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저지르다. #
184화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요? 우릴 체포라도 하겠다는 건가?”
“진짜 국가내란죄로요? 그게 돼요?”
“모르죠? 지금 저러는 것도 좀 웃긴데.”
“하아... 이제 일 좀 끝나려나했는데 왜 저러는 거야..”
한숨을 쉰 명하.
“우리 그냥 여기 접고 신도시로 넘어갈까요?”
“??”
“아니, 여기 있으면 자꾸 이거해라 저거해라 난리인데... 거기 가면 건드릴 사람도 없잖아요. 그냥 이 참에 나라하나 세우는 거죠.”
“우리가 뭐 단군할아버지입니까? 나라를 세우게? 게이트에서 나타나 나라를 만들게?”
“어? 그러고 보니 단군도 다른 세계 사람인가? 오... 그럴 듯한...”
“...에휴...일이나 합니다.”
“쳇...”
다시 일에 집중하는 명하와 민사장.
.
.
.
“나 왔다!”
“왔으면 조용히 있어.”
“쯧, 너무 쌀쌀 맞는 거 아냐?”
“굳이 살갑게 굴 필요는 없지.”
“너도 그 구애의 현장에 좀 가고 해봐. 거기에 가면 자동으로 좀 그 딱딱한 표정도 흐물흐물 녹지 않겠어?”
“언데드 주제 누구보고 딱딱한 표정이래?”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 온 스승 놈이 반화에게 말했지만 사실 자기 얼굴표정도 만만치 않게 살벌했다. 차가운 표정이 아니라 진짜 차가운 얼굴이었으니까 더욱 살벌했다.
“...그런데 뭐하고 있어?”
“뭐하고 있긴...”
털덩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반화를 보며 스승 놈이 어이없다는 듯 봤다. 분명 저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애가 좀 이상해 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신경 꺼.”
“뭐, 그러지.”
“이제 뭐 할 거야?”
“글쎄, 뭐 별로 구경할 건 없어 보였다만 일단 컴퓨터라는 걸 해보고 싶긴 하군.”
“그래? 노에라!”
“...또 그 쥐똥만한 쥐한테 배우라는 거냐?”
“어.”
“...”
말 많은 노에라에게 배우긴 싫다는 느낌이 팍팍 왔지만 반화는 무시했다. 쥐똥은 약에 쓰려면 있다더니 노에라가 이런 쪽으로는 탁월했으니까.
...
“마스터?”
“응? 왜? 놀이터 다 만들었어?”
“그건 아니고 필요한 게 좀 있는데요.”
“필요한 거? 뭐? 애들 데리고 가서 하면 안 돼?”
“마스터가 가진 게 좀 필요합니다. 파스에 대한 정보도 좀 필요하고.”
“??”
해골씨의 말에 반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해골씨가 원하는 게 뭔지 집작 할 수 없었으니까.
“그, 저번에 마계에 가지 않았습니까? 혹시 마족의 영혼 같은 거 얻은 거 없습니까? 망혼으로는 안 되더군요. 강한 영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뭘 하는데?”
“실험을 좀...”
“있긴 있는데. 해골아, 뭐하는지 좀 보자.”
“허허허허허, 그러시겠습니까?”
해골씨를 따라 지하로 내려간 반화.
“얘는 왜 이래? 원래 이랬던가?”
“허허, 원래 밤의 일족 피부는 창백했죠. 자자, 신경 쓰지 마시고...”
“이...이 해골!! 그만 좀 뽑으라고...”
텁!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적당히 해라, 해골아?”
“예...”
얼마나 피를 뽑아댄 건지 원래 혈색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예 회색빛으로 보이는 모기왕의 피부를 보며 반화가 한 소리했다. 자기가 한 짓을 알긴 하는 모양인지 반화의 말에 풀이 죽은 해골씨.
“뭐 하는 건지 한번 보자.”
“이리브리움의 속성을 이용해서 생명체와 결합을 시도했는데 이리브리움의 성질을 이기지 못해 대부분 이렇게 되었습니다.”
“흠...근데...”
“?”
“이건 뭐야?”
“오, 인간 오랜만이군.”
“얘는 왜 머리만 멀쩡해?”
“그게 저도 좀 신기합니다만 멀쩡히 잘 살아 있습니다. 먹는 것도 잘 먹고요. 다만 먹는 게 다 이리브리움 생성으로 귀결됩니다만..”
이리브리움에 먹혀 이리브리움화 된 녀석들 사이에서 새대가리 녀석은 머리만 멀쩡하게 이리저리 돌리며 반화를 보려고 애썼다. 목 아래로는 이리브리움화 되어 금속화가 되어 있었는데 다른 놈들과 달리 원래의 모양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눈사람처럼 둥글둥글했다.
“웃기는 녀석이네. 새대가리에도 격이 있다는 건가?”
“그래서 이 녀석의 머리를 좀 조사하고 싶은데 하도 단단해서 애를 좀 먹고 있죠.”
“하하하하!! 이 몸의 위대함을 이제 알겠냐!”
“쯧... 대가리를 달고 있어도 없는 게 나을 수도? 근데 영혼은 왜 필요한 거야?”
“이리브리움을 이겨낼 수 있는 영혼이 필요합니다. 연구 결과 이리브리움은 정신과 꽤 연관성이 많습니다. 이 새대가리는 진짜 단단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 아주 멘탈이 강하더군요. 뭐, 단단한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지만 그건 해결 가능하니까요.”
“뭘 만들려는 거야? 재미있는 거야?”
“아주 재미있을 겁니다.”
“...자. 몇 마리 집어 넣어놨으니까 알아서 써.”
“오오오.”
반화가 건넨 구슬을 받은 해골씨가 감탄을 하며 구슬 안 내용물을 확인했다.
“어...?음...? 이게 뭡니까 마스터?”
“왜? 강한 영혼이 필요하다며?”
“...이건 좀 너무 강한데요?”
“괜찮아, 잘게 잘게 잘 다져놨으니까.”
“아...예..”
열 받아서 사로잡아 놓은 9개의 마왕 영혼이 든 구슬을 해골씨에게 주곤 쿨하게 지하를 나가는 반화. 좀 괴롭히다가 싫증이 나서 그냥 방치해 둔 건데 딱히 생각하지 않다가 해골씨 덕분에 떠올라 준 것이지만 하도 괴롭혀서 자아는 없는 것들이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영혼의 크기가 크고 질이 좋을 뿐. 게다가 반화의 고문에 이골 난 것들이라 웬만한 충격에는 느낌도 못 받을 거다.
지하에서 올라가는 반화에게 파스가 다급하게 그를 부른다.
[마스터!]
“왜?”
[마스터의 가족 분들이 위험합니다!]
“뭔 소리야 그게??”
[지금... 아, 다행히 마스터가 준 아티팩트 덕분에 목숨엔 지장이 없지만 마스터의 동생분이 습격을 당했습니다.]
“뭐...? 습격? 누구한테?”
[지금 파악 중인데... 아무래도 한국 정부에서...]
“정부에서?”
미친 게 아니라면 지금 자신의 가족을 공격해서 정부가 얻을 건 없을 텐데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었다. 반화가 준 아티팩트라면 백날 두들겨 봐야 절대 명하에게 피해를...
“...제기랄. 위치!”
[뉴월드 빌딩입니다!]
“그 새끼는?”
[누구..아! 잠시 만요!...?!어???]
정말 잠깐이었다. 파스가 반화에게 보고하는 정말 찰나의 순간, 잠시 반화가 녀석을 감시하는데 정말 잠시 빈틈을 보였을 때 놈은 도망갔다.
쾅!!
“노에라!!!”
-응? 아빠 왜 그래요?
“노에라 어디 있어?”
-쥐는 저기 ... 어...?
맹이가 급하게 지하에서 나온 반화를 보고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가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반화의 스승이라는 자와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새끼... 목적이 뭐야?”
처음부터 스승 놈이 아니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여러 번의 테스트 끝에 스승 놈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고. 그럼에도 그냥 둔 건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여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놈이 예전부터 매우 교활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었다. 놈의 목적이 뭐 던지 그냥 일단 패서 물어봤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이 곳 생활에 너무 물들어 버린 것 같았다. 과거라면 이런 멍청한 짓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인데. 게다가 여기 자신이 있는 걸아니까 놈이 허튼짓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니.. 한심했다.
“마..스터... 쿨럭... 그 녀석 뭐야?”
다행히 노에라는 살아 있었다. 생기는 많이 잃었지만 놈도 급한 나머지 확인사살까진 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배신한 놈 하나 있었다고. 그 놈이야. 파스, 일단 크로롱 액부터 줘.”
[예!]
일단 먼저 노에라를 치료한 반화는 다른 이상이 없는 지 확인했다.
“응? 순이는?”
“그놈이 나를 공격하는 순간 나타나서 덕분에 내가 살았다. 악마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그리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 놈이 사라지면서 악마도 같이 사라져 버렸어.”
“뭐...?”
순이가 괴물의 힘을 먹었다지만 그 놈과 비교해서 위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 교활한 놈이 힘을 더 잘 다룰 테니 정면으로 부딪히는 게 아니라면 순이도 위험할 수 도 있었다.
“이 자식!... 왜 평소에 안 하던 짓을.”
물론 노에라를 살린 걸 탓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이 쫓아갈 필요는 없었는데...
“파스, 순이 녀석 찾을 수 있어? 명하 쪽은?”
[여동생분 쪽은 림자와 랑이가 이미 정리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순이님은... 아! 응?!...]
파스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탐색한 반화가 순이를 찾아 이미 집에서 사라진 뒤였다.
“응? 무슨 일이야???”
뒤늦게 다가온 령이들이 노에라를 보며 물었다.
“몰라... 웬 괴물 같은 놈이... 예전 마스터가 말한 그 배신했다던 괴물 같은데? 소름끼칠 정도로 강했어. 마스터의 힘을 처음 봤을 때처럼...아!! 그때 인간들을 멸종 시킨 악의!”
“그건 또 뭔 소리야? 인간들이 멸종시킨 악의? 예전에 그 소름끼치던 기운을 말하는 거야?”
“맞아, 그 기운... 그거랑 좀 비슷했는데... 마스터가 분명 죽였다고 했었는데, 죽여서 삼켰다고...”
“그런 놈이 있었어?”
“분명 그런 비슷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
.
.
“제길... 분명 완벽한 타이밍이었는데...크윽...”
아무도 없는 공터에 스승 놈이...아니, 괴물이 갈갈이 찢어진 몸을 일으키며 어딘가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찢어진 자리에 남은 푸른 전류 때문에 회복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고통을 주었지만 놈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쯤 이미 그 놈이 알아차렸을 것이다. 괴물 같은 놈이 더 괴물이 되었다는 걸 안 순간 도망을 포기하고 또 다시 놈을 속였다. 아니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놈의 차가운 눈빛에 이미 끝났음을 알고 사실 그냥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크큭... 그 미친놈이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지. 놈의 주변에 살아있는 것들이 있을 줄이야...”
반화가 그 세계에 있을 때 그의 주변에는 살아있는 것들이 존재할 수 없었다. 항상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곳에서의 그는 달랐다. 너무 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놈도 그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그 덕에 기회를 노렸고 마침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툭.. 툭..
-거기서 이 새끼야... 감히 우리 쥐새끼를 건드려?
“미친...이정도 괴물이 하나 더 있을 줄이야...”
파치치직!!
“큭큭큭...”
-??
“그런데... 미안하지만... 늦었어.”
쩌저저적!!!!! 쑤욱!!
....
-!!
콰아아앙!!!!!!!!...치직...치지지..직..
뒤늦게 푸른 전류가 실실 비웃는 놈을 덮쳤지만 이미 놈은 사라진 후였다.. 흔적도 없이.
...
“쿨럭!...제길...”
치지지직...
완전히 멀쩡하진 못했다. 차원을 찢어 넘어가는 순간 봉합도 하기 전에 푸른 전류가 덮쳤으니까. 그래도 팔 하나를 버리고 목숨을 살렸으니 남는 장사였다. 여기엔 먹이가 잔뜩 이었으니까.
“이 놈을 먹어 치운다고 이길 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큭... 뭐...놈을 꼭 죽여야 되는 건 아니니까.”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놈은 혼자 킬킬 거리다가 이내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