞에 저 괴물 녀석에게라도 풀어 버리겠다는 퓰. 그리고 롭스와 덩이, 까망이 등등까지 몽땅 여기에 있었다.
콰아아아!!!
오랜만에 본체로 돌아와 브레스 한방 시원하게 날려 주는 녀석. 물론 이미 지상에는 해골씨가 이리브리움 방어 마법진을 가동 시켜 전혀 이상이 없었다. 어느 방어 마법진이 브레스를 이렇게 간단히 막을 수 있을까?
“애완용 따위가 용쓰는 군.”
예전에 반화도 말한 적이 있지만 괴물들의 세계에서 드래곤은 애완용이었다. 자존심이 세고 정신력이 강한 놈들이라 오염시켜 데리고 다니긴 했지만 애완,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그런 드래곤의 브레스에 맞았다고 상위 랭크였던 언데드 녀석이 눈 하나 깜짝할 리가 없었다.
다만 다른 녀석이 깨어나긴 했다.
쿠우웅!!!!
쿠웅!!!!
“이건 또 뭐야??”
순이가 땅을 울리는 충격이 느껴지자 의아한 표정을 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녀석이 울리는 건 분명 아니었다.
!!!!!!!!
“음...? 이건 뭐지? 여긴 잡다한 놈들이 많아서 좋군.”
언데드 녀석도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이내 신경을 끈 그들.
스륵..
파지지직!!!
“어딜 가려고?”
“...”
너무 간단하게 자신의 앞을 막은 순이를 보며 언데드 녀석이 처음으로 인상을 썼다. 그때도 느꼈지만 순이는 규격 외의 녀석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자신의 목적은 이 녀석만이 아니었다.
“나를 막을 시간이 있나? 저기...응??”
콰아아앙!!!!
-때찌!!!!
우르릉!!!.... 콰아아앙!!!!!!!
놈의 예상과는 너무 다르게 삼이와 맹이는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언데드 드래곤과 다른 지배자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아빠가! 말을! 안 들으면! 때리라고 그랬어!!
퍽!!!! 퍽!!!
퍼퍼퍽!!!!
“이런 미친...”
“아무래도 그쪽 수준도 여기까지인 가봐?”
“그놈...도대체 무슨 괴물이 된 거야?”
검은 바다를 삼켰다고 해도 이건 정도가 좀 심한 것 같았다. 반화가 자신처럼 언데드를 만드는 녀석도 아니고 직접 전투에 뛰어드는 스타일이면서 주변이 이런 녀석들을 만들어 내다니...
“반화는 괴물이 아니야, 멍청아!”
콰직!!!
“윽!!”
순이의 주먹을 막은 녀석이 자신의 기운을 뚫고 들어 온 순이의 전류에 신음을 흘렸다. 전에도 느꼈지만 이건 분명...
“너, 그 놈에게 뭘 얻은 거냐..? 설마?”
“응? 뭐야, 못 먹을 거라도 되는 거야?? 응? 안 그래도 요즘 살쪘다고 많이 듣는다고. 털이 찐 것뿐인데 망할 놈.”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순이...
“...?”
자신의 말에 이상한 소릴 하는 순이를 반화 보듯이 본 녀석.
“뭐냐니까?”
“괴물들의 세계에 왜 괴물들이 모여든지 아나?”
“모르지, 혼자 뿅하고 사라졌다가 왔는데.”
뜬금없는 언데드의 말이었지만 순이는 녀석의 말을 받아 주었다. 어차피 놈이 이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느새 모여든 반화의 식구들이 놈의 언데드들을 모두 뭉개고 있었으니까. 놈의 작전은 실패했다. 반화의 주변에는 어느 누구도 쉽게 당해 줄 녀석이 없었다.
“검은 바다, 그리고 푸른 벼락, 그리고... 하얀 불꽃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검은 바다는 그 놈이 오기 전까지 아무도 손에 쥐지 못했던 괴물들에게도 불가능이었던 녀석이었다.”
“??검은 바다를 녀석이라고? 살아 있기라도 했다는 거야?”
어쩐지 호칭이 이상했다. 바다를 녀석이라고 부르다니.
“바다지만 살아있는 녀석이었으니까.”
“음... 그래? 그래서?”
해는 되지 않지만 일단 넘어가는 순이.
.
.
녀석이 이렇게 순순히 순이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있을 때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스륵...스륵...
“엄마~ 이거 봐라~?”
“응? 슬아 또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이거?? 령이 이모한테!”
“...후우... 이반화 이 자식을...”
엉덩이에 꼬리를 만들어 살랑살랑 거리는 슬이를 보며 수화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이상한 녀석들만 데리고 와서 자신의 딸을 이렇게 만들다니... 도무지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반화의 집에 갔다 오면 꼭 저런 이상한 걸 배워오니... 일전에는 유치원에 가서 죽은 고양이를 일으켜 세우는 바람에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히히히.”
살랑살랑~
요번엔 그래도 귀엽긴 했다.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있었으니까.
“응??”
그런데 그 사진을 찍기 위해 화면을 보던 수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아주 작은 그림자 같은 건데 슬이 쪽으로 점점 다가가는 것 같았다. 그림자가 생길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
.
“염왕의 불꽃은 도전하는 녀석들이 많았고 얻은 녀석들도 많았지. 저기 저 녀석처럼 하얀 불꽃을...?!???!”
그냥 예시를 들려고 맹이를 봤던 녀석은 이번에도 진짜 놀라 버렸다. 염왕의 불꽃이 왜 저 아이의 몸에 있는 걸까?
“이런 미친놈...저러니 내 귀염둥이들이 못 당하고 있지...”
불쌍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있는 자신의 언데드 군단들이 왜 저러고 잇는 건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맹이 옆에 있는 녀석은 한 술 더 떠서 염왕의 불꽃, 광기의 벼락을 동시에 쓰고 있었다.
“뭐해? 계속 말해 봐. 궁금하잖아. 그리고?”
“광기의 벼락은 처음으로 삼켜진 놈이었다. 온전히... 물론 후에 괴물들에 의해서 갈갈이 찢어 지긴 했지만, 그리고 남은 검은 바다.. 그건 그 놈이 삼켜버렸지.”
“아니, 그러니까 나한테 뭘 먹였냐고. 멍청아!!!”
“이런 무식한 녀석 같으니! 보고 들었으면서 몰라? 네가 쓰는 게 뭐야? 광기의 벼락 아냐!!”
순이가 짜증을 내자 마찬가지로 짜증을 버럭 내는 놈. 서로가 답답해 죽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하긴... 고양이랑 언데드가 무슨 대화를 한다고..
“뭐? 무식?? 이런 썩은 고깃덩어리가!!!”
파지지지직!!!!!
“쳇... 더 시간이 필요한데... 어쩔 수 없지. 광기의 벼락을 줄 정도로 아끼는 네 녀석이라도 처리해주마!!”
달려오는 순이에게 마주 달려가는 놈. 순이가 푸른 전류로 모습을 감췄다면 놈은 사이한 보랏빛 기운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콱!!!
“크흐흐... 그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제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랬다면 처음 먹은 놈이 그렇게 멍청하게 찢겨 죽지 않았을 테니까.”
“아까부터 자꾸 뭐라는 거야!!!”
둘이 부딪힐 때마다 공간이 찢어져 나가는 바람에 열심히 언데드들을 두들기고 있던 맹이와 삼이가 흠칫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엄마 화났쪄...
-멀리 떨어지자, 삼이야. 이리와.
-웅..
두 녀석이 피하자마자 덮친 순이와 언데드의 기운으로 그 자리가 소멸해 버렸다. 셀라와 퓰도 혼비백산하며 자리를 피했고 안전하게 이리브리움 안에서 관전하던 엘프들과 롭스, 덩이 등등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러다 그냥 삭제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촤아악!!
“큭!!”
먼저 상처를 입은 건 순이였다. 괴물들의 세계에서 구른 것이 헛것이 아니었는지 한번 몰아붙이기 시작하자 순이가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엄마!!!
“오지 마!”
자신이 몰리는 모습에 달려오려는 삼이를 막은 순이.
“제법 하잖아? 썩은 고기.”
“큭큭... 원래 힘만 완전히 되찾았으면 네 놈 정도는 일도 아니었을 텐데.”
순이의 허세에 그저 비웃을 뿐이 놈. 곧 있으면 그놈이 올 시간이었다. 분명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벌써 알아차렸겠지. 자신의 계획을.
“그래도 이번엔 내가 빠를 것 같네. 흐흐흐.”
놈이 괴로워하기만 하면 자신은 만족했다. 어차피 덤으로 사는 생이었으니까.
.
.
.
“이게 뭐지??”
“응? 엄마 왜 그래??”
폰 화면을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짓던 수화, 슬이의 물음에 그냥 폰을 끄고 눈으로 바라봤는데...
“!!? 스...슬아!!!”
“??”
스아아아!!!!
쩌저저저저적!!!! 퍼석!!
....
“모지?”
“괘...괜찮아?”
“응! 갑자기 달려들어서 얼려버렸어!”
그림자처럼 꾸물꾸물 거리던 것이 순식간에 슬이를 덮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달려갔지만 이미 슬이는 그림자에 삼켜진 후였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덩어리가 얼어버리더니 부서져 버렸다. 슬이가 자신을 덮친 것을 얼려버린 것이다.
“이...이리와..”
덥석!
얼른 슬이를 품에 않고 꿈틀거리는 부서진 잔해에서 멀어지게 하는 수화.
“이게 도대체 뭐야...”
화르르륵!!!!
“괜찮아요?”
“어...? 령이씨?”
“휴우... 다행이네.”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던 령이가 나타나 꿈틀거리는 사이한 기운을 태워버리고 나서야 안심한 수화..
“저게 뭐죠??”
“저도 처음 보는 거라... 좋은 기운은 아니었어요. 일단은 안심하세요.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네...”
...
수화는 슬이와 령이 덕분에 이 그림자 같은 놈을 막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뭐, 뭐야?!? 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