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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68화 (169/295)

# 168화-대륙의 주인 #

168화

“왜 갑자기 이런 놈이!”

“저는 힘들겠어요..!”

세계수는 공격 한번 막기 버거워 보였다. 롱이는 자신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세계수를 돌아봤다.

“그만해! 여기서 멀어져 빨리!! 조금 있으면 마스터가 올 거야.”

롱이는 믿었다. 자신의 마스터가 분명 올 거라고... 그 전까지는 세계수만 멀어지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놈은 강했지만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스으...스으...젠장... 왜 하필 저런 놈이 걸려서...

자신보다 약하지만 롱이가 품은 기운은 자신과 상극이었다. 불의 기운을 품은 나무라니... 빙 속성을 가진 자신에게는 아주 성가신 존재였다. 그냥 뿌리치고 가려고 해도 집요하게 발목을 붙잡는 통에 제대로 열을 받아 정신 공격까지 해봤지만 롱이와 세계수에게 그런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쓰러트리고 가야하는데 2/3만 남은 몸통을 회복도 못 시키고 싸우려니 점점 벅찼다.

“이곳은 마스터의 영역!! 네까짓 놈이 그분의 영역을 이렇게 만든 걸 가만 두실 것 같아!?”

롱이가 놈을 붙잡는 이유는 사실 뭐 빠져라 복구 시켜 놓은 지역을 놈이 나타나 순식간에 박살낸 것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분명 반화가 복구하라고 한 것이 자기 영역임을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니까. 생각보다 북 대륙의 고대 지배자였던 뱀 괴수, 크라센과 형제인 크로제가 강해서 좀 난감했지만 속성 때문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시간을 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세계수는 롱이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고 옆에서 도와주다 힘이 떨어진 것이다.

-스라아아아!!!!

쩌저저적...콰르릉!!!!

계속된 롱이의 견제에 제대로 열 받은 놈. 롱이가 감싸고 있는 세계수를 발견했다.

-크흐흐..

“!!”

놈의 시선이 세계수에게 향한 걸 눈치 챈 롱이가 재빨리 놈의 시선을 가렸지만 이미 놈은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을 날고 있던 놈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었고 롱이의 방어를 뚫고 세계수에게 발을 뻗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퍼어어억!!!!

-!!!컥!...

반화가 온 것도 순식간이었다.

“잡았다 요놈!”

-크륵...뭐, 뭐...!!!

마왕의 기억 속 괴물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그는 재빨리 도망가려 했지만 롱이가 눈치 채고 놈의 발목을 새하얀 화염이 감싸고 있는 줄기로 묶어 버렸다.

“응? 근데 롱이 너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분명 여기를 잘 꾸며 놓으라고 한 것 같은데...?

“농땡이 피우다가 한 건했네? 봐줬다.”

뭘 봐줬다는 건지 1도 이해되지 않는 롱이는 허무하게 반화에게 묵사발이 되고 있는 크로제를 보며 힘이 쭉 빠졌다.

“설마 기억을 못할 줄이야... 아닌가? 그냥 안 한 건가?”

토닥..토닥...

세계수가 풀 죽은 롱이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지만 실망감은 풀어지지 않았다. 존경하던 자에게 잊혀졌었다니... 지금은 다시 난장판으로 변했지만 그래도 꽤 복구했던 대륙이 눈앞을 아른 거렸다.

퍼어어억!!!

“찰지구나!”

퍽!!!

-크헉! 그...그만!!

“시끄러!”

퍽!!

놈의 항복에도 반화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너 때문에!”

퍽!!

“내 별장이!”

퍼어억!!

“망가졌잖아!!!”

뿌직!...?? 방금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반화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녀석을 잘근잘근 다졌다.

“후우... 오랜만에 몸 좀 풀었네.”

몸이 정상이 아닌 놈이라 반항도 별로 없었다. 이 놈과 비슷했던 크라센 같은 경우에는 반항을 하도 많이 해서 서대륙 하나를 통째로 날렸는데 지구에 넘어 온 이놈은 이미 힘이 다 빠진 상태에 롱이까지 상대하느라 반화의 주먹질을 견디지 못했다.

기절해 버린 놈을 들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반화... 그리고 또 다시 남겨진 롱이와 세계수.

“또...갔어..”

스윽...

“!!?”

사라졌던 반화가 다시 나타나더니 롱이와 세계수를 쳐다봤다.

텁! 텁!

“?????”

스륵...

순식간에 유아 납치...가 아니라 나무 둘을 납치한 반화가 나타난 곳은 호숫가 별장.

“롱아.”

“...예.”

순식간에 납치된 롱이가 반화의 부름에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여기가 원래 진짜 예뻤거든? 근데 이 놈 때문에 이 모양이..응?”

-이야아아아아!!!

풍덩!!!

“...방금 뭐지?”

뭔가 호수를 향해 날아가다 떨어졌는데 반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하늘색에 털이 뿜뿜 한 것이 삼이를 닮은 것 같은데...

-이요오오오오!!!

슈우웅!! 풍덩!!!

“...”

맹이와 삼이 번갈아 가며 날아다니다가 호수로 빠지는 걸 목격한 이들은 황당함에 말을 잃었다. 무슨 워터파크도 아니고 뱀 허물을 타고 내려와 호수에 빠지다니...

-응? 아빠? 왔어?

먼저 물에 빠졌던 삼이가 반화를 발견하고 단숨에 그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온몸의 털이 젖은 상태로...

철퍽!

“넌 고양이가 왜 그렇게 물을 좋아하냐?...”

날개와 뿔이 달린 것 빼곤 누가 봐도 고양이인 녀석이 물을 정말 좋아했다. 축축해지는 품을 느끼며 반화가 녀석들이 만든 광경을 쳐다봤다.

“이런 건 또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티비에서 봤어!

-아빠가 안 놀아 주니까...

삼이의 발랄한 대답과 맹이의 조금 눈치 보는 목소리에 반화는 가슴이 아팠다. 워터파크를 못가서 직접 만들다니...이 녀석들...

꽁! 꽁!

“이 자식들이... 아빠가 호수는 망가트리지 말랬지?”

허물을 이리저리 옮겨 댄 건지 난장판에 난장판을 더해 흙탕물처럼 뿌옇게 변한 호수...

-힝...

“에휴... 롱아.”

“...예...알겠습니다.”

반화가 뭘 말할지 본능적으로 짐작한 롱이가 한숨을 쉬더니 호숫가로 다가갔다.

“너 혼자 하지 말고 이 녀석들 시켜. 노에라도 보내 줄 테니까... 그리고 애들이 원하는 놀이기구도 만들어 줄래?”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그런데...그 중국 대륙은?”

“그거? 그냥 버려. 쓸모도 없는 땅인데 뭐.”

“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세계수와 놀러나 다닐 걸 하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리고 세계수는 지금 자신이 온 이곳을 살펴보며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대대적인 공사가 진행 되었다. 파스까지 동원된 이번 공사는 아예 호수 바닥에 복합 마법진을 영구적으로 새겨버렸다. 동력은 크로제의 마정석. 그리고 마법진을 그리는데 사용한 물질은 크로제의 피. 알뜰살뜰 놈을 해체해 살은 따로 보관하고 가죽과 비늘, 그리고 뼈는 워터파크의 놀이 기구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원형을 살리면서 만들었기에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살벌한 워터파크였지만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했다.

-우오오오오!!!

허물보다 튼튼하면서 거대한 가죽 덕분에 거의 산하나 크기의 워터파크 미끄럼틀 기구가 만들어 졌다.

만약 누군가 이걸 봤다면 진짜 미친 짓이라고 했을 것이다. 겨우 이런 놀이기구를 만들기 위해 그런 재료를 사용하다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면 되는 반화는 만족스럽게 롱이와 노에라, 그리고 파스의 합작품을 바라봤다.

“좋네. 마법진은?”

[정화, 보호, 순환 등등 각종 마법진은 죄다 넣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마정석 용량이 남더군요. 나중에 필요한 게 생기면 더 추가해도 됩니다.]

-끼야야야~~~호!!!

풍덩!!!

시범적인 운용은 삼이가 했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반화에게 안겼다.

“좋아?”

-응응!!

“그래그래, 나도 괜찮네.”

옹이 녀석이 뿌려진 곳이라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 자신과 있는 이 녀석들도 소중했다. 그리고 옹이 녀석도 분명 좋아했을 것이다. 동생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있으니까.

“롭스 녀석은 좀 의외긴 한데...뭐, 보기에 좋네. 근데 쁘니는 어디 갔어?”

동이, 롭스 다 개장한 반화표 워터파크를 즐겼지만 어째서인지 쁘니가 보이질 않았다. 식구가 많아지다 보니 게으른 반화가 일일이 챙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쁘니라면 지금 루네스와 함께 인간들과 함께 있습니다.]

“응? 걔는 또 왜?”

[...글쎄요...?]

반화만큼 돌+아이인 루네스인지라 파스도 이해하긴 어려웠다.

“적당히 놀다 오라고 해. 어디 있는지는 알아?”

[예, 중앙대륙에 있습니다. 덩치와 용용이와 함께요.]

“아~ 그래?”

그 녀석들과 같이 있다면 아마 용군주와 같이 있을 테니 사냥 중일 것이 뻔했다. 녀석들에게서 신경을 끈 반화는 세계수와 롱이를 봤다.

“다시 돌려줄까?”

“...저...부탁이 있습니다.”

반화의 말에 세계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저희 엘프 왕국이 이 근처로 와도 되겠습니까? 물론 어떤 피해나 불편을 드리지 않게 잘 말하겠습니다.”

“굳이 왜? 지구도 괜찮잖아? 여긴 마나흐름이 점점 멈출 텐데?”

“아니요. 다시 이곳의 마나 흐름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요.”

“??”

세계수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 반화. 이내 녀석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그동안 지배자들에 의해 막혔던 마나의 흐름이 반화가 죄다 박살내면서 막혔던 곳들이 뚫리기 시작해 죽어가던 아틀란티스가 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 표정으로 봐?”

롱이의 눈초리에 반화가 으르렁 거렸다. 재빨리 고개를 돌린 롱이는 생각했다. 그냥 다 때려 부수다 보니 죽어가던 세계가 경기를 일으켜 살아난 것이 아닐까...라고.

“마음 대로해. 원래 니들 고향인데 뭐. 근데 어떻게 오려고? 게이트 뚫어 줘?”

“그러면 감사합니다.”

“...너도 좀 뻔뻔하구나.”

반화의 제안에 넙죽 받아드린 세계수.

“그런데 엘프들이 동의하려나? 걔들 거기서 잘 살고 있을 텐데.”

현대 문명에 적응되었는데 과연 오려고 할지는 의문이었다.

“올 겁니다. 제가 여기 있으니까요.”

...얘도 좀 깡패기질이 있는 것 같았다. 롱이에게 물들...었? 롱이는 자신을 존경하며 닮고 싶다고 했는데....

“큼... 뭐 그러던지.”

괜히 헛기침을 한 반화는 호수 모래사장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따스한 햇볕에 잠이 들었다.

“...? 게이트는...?”

세계수가 그 모습을 황망이 바라봤다. 게이트 만들어 준다면서...

.

.

.

“루네스님!! 오오오오!! 루! 여신님!”

“하하하하 에이, 뭘 여신까지.”

“아닙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은 여신에 딱 맞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에게 여신 소리를 듣고 있는 루네스와 그걸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덩치와 용용이, 그리고 쁘니. 또...

“이게 몇 번째야...?”

“모르겠다.. 갑자기 몬스터들이 날뛰는 바람에 구해준 사람이 한 둘이어야지... 그때마다 저러니.”

용군주와 그 친구들은 루네스의 모습을 보여 한숨만 쉬었다. 사냥을 나왔는데 갑자기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해있었고 그때, 보이는 사람들을 루네스가 도와주며 저런 광경이 벌써 몇 번이나 일어났다. 그리고 루네스의 반응은 늘 한결같았다.

“루네스님! 당신의 신도가 되겠습니다!”

빛과 물을 뿌리며 천사의 날개를 가진 루네스의 모습은 여신 그 자체였기에 거의 신으로 보시는 자들이 늘어나있었는데 루네스는 거부하지 않았다. 인간들의 반응이 그녀에겐 너무 색달라 묘한 쾌감을 주었기 때문에. 제국 시절의 인간들은 자신을 보면 사로잡아 노예로 쓰려고 하거나 제물, 실험에 쓰려고 했지만 이들은 달랐다. 자신을 여신으로 받들어 모시며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오오! 여신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수를 주셨어!”

그냥 물을 뿌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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