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다른 세상에서 온 녀석 #
175화
“저, 저...”
에나스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폭포를 가리키며 반화에게 뭔가 말하려 했다.
“응? 왜 저게 신기하다고?”
“아뇨! 그게 아니라 저기에 뭔가 있는데요?”
“??”
에나스의 말에 자세히 살펴보는 반화.
“부엉이?”
폭포수를 따라 떨어져 내리는 건 부엉이였다. 정신을 잃고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내 푸드덕 거리더니 당황한 듯 깨어나 날개를 휘저었다.
“...뭐하는 거지.”
중력이 약해 다행히 땅에 부딪히는 일은 없었지만 부엉이 치고 참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삼이가 아까 뭔가 쏘는 것 같았는데 저건 가 봐요.”
“아아, 그랬어? 요 똥꼬양이! 아빠가 아무거나 막 쏘지 말랬지.”
-헤헤헤...
반화의 손에 붙잡힌 삼이가 골골골 애교를 피우며 빠져 나가려 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은 반화가 녀석을 다시 공중에 풀어 줬다. 그런데 가던 길 가면 아무 일없을 텐데 굳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부엉이...
정확히는 삼이를 향해 미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노오오옴!!!!
“부엉이가 말을 하네?”
“...고양이, 강아지도 하는 데요 뭘...”
“그건 그러네.”
반화가 잠시 말하는 부엉이를 보고 갸웃하자 에나스가 친절히 예를 들며 반박했다. 쉽게 수긍한 반화는 저 불쌍한 중생을 바라봤다. 그런 반화의 안타까움에도 삼이의 지척까지 날아온 녀석.
쇄애애애액!!!!
텁!
-...?
날카로운 발톱을 삼이에게 뻗어가던 녀석은 갑자기 공중에 뭔가에 의해 막히며 대롱대롱 매달려 버렸다.
-이건 먹을 수 있을 려나?
-치킨!
고개를 슬쩍 돌려 자신을 붙자고 말을 하는 존재를 흘겨 본 부엉이. 안타깝게도 하얀 털이 뒤덮고 있는 손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뭔가 말하는 것 같은데 서로 이해가 안 되는 언어를 썼다. 그러나 어쩐지 그 말에 불길함을 느낀 부엉이.
-빼애애애액!!!
-아이, 시끄럽게! 실례야!
꿍!!!
-커헉!
장난스럽게 내려친 솜방망이에 뇌가 흔들리는 충격을 받고 나서야 녀석이 잠잠해진다.
-이모, 이모... 아빠가 아무거나 잡지 말래...
-응? 그래?
휙!!!
철푸덕!!
삼이의 말에 냉큼 손에 든 부엉이를 던져버린 맹이가 손을 탁탁 털었다.
-에비비.
-크으... 이 자식들...
눈으로는 죽일 듯 맹이와 삼이를 노려보지만 몸은 점점 멀어지는 부엉이.
“맹, 삼! 저거 어디서 났어?”
그런 부엉이를 보며 반화가 혀를 차며 물었다.
-웅? 몰라! 갑자기 나타났는데?
“진짜? 어디서 가져 온 거 아니고?”
-진짜!
삼이가 반화의 의심에 발끈했다. 저 당당한 표정으로 봐서 진짜 삼이가 건드린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온 것이 확실한 것 같다.
“쯧, 운도 안 좋은 놈.”
하필 여길 와서 저 꼴을... 그때,
-마스터!!!!
“?”
갑자기 하늘에 떠있는 땅을 향해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녀석. 꼭 뭔가 부르는 것 같았다. 친구라도 부르는 건가하고 하늘을 보는 삼이와 맹이.
쿠르르르...
쩌어어어억!!
“오오?”
“저게 뭐죠??”
에나스가 하늘을 보며 반화에게 물었지만 반화도 처음 보는 것이다. 공중에 떠있는 땅의 밑 부분이 뒤틀리면서 얼굴을 만들고 그 얼굴에 입이 벌어진 모양의 기괴한 모습이었다.
-!!!!!
“!?”
소리 없는 피어에 에나스가 깜짝 놀라 흠칫했지만 반화는 물론 삼이, 맹이는 아무렇지도 멀쩡했다.
-??뭐, 뭐지?
오히려 부엉이가 그런 반화 일행의 반응에 당황했다. 감히 자신의 마스터가 지르는 피어에 멀쩡하다니.
.
.
.
콰아아아앙!!!
“젠장!!! 저 새대가리 자식들!!”
“꺄아아악!!!”
쾅!!!
“크하하하하!!!! 하찮은 인간들 따위가 우리의 제안을 거부해?? 후회하게 해주마!!”
쇄애애애액!!!
쾅!!!
“...”
스윽...
갑자기 날아온 강기에 괜히 폼을 잡다가 맞은 놈이 인상을 쓰며 돌아봤다.
“어떤 놈이냐!!”
...
조인족의 계속된 강요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자 결국 놈들은 전투 병력을 이끌고 미국 본토에 쳐들어 왔다. 순식간에 쳐들어 온 놈들은 빠른 기동력으로 막고 있던 미군 병력을 무력화 시키며 도시를 초토화 시켜버렸다. 능력자들은 놈들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고 화력도 놈들의 몸을 감싼 깃털을 뚫지 못했다. 말 그대로 신의 자식들이라는 말에 가깝게,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인간들에게 신의 징벌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부수며 난동을 부리던 놈들. 급기야 미국에서는 도시에 전투기로 폭격까지 하려 했지만 놈들의 속도는 전투기로도 잡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빠른 놈들이라 잠시 방심하고 있었다고 머리에 날아오는 강기 하나를 못 피했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일 텐데 이 새대가리들은 피지컬은 정말 좋은데 머리가 못 따라갔다.
“뭐야 이 해골은?”
“새대가리가 아니라 돌대가린가?”
죽으라고 날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많이 아프게 때렸는데 멀쩡한 모습의 조인족을 보며 해골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폴리 크랙이다!!”
해골씨 주변에 포진된 사람들을 발견한 인간들이 소리쳤다. 조인족들의 오만이 아니었다면 벌써 다 죽었을 그들에게 희망이 불타올랐다. 세계 최고 군수 기업 폴리크랙의 능력자팀은 최강이라고 평가 받는 한국과도 비견될 만하다고 자기들끼리 말하고 다닐 정도니 그들이 저렇게 소란 떠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흐음...”
스윽...
휙!!
퍽!!!
...
“!!”
해골씨가 이상하다는 듯 또 다른 새대가리에게 강기를 날려 봤다. 역시 반응도 못하고 강기에 맞은 놈의 머리가 터지며 조인족으로서는 첫 사상자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본 해골씨 앞의 조인족이 깜짝 놀랐다. 방심해서 맞은 게 아니라 아예 반응을 못 할 정도의 은밀함과 속도였다.
“무슨!?”
“허허허허, 이 새끼... 니 대가리가 단단한 거였군.”
해골씨도 황당한 듯 앞에 있는 녀석을 보며 웃었다. 같은 힘으로 쳤는데 하나는 즉사, 한 놈은 모기가 물었냐는 듯 하는 반응을 봐선 저 놈의 대가리는 진짜 단단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새대가리! 협상할 때 매번 나오는 놈이었어!!”
“!!!”
비슷비슷하게 생긴 놈들이지만 깃털색이 유난히 거무튀튀한 놈이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매번 협상 때 나와 깽판을 치던 놈인 것을. 한번은 와이번 테이머와 붙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도 와이번의 꼬리에 대가리를 맞았지만 멀쩡했던 놈이었다. 그리고 그 와이번은 지금 회복중이라 이번 전투에는 참여도 못했다.
“해골 대가리주제 한 가닥 있구나!!!”
새애애액!!!
“?”
후우웅!!!
“!!!”
바로 정면에서 날아오는 놈을 간단히 피한 해골씨가 놈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갑자기 공중에서 멈춘 돌새대가리.
“으윽! 이게 무슨?!”
“대가리가 좀 나쁘긴 하지만 필요한 건 육체니까 그 정도는 감안하고 가져가야겠군. 샘플이 튼튼하면 들고 가기 좋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뭐?!”
해골씨의 말에 이해가 덜 된 놈이 바둥바둥 거렸지만 촘촘한 해골씨의 거미줄 같은 힘에 놈은 벗어나지 못했다.
“?! 해골? 리치!?”
폴리 크랙만 봤다가 이제야 발견한 해골씨를 보며 사람들이 놀랐다. 자기들도 모르게 경계하게 되는 비주얼인 해골씨...
“걱정 마세요! 우리 편입니다!”
“어?! 샌디 크랙?”
많은 활동으로 얼굴이 알려진 샌디 크랙이 해골씨에 옆에 있다는 걸 발견한 사람들. 일반인에다가 유명한 그녀가 이런 전투 현장에 와있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도 저러다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폴리 크랙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경영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도달할 정도의 여자였다.
그래도 샌디 크랙이 옆에 있어 해골씨와 충돌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해골씨!”
“이 정도는 서비스로 해주지.”
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해골씨가 여유롭게 말하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마치 악마의 재림과 같은 모습이었지만 실제로는 구원자였다.
“좀 멀리 퍼져 있군.”
아무래도 날개 달린 놈들이다 보니 여기저기 마구 흩어져 온갖 것들을 부수고 다니고 있었다.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은 해골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손을 쓰기 시작했다.
피슉!!
콰아앙아!!!!
“?!?”
순식간에 한 놈을 그야 말로 지워버린 해골씨. 그러나 사람들이 놀란 이유는 조인족이 한 번에 지워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니, 저 새대가리들 보다 더 부수고 있잖아!?”
당황한 나머지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아까 분명 강기로 간단하게 머리를 날리는 걸 봤는데 굳이 범위를 넓혀 죄다 부숴버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아, 내가 눈이 좀 안 좋아서. 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정확도가 좀 떨어져서... 그러다 놓치면 안 되잖아?”
“해골씨?...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요! 댁이 눈이 어디 있어!”
샌디가 너무 황당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빽! 소리를 질렀다.
“허허허, 똑똑하구만. ...(쳇..)”
‘분명 마지막에 쳇 이라고!’
해골씨는 반화의 의해 만들어진 존재. 당연히 성격도 그에 영향을 받았다. 반화와 있을 땐 비교적 멀쩡하지만 옛날, 제국을 박살낸 적이 있을 정도로 막가파이기도 했다. 요즘 반화에게 집에서 뒹군다고 구박을 많이 받았던 터라 스트레스가 좀 쌓인 해골씨. 이번 기회에 조금은 풀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국은 이 위기를 해골씨 덕분에 막겠지만... 도시가 엉망진창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지금 미국 최강 능력자들이 조인족 한 놈을 잡고 끙끙 거리는 사이 좀 과하지만 확실하게 도시와 함께 지워버리고 있었으니까.
...
퍽!!!!
“...이제 끝난 건가요?”
다행히 몇 번 장난치던 해골씨는 이내 장난은 그만 두고 제대로 놈들을 하나씩 지웠다. 조인족 따위가 해골씨의 털끝...이 아니라 뼈끝 하나 건드릴 순 없었다. 손이 가는 족족 놈들의 머리통을 터트리며 제거한지 5분 만에 천이 넘는 조인족 전투병력을 지워버렸다. 장난은 몇 번 하지 않았지만 그 범위가 조인족이 난장 피운 범위보다 조금 더 넓었기에 도시는 반파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들은 피해서 했다는 것?
샌디 크랙은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잠시 고민되었지만 어쨌든 막기 못할 침략을 막았기에 해골씨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뭐, 덕분에 나도 스트레스도 풀고 좋았네.”
“...예.”
그 집 식구들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푸는 군요 라는 말이 입속에 맴 돌았지만 생각해보니 저 집 대장은 나라를 그냥 박살내버리니 그나마 나은 건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난 돌아가 보지. 아, 저 사체들은 알아서 쓰게나. 꽤 좋은 재료니까.”
“네!? 저걸 저희 가지라고요!?”
“난 이놈 하나, 샘플이면 충분하니까. 좀 과하게 손 쓴 대가라 생각하게. 오락? 예전에는 돈 넣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며?”
“...”
‘참 비싼 게임이네요... 스케일도 아주 방대하고요...’
차마 입 밖으로는 말하지 못한 말...
그런 샌디를 남겨 두고 해골씨는 새대가리를 가지고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