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스톨로지 #
164화
급하게 순이를 막은 령이와 해골씨... 덕분에 세계가 당장 쪼개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이미 균열이 생긴 세계는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후우...뭔 짓을 한 거야. 도대체.”
-냐앙~
“...에휴, 발에 있는 그게 망혼이라는 거야?”
-냥!
순진한 얼굴로 쳐다보는 순이를 들어 올린 령이 녀석이 짓밟던 것들은 살펴봤다. 반화가 말 한대로 살아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이상한 녀석들이었다. 물론 순이에게 짓밟혀 정상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 상태였다.
“흐음... 신기한 놈들이군.”
해골씨도 그걸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이건?”
“뭐 아는 거 있나?”
뒤따라 온 모기왕이 뭔가 안다는 재스처를 취했다. 해골씨가 궁금함에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예전 왕이 우리 밤의 일족의 조상이 이런 것들과 같이 살았다고 들었다.”
“오오, 그래? 거기가 어디...음, 그러고 보니 마스터가 저 망혼이라는 것을 아는 걸 보니..”
모기왕 일족의 고향이 어쩌면 반화가 날려 먹은 마계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찾은 반화가 잠깐 말해줬었다. 마계라는 곳에 대해서, 그리고 그곳을 어떻게 했는지도 말해줬기 때문에 해골씨는 모기왕과 마계라는 곳을 잠시 연관지어봤다.
“혹시 마계라는 곳이 너희 고향인가?”
“마계..? 으음... 잘 모르겠어. 다만 우리가 피를 갈구하는 게 저 망혼과 비슷하다는 말은 들었지.”
모기왕의 말에 해골씨는 뭔가 답이 나올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망혼들도 마계에서는 생기를 찾아 밤에만 돌아다닌다고 했다. 모기들도 주로 밤에 움직이고...
“설마 조상이 망혼인가?”
그럴 듯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기도 했다. 일단 밤의 일족들...
“응?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살아있는 건가..?”
“글쎄...? 한 번도 죽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해골씨의 질문에 모기왕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살아 있는 건지 죽은 건지. 다만 저 망혼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닌 건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아! 고향에서 우리 종족을 그렇게 부른 것 같아.... 청소부...”
말꼬리를 흐리긴 했지만 령이도 들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청소부라...”
밤의 일족이라는 녀석들도 생각해보면 생기를 먹는 것처럼 피를 먹어 삶을 유지하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들이 고향에서 추방된 이유가 살아있는 존재의 피가 필요했기에 처음에는 병들고 약한 놈들, 그리고 버려진 놈들의 피를 먹다가 점점 그런 것들이 부족해지자 정상인 자들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어쩌지? 이 균열.”
령이가 찢어져서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균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반화에게 말해 붙이던지 해야 할 텐데 과연 순순히 해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어쩔 거야, 이 똥고양이야!”
-냐아?
“모른 척 하면 다냐!”
순진한 척하는 순이를 보며 한 숨을 쉰 해골씨는 일단 균열이 더 벌어질 것 같진 않으니 안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안쪽으로 돌아 다녀 보지. 살아있는 인간들도 있을 수 있으니.”
마계의 망혼과 다른 이 녀석들은 밤에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낮밤 구분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끄아아아아!!!!”
“!!”
조금 걷다보니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에 해골씨와 령이 마주 봤다.
“아직 인간이 있네.”
“먼저 가지.”
스륵..
해골씨가 먼저 사라지고 령이와 모기왕이 천천히 비명이 나온 곳으로 이동했다.
....
“흐음... 꽤 많군.”
해골씨내 내려다보는 곳에는 많은 수의 망혼들이 인간들이 만든 방벽을 뚫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벌써 절반에 가까운 인간들이 생기를 뺏긴 채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 해, 해골?! 설마 언데드?!”
하늘 위의 해골씨를 발견한 사람들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벽을 뚫고 들어오는 망혼들만 해도 버거운데 하늘에서는 언데드가 내려 보고 있으니 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몸을 언데드 따위로 생각하다니 쯧... 별로 구해주고 싶지 않다만...”
반화가 딱히 인간들을 구하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망혼들이라는 샘플을 구하기위해서는 힘을 써야 했으니...
스윽...
“뭐 하려는 거지? 설마 저 놈이 조종을 하는 건가??”
해골씨가 망혼들을 향해 손짓하는 걸 본 사람들은 해골씨가 저 망혼들을 조종하는 몬스터라고 착각했다.
해골씨에게 얼굴 가죽과 근육이 남아있었다면 아주 썩은 표정을 지었겠지만 가죽 따윈 없었으니 붉은 안광만 피우며 불편한 심기를 대신했다.
그래도 할 건 해야 했으니, 망혼들을 향해 뻗은 손에서 놈들을 향해 그물로 펼쳐진 마나가 망혼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줄처럼 놈들을 사로잡아 끌어당기는 해골씨의 마나 때문에 안에 갇힌 망혼들은 물론이고 이제 안으로 들어오는 놈들 까지 마나 그물에 붙잡혔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달라붙은 망혼들은 떼어내지 못했다.
스스스스스ㅡ
-!?
콰직!!!
“이건 내가 처리 할게~”
쩌저저적...쩍!!!
공간 자체를 얼려버리는 령이의 힘이 세밀하게 조절되어 망혼들만 골라서 얼려버린다. 그 덕에 살아난 인간들이 령이를 보고 넋을 잃었다.
“여, 여신...?”
-냐...(절레절레)
령이를 보며 넋은 인간들을 보며 순이가 한심한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이란...
“다 정리한 것 같네.”
얼려버린 망혼을 해골씨가 만든 마나 그물에 던져버리고 손을 턴 령이가 사람들을 둘러봤다. 이미 많은 사람이 죽어 굉장히 침울한 분위기였는데 그녀를 보는 눈빛에는 희망에 차올라있었다.
“데려가야 되나? 해골, 갈 거야 이제?”
“일단은 볼일은 다 본 것 같군.”
“으음...균열은...”
이 곳에서도 보이는 균열을 보며 령이가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두고 가기로 한다. 당장 해결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반화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가자, 그럼.”
조용히 뒤 따라 온 모기왕을 본 해골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 없었다는 듯 해골씨 일행들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 뭐지 방금?”
마치 꿈처럼 왔다가 사라진 그들... 그러나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저기 말라비틀어진 동료의 시체를 발견하고 다시 사람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서두르자고. 일단, 여길 버리고 출구로 갑시다.”
“...”
다들 말없이 간단하게 개인 짐만 챙기고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쳐졌지만 움직임은 느리지 않았다.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무력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
.
.
“어떻게 된 겁니까? 스톨로지에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몰렸어요?”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연락이 끊어져 버려서.”
“설마 일이 잘못된 건 아니겠죠?”
“...”
늙은 목사의 말에 대답이 없는 남자. 그저 돈이나 좀 벌면서 일루에나 놈들을 골탕 먹이려 했던 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스톨로지에 모인 자들의 하나하나를 보면 모두 자신들이 가진 인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자들이 대부분인,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이 부탁한 통제관쯤은 언제든 처리 할 수 있는 자들이 지금 스톨로지 앞에서 심각하게 회의를 하고 있었으니 독우교회의 늙은 목사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어어어???”
그때 스톨로지 입구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입구에 있던 자들은 벌떡 일어나 각자의 위치에서 경계를 하며 스톨로지에서 나온 자들을 둘러싸기 시작했는데, 제일 처음 나온 자가 두 손을 들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생존자들입니다!! 생존자에요! 공격하지 마세요!!”
필사적인 외침에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지금 스톨로지에서 생긴 문제는 사람처럼 생긴 뭔가가 일으켰다고 보고받았기 때문에 저 외침을 들으면서도 바로 믿지는 못한 것이다.
“그 이상한 것들이 말을 한다는 말은 없었지?”
“맞아, 사람처럼 생기긴 했는데 저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랬어. 말도 못하고.”
자신들이 가진 정보로 생존자들을 판단한 그들은 일단 정부를 주축으로 생존자들을 격리 시켰다. 아직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확인해야 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목이 빠져라 생존자들을 보고 있던 목사와 신도.
“없죠?”
“예! 없습니다!”
그들이 부탁했던 통제관은 생존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 짓이 세상에 알려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일단 안도를 한 목사.
“후우...일단 한시름 놓긴 했는데... 돈 좀 벌려고 하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물론 일루에나로부터 받은 돈이 적은 액수는 아니어서 받을 당시에는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자신들이 한 일이 밝혀지고 그들만의 인프라가 드러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응?”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식으로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뭐? 그것들이 다 처리되었다고?”
“누가?? 어떻게?”
세계에 퍼져있는 스톨로지 입구들로부터 퍼져버린 망혼들은 누군가 처리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퍼지자 과연 누가, 어떤 단체가 그러고 다니는지 각자의 정보망을 통해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나오지?”
그리고 민사장은 아까 들어간 해골씨 일행이 왜 아직도 안 나오는지 불안해졌다. 물론 반화라는 사람이 데리고 다니는 자들이니 일이 생겼을 것 같지 않긴 했지만 생존자들은 나왔는데 나오지 않아 불안했다. 다른 쪽으로...
“여신이... 강림했다고? 뭔 소리야? 정확해?”
“지옥에서 올라온 해골이 다시 데려갔다고? 장난해?”
“..고양이가 후드려 팼다고? 그리고 박쥐 날개를 단 여자가 데려갔다고...? 야, 너 어디야? 술 먹냐? 이 새끼가!!”
여기저기 들려오는 소식들 그리고, 민사장에게도 정보는 전달되었다.
“...예?”
“그게, 그러니까... 먼저 간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지금 스톨로지에 균열이 생겨서 언제 부서질지 모르니 들어가지 말라고...”
해골씨의 말을 전달하는 남자는 아무 죄가 없음에도 민사장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했다. 이딴 정보를 알려야 하는 자신도 그리 마음이 편치 않았다.
“후우...알았어요. 우리 회사는 일단 철수 합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정보에 다들 어쩔 줄 몰라 할 때 민사장은 깨달았다. 이 *끼들 세계를 돌아다니며 싸돌아 다녔구나 하고...물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었다. 무려 세계를 구한 거나 다름이 없는데 나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단체로부터 또 다시 연락이 올 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해골씨들이 알려졌으니 그들의 정보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리고 모든 일의 처리는 자신이 다 해야 할 것이다...
...
“zZZZ”
“...아오, 저 ...씨...”
누군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와서 저렇게 약 올리듯 코까지 골며 자는 거란 말인가!!! 한참 열 받은 상태에서 일을 하던 명하는 민사장으로부터 온 문자에 드디어 그 열이 폭발했다.
“야이!!! 망할 오빠야!!!”
퍽!!!
“...뭐냐?”