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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74화 (175/295)

# 174화- 다른 세상에서 온 녀석 #

174화

서쪽 반화의 스승이 잠든 곳으로 이동한 일행들.

“얜 또 뭐 이렇게 자냐?”

에나스의 품에서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는 삼이를 보며 반화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출발 할 때까지만 해도 쌩쌩하던 녀석이 차를 타자마자 뻗어버렸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과하게 깨발랄할 때 차를 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했다. 드라이브를 핑계로.

“잘 자네요. 아기처럼.”

“어떤 아기가 저렇게 자?”

“...”

마치 꽈배기처럼 꼬여서 자고 있는 삼이 녀석... 맹이 녀석은 동글동글하게 몸을 말아 공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얼마나 걸리는 거죠?”

“몰라.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예...??”

아니, 위치도 모르면서 뭐가 이렇게 당당하게 출발 한 거지...? 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반화를 보는 에나스.

“겸사겸사 그냥 가는 거야. 얘들은 이렇게 놀러 가줘야 사고를 덜 치니까. 사고를 쳐도 별장에서 치면 안 되고.”

“아아...”

이왕 치를 사고, 집 말고 다른 곳에서 치고 오겠다는 건가?

“그럼 기간은 딱히 정해지지 않았네요?”

“엉.”

에나스는 되도록 오랫동안 여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그 시간 반화가 떠난 별장에 의외의 손님이 찾아 왔다.

쿵!!!!

쿠웅!!!

“응...? 뭐지”

땅을 울리는 진동에 일어난 까망이가 진동의 원인을 찾아 고개를 들었다.

“...?!!!! 뭐야, 저건!!”

거대한 산이 호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까망이가 화들짝 놀라 주변에 널브러진 녀석들을 모두 깨워 버렸다.

-삐이익!!

치지지지...

성질 더러운 동이가 그 소란에 대뜸 전류를 일으켰다.

“아니, 저거 보라고!”

자신에게 짜증을 내는 동이에게 까망이가 답답하다는 듯 다가오는 산을 가리켰다. 그제야 까망이가 가리키는 것을 발견한 동이.

-삐릿?

“어, 어떡하지?”

까망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지만 동이와 부스럭 거리며 이제 일어난 롭스는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산 하나 움직이는 것 정도야 뭐...

-꾸엉.

-삐익!

-꿍?

-삐이익!

후우우웅!!!!

작은 모습에서 진짜 모습을 변한 동이가 단숨에 날아올라 다가오는 산으로 향했다.

-!!!!

-삐이?

주변을 날아다니며 놈의 정체를 파악하던 동이. 그때 갑자기 산 중심이 갈라지며 동이를 향해 뭔가 날아 왔다.

쇄애애애액!!!!

솨아악!!

휙!!!

-삐익!!!!

우르르릉!!!!콰아앙!!!!

-크롹!!!

자신에게 날아온 뭔가를 가볍게 피한 동이가 감히 자신을 공격한 놈을 향해 벼락을 선물해 줬다. 뭔가 타는 냄새와 함께 괴로운 비명을 지른 산(?).

-쿠아!쿠아!!

쿵!!! 쿵!!!

우르르르...

놈이 자극을 받은 건지 갑자기 별장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에 깎여 나가는 산. 그 덕에 놈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졌다.

“..거북이?”

거북이 보다는 악어나 드래곤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놈의 등에 매인 거대한 등껍질 덕분에 거북이도 착각한 까망이는 아연실색하며 달려오는 놈을 넋 놓고 쳐다봤다.

-꾸옹...

한숨을 쉰 롭스가 터덜터덜 걸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스스스스스!!!!

“어...??”

롭스의 진짜 모습은 처음 본 까망이가 놀란 듯 어버버 거렸다. 크기로 치면 지금 달려오는 거북이 같은 녀석보다 훨씬 컸다. 물론 키가 큰 것이지 덩치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태 자신의 다리 하나 만도 못했던 존재가 거대해지자 말을 잃은 까망이. 저런 녀석과 물놀이를 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달려오는 거대한 산 같은 거북이를 간단하게 발로 뻥 차서 날려 버렸다는 것이다.

쿠어어어어!!!!!!!

오랜만에 제대로 질러보는 롭스의 포효!

-크롸앙!!!!!

그런 롭스에게 차여 자존심이 상해 버린 놈이 분노한 포효를 마주 질렀다. 안타깝지만 동이는 녀석들의 싸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진 못했다. 동이의 강점은 빠른 속도로 상대를 농락하는 건데 대신 데미지가 좀 약했다. 거북이 지배자 같은 놈과는 조금 상극이었다. 물론 괴롭히는 건 이런 쪽이 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괴롭히는 것 보다 반화의 별장에서 놈을 날려 보내야 하기에...

쾅!!!

-쿠아악!!!

롭스의 오른 손 주먹이 놈의 턱주가리에 정확히 박히며 싸움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다행히 반화에게 혼날 정도로 주변이 망가지지 않았다. 놈이 달려들기 전에 날려 버린 것이 유효했다.

거대한 놈의 꼬리를 잡고 질질 끌고 사라지는 롭스... 이 녀석이 롭스의 영역임을 알면서도 달려든 이유가 뭘까? 지배자들은 본능적으로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 상대와 싸워서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 텐데.

꿀꺽...꿀꺽..

“크으으으... 속 시원하네.”

향긋한 크로롱액으로 가득한 호숫물로 마음을 진정시킨 까망이. 크로롱액은 원래 몬스터, 혹은 생물체들은 꾀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만들어진 몬스터의 미끼였다. 본래 사용하던 것의 크기의 몇 십 배는 되는 크기의 크로롱액 호수가 생겨 버렸으니 주변에 눈치를 보던 놈들이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간단하게 거북이 하나를 처리하고 돌아오는 롭스.

-꾸옹...?

어딘가 낯익은 존재를 하나 발견했다.

-끼에엑...?

쁘니 때문에 곤욕을 치룬 거미 몬스터... 그녀석이 어색한 몸짓으로 호수 물을 마시다 롭스에게 딱 걸렸다. 워낙 약한 놈이라 다들 신경을 끄고 있어 몰랐던 것 같았다.

-꾸옹~

대인배의 모습으로 거미양에게 기꺼이 호수 물을 마시게 한 롭스.

그러나 거미는 그 물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후딱 마시고 꽁지 빠져라 도망쳤다. 이제는 더 이상 볼일 없을 거라 생각한 괴물이 또다시 생각이 났다... 그 허연 털 복숭이... 지금은 안 보였지만 언제 또 나타날지 몰랐다.  아직도 놈에게 탄 꽁지가 뜨거웠다... 속으로 잠시 달콤한 향기에 취한 자신을 욕하면서...

롭스는 그런 녀석을 이상한 눈을 봤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여기서 살다 보면 저런 건 특이한 축에도 못 끼었으니까.

그리고 꼬맹이와 삼이가 떠나서 좀 쉬나 했던 반화의 별장은 예상치 못한 손님들로 롭스와 동이 녀석들은 점점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분명 그대로 놔뒀다가 별장이 또 망가지기하도 하면 반화에게 혼나는 건 자신들이었다. 령이와 순이가 가끔 들려 놀곤 했지만 녀석들은 구경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냥아치와 냥아치의 집사는 혼나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

.

.

부우~웅~

-우아아아~

-히히, 나도 난다아~

한참 서쪽으로 향하던 반화 일행은 잠시 쉴 곳을 찾던 중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헛바퀴 돌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두둥실 떠버린 것이다.

“뭐야, 여긴?”

반화의 기억에도 없는 곳이었다. 그라고 모든 곳을 돌아다니진 못했으니까. 뭐, 어쨌든 잠든 아이들을 단숨에 깨워 버릴 정도로 흥미 있는 곳이긴 했다.

역중력.

아니, 정확히는 중력이 반대로 작용한다기보다 중력이 약한 곳이 맞는 표현이었다. 반화 일행이 들어 온 영역부터 시작해서 꽤 넓게 이런 곳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아마 해골씨가 말한 곳이 이런 곳이 아닐 까 싶었다.

“무중력 까진 아닌데... 재미있는 곳이네.”

“그러게요. 신기해요!”

에나스도 조금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의 몸이 깃털처럼 이리 저리 움직이는 걸 느끼며 함박미소를 짓는다. 그동안의 여왕이라는 중압감을 한 번에 씻어내는 듯 했다.

“저건 자연적으로 생긴 건가?”

가장 장관인 모습은 거대한 땅 덩어리가 하늘에 둥둥 더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분명 자연적으로 보이긴 했는데 느낌으로는 매우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줬다.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런 곳을? 그냥 자연적으로 생긴 걸까요? 가끔 강한 신수, 정령, 몬스터가 사는 곳은 이렇게 자신들의 특성에 맞게 환경을 변화시킨다고 알고 있는데....”

세계수의 주변이 온통 숲으로 이루어 진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크라센이라는 고대 괴물은 용암지대로 자신이 영역을 꾸미기도 했었다.

“흐음... 그런가? 이정도의 영향력을 쓰는 녀석이라...”

아무래도 이 중력 이상현상은 저 하늘에 떠있는 섬을 위해 만들어 진 것 같았다. 한번 인위적이라고 생각하니 확실하게 인위적인 느낌이 확 들었다.

-얍!!!

퐁~!

-얍얍!!

퉁~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얼음 볼을 만들어 가벼운 중력상태에서 주고받는 녀석들. 어릴 적 트램플린을 타는 느낌일까? 녀석들에게는...

“한번 가 볼까?”

이런 곳을 만든 놈이 잠시 궁금해 반화가 고민했다. 그러나 에나스는 반대했다. 분명 좋은 결말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가장 좋은 결말이 반화의 노예가 추가되는 것일 테니...괜히 잘 살고 있는 녀석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반화의 생각을 돌렸다.

다행히 반화는 별 생각 없이 그냥 에나스의 말에 따랐다. 그도 그냥 궁금했을 뿐이니까. 아이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걸 지켜 보던 반화는 식사를 준비했다. 크로제가 남긴 살들 덕분에 아주 푸짐한 한상을 차린 그가 아직도 놀고 있는 녀석들을 불렀다.

-고기다 고기!

크라센 고기의 맛이 화끈한 맛이라면 크로제 고기의 맛은 시원함이었다. 마치 냉채를 먹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고기는 실컷 놀다 갈증이 난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생전 이런 고기는 처음 먹어 본 에나스는...

“우아아아....”

한 점 먹고 감탄하고 또 한 점 먹고 감탄하고를 반복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아이들은 또 논다고 휙 날아 가버렸다.

“반화님... 반화님은 얼마나 살 수 있나요?”

뜬금없는 에나스의 질문에 멀뚱히 그녀를 바라본 반화.

“모르지 나도.”

사람처럼 보여도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힘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가질 수 없는 힘이었으니까. 괴물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임을 버리고 얻은 힘이었다. 과연 자신이 죽을 수 있을 까라는 의문도 가끔 들었다.

“그건 왜?”

“가족 분들은 평범한 인간이잖아요... 그럼 분명...”

뒤 말은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분명 언젠가 반화는 혼자 남겨질 것이다. 그의 가족들을 자신처럼 만들 생각이 없었으니까. 까불던 명하도 점점 나이를 먹으며 늙어갈 거고 부모님은 그보다 빨리 늙으실 것이다. 물론 가시는 날까지 건강하시라고 푸롱 열매며, 크로롱액이며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건강하시게 해줄 뿐이다. 인간의 수명은 DNA에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게 반화의 곁을 하나 둘 떠날 것이다. 그런 반화가 조금은 걱정된 에나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그리고 그들이 떠난다고 해서 내 옆에서 다 사라지는 건 아니야. 저 똥고양이같은 녀석도 있...얌마! 뭐해!”

화들짝!

-히히...봤어...?“

진지한 얘기를 하는 와중에 또 사고치려는 삼이를 발견한 반화가 소리를 질렀다. 한눈을 팔면 꼭 일을 저지르려고 했다...

은근 슬쩍 하늘로 뻗은 손을 거둔 삼이가 멋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맹이에게 달려가 안겨버린다.

“에휴...”

“...반화님?”

“왜.”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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