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76화 (177/295)

# 176화-다른 세상에서 온 녀석 #

176화

해골씨가 그냥 사라져 버리고 미국에는 잠시 괴담이 돌았다. 해골의 모습을 한 괴물이 미국을 지켜 주고 있다고. 그러다가 과거 스톨로지 사건 때 돌아다녔던 해골씨의 모습이 찍힌 것과 비교가 되면서 묘한 소문이 났다. 이 세계에는 사실 수호하는 신들이 실재한다고...

“망할... 이걸 어떻게 복구 한담...”

정말 중요한 도시는 아니었다. 게이트가 생긴 후 발전한 도시라서 상업적인 곳이라기 보단 게이트에 들어가는 능력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들이 많은 도시였다. 그러나 그렇다곤 해도 결코 작은 피해는 아니었다. 해당 도시 뿐 아니라 주변 도시까지 날뛰는 바람에 주변에도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래도 나라가 망한 것 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폴리 크랙 1팀을 이끄는 팀장이 샌디의 불평에 한 소리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나라가 망한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그래도 한 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폴리 크랙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 잠시 미국의 게이트 내 활동은 늦춰질 것이 뻔했다. 거기에다 군대의 피해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군수 업체인 폴리 크랙으로서는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물건을 팔 수 있으니까. 새로 개발한 마도 공학을 접목한 ‘포’들도 곧 소개할 예정이었다. 다만 같은 인간으로써, 같은 국민으로서 한숨이 난 것일 뿐..

“대통령께서 그 해골씨에 대해 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데요?”

“그러겠지. 알겠다고 해줘요.”

“예.”

비서를 통해 전해온 소식에 샌디는 한숨을 쉬며 폐허가 된 도시를 벗어났다. 돌아가면 또 동생, 쥬가 해골씨를 따라가겠다고 날뛰는 걸 막아야 했다..

.

.

.

-!!!!

“뭘 저렇게 뻐끔뻐끔 거리는 거야?”

“!! 반화님은 안 느껴지시나요?”

“뭐? 간질간질 한 거? 내가 비염이 좀 있어서.. 너도 비염 있냐?”

“...엘프가 비염이 어디 있어요! 이 피어가 느껴지지 않냐고요!”

“코도 있는데 왜 비염이 없어? 피어? 이게? 이걸 피어라고?”

-피어?

-피어??

반화를 따라 갸웃 거리는 맹이, 삼이... 그 모습에 잠시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워 버리고 황당한 표정을 했다.

“에휴...”

괜히 물었다. 이들에게 저런 피어 따위는 산들바람보다 못한 입 냄새 공격에 불과했는데...

-뭐, 뭐지?! 마스터! 저 녀석들 좀 이상한 것 같다!

스윽...

멀쩡한 반화 일행에 당황한 부엉이가 열심히 땅 바닥에 만들어진 얼굴에 말했다. 땅 얼굴도 당황한 듯 입을 다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부엉이의 말을 들었다.

끄덕, 끄덕.

뭔가 얘기를 듣더니 땅바닥 얼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덕분에...

후두두두...

“...여긴 흙비가 내리네.”

-에비비비, 퉷!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난데없이 흙비를 맞은 삼이가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 내고 반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놈을 쳐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던 놈의 얼굴이 사라져 버렸다.

-어? 없어졌다.

흙비를 잽싸게 반화의 품 안으로 피한 맹이가 허공의 땅을 보며 말했다. 녀석의 말대로 얼굴모양은 처음처럼 밋밋하게 변해 버렸는데...

구그그그..

쿠웅!!!!

쿵!!!!

“변신 로봇이었나? 변신 흙?”

“...그냥 골렘이 낫지 않을 까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반화를 보며 에나스가 한숨을 쉬었다. 누가 봐도 반화가 말하는 것들보다 골렘이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를 텐데.

“골렘은 식상하잖아. 저번에도 봤는데 그치 맹이야?”

-응! 응! 봤어!

파스를 처음 봤을 때 땅에서 돌 던지는 골렘은 이미 한번 봤었기에 조금 식상했다. 조금 차이라면 크기와 하늘에 떠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생각이라는 걸 하는 놈이라는 것 정도가 달라보였다. 아니 다르길 바랐다. 그 멍청한 골렘이라면 매우 실망 할 것 같았다.

-!!!!!

“아까부터 왜 자꾸 입만 뻐끔거리는 거야? 다행히 입 냄새는 안 나는데, 기분 나쁘게 말이야. 놀리는 거야?”

“...지금 우리한테 피어를 쏜 거라고요. 그리고 흙으로 만든 골렘에 성대가 있을 리 없잖아요.”

“응?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굳이 골렘에 성대를 만들 필요는 없을 테니... 근데 그럼 왜 굳이 입을 벌리며 피어를 쏘는 걸까?

“...어...그건...”

여기에 대해서는 그녀도 답하지 못했다. 그래도 타이밍 좋게 완전한 골렘의 형태를 갖춘 놈이 거대한 앞발을 들어 그들을 향해 내리찍고 있었다.

쿠우우웅!!!!

-크크크 꼴좋다!!

부엉이가 거대한 흙발에 파묻힌 반화일행을 지켜보다가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덥썩!!

-!?!

-기분 나쁘게 웃지 마, 이 부엉이 치킨아!!

파닥 파닥...치지지지직!!!!!

-끄엉어어억!!!

흙발을 뚫고 솟구친 삼이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부엉이를 전기로 구워 버렸다. 죽진 않았지만 깃털이 몽땅 눌어붙어 처참한 속살을 드러낸 녀석... 참 볼품없었다. 이래서 털빨, 털빨 하는 건가 싶었다.

-에비! 기분 나빠!

휙!!!

-끄어어어~!

쿵!!!

원래 조류가 깃털이 없으면 좀 징그럽긴 했다... 그렇다고 자기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징그럽다며 던질 것까지야 없었지만 다행히 워낙 생명력이 뛰어난 녀석이라 죽진 않은 것 같았다. 삼이가 부엉이를 괴롭히고 있을 때 반화 일행은...

퍼어억!!!

-!!!

“어디서 더러운 발을 디밀어?”

밟아 뭉갠 줄 알았던 인간의 가벼운 손짓에 터져버린 자신의 발목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녀석. 다행히 발이 4개였던 터라 균형을 잃고 쓰러지진 않았지만 조금 심각한 삼황을 인지한 놈.

쿠르르...뿌득!! 뿌드드드득!!!

“저건 또 뭐하는 거야?”

“압축되는 것 같은데요...?”

“압축?”

에나스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사족 보행의 늑대를 닮은 모습에서 이족보행의 파충류?의 모습으로 변한 놈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흙이 땅에 버려지는 것도 아니었다. 허공에 떠있는 놈의 크기만 작아졌을 뿐이었다.

“저거 노에라도 할 수 있으려나?”

문든 노에라가 떠올랐다. 땅의 신수이면서 땅을 사용할 때라고는 게임할 때 필요한 팔을 만드는 것... 흙으로 만든 팔이라 반응속도가 느려 매번 지면서도 원인을 모르는 멍청한 신수 노에라.

“그분도 골렘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저건 모르겠네요.”

“그분 같은 소리하네.”

엘프에게 땅의 신수는 고귀한 존재였지만 반화에겐 식충이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분이라는 존칭은 반화에게 매우 기분 나쁜 소리였다.

에나스와 반화가 실없는 소리를 하는 중에도 놈은 계속해서 압축되어 도시만한 땅덩어리가 사람하나 크기까지 압축되었다.

변화된 놈의 모습은 두발로 선 도마뱀과 유사했는데 겉에는 단단하면서 모든 것을 반사할 것 같이 번쩍거리는 외갑으로 감싸져 있었다. 이목구비는 밋밋하게 아, 눈코입이구나 생각 할 정도였으며 기다란 꼬리가 바닥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크..커헉! 켁켁...!

“... 쟤 뭐하냐?”

아무것도 안했는데 갑자기 기침을 한 놈이 한주먹 정도의 흙을 토해냈다.

-큼큼!!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지?! 감히 내 영역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응?”

입만 뻐끔거리는 게 아니라 정확히 말을 한 녀석. 그러나...

“뭐라는 거야?”

“저도 잘...”

아무래도 언어가 너무 다른 것 같았다. 아무리 말해도 알 수 없는 언어에 서로 간 의사소통은 불가능 했다.

“이러다 통역사 하겠는데.”

-??

반화가 그런 녀석을 향해 검은 기운을 쏘았다.

-크륵!?

놈이 반화의 검은 기운에 당황하며 버둥거렸지만 안타깝게도 그 저항은 무의미했다. 검은 기운에 뒤덮인 순간 이미 놈의 기억은 반화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뭐야, 여기 살던 놈이 아니네?”

“예?”

“다른 곳에서 온 놈이라고.”

“다른 곳이요??”

놈의 기억 일부를 흡수한 반화는 인상을 쓰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놈은 아틀란티스에 살던 놈이 아니었다. 어쩐지 이 곳 땅에만 중력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게 저 놈이 살던 곳과 함께 이곳으로 이동되면서 생긴 것이었다. 해골씨가 재미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여긴 줄 알았는데 여기가 아닌 모양이다.

“해골 대가리 자식... 아는 게 없네. 쯧... 분명 이것도 몰랐다고 하겠지?”

반화의 중얼거림에 궁금증이 극에 달한 에나스가 재촉하듯 물었다.

“설마 이계의 존재라는 건가요?”

“어, 자기가 살던 곳이 망했는데 겨우 도망쳐 온 거야. 저 놈은 땅이랑 다름없으니까 덩달아 주변에 있던 핵까지 끌고 온 모양이야.”

“그럴 수 있나요...?”

핵이 끌려 왔다면 분명 아틀란티스의 핵과 부딪혀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든 에나스, 그러나

“넌 여기 크기가 얼마 정도라고 생각 하냐?”

“아...”

이 방대한 아틀란티스의 크기는 이정도 되는 땅을 핵과 함께 이식했다고 크게 티 날 정도가 아니었다. 그나마 영향을 준 것이 이 주변의 중력이 약해진 것.

-크으으... 내게 무슨 짓을?!

“도망자 새끼가 말이 많네.”

-!!! 어떻게?!

말도 못 알아듣던 존재가 갑자기 자신이 쓰는 언어를 쓰면 당연히 놀라기 마련. 놈도 그랬다. 반화의 정확한 발음에 놀라고 그 내용에 또 놀란 녀석.

“어떻게 알긴 훔쳤지.”

-!!

.

.

.

차원 이동, 게이트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세계는 연결된다. 그리고 그 어떤 방법으로든 한번 연결된 차원은 그 다음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올라간다.

보통 차원이 연결되는 경우는 게이트, 우연히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와 아틀란티스가 그 예이다. 스톨로지와 연결도 마찬가지. 이렇게 연결된 통로는 단발성으로 끝날 수도 아니면 영구적으로 연결 될 수도 있는데 보통 죽은 차원과 살아 있는 차원이 연결이 되면 영구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반해 인위적인 간섭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통로이라면 단발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반화가 발견한 놈이 그런 경우이다.

놈은 멸망해가는 차원에서 도망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모든 힘으로 차원을 비틀었고 그 틈으로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여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존재했다. 우연이든 뭐든 이미 한번 연결된 차원은 또 다시 연결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

반화처럼 아예 차원을 정확하게 찢은 다음 통과하는 것과는 다르다. 반화가 쓰는 방법은 주로 차원의 괴물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찢어진 부분은 완벽하게 봉합되어 버린다. 깔끔하게 찢었으니 깔끔하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반화 앞에 있는 놈이 한 것처럼 해버리면 과거 반화가 마계로 넘어갈 때처럼 흔적이 남아 버린다.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는...

.

.

.

-그 , 힘은 뭐지??

“이거?”

스으으으... 낼름!

“저...저기... 이거 좀...”

반화의 등 뒤에 있다가 괜히 낼름거리는 검은 기운에 봉변을 당한 뻔한 에나스가 기겁하며 반화를 불렀다.

“응? 왜 거기 있어?”

“...아까부터 있었거든요?”

-아빠아아!! 삼이도 할 수 있어!!

“??”

치지지지지직!!!!

치직!...흐물...흐물...

-히히!! 똑같지?

“어... 그러네?”

색이 조금 다르고 힘이 다르긴 했지만 삼이의 꼬리에서 나온 한 줄기 푸른 벼락이 반화의 검은 기운처럼 넘실거린다.

-맹이도!!

“...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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