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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78화 (179/295)

# 178화-다른 세상에서 온 녀석 #

178화

“뭐야 봉합도 제대로 안 했어?”

-... 그런 걸 할 능력이 있었으면 그 놈을 내가 죽였겠지...

하긴 그런 능력이 있을 정도면 괴물들의 세계로 왔던 놈들 급은 되는 거니 저 녀석의 기억 속에 있는 놈을 이길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물론 이 녀석은 제대로 붙어 보지도 않고 도망쳐서 그 놈의 진짜 힘은 모르겠지만.

“에휴... 모르겠다. 쳐들어 올 거면 쳐 들어오겠지.”

한숨을 쉰 반화는 창문을 닫고 다시 차를 출발 시켰다. 잔챙이 세계나 먹어 치우는 놈들 따위를 굳이 무서워 할 필요도 없고 잔챙이 수준이 아닌 놈이 온다면 오히려 이쪽이 환영할 판인데 귀찮게 저 녀석이 저지른 차원의 상처를 봉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갈 거면서...

괜히 쫄았다.

-마스터, 어쩔 거냐...?

-뭘?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저런 괴물이 사는 곳에?

-그럼 어쩌려고? 이렇게 넘어 온 것도 운인데.

후우... 하고 부엉이 녀석이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이 봤다면 아마 ‘꺄아앙’ 하며 비명을 지를 만큼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녀석은 진지했다.

-그럼 일단 여기라도 벗어나는 건 어때?

-끙... 일단 핵부터 꺼내야지 그럼. 시간이 좀 걸려...

부엉이의 말에 결국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론 한 녀석. 그러나 녀석은 자신이 이동할 때 같이 딸려 온 핵에 뭔가 묻어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그것은 녀석이 핵을 꺼내기 시작하자 조용히 핵 속으로 아무도 모르게 숨은 뒤 자신의 존재감을 지웠다...

.

.

.

“어느 정도 남았나요?”

“왜? 이제 지겨워?”

“아뇨, 그건 아닌데...”

슬슬 날이 어두워지고 해서 물어 봤어요 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인간들 사이에 이런 말은 작업이라는 것을 걸 때 주로 쓰는 말로 알고 있었으니까.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언어, 이미 지난번 자신의 마음을 조금 보여 준 적도 있으니...

“음... 조금만 더 가서 자리 잡아야지. 잠깐 집에도 다녀와야겠고.”

“집에요?”

“엉, 해골한테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좀 물어 와야겠어.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아아~”

반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에나스,.. 혹시나 벌써 여행이 끝나는가 싶어 슬플 뻔 했다.

-우웅...

“왜 차에만 타면 자는 거지?...”

잠꼬대를 하는 두 녀석을 보며 반화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분명 잠은 충분히 잔 것 같은데...

...

잠시 후 한적한 들판에 차를 세운 반화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딱 좋네. 여기에 캠프 차려야겠어.”

“그럼 저는 여기서 아이들하고 기다릴게요. 금방 오실 거죠?”

“엉, 금방 올 거야. 애들 깨면 간식 좀 주고 있어.”

“네~”

이렇게 말하니 왠지 부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 에나스가 밝게 대답했다. 반화는 그런 에나스를 좀 이상하게 보다가 이내 집으로 돌아갔다.

스르륵...

집으로 돌아온 반화는 일단 순이부터 확인했다.

“음... 얌전히 있네.”

-냐아?

“아냐, 령아. 해골 어디 있어?”

“해골이? 아마 지하에 있을 건데... 요즘 뭐 한다고 지하에만 있어.”

“그래? 뭐하는 거야? 노에라는?”

“아마 별장에?”

순이와 같은 포즈로 늘어져 있던 령이가 반화의 말에 그래도 다 대답해 주었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를 친 것 같진 않았다.

“해골!”

쿠당탕탕!

“??”

반화의 목소리에 당황했는지 해골씨가 소란을 일으키며 위로 올라왔다.

“왔습니까?”

“뭐하고 있어? 지하에 박혀서?”

“허허허, 좋은 샘플 하나를 얻어서요.”

“샘플?”

“예, 종의 진화에 대한 것이랄까요? 최강의 종을 한번 만들어 보려고...”

“...니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흑마법사가 실험 하는 것 같잖아. 비켜봐.”

아무래도 외모 때문에 의심이 되는 현장을 급습한 반화. 그러나 그가 상상했던 모습은 전혀 없었다.

“응? 인간이 여길 어떻게 들어 왔지? 쩝쩝쩝..”

“뭐냐, 이 새대가리는?”

“허허허, 두개골 강화에 필요한 녀석이라...”

“새대가리? 얌마, 그거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새가 돌대가리겠냐?”

“진짭니다. 여기 좀 보십쇼.”

생긴 건 생체해부하며 ‘클클클’ 거리게 생겨가지고 최신식으로 3D로 화면을 띄워 새대가리의 머리 구조를 보여주는 해골씨.

“이게 뭐? 그냥 새대가리 아냐?”

“잘 보시면... 자! 이 구조를 보십쇼! 진짜 돌이 형성하는 분자 구조와 같은 골 구조입니다. 이 새대가리는 진짜 돌대가리였던 겁니다!”

“...이딴 연구는 왜 하는 거야?”

감격에 북 받쳐 외치는 해골씨를 한심하게 쳐다본 반화가 실험실 내부를 한번 훑어봤다. 화이트 톤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심플한 내부, 지하라고는 믿기지 않는 환한 빛, 그리고 아까부터 뭔가를 계속 쳐 먹고 있는 새대가리와 여기저기 널브러진 샘플들..?

“저것들은 또 뭐야?”

“요즘 별장 주변에 뭔가 자꾸 꼬이기에 좀 잡아 왔습니다.”

“별장에 뭐가 꼬인다고?”

“예, 그 크로롱액이라는 것 때문인지 자꾸 몬스터들이 달려든다고 하더군요. 물론 별장은 멀쩡합니다. 롭스와 동이 등등이 잘 막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엔 거북이 한 마리도 왔다가 갔습니다. 꽤 컸는데 롭스 녀석이 멀리 버려 버리는 바람에 샘플은 못 얻었지요. 어차피 너무 크긴 했지만.”

해골씨에게 듣는 근황.

“저 새대가리는 어디서 가져왔어?”

“저건 미국에서 난동 부리기에 하나 잡아 왔습니다.”

“응? 미국에?”

“예.”

잠시 여행하는 동안 뭐가 이렇게 시끄러운 일들이 벌어진 걸까...

“설마 내 밥줄이 망가진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반화의 든든한 밥줄 폴리 크랙. 다행히 해골씨는 폴리 크랙에는 피해가 없다는 걸 생각해내고 당당하게 반화에게 말했다. 장사가 더 잘되었음 잘되었지 못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 흐음... 알았어. 아! 내 스승 놈 말인데. 정확한 위치가 어디쯤이야?”

“으음... 저도 정확한 건 몰라서. 지난번 갔던 왕국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되는데요?”

“그게 말이지, 한참을 간 것 같은데 그 왕국이 안보인단 말이지?”

“...”

안타깝게도 반화는 길치였다.

“그 주변에 가시면 아마 거울 같은 것들로 뒤덮인 곳이 나올 겁니다. 거기서 조금만 가면 됩니다.”

“거울??”

“예, 정확히는 거울이 아니긴 하지만 별 차이는 없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면 안다는 말에 반화는 지하실을 벗어나 올라왔다. 그때 마침 명하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받으라고 건 거 아니었냐? 안 받을 걸 기대했으면 끊고.

<>왜?

<>??

명하는 폴리 크랙 쪽에서 전달해 온 방어마법진과 자신들의 뉴월드 신도시에 설치할 이동 마법진, 그리고 방어 마법진을 설치 해달라는 부탁을 아주 빙글빙글 돌려 조심스럽게 반화에게 얘기했다.

>>그거 그냥 해골한테 해 달라고 해.

<>내가 하는 것도 아닌 데 뭐, 근데 돈은 확실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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