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스톨로지 #
165화
자다가 한 대 맞은 반화가 짜증을 내면서 일어났다. 그러나 정작 아픈쪽은 명하의 손이었다.
“으으으...돌이냐? 뭐가 이렇게 딱딱해?”
아픈 손을 부여잡고 명하가 반화에게 칭얼거렸다.
“자는 오빠를 건드린 대가야. 임마.”
그런 명하를 비웃은 반화가 다시 자세를 잡고 누우려고 하자 명하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자지마!!! 좀!! 자냐고!! 그리고 오빠가 데리고 다니는 그 이상한 조합의 녀석들이 지금 사고 쳤다고!”
“뭔 사고?”
명하의 말에 슬며시 다시 일어난 반화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은 아니길 바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어 아주. 여신,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 이상한 고양이와 악마... 아주 난리 났다고. 이상한 고양이는 순이 같은데 순이한테 뭔 짓을 한 거야? 다 늙은 녀석이 팔팔해져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하잖아.”
“그냥 몸에 좋은 것 좀 먹였는데...그나저나 뭘 하고 다녔는데 걔들이?”
“세계적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면서 그 이상한 놈들, 망혼들이라고 했나? 그것들을 다 잡아 갔대.”
“오오, 그래?”
명하의 말에 반화는 입맛을 다셨다. 한, 두 마리 잡은 게 아닐 테니 생기를 얻을 아주 좋은 자원을 자기들이 알아서 모았다니 기특했다.
“지금 어디 있어?”
“몰라 사라졌다는데?”
“그래? 야, 나 간다.”
“...뭐!? 간다고? 지금?? 일을 이렇게...야!!!!”
명하가 반화를 붙잡기도 전에 그는 집으로 사라졌다...
.
.
.
“내 놔봐.”
“...? 뭘요?”
“망혼, 다 들었어.”
“제가 실험 할 거라고...”
“다 안 가져갈게. 좀 만 줘.”
집으로 돌아 온 반화는 지하로 내려가는 해골씨를 잡아다가 삥을...아니 망혼을 조금 얻었다.
“룰루~ 아! 니들 뭐 다른 사고는 안쳤지?”
“...”
어쩐지 반화의 말에 답이 없는 녀석들.
“뭐야? 뭐 또 있어?”
“하하하하...그게, 저 똥고양이가 말이지..”
-냐아아아!!!
마치 배신자라는 듯 쳐다보는 순이를 무시하고 령이가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균열에 대해서,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에 대해서 아주 정확하게.
“아오... 그걸 또 왜 부셔놔?”
쭈욱! 쭈욱!
-냠!!
파파박!!반화의 손에 벗어나려 했지만 그게 안 되자 순이가 반화의 똘망똘망 보며 이번에 불쌍한 척을 연기한다.
“연기 많이 늘었어? 누가 처음 봤으면 끔뻑 속겠네. 응?”
쭉!! 쭉!!
-끄아앙냥!!
한참을 괴롭힌 후에야 순이의 볼따구를 놔준 반화는 한숨을 쉬며 녀석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려 움직이려 했다.
“으으...왜 그건 또 부셔 놔서...에휴... 힘 조절 좀 하지. 안 죽는 걸 왜 두들기는 거야. 힘만 쎄서...쯧쯧.”
순이를 보며 아주 티 나게 중얼중얼거리면서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이내 집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순이는 령이를 노려봤다. 다 고자질해 버리다니... 용서할 수 없었다.
...
“열심히도 부셨네..”
균열을 살펴본 반화는 혀를 찼다. 아직 완전히 부서진 건 아니지만 간당간당하게 부서져 있었다. 이정도면 재생시키는 것 보다 그냥 부숴버리는 게 편했다.
“흐음...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음?”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녀석이 갑자기 하나 생겼다. 반화의기감에 잡힌 녀석은 잠시 가만히 있더니 이내 반화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
-...
“뭐냐? 설마 지금 나 먹으려고?”
반화의 말에 대답도 없는 놈은 생기를 찾아 그대로 달려들었다.
텁!...피쉬쉬수....
“이제 막 생긴 놈은 생기가 없네.”
재미있는 걸 본 반화는 잠시 더 기다려 봤다. 망혼이라는 게 어떻게 생기는 지 문득 호기심이 생겨버린 그는 원래 목적도 잊고 가만히 망혼이 생성되는 것만 기다렸다.
.
.
.
“흐음... 묘한 녀석들이야.”
해골씨가 지하 한 곳에 가둬 버린 망혼들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만들어 진 걸까?”
“그건 모르겠다만 왜 만들어 진 건지는 얼추 알 것 같군.”
눈이 밤탱이가 된 령이가 한 손으로 얼음 구슬을 만들어 눈에 대며 물었다. 망할 똥고양이의 펀치에 맞았는데 이상하게 멍이 안 빠졌다. 그런 령이를 보며 해골씨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어떻게?”
“일종의 자정 작용과 같다. 스스로를 지움으로써 다른 세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는 것이지.”
해골의 설명에도 령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죽이는 거다. 세계가.”
“스스로 세계를 죽인다고?”
자살.
마나가 흐르지 못하는 세계는 스스로 자살을 했다. 그리고 망혼은 그 자살을 돕는 세계가 만들어 낸 존재. 세포를 예를 들면 아폽토시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신호는 마나의 흐름, 분해 효소는 망혼. 그들의 작용으로 세계는 분해가 되어 버린다. 결국 분해된 세계는 다른 세계의 영양분이 되어 버린다. 그게 원래의 순리. 반면 반화에게 들은 마계는 조금 달랐다. 세계의 자정 작용을 거부한 마족들 때문에 원활한 자정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변형이 일어났다. 모기왕의 종족이 다 그 변형의 증거.
“그럼 얘는 원래 망혼이었다는 거야?”
“아니, 뿌리는 다르지. 다만 닮은 종족이 태어났을 뿐이다. 생존에 유리하다 생각해서 진화가 된 것이겠지.”
“으으으... 머리 아프다. 난 그냥 갈래.”
령이가 해골씨의 설명에 머리를 부여잡고 나가버렸다. 어차피 어디다 써먹을 것도 아닌데 알 필요도 없는데 해골씨가 아주 신나서 설명하기에 들었을 뿐이었다.
“과연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것들을 만들어 내는 걸까...”
아직 해골씨가 풀어야 할 것은 남아있었다. 탐욕의 정령은 한번 궁금한 것은 속을 파헤쳐 봐야 직성이 풀리기에 음침한 지하에서 그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망혼들을 보며 웃었다. 아니 해골이라 웃는 표정은 짓지 못했지만 느낌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모기왕은 그 모습에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마왕과 그 부하는 못 본 사이 많이 이상해 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이상했는데 더욱 여러모로...
.
.
.
균열을 잊고 망혼에 집중하던 반화가 이내 흥미를 잃었다.
“뭐냐, 그냥 지가 분열한 거네.”
망혼은 별 것 없었다. 그냥 세계가 망가지며 세계를 이루는 마나의 돌연변이였다. 그래서 이 돌연변이는 생명이되 생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고 일반적인 공격에는 타격을 입지 않는다. 마나를 분해할 수 있어야만 이 망혼들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이건 차원의 관리자, 즉 살아 있는 차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정화가 되는 부분이었다. 마나의 흐름으로 굳은 마나가 뭉쳐 생긴 망혼들을 흐르게 만듦으로써.
그렇기에 살아 있는 세계인 지구로 망혼이 흘러들어 왔다고 해도 오래 있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해골씨들이 망혼을 잡으러 다녔지만 놓친 거도 있을 텐데 세계적으로 망혼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마나를 뭉쳐서...요렇게...이렇게...”
스윽...
!!
“흐음... 괜찮네. 아주 잘생겼어.”
반화가 그와 똑 닮은 망혼 하나를 만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완벽했다. 여러모로.
“문제는 지속 시간인데...”
마계의 망혼들은 밤에 돌아 다녔다. 그 이유는 그 세계를 구성하는 마나가 음침하고 밤과 상성이 좋았기 때문이었는데 스톨로지 안은 대체로 온화한 느낌의 마나라 딱히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망혼도 그 영향 탓에 조금은 온화한 느낌이었다. 물론 생명들에게 그 차이는 아주 미세했지만.
“코어를 하나 만들면 알아서 재생을 하려나? 흐음...”
애써 만든 망혼을 다시 소멸 시키고 반화는 고민했다. 일단 망혼은 만들어지면 살아있는 존재의 생기를 흡수해 흩어지는 마나를 붙잡는다. 망혼을 유지하자고 생사람을 잡을 순 없으니 또 다른 에너지 공급 수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코어를 이용해서 만들면 결국 목적인 생기 저장고로써의 기능이 사라진다.
“에라이... 쓸모없네.”
결국 그냥 포기한 반화는 균열이나 살펴봤다.
“그냥 없애는 게 낫겠네.”
아마 한동안 세계는 난리가 날 것이다. 안정적으로 마정석을 가져오고 각종 자원을 가져올 수 있는 비옥한 땅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 코스피고 뭐고 마구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냥 두기엔 균열이 너무 컸다. 잘못하면 저 균열이 커지면서 발생한 폭발에 지구가 날라 갈 수도 있었기에 반화는 그냥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지금 처리하기로 한다.
쩌저저적...!!!! 콰아아아아아앙!!!!!!!!!!!!
....
반화가 이러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세계는 지금 여신강림, 지옥의 마왕, 악마, 그리고 악마가 데리고 다니는 고양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세계가 멸망할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지구의 수호신들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그중 일본은 고양이 순이의 영상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자신들의 수호신, 푸른네코신이 왜 저 영상에 나오는 것인가를 두고 일본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뭐야, 우리나라 수호신 아니었어?
-맞는데, 불쌍해서 다른 나라를 도와 준거 아닐까?
-뭐가 지들 수호신이냐? 그냥 지구 전체를 수호하는 거 아니냐?
일본인들은 대체로 이 사실을 그냥 자신들의 신이 도와 준 것이라 했지만 세계적인 의견은 대부분 그냥 일부 영역을 두고 신들이 지구를 수호하는 것이다, 그 영역에 일본이 있었을뿐이다라고 하며 그들의 말을 반박했다.
“...네코네코신아?”
-...냐?
“아빠가 너 때문에 힘을 좀 쓰고 왔거든? 우리 수호신님이 힘이 넘쳐나셔서 말이야.”
슬금...슬금...
텁!!
-냐아...아?
도망치는 순이를 잡아 챈 반화는 녀석을 뱃살을 주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균열을 만든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균열을 만들며 순이의 기운이 균열에 흡수된 것이 문제였다. 녀석의 기운은 폭발적인 전류. 반화가 세계를 지우려 힘쓰자마자 엄청난 폭발로 스톨로지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폭발을 지구로 흘러가지 않게 하기 위해 반화는 설렁설렁했던 태도에서 진짜로 제대로 힘을 써야 했다. 덕분에 몹시 몸이 뻐근한 상태가 되어 그 분노를 순이의 뱃살에 풀고 있는 것이다.
주물...쭈우우욱!
-야!!!
“...? 어? 방금 ‘야’라고 했냐?”
-냐?
“야라고 한 것 같은데...?”
-냐앙??
잘못 들었나 하고 반화가 다시 순이의 뱃살을 가지고 놀다가 소파에 드러누워 녀석을 배에 올렸다. 녀석이 좋아하는 턱과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골골 거리는 녀석의 진동에 나른한 잠에 빠지는 반화...
-휴우...
....
아틀란티스 내부.
“이정도면 충분하려나...”
회복된 기운을 느껴보며 마왕 일행을 집어 삼킨 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그 괴물을 상대할 정도는 안 되지만 동쪽의 먹잇감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에 슬슬 활동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조만간 삼켜주마... 이 세계도 그 세계도...”
그러기 위해선 동쪽의 그 놈을 집어 삼켜야 했다. 수면기에 들기 전에는 조금 약세였지만 지금은 몰랐다. 마왕 일행이 준 능력이 무력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잇는 싸움이었다.
!!!!!
드드드드드...
놈이 움직이자 그의 영역에 있는 모든 것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